건축, 300년 : 영감은 어디서 싹트고 도시에 어떻게 스며들었나

건축, 300년 : 영감은 어디서 싹트고 도시에 어떻게 스며들었나

$22.00
Description
로스 하우스부터 IFC 서울까지
도시의 풍경을 바꾼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를 추적하다!
날카롭게 깎인 직육면체와 구름을 닮은 곡면… 불과 십수 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낯선 형태들을 도시 곳곳에서 마주한다. ‘IFC 서울’, ‘DDP’, ‘부산 영화의 전당’ 등, 형태에 대한 설명조차 힘든 건축물들이 어느새 우리 곁의 친숙한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어떻게 일상 공간으로 스며들었을까? 설계자 자하 하디드와 쿱 힘멜블라우는 어디서 영감을 얻은 걸까? 우리는 왜 이런 건축물에서 낯섦과 유희를 동시에 느끼는 걸까?

저자는 그 답을 찾아 3세기에 걸친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건축물을 중심으로 현대 건축의 과거를 추적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빈의 맨홀’이라 평가받았지만 모더니즘 건축의 시초가 된 로스 하우스, 흡사 기계와 같은 외관을 지닌 퐁피두 센터까지 건축가들이 왜 그런 건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당대 사회적 맥락과 연결해 설명한다. 거기에 지금까지 그다지 관심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한국의 건축물, 이를테면 파주의 탄탄스토리하우스, 전주시청사, 국립민속박물관, 종로 주얼리 비즈니스 센터, 청담동의 카페들 등이 세계 건축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조명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축 외의 ‘주변’, 곧 건축의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노라면 끝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사고방식과 그 근원에까지 다다른다. 저자는 현대 건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요소를 ‘부의 집중’ 현상으로 본다. ‘부’가 집중될 때 건축의 장식적 요소가 늘고, 반대로 ‘부의 집중’이 약해질 때 장식적 요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피터 아이젠만의 직육면체 삐뚤빼뚤 쌓기, 쿱 힘멜블라우의 찌그러진 직육면체, 그리고 프랭크 게리의 곡면에도 예외는 없다.

그 추세를 현재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세계 도처에서 ‘부의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부’를 뽐내는 독특한 현상이 포착된다. 저자에 따르면 ‘장식이지만 장식 아닌 척하는’ 건축이 도시에 자리하고 있다. 결국, ‘부의 집중’이 강화되는 시대적 흐름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이 지금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건축의 미래를 묻게 한다. ‘부의 집중’은 어디까지 진행되며, 우리 도시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건축가의 영감은 어디서 싹텄고 어떻게 도시에 스며들었을까? 저자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그 여정이 끝나면 미래 건축이 손짓할 것이다. 그리고 도시에 대한 사유의 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다.

저자

이상현

서울대학교건축학과를졸업하고미국미시건대학교에서석사학위를,하버드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명지대학교건축대학에서건축및도시설계를가르치고있으며,‘도시공간과인간의삶’에대한연구를계속하고있다.대표저작으로는『길들이는건축길들여진인간』(2013년문화체육관광부우수교양도서,2013년네이버오늘의책,2019년대한건축학회소우저작상),『몸과마음을살리는행복공간라운...

목차

프롤로그:필연적인궁금증

저건물은도대체뭐지?8
네건물을끌어들인까닭18
건축은음식인가,마술쇼인가34
수졸당에한마디거들기41
이여정은혁명주의부터시작한다47

제1부함께잘살아보자-모더니즘

01산업혁명이탄생시킨요구들
무엇이영란은행을낯설게하는가57
런던시민이느꼈을그때의감상들63
건축,부르주아의등장을선언하다66

02빈을뒤흔든건물한채
오스트리아황제는로스하우스를왜혐오했을까72
빈에서는그때무슨일이?81
아돌프로스의선택은필연적이었다84

031932MoMA의낯선풍경
뉴욕시민들에게친숙한도시란87
MoMA에전시된유럽의낯선풍경91
그래서무엇을남겼나?100

04세종로에나타난그건물의사연
정부청사가들어선순간103
그때정부청사는왜낯설게느껴졌을까106

05전세계어디서나마주치는그녀석
모더니즘은어떻게이땅에들어왔나114
국제주의양식이한국에유입된유일한모더니즘?118
세계어디서나비슷한건물을만나는까닭122

제2부다같을필요는없다-포스트모더니즘

01기계에서희망을찾은유럽건축가
모든건물이다같을필요는없다129
퐁피두센터의건축가는어디서아이디어를얻었을까131
기계,영감의원천이되다138

02미국건축가,역사에서실마리를찾다
푸르트이고폭파에서건축가는무엇을보았을까142
화가는건축가의선배다?146
다비드가마이클그레이브스에게가르쳐준것151

03전주에서만난마이클그레이브스
전주시청사는그저모방일뿐인가159
숨은건축가는공무원이었나164
그렇게비난받을건축물인가?170

제3부틀안에서도다를수있다-약한해체주의

011988MoMA의낯선풍경
1932가떠오르는까닭177
당신이안먹어봤을먹을거리를팝니다181
1988식당에서는무엇을팔까?183

02박스예쁘게쌓기의달인
로마유적은해체주의의예고편191
모더니즘건축은정말지루한것인가198

03청담동에서만난예쁘게쌓기
단순한건물이더장식적이라는것을아시나요?208
청담동에서흔히보이는정체불명의건물들216

04삐뚤빼뚤쌓기의원조
프랭크로이드라이트와렘쿨하스의차이220
피터아이젠만의현란한건축적수사는어디서오는가226
파라메트릭디자인은창의적이지않다?235

05파주에서만난삐뚤빼뚤쌓기
피터아이젠만은박스삐뚤빼뚤쌓기만했을까242
피터아이젠만흉내내기247

제4부틀을깨버리다-강한해체주의

01박스찌그러뜨리기의발명
젊은날누구나파격을꿈꾸지않았던가?255
찌그러뜨려서얻는것들266

02여의도에서만난찌그러뜨리기
설명할수없는저삐딱한건물의정체270
아키텍토니카의비밀273
그저다르면아름다운것인가?276

03다시,곡면건축
아무리봐도모를,저건뭘까?286
뭐가뭔지모를형상에담긴뒷이야기290

04동대문에서만난곡면건축
메시가좋아?호날두가좋아?300
자하하디드와프랭크게리의관계308

에필로그:부의집중,건축을뒤흔들다316
이미지출처330

출판사 서평

‘부의집중’을읽은자와읽지못한자
르코르뷔지에와피터오우트

‘현대건축의아버지’로불리는르코르뷔지에.그의걸작으로꼽히는롱샹성당.1955년에완공된이건물은노골적으로드러나는장식을쓰진않았지만,당대모더니즘원칙이나국제주의양식기준에서는멀어도한참멀리갔다고평가받았다.그렇지만완공된지70년가까이지난지금까지도그의대표작으로큰사랑을받고있다.

롱샹성당이완공되기14년전,피터오우트가지은‘쉘본부빌딩’.이건물도당대건축평단에서박한평가를받았다.지금도그이름을기억하는이가몇없다.그런신랄한혹평을받게된건국제주의양식에서벗어난,모더니스트들이도저히용납할수없는거대한문양의장식을썼기때문이다.

르코르뷔지에와피터오우트,둘모두당대흐름과맞지않았는데왜이런차이가생긴걸까?

두사람은시대정신을읽는능력이크게차이났다.르코르뷔지에는그런면에서탁월했다.제2차세계대전이진행됐던1941년에과한장식을쓴건축을선보인피터오우트.전후복구사업은어느정도마무리되고,한동안숨죽였던부르주아들이고개를들때인1955년에독창성을뽐낸건축을세상에내놓은르코르뷔지에.역시괜히현대건축의아버지가아니다.

르코르뷔지에는한때사람보다물류와교통이중심이된다소비인간적이라고볼수있는계획도시를꿈꾸기도했다.모더니즘이강세였던‘함께잘살자’가시대정신이었기에가능한접근이었다.그러나그는시대가요구하면,자신의원칙까지뒤집으며건축에새옷을입혔다.분명그는‘부의집중’현상과건축의상관관계를본능적으로든인지하고있었을것이다.

저자는현대건축의변화흐름근저에‘부의집중’현상이있다고말한다.실제‘부의집중’현상은건축에지대한영향을끼치면서우리도시의풍경을바꾸고있다.시대흐름을읽고앞날을예측하는자만이르코르뷔지에가될수있다.과거를통해과거사실만배운다면,피터오우트가될것이다.21세기의르코르뷔지에가되고싶다면,이책을읽어보자.

책속에서

파악하는데시간이걸리는부분은‘왜저렇게했는가’다.어떤이유로저형태를고안했는지이해하려면설계자가처한특수한상황을우선알아야한다.-17쪽(’저건물은도대체뭐지?’)

포스트모더니즘과해체주의는같은배에서태어난형제나다름없다.출생연도로보면포스트모더니즘이해체주의의형님뻘이다.형은생각과생김새가부모님을좀더닮았다.-48쪽(’이여정은혁명주의부터시작한다’)

국왕이나귀족을위한공간구조가아니라고굳이변화를줘야하는건아니지만어쨌든변화한시대상을반영한다면더좋았을것이다.이런맥락덕에런던한복판에독특한형태를지닌영란은행이나타난것이다.-65쪽(’런던시민이느꼈을그때의감상들’)

부가특정계층에집중되는시기에는부르주아가건축의주요봉사대상이었다.반면,부의집중이누그러지는시기에건축은부르주아보다일반시민계층을주요대상으로했다.-101쪽(’그래서무엇을남겼나’)

경성부민관은꽤나모던한,소위모더니즘건축의한계열이라고봐도무리가없다.그런데유럽의모더니즘과비교해보면역사주의양식적표현이적지않게가미된것을볼수있다.왜그랬을까?-120쪽(’국제주의양식이한국에유입된유일한모더니즘?’)

모더니즘이대세이던때,사람들은건축에정답이있다고믿었다.제1차세계대전종전부터제2차세계대전의뒷마무리가대체로끝나갈무렵까지가그랬다.이때는정답이있었다.-130쪽(’모든건물이다같을필요는없다’)

맥락을바꾼다는면에서는‘낯설게하기’와유사한방식으로‘파격’이있다.파격은예술사조의시대구분을막론하고나타나는특징이다.마이클그레이브스의건축에서나타난거대한기둥과주두는파격으로볼수있다.-154쪽(’다비드가마이클그레이브스에게가르쳐준것’)

전주시청사는이런맥락에서탄생했다.민족고유의것을만들자니,전통과의연계는당연히필요한데,국립중앙박물관과같은방식은곤란할것같다.그런데미국을보니마이클그레이브스의건축이있었다.-172쪽(’그렇게비난받을건축물인가?’)

이때르코르뷔지에의심정은어땠을까?본인이주장해지켜온도그마를버릇없는젊은이들이무너뜨리려한다고고깝게생각할수있다.하지만그러면그냥한물간세대가된다.르코르뷔지에정도면그수준을훨씬넘어선다.그는깨끗하게인정했다.-195쪽(’로마유적은해체주의의예고편’)

디테일에목숨거는순간이오면그건벌써모더니즘이아니라모더니즘흉내를내는모더니즘이라는것을.‘바르셀로나파빌리온’이나‘글래스하우스’쯤되면진정한모더니즘이라고보기도힘들다.-212쪽(’단순한건물이더장식적이라는것을아시나요?’)

2010년경부터우리도시에나타난낯선풍경은피터아이젠만의두번째단계와유사하다.사실누구의영향을받았는지는그리중요하지않다.직육면체를삐뚤빼뚤하게쌓아서독특한형태를만든다는건누구라도생각해낼수있는소소한아이디어일테니.-247쪽(’피터아이젠만흉내내기’)

제2차산업혁명이잉태한기계는인간에게이전의기계와는다른힘을주었다.그렇다면또그런이미지를소모하려고창작자들이달려들것도뻔한일아니겠는가.-262쪽(’젊은날누구나파격을꿈꾸지않았던가?’)

고층건물상단부(머리)에웬뜬금없는독수리라니,의아해하는사람이상당수였다.프랭크게리의답은간단명료했다.“새로운형태적모티브를실험하는중입니다.”-294쪽(’뭐가뭔지모를형상에담긴뒷이야기’)

자하하디드의곡면은어딘가‘본듯한’낯섦이고,프랭크게리의곡면은‘전적인’낯섦이다.-310쪽(’자하하디드와프랭크게리의관계’)

부를과시용으로쓰는가혹은부를사회적공존을고려하면서사용하는가에따라장식이늘기도줄기도한다.부를과시하는경향은부의집중이심화하는시기에나타난다.-325쪽(’부의집중,건축을뒤흔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