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매스,사방이벽으로막힌방갈로식주택
중정식홑집에서가족중심의집중식겹집으로
‘초가집’은전근대적이고낡은,낙후된환경의대명사로여겨져왔다.새마을운동이한창이던시절,‘초가집도없애고마을길도넓히고’라는노랫말이있었을정도.그러나충남당진심훈기념관옆에자리한초가집‘필경사’는가난하고낙후된주거환경과는거리가멀다.오히려강렬하고당당한인상을준다.
『필경사』는작가심훈의집‘필경사’를건축적으로분석한책이다.‘필경사’와연관지어심훈의정신,당대건축사조까지찬찬히살펴본다.저자는심훈을‘모더니스트예술가’라칭하는논문들을인용하며,한걸음더나아가그에게는건축가적면모도분명히있었다고본다.
정면5칸,측면2칸.총10칸규모로지어진필경사는한칸당가로세로2.5미터의모듈로이루어진총62.5제곱미터,약20평짜리집이다.소박한규모지만세부적인디테일을살펴보면과학적이고모던한감각으로지어졌음을알수있다.지붕은초가지붕인데정면에는격자무늬유리창이보이고,서재와생활실의입식·좌식생활방식에따라창의높이가각각다르다.
브나로드운동과주택개량운동이한창이던1930년대,건축가와지식인들은안채와분리되어있던화장실을집안으로들이고부엌은집후면으로보내는등편리한생활공간을구상했다.그흐름을인지하고있었던듯,심훈은필경사화장실을실내로편입시키고부엌은집뒤쪽에계획했다.그러면서도경성의문화주택과달리창고까지둬‘농가’로서의성격을확고히했다.
밖으로나와필경사를사방에서둘러보면그디자인에두번놀란다.정면에는현관과화대가있고,양측면으로는당시한반도에서보기힘들었던‘수평창’과‘벽체중앙에몰린창’이있다.창내기수법만으로도당대어디에서도찾기힘든획기적인집이었음을한눈에알게된다.
필경사는심훈의꿈을담은‘이상적이고새로운신주택’이자‘농촌형문화주택’이다.일제식민치하,자본주의도시의착취로날이갈수록피폐해지던농촌의계몽과자주국가로의발전까지꿈꾸던그의정신은필경사에고스란히남아있다.‘그날’을꿈꾸던그의집은,끝끝내도래한‘그날’을살아가는우리가지켜야할귀중한문화유산이다.
책속에서
처음둘러본필경사내부는아주뜻밖이었다.일제강점기에지어진주택중이렇게단순하면서도기능적인평면을본적이없었기때문이다.
-5쪽(책을펴내며)
그러나나는심훈이당진에귀향하여필경사를지은배경은「상록수」에나와있듯이그리간단하지않다고본다.여러측면에서다루고평가해야할부분이있고,그안에담긴건축적의의도아주크다.
-23쪽(당당한초가집,필경사)
류병석은“심훈의생애연구”에서“성품이호탕하고쾌활한낙관주의자였고,감성적이며즉흥적·직선적재주꾼이며또로맨티스트로묶을수있는자유주의자요이상주의자”라고했다.
-49쪽(복합적인양면성을지닌심훈)
필경사는1932년심훈이당진에내려와활동하던중「직녀성」을집필한고료를받아1934년에직접설계해지은집이자「상록수」를집필한공간이다.
-61쪽(「필경사잡기」로보는주변환경)
필경사는평범한목수가전래적인수법대로지은집은결코아니다.내부구조가전에본적없을정도로아주새롭기때문이다.그렇다면심훈은어떤목수를구했을까?
-71쪽(필경사를지은목수는누구였을까)
이렇게자세한서술을보면심훈은과거에방문해본어떤주택을염두에두고백선생의집을묘사한것같다.직접살아보거나방문한경험이없으면위와같이넓고복잡한공간을상세히기술하기어렵다.
-98쪽(심훈과가회동한씨가옥)
주택은단순히물리적인공간과형태를의미하지않는다.그안에는사회와문화전반의흐름이담겨있다.그렇기에당대건축가들의주장역시매우복합적인시각에서해석해야한다.
-121쪽(근대적삶을담고자했던주택개량운동)
당대유명건축가박길룡과박동진도일찍이방갈로같은집중식평면의필요성을주장했다.홑집인중정식평면으로는생활의합리성을추구하는데한계가있음을간파한것이다.
-130쪽(문화주택의등장)
필경사현관은여러모로매우독특하다.먼저,현관의폭이제법넓고높이도높아이게과연초가집이맞나싶다.현관만놓고보면어느저택보다공간적으로크기때문이다.
-157쪽(현관을도입하다)
필경사는전체적으로보면하나의매스로지어지고사방이벽으로막힌방갈로스타일주택이다.단순한형태이기에더강력한이미지를발산한다.
-200쪽(그래서필경사는어떤집인가)
유명한대궐목수가지은이태준의수연산방이나당대저명한건축가박길룡이설계한소주택과비교해보아도심훈의필경사는건축적으로결코뒤지지않는높은수준의문화주택이었다.
-221쪽(필경사와의비교)
심훈은1930년대농촌에집을지으며집의의미에대해무척고민했을것이다.그의미술비평에근거하면,그는‘무의식적으로원시를상징’하는형상을중요시했던모양이다.
-231쪽(필경사는한반도의‘원시오두막집’이었을까)
심훈은소설을통해우리민족한사람한사람이뭉쳐공동의목표를위해함께노력하면어려움을이겨낼수있다고주장한다.이런의식이무엇보다도커다란성과이자,필경사에숨겨진정신이다.
-239쪽(맺는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