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생각 (양장)

멸치생각 (양장)

$16.80
저자

김지훈

저자:김지훈
김지훈경북선산의시골에서유년시절을보냈다.문화인류학을공부하다가조소를전공했고,대학에서강의하며조각가로10년간치열하게살았다.갑자기어머니가세상을떠나자평범하게살자는마음이들었다.그때부터작업을멈추고,미술관에서직장생활을시작했다.조각에대한아쉬움을10년넘게말하고있지만,주변을살필수있는사람이되어서행복하다.멸치를다듬다가시작한글과그림으로첫책을펴낼줄은몰랐다.

출판사 서평

멸치에게도이빨이있다

해마다명절선물로받는멸치.그러나아무도귀하게여기지않는다.생선이지만생선도아닌것이비좁은냉동실한귀퉁이를떡하니차지하니까매번천덕꾸러기취급이다.게다가멸치를주재료로할수있는음식도별다른게없다.멸치볶음이나멸치국수정도?멸치는주로음식의배경이되는국물을만드는역할이다.

멸치는이름부터너무하찮다.배에잡아올리자마자급한성질때문에바로죽어버린다고"멸할멸(滅)"자를붙였다는이야기가있다.자산어보에나오는추어(?魚)라는호칭도변변치못한물고기라는의미다.

하찮다고무시하는마음때문일까?사람들은왜멸치내장만똥이라고차별할까?온갖잡고기를잡아먹는명태와아귀의내장은굳이찾아먹으면서,깨끗한플랑크톤만먹는멸치내장은더럽다고기어이떼어낸다.

먹이사슬최하단에위치한멸치!하지만멸치에게도상어처럼날카로운이빨이있다는것을간과하지않아야한다.아무도상상하지못했기때문에,멸치가교묘하게이빨을숨겼다고의심하지만그건멸치의음모가아니다.멸치를무시한사람들의착각일뿐이다.바싹마른멸치지만자존심은엄연히살아있다는증거다!

사실누구나멸치들의헌신과희생으로세상이굴러간다는것을안다.우리가각자한마리의멸치로제몫을다하기때문에세상이살만하다는것도안다.다만흔해서고마움을모르고,당연해서소중함을모르는것이다.그런데《멸치생각》의작가김지훈은이렇게선언한다.멸치는흔해서고맙고,당연해서소중한존재라고!

《멸치생각》속멸치의삶은고단해보인다.하지만자존감을잃지않는한,멸치는꿋꿋이앞으로나아갈것이다.그것이멸치의숙명이자미덕이니까.

저자의말

멸치들의세상

출간을앞두고갑자기아이가폐렴으로입원했다.당장직장업무며일정이순식간에재배열되었다.그와중에출판사로부터에필로그요청을다시받았다.무슨이야기를더덧붙일수있을까?사족같아서내내망설이다14년전담도암으로세상을떠나신어머니를떠올렸다.

어머니를간병한시간은1년남짓,그후내인생은바뀌었다.정말소중히여겨야할게무엇인지깨달았기때문이다.그때까지나는조각에대한열정에휩싸여가족과함께하는시간을늘뒤편으로밀어내기만했다.어머니를간병하는동안비로소내가어머니에대해얼마나아는게없었는지,어머니가내게얼마나진하고깊은마음을주셨는지알았다.가족과함께하는소박한시간을대수롭지않게여겼던게한심했다.

평생후회할짓을저지를뻔했다는자각이들자,작업을멈추고직장생활을시작했다.직장인의길역시고르지만은않았다.사람사는세상은늘해결해야하는문제들로넘쳐난다.

《멸치생각》은멸치처럼살면서떠올린생각을가볍게옮긴글이다.막상책으로묶고보니,대놓고무시하거나은근히차별하는풍조에대한비판적인글이두드러진다.누군가는피해의식이과하다고지적할지모르겠다.안타깝지만,우리주위에는무심코저지르는행동때문에상처입는사람들이많다.

또말없이헌신하고희생하는데그것을당연시하면서고마움을모르는경우도많다.

한마리멸치인나는오늘도누군가를만난다.그역시한마리멸치다.그와함께하루를나누면서문득문득생각한다.우리멸치들의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