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진정성 :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36편의 에세이

공간의 진정성 : 깊은 사색으로 이끄는 36편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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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이 공간의 중심이 될 때
진정한 경험이 일어난다.”

내면과 무의식으로부터 끌어올린
건축과 미술, 자연에 관한 이야기
화려함과 욕망을 넘어 소비만 부추기는 우리 주변의 공간들. 삶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은 어디서,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깊고 아름다운 빛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꿈꾸는 건축가 김종진. 차분하고 따스한 문장으로 공간에 대한 진실한 감정을 전달해 온 그가 ‘공간의 본질’에 관해 사색한다.

우선은 ‘거닐고 머무름’.
저자는 첫 장에서 말한다. 때로 사람이 공간에 거닐고 머무르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時)가 된다고. 그는 멕시코의 ‘길라르디 주택’이 바로 적절한 예라고 콕 집는다.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은 자연 조건을 존중했다. 대지 중앙의 큰 나무를 그대로 두고, 집 안에는 명상공간을 두었다. 1층의 좁은 현관을 지나 노란빛으로 가득 찬 복도를 지나면 어느새 바깥일은 잊힌다. 삶이 머무는 일상공간에서 오롯이 사색에 잠기며 마음의 평화가 깃들게 된다. 저자는 이를 공간이 선사하는 ‘영혼의 쉼’이라고 표현한다.

다음은 ‘빛과 감각’.
공간의 감각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빛은 어떠한가. 저자는 렘브란트 반 레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 주목한다. 세 작가는 일상공간을 소재로 저마다의 빛에 착안했다. 저자는 이들의 작품에서 ‘시선의 변주’를 포착한다. 화가로서, 감상자로서 혹은 작품 속 인물로서 그림 속 세계를 바라본다. 그리고 새로움을 찾는다.
결국, 시선을 달리하면 똑같은 빛과 공간도 다르게 경험할 수 있으며 우리가 하는 경험이란 하나의 층위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기억과 시간’.
여기서는 익숙한 예가 나온다. 선유도공원이다. 조선 시대에 겸재 정선도 즐겨 그린, ‘신선이 노니는 곳’이라 불린 선유봉은 일제강점기에는 암반 채취장이, 1970년대에는 정수장이 되었다. 굴곡의 모진 세월을 겪고 마침내 2000년대에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되었다. 이때 건축가는 선유봉으로의 회귀를 택하지 않았다. 파괴의 역사와 질곡의 흔적을 묵묵히 끌어안았다. 결국, 공간의 기억을 잇거나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간의 진정성’에 관한 사색을 마치면 머릿속에 아래 문장이 맴돌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사람과 세상의 부드러운 조화와 통합.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는가.”

저자

김종진

깊고아름다운빛속에서삶과공간과자연이조화롭게어우러지는,세월의흔적이자연스레아로새겨지는건축을꿈꾼다.그러한건축이내면을울리고,하나의문화를만들수있음을믿는다.영국건축협회건축학교(AASchool)와미국하버드대학교디자인대학원건축과를졸업했다.뉴욕과런던의여러사무소에서실무를쌓고2004년부터건국대학교건축전문대학원교수로재직중이다.공간설계와공간예술을가르치며이론연구와디자인실무를병행하고있다.효형출판에서『공간공감』(2011),『미지의문』(2018)을출간하였다.

목차

깊은경험으로의여정4

01거닐고머무름
‘최초의집’과‘동굴놀이’12
나만의공간만들기16
보이지않는벽19
어느철학자의유언23
삶을담은그림28
경험의지층37
걷기와머물기의즐거움41
몸과마음이함께오르내리다48
모이는공간,흩어지는공간55
‘공간의안무’62
네단계의거리68
건축,미술,자연속에서산책하기73

02빛과감각
안개82
우리는무엇을보는가88
빛이만드는인식의틀93
렘브란트,페르메이르,호퍼100
어떤빛이좋은빛인가108
한줄기작은빛이라도114
여행은우리를해체한다121
후각미로,후각기억125
공간의울림,소리133
몸과사물과공간의만남,촉감140
깊은감각은기억이되어144
지금여기,사라진월든149

03기억과시간
장소의추억156
무의식과기억161
삶이모여장소가되다167
템스강에스며든오래된발전소172
매일새로태어나는집180
우리는무엇을그리워하는가186
변화하고흐르는193
특별한순간을포착하다197
공간의템포202
오래된공간되살리기210
서로를놓아줄때218
사람과공간,하나의숨결226

주233

출판사 서평


‘공간은어떠한경험을만들수있는가’
내면의울림과감응을주는
모든‘공간’에대한소박한단상

사람과긴세월조화롭게함께하는공간은아름답다.넓은대지에지은멋진건물에관한이야기만은아니다.오밀조밀한공동주택의지극히평범한일상공간에도해당한다.오히려소박한일상세계가우리삶에는더중요하다.아무리허름하고남루할지라도노곤한몸을이끌고들어와앉고눕고쉴수있는자신만의아늑한은신처는얼마나소중한가.
세상모든장소와공간에는그곳만의맛과향기와모양과소리와감촉이있다.이를풍부하게감각하는일은우리존재의층위를깊게만든다.감각은표면적인자극을뜻하지않는다.마음으로들어가기억과감정을건드리는감각은부질없이명멸하는이미지와말초자극과다르다.설명할수없는감각의체험이우리를내면의오솔길로이끈다.
건축과공간이깊이있는경험을더많이제공할때우리의삶도풍부해진다.겉모습만화려한건축,끝없이소비만부추기는공간은이러한경험을보장하지못한다.‘공간이어떠한경험을만들수있는가’는건축의크기와형식을초월한다.그것은외형이아닌공간의질적특성에의해좌우된다.평범한건물,일상공간에서도깊이있는경험은가능하다.
무엇보다공간과사람의교감이중요하다.공간은어떠한현상체험을유도해야한다.의도된설계에의한것일수도있고,빛과음영의변화와같이자연현상에의한것일수도있다.사람은이를포착하고내면의울림으로감응한다.
-서문‘깊은공간으로의여정’,본문’경험의지층’에서

책속에서

누군가의집을방문할때는그사람의공간만을방문하는것이아니다.그의삶으로들어가는것이다.
---p.5,「깊은경험으로의여정」중에서

‘자신만을위한감싸안는공간’.바로이공간은우리삶속에서의공간경험을이야기할때가장근본적인출발점이된다.여기에는우리가느끼고체험하는공간의다양한특성이깊이배어있다.
---p.15,「‘최초의집’과‘동굴놀이’」중에서

하이데거는삶이평안하게머무르면서자신만의본질을찾을때비로소진정한거주가시작된다고보았다.이때진정한거주는순간순간의경험으로만들어진다.
---p.25,「어느철학자의유언」중에서

우리는그저감각을받아들이는기계가아니다.공간은깊은경험을유도하는,그래서개개인이스스로의심연에다가갈수있게하는역할을해야한다.건축과공간이깊이있는경험을더많이제공할때삶도풍부해진다.
---p.39,「경험의지층」중에서

덴마크사람들이가장사랑한다는루이지애나미술관은이렇게소박하게사람을맞이한다.건축·미술·자연이조화를이루고,장소를경험하는맛이탁월하다고평가받는곳이다.예전에는누군가의집이었을입구홀을지나면푸른숲이펼쳐진다.
---p.73,「건축,미술,자연속에서산책하기」중에서

우리는현상을언어와개념으로규정하려하지만실제는그것을넘어선더높은차원이다.우리는살아가는실제이지만언어와개념의틀에갇혀있다.깊은공간경험은이런한계를드러내고실제에접속하게한다.
---p.92,「우리는무엇을보는가」중에서

호퍼의그림속사람과공간은어딘가에뿌리내리지못한다.그는근대도시를살아가는소시민의고독과소외를이런방식으로표현했다.페르메이르의빛이사람과공간을함께감싸는반면,호퍼의빛은사람과공간을분리하며심리적인괴리감을준다.
---p.106,「렘브란트,페르메이르,호퍼」중에서

빛의양은빛의질을보장하지않는다.정작우리에게필요한것은단한줄기의빛일지도모른다.
---p.120,「한줄기작은빛이라도」중에서

독특한느낌이들었다.호수를바라보다갑자기내가사라진듯한기분.내가눈앞세상을바라보는것이아니라보이는풍경,들리는소리,맡아지는냄새,만져지는감촉이전부인느낌.나와세상사이경계가사라지고순수한감각만이남았다.
---p.151~152,「지금여기,사라진월든」중에서

장소가만드는기억은과거와현재를중첩시키며가치를낳는다.그안에서우리는정체성과지속성을체험한다.지속가능성은물리적인문제만이아니다.정신적이고심리적인차원을아우른다.
---p.160,「장소의추억」중에서

‘밀랍의문명’은생활이지배하는세계다.매일매일헝겊에밀랍을묻혀정성껏닦고손질하는내부의문명이다.이렇게집은매일새로태어난다.
---p.182,「매일새로태어나는집」중에서

역설적이게도지붕의부재는신비로운분위기를한층더한다.원래대로라면어둑한중세성당안이었겠지만지금은구름이지나가고바람이불고비가내린다.안이밖이되고밖이안이되었다.
---p.188,「우리는무엇을그리워하는가」중에서

삶과시간이퇴적된공간에는고유한아우라가있다.이범상치않은아우라는쉽게얻을수없다.세월의켜,삶의켜가겹겹이쌓여만들어진다.
---p.210,「오래된공간되살리기」중에서

사람과공간이조화롭게살아가는모습은아름다웠다.세월이흐르며이조화에는변화가오기마련이다.오랫동안함께한시간이먹먹함을자아낸다.
---p.226,「사람과공간,하나의숨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