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로 철학하기 : 『피노키오의 모험』 140주년 기념

피노키오로 철학하기 : 『피노키오의 모험』 140주년 기념

$26.00
Description
『피노키오의 모험』 출간 140주년 기념

생명철학자 조르조 아감벤
철학으로 꼭두각시를 사유하고
문학으로 인간의 조건을 되묻다
“기준이 들쭉날쭉한 인간과 나무 사이에서 꼭두각시 인형은 어떤 물질도, 사람도, 가면도 아니고,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일 뿐이다.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출구 혹은 탈출로다. 그러므로 그저 달릴 뿐이고, 멈추면 끝내 사라진다.
무엇으로부터 탈출일까?
당나귀와 사람 사이, 광기와 이성 사이, 그리고 그전에 미성숙한 성인으로 간주하는 순수한 어린아이와 야생의 나무토막 사이에 있으면서, 인간 사회와 제도를 정의하는 모든 모순으로부터의 탈출이다.” - 책에서

피노키오 이야기는 그동안 국내에서 그저 동화로만 인식돼 왔다. 실상 『피노키오의 모험』은 세계 문학사의 위대한 걸작이라 칭송받는다. 꼭두각시가 모험에서 마주하게 되는 등장인물은 상징적 존재로, 고대 신화 혹은 그리스-로마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요정은 켈트 설화, 오거는 북유럽 신화, 당나귀는 고대 그리스 아풀레이우스의 『황금 당나귀』, 녹색뱀은 『가원경과 녹색의 기사』 등 이야기 속에는 무수한 상징과 은유가 혼재돼 있다. 조르조 아감벤은 원작자인 카를로 콜로디가 남긴 행간의 의미를 톺아보기 위해 언어학, 문헌학, 계보학 지식을 탐구하고, 생각거리를 되짚는다.

더 나아가 아감벤은 말한다. 동화이길 거부하지만 동화스러운 이 이야기는 하이브리드 문학의 전형이라고. 세상에 ‘내던져진’ 나무토막이 그 본성에 어긋나는 근대 질서와 규약, 제도를 거부하고, 꿈속의 꿈 이야기로 마무리되면서, 인간성에 대해 되묻는다고. 언제나 놀라운 메시지를 던지는 사상가 아감벤은 이번 책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문학적’으로 통찰한다.

책의 원제는 ‘피노키오의 모험에 대한 두 번의 해설’이다. 이탈리아 비평가 조르조 만가넬리가 1977년 출간한 『피노키오. 평행 해설』에 아감벤이 해설을 더한 것이다. 피노키오학에 대한 오랜 관심과, 원작 소설의 깊이가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콜로디는 1883년, 신문연재물이었던 이야기를 보완해 책으로 엮었다. 출간 14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어판 『피노키오로 철학하기』의 부록에는 본래 의미를 충실히 살린 원작 소설이 실렸다.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지금, 아감벤은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아감벤이 밝힌 철학의 횃불을 따라 피노키오 이야기를 추적해보자. 그리고 피노키오가 내뱉은 마지막 문장을 곱씹어보길.
“꼭두각시였을 때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는지.”

저자

조르조아감벤

GiorgioAgamben
이탈리아의철학자이자미학자,비평가.
파리국제철학원,이탈리아베로나대학,베네치아건축대학교교수를역임했다.1995년푸코의생명철학과슈미트의예외상태를토대로로마시대의‘호모사케르’개념을정치현상에적용해쓴『호모사케르』를발표하면서이시대의가장중요한사상가반열에올랐다.벤야민과하이데거로부터깊은영향을받았고,비트겐슈타인,블랑쇼,데리다,들뢰즈같은현대사상가들과플라톤,스피노자같은고대와중세의철학자들,유대-기독교경전의이론가와학자들을아우르는사유탐험을지속해왔다.1995년부터장장20년에걸쳐집필한9부작호모사케르프로젝트를2015년에완성했다.이외에도『내용없는인간』,『유아기와역사』,『행간』,『도래하는공동체』를비롯해수많은명저를남겼다.

목차


들어가며-꼭두각시는결코인간이되지않았다8

천상(혹은지옥)의프롤로그15
모험들60
에필로그200

부록-피노키오의모험216

출판사 서평

피노키오를통해본‘인간다움’의의미
인간을인간답게만드는기제는무엇인가

나무인형은무엇을충족해야인간이될수있을까?우리는피노키오를그저동화속캐릭터로알고있다.거짓말을하면코가길어지는나무인형.그러나동화같은서사를한꺼풀벗겨보면놀라운알레고리가곳곳에숨겨져있다.‘생명철학’으로잘알려진이탈리아사상가조르조아감벤은작가카를로콜로디의피노키오이야기를통해근대(성)를사유했다.많은이가그저어린이동화로만여기는꼭두각시이야기가실은인간존재에관한놀라운함의를내포하고있다는것이다.

아감벤은인간내면에야생성,동물성,인간성이있는데섞여있지않고접촉해있을뿐이라고한다.이책에서그는인간이야생으로부터동물로,그리고현재모습의인간이되었다고생각하지만,실제로는피노키오가그렇듯변한적이없다고역설한다.그런의미에서꼭두각시가인간이된적은없는,둘이분리된채끝나는피노키오서사는,인간을정의하는근대성이라는장치가작동하지않았거나혹은오작동되었다는것을시사한다.언제나그렇듯‘생명철학자’아감벤만이전할수있는놀랍고충격적인메시지다.

근대성이성립하는시기에쓰여진『피노키오의모험』은동시대인,다시말해‘우리’라는존재의서사를알리는시작이나마찬가지다.그래서콜로디의소설은동화면서동화가아니고,우화면서우화가아니며,기독교와이교도를은유하면서도종교적해석을배제하는문학작품이다.분명인간의조건과그경계를묻는『피노키오의모험』은인류역사가이어지는한끊임없이비평과해석을낳을것이다.

책속에서

지금눈앞에는1911년피렌체벰포라도출판사에서출간된『피노키오의모험』이있다.카를로키오스트리의삽화가포함된이책의여섯번째장은다음과같은운명적인단어로시작한다.-15쪽

‘일상을뚫을수없는것으로,뚫을수없는것을일상’으로인식할줄안다면,피노키오동화는바로그원리에따라움직인다고볼수있다.상징과원형이끊임없이되풀이되고매번새로운인물에새옷이입혀질뿐이라면,이는교리문제가아니다.이는상징과원형에스며있는상상력때문이다.-25쪽

조금더주의깊게읽으면첫번째장이문학적으로뿐아니라철학적,신학적으로,그러니까총체적으로풍부한함의를담고있다는것을알수있다.먼저‘갑자기나타났다’라는부분이그렇다.-44쪽

꼭두각시내면에서제페토의지시에완강하게반항하는심리는,무의식적으로콜로디의마음에서즐겁게작동하는,온갖상상이난무하는영지주의신화에서말하는빛의꾸러미혹은빛의조각이나무재료에갇힌채남아있다는것을뜻할수있다.-59쪽
꼭두각시와인간,둘사이의이러한오해를낳는관계를고찰할필요가있다.왜냐면이문제는속임수는아니겠지만,이야기에보이지않는골격중하나일수있기때문이다.-71쪽

피노키오가인형극대극장에서맞게되는결정적인사건은아를레키노와풀치넬라를우연히만난것이다.이들은피노키오를‘형제’라고인식하는데이는꼭두각시로인정한다는것으로이를테면‘절반의혁명’이라볼수있다.-84쪽

귀환과전진.꼭두각시인형의행동을이렇게요약할수있다.‘귀환’은아버지,요정,말하는귀뚜라미그리고선생님을의미한다.책속에서피노키오는독백하면서속내를드러낸다.-102쪽

단숨에약을삼킨피노키오는요정이며칠안에나을것이라고말한것과는달리즉시회복되는데,이는커크가증명했듯이따금갑자기죽을수있지만‘질병에걸리지않는’엘프와피노키오가같은존재라는게밝혀진것이다.-123쪽

이제우리는루치뇰로가의미하는,놀이와의식사이의,그리고장난감나라와경험의연대기적순서사이의역학관계를가설로세울수있다.-166쪽

신비를운반하는당나귀는신비의혜택을받지못할뿐아니라자신이신비를운반하고있다는사실조차깨닫지못한다.그런의미에서,피노키오는신비를짊어진당나귀이기도하다.-181쪽

피노키오의두본성은분리돼있지않고,콜로디가새로이엄선한혼합체며,결합해있지도않다.오히려이들사이를나누는,가능한표현이없다는의미에서‘접촉한다’고볼수있다.-2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