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를통해본‘인간다움’의의미
인간을인간답게만드는기제는무엇인가
나무인형은무엇을충족해야인간이될수있을까?우리는피노키오를그저동화속캐릭터로알고있다.거짓말을하면코가길어지는나무인형.그러나동화같은서사를한꺼풀벗겨보면놀라운알레고리가곳곳에숨겨져있다.‘생명철학’으로잘알려진이탈리아사상가조르조아감벤은작가카를로콜로디의피노키오이야기를통해근대(성)를사유했다.많은이가그저어린이동화로만여기는꼭두각시이야기가실은인간존재에관한놀라운함의를내포하고있다는것이다.
아감벤은인간내면에야생성,동물성,인간성이있는데섞여있지않고접촉해있을뿐이라고한다.이책에서그는인간이야생으로부터동물로,그리고현재모습의인간이되었다고생각하지만,실제로는피노키오가그렇듯변한적이없다고역설한다.그런의미에서꼭두각시가인간이된적은없는,둘이분리된채끝나는피노키오서사는,인간을정의하는근대성이라는장치가작동하지않았거나혹은오작동되었다는것을시사한다.언제나그렇듯‘생명철학자’아감벤만이전할수있는놀랍고충격적인메시지다.
근대성이성립하는시기에쓰여진『피노키오의모험』은동시대인,다시말해‘우리’라는존재의서사를알리는시작이나마찬가지다.그래서콜로디의소설은동화면서동화가아니고,우화면서우화가아니며,기독교와이교도를은유하면서도종교적해석을배제하는문학작품이다.분명인간의조건과그경계를묻는『피노키오의모험』은인류역사가이어지는한끊임없이비평과해석을낳을것이다.
책속에서
지금눈앞에는1911년피렌체벰포라도출판사에서출간된『피노키오의모험』이있다.카를로키오스트리의삽화가포함된이책의여섯번째장은다음과같은운명적인단어로시작한다.-15쪽
‘일상을뚫을수없는것으로,뚫을수없는것을일상’으로인식할줄안다면,피노키오동화는바로그원리에따라움직인다고볼수있다.상징과원형이끊임없이되풀이되고매번새로운인물에새옷이입혀질뿐이라면,이는교리문제가아니다.이는상징과원형에스며있는상상력때문이다.-25쪽
조금더주의깊게읽으면첫번째장이문학적으로뿐아니라철학적,신학적으로,그러니까총체적으로풍부한함의를담고있다는것을알수있다.먼저‘갑자기나타났다’라는부분이그렇다.-44쪽
꼭두각시내면에서제페토의지시에완강하게반항하는심리는,무의식적으로콜로디의마음에서즐겁게작동하는,온갖상상이난무하는영지주의신화에서말하는빛의꾸러미혹은빛의조각이나무재료에갇힌채남아있다는것을뜻할수있다.-59쪽
꼭두각시와인간,둘사이의이러한오해를낳는관계를고찰할필요가있다.왜냐면이문제는속임수는아니겠지만,이야기에보이지않는골격중하나일수있기때문이다.-71쪽
피노키오가인형극대극장에서맞게되는결정적인사건은아를레키노와풀치넬라를우연히만난것이다.이들은피노키오를‘형제’라고인식하는데이는꼭두각시로인정한다는것으로이를테면‘절반의혁명’이라볼수있다.-84쪽
귀환과전진.꼭두각시인형의행동을이렇게요약할수있다.‘귀환’은아버지,요정,말하는귀뚜라미그리고선생님을의미한다.책속에서피노키오는독백하면서속내를드러낸다.-102쪽
단숨에약을삼킨피노키오는요정이며칠안에나을것이라고말한것과는달리즉시회복되는데,이는커크가증명했듯이따금갑자기죽을수있지만‘질병에걸리지않는’엘프와피노키오가같은존재라는게밝혀진것이다.-123쪽
이제우리는루치뇰로가의미하는,놀이와의식사이의,그리고장난감나라와경험의연대기적순서사이의역학관계를가설로세울수있다.-166쪽
신비를운반하는당나귀는신비의혜택을받지못할뿐아니라자신이신비를운반하고있다는사실조차깨닫지못한다.그런의미에서,피노키오는신비를짊어진당나귀이기도하다.-181쪽
피노키오의두본성은분리돼있지않고,콜로디가새로이엄선한혼합체며,결합해있지도않다.오히려이들사이를나누는,가능한표현이없다는의미에서‘접촉한다’고볼수있다.-2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