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
1983년서울홍대입구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현대소설을연구하다가‘309동1201호’라는가명으로『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를썼고,그이후대학바깥으로나와서‘김민섭’이라는본명으로이사회를거대한타인의운전석으로규정한『대리사회』를썼다.후속작인『훈의시대』는한시대의개인들을규정하고통제하는언어에대한책이다.저자는대학에서교수도아니고학생도아닌,어느중간에있는경계인이었다.저자는그러한중심부와주변부의경계를넘나드는이들에게보이는어느균열이있다고믿는다.그시선을유지하면서작가이자경계인으로서개인과사회와시대에대한물음표를독자들에게건네려고한다.특히가볍지만무거운,그러나무겁지만가벼운김민섭이라는하나의장르가되고싶어한다.지금은망원동에서글을쓰고책을기획하거나만들고이런저런노동을하며지낸다.1인출판사‘정미소’를운영하고있다.지은책으로『진격의독학자들』(공저),『고백,손짓,연결』,『거짓말상회』(공저),『무엇이우리를인간이게하는가』(공저),『아무튼,망원동』이있고,기획한책으로『회색인간』등김동식소설집과『저승에서돌아온남자』와『무조건모르는척하세요』등‘문화류씨공포괴담집’시리즈가있고,만든책으로『삼파장형광등아래서』와『내이름은군대』가있다.
추천사ㆍ6
머리말ㆍ8
제1장대학은정의로운가?:위법과편법의경계에서
대학과교수와조교ㆍ17
위법과편법|“총장과이사장을고발하고싶습니다”|조교라는정체불명의직함|을과을의싸움|“왜교수들은침묵하는겁니까?”
교수님들의자화상ㆍ30
교수와대학원생의‘갑을관계’|24시간풀로대기해야하는조교|교수님대리운전하는노동자|‘괴물’이된대한민국의교수들
대학에인권과민주주의는없다ㆍ45
대학의전횡에맞선싸움들|대학,촛불을들다|투기자본과대학의‘판돈’이된학생들|“기업화라도제대로하라”|법이버린존재,시간강사
대학원생은왜노조를설립했는가ㆍㆍ59
대학원생은학생이면서노동자다|조명탑에올라가고공농성을한대학원생|월48만원을받는‘TA제도’|대학원생과시간강사는절대적약자|자신의삶을변혁시킬수있는거점
사과하지않는선배들ㆍ74
눈에보이지않는노동|“당신은왜여기에있어요?”|“나는역사교과서국정화에반대합니다”|아무도사과하지않는다|‘추억’하지않고‘기억’하기
염치를아는대학이되기를ㆍ86
제2장청년에게말걸기:청년과아재의경계에서
몸으로쓰는언어의힘ㆍ93
글은스터디가아니라삶이다|‘공부잘하는놈’의고백|‘그냥’버스기사의고백|우리는만나게된다
오늘을읽어내는힘ㆍ105
주류를지탱하는무수한비주류|생활텍스트가된웹툰|동시대를반영하거나,미래를예비하거나|고백은손짓이다
젊은꼰대의탄생ㆍ119
‘취준생’을마주한다는것|정규직에목숨거는신입사원|“언제부터꼰대가되었습니까ㆍ”|누구나어제보다꼰대가된다|조직의논리에동화되는괴물
어른은어떻게성장하는가?ㆍ133
어른이된다는건너무나피곤한일|재능기부라는언어권력|“더치페이하는게편해요”|“제발꼰대가되어주세요”
광장과월드컵ㆍ146
내가겪은한국현대사|거리에서응원을한다니|“제가술을한잔사도될까요ㆍ”|500만명이모이다|몸에새겨진역사
살아보니돈은별로중요한게아니더라ㆍ161
제3장연대하는사회:느슨함과긴밀함의경계에서
분노의글쓰기,증오의글쓰기ㆍ167
증오사회를고찰하다|분노인가,증오인가?|숭고한애도|증오는모든자리를폐허로만든다
타인을외롭게만드는사람들에게ㆍ182
타인의운전석에앉는다는것|발화권력을가진존재들|젊은대리기사를찾는손님들|“연탄가스마셔보지않은자와는인생을논하지않겠다”|타인의말을듣는연습
작가는왜가난한가?ㆍ199
최영미시인은가난하다|가난을강요받는삶|느슨한연대|우리시대시인의가격
책을둘러싼모험ㆍ216
책은‘쓰는’것인가,‘만드는’것인가ㆍ|초보작가와편집자|작가와편집자,어디에선을그어야할까ㆍ|독자는작가의삶의궤적을좇는다|사람들아,책좀사라
그해겨울,우리는광장에있었다ㆍ236
100만명의나와만나는심정|‘산책’에자괴감이든사람들|누군가에게는이미일상이‘식민지’다|N개의촛불을들고광장에서다|“우리,여기에있다”
참담한,자본의애도ㆍ248
우리는느슨하게연결되어있다
“중심부와주변부의경계를넘나들며
개인과사회에물음표를던지다”
2015년‘309동1201호’는『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에서대학원생과시간강사의삶,대학사회의적나라한민낯을고스란히담아냈다.당시‘309동1201호’는현직대학시간강사였다.저자는자신이대학에서보낸8년을‘유령의시간’으로규정하고우리시대의‘각자도생’의시간을보내며‘노오력’하는청춘의가슴아픈이야기를전했다.그후대학바깥으로나온저자는‘김민섭’이라는본명으로『대리사회』를썼다.김민섭은이책에서“이사회는거대한‘타인의운전석’이다”라고선언한다.우리는온전히자기자신으로서행동하고,발화하고,사유하지못한다.대리사회에서우리는신체와언어의주인이아니고,사유까지도타인의욕망을대리하고있었다.타인의운전석이라는‘을의공간’에서말과행동이통제되는것처럼말이다.결국우리는한국사회의천박한욕망을대리하고있었다.
김민섭은자기자신을경계인으로규정한다.2015년당시대학에서대학원생이나시간강사로있으면서중심부도주변부도아닌완전한경계에자리하고있었다.교수도아니고학생도아니고,자신을노동자나사회인으로여기기에도어려웠다.그런어중간하고어정쩡한자신이‘나는지금여기에서무엇으로존재하고있는가’하는필연적인물음표에도착하게되었다.인간은끊임없이자기규정을하며삶의의미를획득해나가는존재이기때문이다.그렇게자신과닮은타인의삶을살피고,나아가자신을둘러싼시스템이가진균열을목도하게되었다.
우리사회를살아가는수많은개인중에서‘청년’은그이름만으로도가장경계에자리하는경계인이다.청년을수식하는단어는꿈,미래,열정과같은설레는것들이지만동시에모호하다.청년은미래를선도하는주체에서과거에견인되는피주체로서전락하고말았다.더구나‘N포세대’가된이들의결혼,취업,출산등의포기는개인적이라기보다는구조적저항에가까울지도모른다.이들은개인적문제에서구조적문제로서자신들의문제를인식하게되었다.
김민섭은『경계인의시선』에서연대보다강력한‘느슨한연결의힘’을말한다.여기에서연결은기성세대가감각하는‘연대’와는결이다르다.청년들은서로느슨하게연결되기를바란다.비슷한옷을입고비슷한구호를외치고어깨동무를하는연대가아니라,어느한가지를매개로이어져있으면그만이다.취향이나지향이비슷한타인과만나고그들의개인정보를묻는일을금지한다.하나의깃발과구호아래움직이는것이아니라,개인대개인으로서자신과타인을감각하면서하나의실체가없어보이는조직을움직여나간다.이것이최근의청년들이보이는가장큰세대적특성이다.사실완벽한중심도주변도없다.어쩌면우리는모두경계인이다.저마다자신의자리를명확히인식하는것이중요하다.그렇게우리는경계인으로서타인을감각하며살아가야한다.
정의롭지못한대학을고발하다
한국의수많은대학에서대학생과대학원생은여러공간에서노동을한다.각부처에서‘근로장학생’이나‘조교’라는정체불명의직함을단행정노동자로존재한다.그런데노동하는학생들에게임금이제대로지급되는일은거의없다.그대신등록금의일부가감면되거나근로장학금명목으로돈이지급된다.근로기준법에명시된사회적안전망,즉최저시급?주휴수당?4대보험?퇴직금등세상의상식은무시된다.이것은위법은아닐지라도편법이다.법의느슨한지점을이용해그경계를넘나들며벌이는비열한행위다.모든학생은강의실에서는학생이고노동의현장에서는노동자다.배움의주체로서학업에필요한아낌없는지원을받는동시에노동의주체로서온당한대우를받아야한다.그러나수많은대학은이들을학생으로도,노동자로도바로설수없는유령으로만들고있다.
시간강사법은2011년12월국회를통과하고서도그시행이몇차례에걸쳐유예되다가,2019년8월부터시행되었다.이것은1년이상고용보장,건강보험보장,방학중임금과퇴직금지급등시간강사의처우개선을담은법이다.그취지는좋으나,결과적으로시간강사들의일자리를빼앗는악법으로전락했다.전국420개대학·전문대학가운데약20퍼센트인76곳이2018년보다교원이50명이상감소한것으로파악되었기때문이다.여전히대학들은시간강사들을대학의유령으로만들어버렸다.시간강사는대학이라는구조안에서절대적약자이자‘법이버린존대’다.한국의대학들은오랫동안시간강사들을구조적으로착취해왔는데,‘지식을만드는공간이햄버거를만드는공간보다사람을위하지못하는것은슬픈일’이면서안타까운현실이다.
2018년2월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대학원생노조)이출범했다.대한민국에대학원생제도가생긴이래가장상징적이고급진적인사건이다.당사자들은“우리는학생이면서동시에노동자다”라고선언하고,대학측과단체교섭이가능한조직체를만들었다.몇년전부터교수와대학원생의‘갑을관계’가사회적이슈가되었다.2015년인분교수사건,2017년서울대팔만대장경스캔노예사건등대중의공분을산여러사건이발생했다.대학원생노조가가진가장큰힘은당사자성에있다.현직대학원생들이자신들의필요에의해만든전국단위의조직이기에당위성이나진정성도강력하다.당사자가구조적문제를인식하고그것을해결하겠다는의지를내보이지않으면,그를둘러싼문제들은결코해결되지않는다.이제대학원생노조는대학원생들의삶을변혁시킬수있는거점으로거듭날것이다.
청년을이해한다는것
웹툰에는오늘을읽어내는힘이있다.더불어웹툰에익숙한젊은세대가직접창작자이자향유자로나서고,자신들이바라보는사회를그대로그려낸다.웹툰은젊은세대들에게가장적합한읽을거리가되었고,한국사회의가장젊은감각과실재를촘촘히드러낼수밖에없다.웹툰은젊은세대들에게하나의‘생활’로자리잡았다.밥을먹고잠을자는것처럼‘생활텍스트’로자연스럽게곁에두고읽게되었다.2012년〈미생〉이그랬고,2017년〈팀장님만화〉가그랬다.〈미생〉도〈팀장님만화〉도그시대를정확하게포착하고,동시대를실시간으로반영하거나다가올시대를예비했다.웹툰을비롯한서브컬처장르들이시대적으로갖는가장큰가치는그것이젊은세대를이해하게해준다는데있다.
수많은청년문제의근본적원인은‘취업이잘되지않는다’는데에있다.취업을포기하기에연쇄적으로연애,결혼,출산,육아,주택등을포기하게되는것이다.이제는‘88만원세대’를넘어서무급인턴마저스펙이되는시대가왔다.누가취업했다고하면인턴인지,비정규직인지,정규직인지확인해야한다.취업을앞둔청년들의간절함,두려움,조급함의크기는우리가상상하는것이상이다.취준생은그어느때보다도가혹한시대를살아내고있다.그래서어느세대보다도빨리‘꼰대’가된다.성장이정체된한국사회에서취업과생존을위한가혹한경쟁을해온지금의청년세대는거기에서승리하든패배하든어떤보상심리를간직하게된다.지금의청년세대는그들이혐오해마지않는‘아재’와‘꼰대’가될사회적조건을충분히갖추었다.
타인을외롭게만드는사람들
개인의분노는글쓰기로전이될때무척큰힘을가진다.고백이나고발이라고할수있는글은독자들에게쉽게분노를전염시키기때문이다.그파급력은엄청나서이사회를변화시킬수있을것처럼보이기도한다.그러나그것이공론화에이르지못하고개인의분노에머물게된다면,그분노는사회적의미를획득하지못한다.그대신증오로발전하고,개인들에게단절·폐쇄·고립등의근거를제공하게된다.우리는개인의분노를사회적분노로확장시키기위해조금더노력해야한다.증오는모든자리를폐허로만든다.모든문제를현상으로만받아들이고그에따라자신과타인을구분하고격리시킨다.분노사회는사회를바꾸는힘이되지만,증오사회는사회를무너뜨리고말것이다.
어느공간에나발화권력을가진이들이있다.직위,성별,세대등이그것을결정하기마련이어서,‘성실하게’살아온한국사회의50대남성들은대개대화의지분을조절할수있는자리에있다.그러니까자신이독점할것인지,적절히분배할것인지,완전히양보할것인지를결정할수있다.대학의강의실에서도,가족이모인식사자리에서도,평범한술자리나독서모임같은데서도자주벌어지는모습이다.어느공간에서‘말’을점유한다는것은자신의존재를증명하려는욕구와연결된다.그들은자기서사를강요하면서타인들을대리기사같은주변적존재로만들어버린다.아재들은자신의권력에대해조금더검열할필요가있다.한국사회에서지금껏타인의눈치를보지않고살아온세대는별로없다.이제아재들도타인의말에조금더귀를기울여야한다.타인의말을듣는연습부터시작해야한다.
우리는서로연결되어있다
2017년8월최영미시인이페이스북에올린글이화제가되었다.그는월세계약이만기되어집을비워야할처지가되었고,그래서“방하나를1년간사용하게해주신다면평생홍보대사가되겠”다는내용의이메일을서교동의아만티호텔에보냈다.그러면서“그냥호텔이아니라특급호텔이어야한다.수영장있음더좋겠다.아무곳에서나사느니차라리죽는게낫지않나”라는내용을덧붙이기도했다.최영미시인은가난하다.그는그나마형편이나은편이고다른전업작가들은더욱가난하다.전업으로글을쓰는시인과소설가뿐만아니라번역가,연구자,저술가,음악을하는이들도미술을하는이들도대개는가난하다.이름없는창작자들이나젊은연구자들의생계는가혹하다.그들은‘가난을강요받는삶’을살아가고있다.
천주희작가는‘느슨한연대’를주장했다.평소에는잘알수없지만어떤일이있어잡아당기면비로소팽팽해지는,느슨하지만결국연결되어있는,그래서곧만날수있는그러한관계가있다.그는연구자뿐아니라모든독립예술가가4대보험을보장받을수있어야한다고말했다.글을쓰고,그림을그리고,노래를한다는이유만으로도국가가최소한의사회적안전망을보장해야한다는것이다.또어떤형태로든‘조직’이필요하다고말했다.연구자를비롯한독립예술가들의연대를의미하는것이다.자신이속한집단뿐만아니라비슷한부류의집단으로시야를넓혀야한다.우선은기준을만들고합리적인제도를제안할수있을것이다.그러한움직임은적어도여기에누군가가있다는외침이될것이다.결국인식과제도의문제다.굳이선행과후행을따지자면,제도가그앞에와야할것이다.제도라는것은가장위부터아래까지균등하게닿아야한다.
최영미시인은‘아만티호텔’사건을통해우리시대시인의가격을상징적으로보여주었다.어쩌면그는‘아만티호텔’이라는신작시를발표한것이다.그시는그가혼자쓴것이아니라,자신도모르는사이에독자가되고나아가저자가된평범한우리가함께써냈다.우리는모두연결되어있다는자각,모이면무언가해낼수있다는믿음,무엇과도경쟁할수있겠다는자존감,그러한감각들이우리사회를건강하게만든다.‘나’에서‘너’로,‘너’에서‘우리’로,그러니까개인에서사회로자연스럽게물음표가확장되는것이다.그에답하는과정에서우리는서로만나게된다.너와내가다르지않음을받아들이고함께이사회를바꾸는일에동참하게된다.
우리는연대해야한다.그러나당장무엇을바꾸기위한,오늘혁명을하기위한투쟁이어서는안된다.오늘만광장이존재하는것처럼의미를부여하면,자신의광장에서이미N개의촛불을켜고기다려온사람들이있음을쉽게잊게된다.청소년이,여성이,성소수자가,장애인이,비정규직노동자가,그리고소외의언어조차부여받지못한우리주변의누군가가저마다의광장에존재한다.우리가상상해야할‘우리’는아직도너무나많다.연대는그러한이들을기억하는것,그들의처지에서생각하는것으로시작해야한다.그러한느슨한형태의지속적인연대가필요한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