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 ‘건축가 심훈’의 꿈을 담은 집

필경사 : ‘건축가 심훈’의 꿈을 담은 집

$18.00
Description
농촌형 문화주택을 그리면서 구체화한 ‘건축가’ 심훈,
「상록수」는 ‘필경사 건축 보고서’였다!

‘한국의 주택’을 평생 연구한 건축가가
디코딩Decoding, 재해석한 당당한 초가
모더니스트 예술가, 작가이자 영화인 심훈(沈熏, 1901-1936)은 문학 작품과 영화 말고 다른 유산도 남겼으니, 바로 초가집 ‘필경사’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봤을 「상록수」가 태어난 곳. ‘심훈’과 「상록수」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지만, 「상록수」의 산실 ‘필경사’는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필경사가 어느 절(사찰)이냐고 묻는 이도 있을 정도다.

이 책은 작가 심훈의 건축가적인 면모를 조명하고, 「상록수」를 비롯한 1930년대 건축 사료를 바탕으로 필경사의 자취를 낱낱이 추적한다. 평생 ‘한국의 주택’을 연구한 건축가 임창복 교수가 5년을 바쳐 쓴 역작이다.

경성의 언론인 심훈은 1932년, 모든 활동을 접고 당진으로 내려간다. 그는 먼저 당진에 내려가 있던 장조카 심재영의 집에 머무른다. 심재영은 낙후한 농촌 발전에 힘쓰던 청년으로, 「상록수」 주인공 박동혁의 실제 모델이다. 저자는 심훈이 먼저 당진에 내려와 집을 지었던 심재영에게 젊고 경험 있는 목수 ‘석돌이’를 추천받아 필경사를 지었다고 본다.

“집들은 엄부렁하게 지어놨지만, 인제 내용이 그만큼 충실하게 돼야 해요!”
「상록수」에서 ‘청석골 학원’의 낙성식(落成式)을 앞두고 박동혁이 채영신에게 하는 말이다. 「상록수」는 집 짓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영신은 신식 목수를 찾아가 ‘서랍 속에서 여러 가지로 그려본 설계도’를 꺼내 펼친다. 동혁은 ‘초승달이 명색만 떴다가 구름 속으로 잠기던 음력 칠월’, 농우회 회원들과 함께 ‘여러 해 별러오던 회관을 지으려고’ 땅을 다진다. 심훈이 ‘도면 볼 줄 아는’ 목수를 구해, 1934년 초여름에 필경사를 지었으리라 유추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그는 필경사에 어떤 꿈과 의미를 담았을까?

저자는 심훈이 필경사를 짓게 된 경위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다. ‘하얀 손의 인텔리’ 심훈에게 집 짓는 일은 곧바로 착수할 만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아일보》 《개벽》 《신생활》 등 언론매체를 통해 변화의 흐름을 충분히 파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편리하고 합리적인, 근대적 생활 방식인 ‘문화생활’을 영위하고자 ‘문화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뾰족지붕’에 ‘와네쓰’ 기름을 바른 화려한 양옥 문화주택이 유행하던 중에도, 심훈은 농민의 삶을 담을 ‘농촌형’ 문화주택을 고심했다. 집이라면 응당 ‘대문’을 세우고 ‘담’을 두르던 시절, 과감히 생략하고 현관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정식(中庭式) 홑집 양식을 버리고 집중식 방갈로형 겹집을 지어 가족 중심의 ‘생활실’까지 마련했다.

문인 이태준의 수연산방(壽硯山房), 건축가 박길룡의 소주택과 비교하면 필경사에 담긴 뜻은 더 뚜렷이 드러난다. 수연산방은 대궐 짓던 목수를 불러다 도급(都給)도 아니고 ‘일급(日給)’을 주며 지은 집이다. 박길룡은 ‘생활의 과학화’를 주장했던 조선 건축의 선구자로, 조선총독부 최고 기술자인 ‘기사(技師)’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당대 최고 부호들을 위한 혁신적인 주택들을 설계했다. 이들과 비교해도 필경사는 공간 구조와 편리성 면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가 필경사를 여러 차례 답사하며 찍은 풍부한 사진들과 함께 1930년대 중반의 새로운 생활 공간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심훈은 ‘농민의 삶을 담을 과학적이고 실용적이며 사회적 가치까지 지닌 집’을 구상하여 필경사를 완성했다. 저자는 우리에게 그가 종합예술가를 뛰어넘어 ‘건축가’적 면모까지 지니고 있었음을 힘주어 주장한다.

저자

임창복

성균관대학교명예교수.
서울대학교건축공학과에서공학사,캐나다토론토대학교대학원에서건축학석사,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건축학박사학위를받았다.국내의일양건축,토론토의WZMH건축사무소와제임스머레이건축도시사무소에서실무를익혔다.

KIST주택연구실장으로주택관련연구를했고,성균관대학교건축과교수로봉직했으며,미국MIT와일본도쿄대학연구교수를역임했다.《아시아건축저널JAABE》의건축·도시분야편집장과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원장을맡은바있다.

지은책으로『한국의주택,그유형과변천사』『알파하우스를꿈꾸다』『21세기엔이런집에살고싶다』(공저),옮긴책으로『건축의복합성과대립성』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4

당당한초가집,필경사15

제1장모더니스트예술가,심훈
심훈의삶을찾아서27
꿈많던조선소년28
예술인기자청년35
당진으로의귀촌40
수영과계숙의「영원의미소」41
여성의삶을그린「직녀성」46
복합적인양면성을지닌심훈49

제2장「상록수」는집짓는이야기였다
동혁과영신의꿈「상록수」55
「필경사잡기」로보는주변환경61
물부리가잡아준집터67
필경사를지은목수는누구였을까70
설계도볼줄아는젊은목수82
필경사짓는비용은얼마나들었을까84
「직녀성」을통해본필경사건축비86
「상록수」속백선생의집을찾아서90
심훈과가회동한씨가옥98
필경사완공1년후,「7월의바다」102

제3장어떤집에서살것인가
변화의시대속에서113
더나은삶을향해,생활개선운동114
생활의과학화115
남성중심에서가족중심으로117
근대적삶을담고자했던주택개량운동120
재래주택의문제점은?121
문화주택의등장126
심훈은문화주택을어떻게생각했을까133

제4장건축가의눈으로필경사를다시해석하다
20평초가집,필경사145
필경사내부자세히들여다보기148
담과대문이없는집148
현관을도입하다152
수평창을낸서재159
가족들이모여앉는생활실162
한방에한기능만,침실이된안방166
부엌은뒤로,천장은높게169
통로인가수납고인가,골방174
부엌위,다락180
집안으로들어온화장실183
초가집에욕실이라니185
필경사는농가였다,창고가있기에187
집정면에꽃을두다,화대190
휴식과여유의툇마루193
필경사밖에서바라보기196
그래서필경사는어떤집인가200

제5장초가집에담긴심훈의미의식
세가지소주택205
이태준,박길룡그리고심훈의집208
이태준의수연산방208
박길룡의소주택215
필경사와의비교218
필경사는왜초가집인가222
필경사수난시대223
심훈의비평문에서본미의식과필경사228
원시적이고자연스러운것이아름답다229
필경사는한반도의‘원시오두막집’이었을까231

맺는글:필경사에숨은심훈의꿈234
추천의글:『필경사』에부치는편지242
심훈연보244
필경사연보246
도판출처247

출판사 서평

하나의매스,사방이벽으로막힌방갈로식주택
중정식홑집에서가족중심의집중식겹집으로

‘초가집’은전근대적이고낡은,낙후된환경의대명사로여겨져왔다.새마을운동이한창이던시절,‘초가집도없애고마을길도넓히고’라는노랫말이있었을정도.그러나충남당진심훈기념관옆에자리한초가집‘필경사’는가난하고낙후된주거환경과는거리가멀다.오히려강렬하고당당한인상을준다.

『필경사』는작가심훈의집‘필경사’를건축적으로분석한책이다.‘필경사’와연관지어심훈의정신,당대건축사조까지찬찬히살펴본다.저자는심훈을‘모더니스트예술가’라칭하는논문들을인용하며,한걸음더나아가그에게는건축가적면모도분명히있었다고본다.

정면5칸,측면2칸.총10칸규모로지어진필경사는한칸당가로세로2.5미터의모듈로이루어진총62.5제곱미터,약20평짜리집이다.소박한규모지만세부적인디테일을살펴보면과학적이고모던한감각으로지어졌음을알수있다.지붕은초가지붕인데정면에는격자무늬유리창이보이고,서재와생활실의입식·좌식생활방식에따라창의높이가각각다르다.

브나로드운동과주택개량운동이한창이던1930년대,건축가와지식인들은안채와분리되어있던화장실을집안으로들이고부엌은집후면으로보내는등편리한생활공간을구상했다.그흐름을인지하고있었던듯,심훈은필경사화장실을실내로편입시키고부엌은집뒤쪽에계획했다.그러면서도경성의문화주택과달리창고까지둬‘농가’로서의성격을확고히했다.

밖으로나와필경사를사방에서둘러보면그디자인에두번놀란다.정면에는현관과화대가있고,양측면으로는당시한반도에서보기힘들었던‘수평창’과‘벽체중앙에몰린창’이있다.창내기수법만으로도당대어디에서도찾기힘든획기적인집이었음을한눈에알게된다.

필경사는심훈의꿈을담은‘이상적이고새로운신주택’이자‘농촌형문화주택’이다.일제식민치하,자본주의도시의착취로날이갈수록피폐해지던농촌의계몽과자주국가로의발전까지꿈꾸던그의정신은필경사에고스란히남아있다.‘그날’을꿈꾸던그의집은,끝끝내도래한‘그날’을살아가는우리가지켜야할귀중한문화유산이다.

책속에서

처음둘러본필경사내부는아주뜻밖이었다.일제강점기에지어진주택중이렇게단순하면서도기능적인평면을본적이없었기때문이다.
-5쪽(책을펴내며)

그러나나는심훈이당진에귀향하여필경사를지은배경은「상록수」에나와있듯이그리간단하지않다고본다.여러측면에서다루고평가해야할부분이있고,그안에담긴건축적의의도아주크다.
-23쪽(당당한초가집,필경사)

류병석은“심훈의생애연구”에서“성품이호탕하고쾌활한낙관주의자였고,감성적이며즉흥적·직선적재주꾼이며또로맨티스트로묶을수있는자유주의자요이상주의자”라고했다.
-49쪽(복합적인양면성을지닌심훈)

필경사는1932년심훈이당진에내려와활동하던중「직녀성」을집필한고료를받아1934년에직접설계해지은집이자「상록수」를집필한공간이다.
-61쪽(「필경사잡기」로보는주변환경)

필경사는평범한목수가전래적인수법대로지은집은결코아니다.내부구조가전에본적없을정도로아주새롭기때문이다.그렇다면심훈은어떤목수를구했을까?
-71쪽(필경사를지은목수는누구였을까)

이렇게자세한서술을보면심훈은과거에방문해본어떤주택을염두에두고백선생의집을묘사한것같다.직접살아보거나방문한경험이없으면위와같이넓고복잡한공간을상세히기술하기어렵다.
-98쪽(심훈과가회동한씨가옥)

주택은단순히물리적인공간과형태를의미하지않는다.그안에는사회와문화전반의흐름이담겨있다.그렇기에당대건축가들의주장역시매우복합적인시각에서해석해야한다.
-121쪽(근대적삶을담고자했던주택개량운동)

당대유명건축가박길룡과박동진도일찍이방갈로같은집중식평면의필요성을주장했다.홑집인중정식평면으로는생활의합리성을추구하는데한계가있음을간파한것이다.
-130쪽(문화주택의등장)

필경사현관은여러모로매우독특하다.먼저,현관의폭이제법넓고높이도높아이게과연초가집이맞나싶다.현관만놓고보면어느저택보다공간적으로크기때문이다.
-157쪽(현관을도입하다)

필경사는전체적으로보면하나의매스로지어지고사방이벽으로막힌방갈로스타일주택이다.단순한형태이기에더강력한이미지를발산한다.
-200쪽(그래서필경사는어떤집인가)

유명한대궐목수가지은이태준의수연산방이나당대저명한건축가박길룡이설계한소주택과비교해보아도심훈의필경사는건축적으로결코뒤지지않는높은수준의문화주택이었다.
-221쪽(필경사와의비교)

심훈은1930년대농촌에집을지으며집의의미에대해무척고민했을것이다.그의미술비평에근거하면,그는‘무의식적으로원시를상징’하는형상을중요시했던모양이다.
-231쪽(필경사는한반도의‘원시오두막집’이었을까)

심훈은소설을통해우리민족한사람한사람이뭉쳐공동의목표를위해함께노력하면어려움을이겨낼수있다고주장한다.이런의식이무엇보다도커다란성과이자,필경사에숨겨진정신이다.
-239쪽(맺는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