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자존과 관종의 감정 사회학)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자존과 관종의 감정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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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뾰족한 시대를 살아가느라
아주 납작하게 줄여버린
이 시대의 마음들에 대하여
뾰족한 시대의 납작한 마음에 대하여
“혼자도 안녕합니다”

나와 너는, 나와 우리 사이는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자존과 타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관종의 사이는 또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좀더 괜찮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혹은 좀더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정작 벅찬 일상의 전투 뒤에 숨은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이해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개인과 사회의 거리를 따지거나 자존과 관종의 간극을 헤아려보는 시도는 늘 ‘다음 번’으로 미루어진다.
이 책의 제목인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가만두지 않을 테야’라고 으르렁거리는 것만 같은 뾰족한 시대를 살아가느라 그 어디와도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아주 납작하게 줄여버린 이 시대의 마음들이 되뇌는 자기최면이다. 이 말 안에는 나만 잘될 수도 없고, 나만 잘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님을 알지만, 나만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양가성이 배어 있다.
이 책의 부제인 ‘자존과 관종의 감정 사회학’은 엄밀한 의미에서 학문을 일컫는다기보다 사회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해석해보고자 하는 진지한 마음가짐을 대변한다. 오늘날 이야기하는 마음이 비단 정신이나 심리로만 국한되지 않는, 복합적이고 폭넓은 개념이라는 데 착안해 다양한 미디어·문화현상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마음의 문제’에 다가가려고 했다.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는 개인이 자기 자신, 타인, 사회와 맺는 관계의 거리에 따라 느슨하게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혼밥, 개인 취향, 덕질 등 갈수록 더 강조되는 개인이라는 개념을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2장에서는 일상 안에 내재된 타인의 시선을 먹방, 리액션 비디오, 인성짤 등의 소재를 중심으로 풀어보았다. 3장에서는 오늘날의 소비 패턴과 주거 양식, 성장에 대한 고민과 지식을 선택하는 과정 등을 통해 스스로 그려가는 우리의 자화상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았다. 4장에서는 온라인으로 옮겨간 우리의 삶이 변화하는 방식을 기계와의 소통, 라이브 방송, 랜선 관계, 인증 문화 등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했다. 각각의 글이 다루는 소재는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 곳곳에서 회자되었지만, 좀처럼 한쪽으로 마음을 정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그 문제 안의 여러 마음을 내치기보다 되도록 끌어안아 보려고 했다.
저자

강보라

한국예술종합학교,KAIST,연세대학교에서영상미디어와커뮤니케이션을공부했다.계간지『1/n』에서에디터로일했으며,『한겨레21』의‘마음비추기’코너에글을연재하기도했다.현재대학에서미디어관련강의를하는한편,미디어와문화현상뒤에숨은사회의마음에관심을두고연구한다.최근에건강과먹거리를둘러싼미디어지식의문제(「건강먹거리담론의수용에관한연구」),팬문화내부의역학과사회적의미(「20대여성팬덤의감정구조와문화실천」),소셜미디어상의이미지가생산되는맥락(「SNS상의이미지생산과의미에관한연구」)등에대한논문을썼다.함께쓴책으로는『디지털미디어와페미니즘』(2018),『TheKoreanWave:Evolution,Fandom,andTransnationality』(2017)가있다.

목차

머리말·005

1장혼자도안녕합니다
자리있나요ㆍ혼자입니다만ㆍ013
‘개취’입니다,‘존중’해주세요ㆍ025
‘나’를위한변명ㆍ037
덕질의시대ㆍ048
여럿의이름으로ㆍ060

2장나도아직나를모른다
탕진잼을위한서시ㆍ075
편의점인간ㆍ087
투명한집ㆍ099
어른이된다는것ㆍ110
마음의지식,지식의마음ㆍ121

3장타인의시선과반응에민감한이유
조금은다른여행ㆍ135
먹방의끝은없을지도ㆍ146
반사의반사ㆍ158
인성게임ㆍ170
호모無노동ㆍ182

4장랜선혹은라이프
아무래도인간은곤란합니다ㆍ195
인증하라,한번도인정받지못한것처럼ㆍ207
딱거기까지만ㆍ218
일상의라이브ㆍ229
현실로그아웃ㆍ241

참고문헌ㆍ253

출판사 서평

‘개취’입니다,‘존중’해주세요

일본드라마<고독한미식가>의주인공은영업의특성상매일고객을만난다.고객들중에는주인공에게무리한것을요구하는이도있고,무례하게구는이도있다.하루종일고객을방문하고여러업무에시달리는주인공은경건한의식을치르듯‘혼밥의시간’을갖는다.타인을위해하루하루를사는주인공이지만,밥을먹는순간만큼은철저히혼자의것으로간직하고싶은것이다.나만의시간을확보하기어려워진환경에서밥을먹는순간만큼은고독속에서나다움을되찾을수있는기회를갖는다.타인과의관계안에서자신을찾는대신우리는혼밥을통해먹는다는본능의욕구를따름으로써나자신의감각을일깨운다.
‘그래,이제부터는혼자즐기는거야.’이렇게마음을굳게먹었지만,보는눈이신경쓰일때가있다.‘왜,밥을같이먹을사람도없어?’,‘혹시사람들과잘못어울리는거아냐?’,‘문제가있는건아니고?’무리에서떨어져혼자무언가를하기위해서는무수히많은질문의산을넘어야한다.그러나그산은무신경의땅위에무관용의자양분을먹고서있는경우가많다.혼자밥을먹는것은따돌림을받거나사회생활의실패로혼자밥을먹는것이아니라,정말혼자이고싶어서자발적으로선택한것이다.
2017년페이스북에개설된‘오이를싫어하는사람들의모임’은약10만명에달하는사람들의지지를받았다.‘오이를싫어하는사람들이살만한세상을위해’만들어진이커뮤니티는오이를먹지않는다는이유로주변사람들에게핀잔을듣거나오이를빼고음식을주문할수없었던경험을공유한다.이커뮤니티내에서넘쳐나는공감은음식취향을드러낼수없었던사례가어쩌면오이에만국한된게아닐지도모른다는추측을가능케한다.제2의,제3의‘오이를싫어하는사람들의모임’이생겨날가능성도있는것이다.누구에게나자신만의‘오이’가있다고가정해보면어떨까?즉,타인과의비교를통해형성된취향이아니라,즉자적으로생겨난취향이있다고한다면?
“나만잘되게해주세요.꼭나만.”한어린이가새해소망으로적어냈다고알려진이한마디가소셜미디어를수놓았다.이와비슷한풍경은박근혜정부에서‘국민이행복한나라’라는캐치프레이즈를내세웠을때도펼쳐졌다.온라인커뮤니티에는‘국민이행복한나라’를‘내가행복한나라’로변모시킨풍자가가득했다.누구인지모를‘국민’보다는확실한‘내’가우선행복한게중요하지않겠냐는반문이숨어있는듯하다.웹툰<대학일기>의한에피소드에서주인공은‘인생은어차피혼자’라며자기만의시간에집중한다.때로친구들과만나노는것도좋지만,혼자영화를보고혼자노래방에가는편이더편하다고고백한다.

“돈을쓰고돌아다니는건재밌는것같아!탕진잼!”

‘재물따위를다써서없앤다’라는탕진은전통적으로부정적인의미를갖고있다.그런단어뒤에‘즐거운기분’또는‘크게흥미를느끼는상태’를뜻하는‘재미’가붙는다는것은언뜻모순으로비치기까지한다.일반적으로탕진이라는행위뒤에찾아오는감정상태는허탈감이나불안감과더가깝다고여겨지기때문이다.하지만‘탕진잼’은그뒤에숨은복합적인맥락을살펴볼수있는기회를만들어주기도한다.스스로넉넉한상황에있지않음을알고있지만,‘탕진’이라는소비-놀이를유희적으로승화시킴으로써자신의상황을비관하지는않기때문이다.마땅히재산이라고할만한것도없고,일정한돈을모아집과같은더큰재화와교환할수도없는상황에서자신이갖고있는약간의여유자금을필수품목이아닌재화를소비하는데지출하는‘현실타협적탕진’의의미를띤다.
자신에게허락된범위내에서최대한을소비함으로써탈금욕의순간을만끽하는것.이를다른‘탕진재머’와공유하고‘탕진력’을인정받음으로써내일의불확실성을이겨내고자하는것.한정된예산내에서사사로운물건을모조리사들여일순간일지언정억눌려왔던소비욕망을발산하는것.소소하게탕진한다고해서별반달라지는것은없지만,그래도최소한주인없던물건들의소유자가된다는것.무엇보다암울하게보일수있는상황을재미로나마위로하는것.이처럼탕진잼은상대의눈을의식한타자지향적인결정에서개인의목표와취향과기준에맞춘지극히자기중심적인선택으로변모하게되었다.그러면서탕진잼과같이소비를통해개인의정서적만족을추구하고자하는현상이두드러지고있다.

힘빼지않고적당히일하는법

유튜버나아이돌,때때로직업이라부르기모호한건물주를장래희망으로적어내는아이들의생각은‘바둑을취미로두는프로그래머’가되었으면하는어른들의생각과달라보인다.또지금출판계에서지속적으로인기를얻고있는책들의공통점은어린시절어떤일을할것이라고자신했을지금의젊은독자들에게어떻게하면일에서벗어날수있는지를알려준다는데있다.젊은층의호응을얻는이책들은‘백수로살아남는요령’을전수하거나되도록‘힘빼지않고적당히일하는법’을가르쳐준다.일하고있지않은누군가와일을하고있지만일하고싶지않은누군가에게그래도괜찮다고말해주는,과거에는없던낯선분위기를만들어낸다.어린아이들은대중의인기를얻어돈을많이벌수있는일을갖고자하고,그보다조금더나이가많은청년들은일자체에대해흥미를잃은상황을어떻게보아야할까?
이시대의노동이당면한문제는크게두가지로나누어볼수있다.하나는인간이점점더일을하고싶어하지않는다는점이고,또하나는실제인간이할수있는일이점차줄어들고있다는점이다.누군가‘일을하고싶지않다’라고했을때,특히발화자가젊은층에속할때그마음은종종세대의특성으로치부되기도한다.치열한경쟁으로학창시절을보낸청년들이‘경쟁이싫어백수를선택했다’고할때,기성세대는그것은‘현실도피일뿐’이라고단정짓는다.그러나사회전반에걸쳐일을하고싶지않은사람들의마음이커지는데는여러이유가있을것이다.한가지분명한것은인간의존엄성과노동간의관계에대한시각이변화했기때문에이와같은현상이벌어진다고할수있다.한국처럼집단주의적사고가발달한사회에서‘나의노동’은종종‘우리의노동’으로치환되어개인이받는노동의무게가더욱무겁게느껴지는게사실이었다.
지금의사회분위기는젊은구직자들에게스스로일의의미를찾아갈수있도록독려하지않는다.아니,어떤의미에선그러지못하고있다.한대학졸업식에서도“대학나오면뭐하나,백순데……”라는자조섞인플래카드가붙어화제가된적이있다.한국사회도일하고싶어도일할수없고,일을시작했다하더라도고용불안정등으로지속적으로일할수없는상태에처해있다.일을하고싶어도일할수없는노동환경의악화와이와같은열악한조건안에서부딪히다못해탈출하고자하는시도는결국별개의것이아닌맞닿아있다.

아무래도인간은곤란합니다

일본드라마<문제있는레스토랑>의아메키지카는극중에서사람과직접대면하는것을극도로싫어하는20세의프리터다.첫등장에서부터그녀는마스크로입을가린채사람들과멀리떨어진곳에자리잡는다.말을걸기위해다가가는사람들을향해지카는손을뻗어다가오지말라는표시를하면서도정작자신은어떤말도하지않는다.그대신그녀의휴대전화에서차가운기계음성이흘러나올뿐이다.“사람이싫기때문입니다.거리감을가져주세요.”
기계가인간의일상에침투하기시작하면서,아니인간이기계를일상에들이기시작하면서일어난여러가지변화가있지만,그가운데서도가장극적인변화를보여준것이바로커뮤니케이션의변화다.오늘날에이르러인간은인간-인간커뮤니케이션,인간-기계커뮤니케이션을넘어사물인터넷과인공지능기술로현실화되고있는기계-기계커뮤니케이션까지가능하게만들었다.인간은기계를매개로한가상의상대가애완동물,채팅상대,비서등다양한모습으로다가올때마다기꺼이그대상에우리와같은인격을부여해왔다.
인간커뮤니케이션에기계를초대한이래우리의삶은생각지못한속도로,또생각지못한방향으로나아가고있다.누군가는그것을진보라부를것이고,누군가는그것을재앙으로부를지모른다.거스를수없는흐름은우리의커뮤니케이션에서기계를완전히몰아낼수없다는사실이다.아니우리는그어느때보다기계를간절히원하고있는것처럼보인다.사람의마음은‘기계의마음’보다알기어려운것이되어버렸다.그리하여상대의마음을헤아리거나때로자신의마음을감추어야하는끊임없는타협의관계에서벗어나마음을입력하는대로산출하는기계적마음의시대로기꺼이진입하고있다.이제우리가신경써야할유일한존재는타인과기계를넘어기계에투사되는우리자신의마음이다.

자존과관종사이에서

자신의존재를인정받기위해타인의시선을적극적으로수집해야하는시대에발맞춰진화한SNS는시각적인증에대해타인의인정을받을수있는시스템을고안하기에이르렀다.인증하는자아와이를인정하는타자는상호작용의인터페이스안에묶여댓글과‘좋아요’를증여받고또증여한다.타인의인정을애타게기다리며자아를극단적으로인증하는사례는종종‘관종’으로폄하되기도한다.관심을갈구하는누군가보다그가관심을갈구하도록만든시스템이정작문제적일수있기에보기에따라서는편향된표현이라할수도있다.특히사회구성원들이타인과의상호작용에따라자신을연출하고있음을냉정히받아들인다면더욱그렇다.
지금살고있는순간이어떠한지알기위해,또는내가과연누구인지알기위해가장필요한것은나자신임이틀림없다.인증을하는것도그것으로인정을받는것도얼마든지나의앎이나성찰과멀찌감치떨어져이루어질수있다.그런맥락에서우리는종종타인의눈을신경쓰지않아도된다고,나에게만집중하면된다고자신을타이르기도한다.이와결탁한SNS도자신의모든것을시각적으로인증해타인에게서인정받아야만이름모를이들의기록더미에서살아남을수있다고우리를설득한다.그결과타인에게서완전히벗어나지않는이상인증함으로써인정받는일상은어쩔수없이반복된다.
네트워크로연결된가상관계를두고흔히‘랜선○○’라일컫는다.온라인사전에서‘랜선’을검색하면‘랜선이모’,‘랜선친구’,‘랜선조카’등이연관어로등장한다.이들단어모두실제만나거나혈연등으로이어진것은아니나네트워크를통해가상의가족이나친구역할등을하는관계임을나타낸다.그렇다면사람들이현실에서대면하는관계보다느슨하게연결된랜선관계를더선호하는이유는무엇일까?가상세계에서는적어도물리적으로는위험하고힘든요소들을최대한제거한채안전하고쉬운경험이가능하다.또개인이우선시되다보니자신이외의다른개인을끌어와야만성립하는사회적관계는부담으로다가올수있다.그래서관계맺기를포기하거나‘랜선친구’와같이유사관계를맺는것이다.

현실로그아웃

‘동영상으로된일상기록’인브이로그는‘나와모두를위한다이어리’의전형을가장잘보여주는사례다.브이로그는어떤주제든다룰수있다는점과주변에서볼수있을법한평범한사람들이만든다는점에서친근함을선사한다.그덕분에브이로그는최근유튜브내에서한국어로만들어진콘텐츠중에서도눈에띄는성장세를보인다.브이로그의탄생에는유튜브의공이절대적이다.‘당신을널리알려라’는슬로건아래,유튜브는평범한사람들이어떤주제에대해서든다룰수있는플랫폼을마련했다.라이브가갖는실시간성도브이로그의매력을강화한다.SNS문화의여파로대중은점점‘지금이순간’을공유하고,서로의지금을함께하고있다는연결감을중시한다.그만큼현재를중시하는현재주의적관점이브이로그를통해점점강화되고있다.
현실에서는끊임없이타인과비교하며되도록주류에동화되려고하는반면,가상에서는굳이그럴필요가없다.집단주의적가치가우선시되는사회에살고있는경우개인서사를향한열망은한층커진다.더불어나의이야기를내가만들어갈때나는세계의창조자중하나가될수있다.다른말로가상에서는개개인이현실에서보다자신의능력을경험할기회가많은셈이다.눈에보이는무언가를얻지않고도삶의지속가능성을타진할수없다면현실은더많은사람을가상으로내몰것이다.현실로그아웃은현실에발디딜,자기만의장소를잃은순간과다를바없다.그순간은밀레니얼세대에만국한된것도소수의현실부적응자에게만발생하는것도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