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바꾸려면
“정치는사회경제적약자들이
더편하게살수있는세상을만드는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철희의원은2019년10월14일국회법사위국정감사에서이렇게말했다.“저는단하루도부끄럽지않은날이없습니다.부끄러워서법사위못하겠고요.창피해서국회의원못하겠습니다.”이날은서울중앙지법에대한법사위국정감사가있던날이었는데,조국전법무부장관의동생에대한구속영장기각으로여야의공방이치열했다.이철희의원은“영장발부여부에대해서도여야가입장이바뀌면주장이바뀐다”라며여야의원들을향해비판의목소리를높였다.
여야의입장이바뀌자구속영장기각에대해다른입장을내놓은것이다.내로남불의전형이다.이철희의원은다음날인10월15일「다음총선에출마하지않겠습니다」라는입장문을내고제21대총선에서불출마를선언했다.2016년1월20일“더불어민주당이누구의,어느계파의정당이아니라사회경제적약자들의편을드는든든한버팀목으로바뀌기를,그속에제역할이있기를소망합니다”라며더불어민주당에입당했지만,이철희의원은한국정치의민낯을보고실망을했다.
좋은나라는좋은정치에의해만들어졌다.그래서정치가중요하다.정치를바꾸면삶의질이얼마든지바뀔수있다.보통사람들이먹고사는데도움이되는민주주의가되려면정치가제대로작동해야한다.정치는사회경제적약자들의삶을지키고보살피면서소수보다는다수,강자보다는약자,승자보다는패자를챙기는사회시스템을만들어야한다.그과정에서상대방과다름을인정하고타협해야한다.진보세력과진보정치인들이세상을바꾸는강력한수단으로정치를효과적으로활용해야한다.정치는세상을바꾸는방법중에가장효과적이고,지속가능하고,비용이적게드는것이다.
정치는타협이다.영국의정치학자인제리스토커교수는“정치는진실을추구하거나누가옳은지결정하는것이아니다.더불어살아가는건설적방법이다”라고말했다.보수와진보,야당과여당으로나뉘어죽고살기식으로싸우는정치는정치가아니라쟁투(爭鬪)다.민주주의의전당인의회(parliament)는원래‘시끄러운상점’을뜻한다.국회에서어느누구도옳다고확신할수없으니시끄러운토론과어수선한조정을거쳐타협을모색해야한다는말이다.그래서미국의정치학자인엘머에릭샤츠슈나이더는“민주주의란스스로가옳다고확신하지못하는사람들을위한정치체제다”고말했다.
영국셰필드대학매슈플린더스교수는“민주정치는다름을긍정하고타협을인정하는데에기반하고있다”고말했다.미국의진보적사회운동가인솔알린스키도“타협이전혀없는사회는전체주의사회이다.자유롭고개방적인사회를하나의단어로정의해야한다면,그단어는‘타협’일것이다”라고말했다.알린스키에게정치는타협의기술이다.독일의사상가인막스베버는“정치는열정과균형적판단둘다가지고단단한널빤지를강하게그리고서서히구멍뚫는작업이다”고말했다.그래서정치는이해와요구를확인·정립하고,조직화하고,설득하고,공박하고,숙의하고,타협하는과정이라고한다.
진보의정치
한국의진보는무능하며,정치를통해세상을바꾸는데아주둔하다.더군다나닫혀있다.진보는새로운세상으로열림을추구하기에닫힘은진보와애당초어울리지않는다.또낡은교조에매달려습관적으로변화를거부한다.뭐든새로운시도를해보자고하면‘안된다,하지마라’는주문만외운다.오랫동안저항세력,소수파,비주류,야당의입장에서있었기에보수의온갖악행을막고자이런행동양식이생겨났다.하지만이제는집권세력,다수파,주류,여당의입장이되었다.의회의석에서는여전히과반에못미치지만,비록일시적일지라도세력이나구도에서는확연하게다수파가되었다.단언컨대,변화에대한두려움을이겨내지못하면진보는절대로새로운세상을만들어낼수없다.정치적진보의DNA는담대한혁신이다.그리고‘열린진보’가답이다.
진보는보수와의대결에서승리하는데집착하지말고,보수와다르다는것을보여주는데연연하지말고사회경제적약자들의삶을살펴야한다.보수를이기기위해안달할것이아니라세상을바꾸는진보가되어야한다.진영대결은적대적공존체제로서정치를죽이고,정치인의무능을조장한다.상대에대한악마화,조롱,무책임한구호만난무하기일쑤다.다시말해진보와보수의적대적공존프레임에서벗어나야한다.더나은세상은진보에더많은결단과타협을요구한다.노동조합의조직력을끌어올리고,노조등노동의정치적세력화를뒷받침하는제도를마련해주고,아파트를주거공간에서생활민주주의가작동하는삶의공동체로만들어주는제도의마련등이중요하다.
정치가내삶의문제가아니라엉뚱한문제를놓고죽기살기로싸우는꼴을보고서도정치를좋아할사람은없다.그야말로먹고사는문제를놓고갑론을박하고옥신각신할때보통사람들도정치를쳐다보고정치에관심을갖게된다.국민들이정치를보면서화를내는것은주권자의마땅한권리다.정치가사회경제적약자들의고단한삶을보살피는기제가되려면정치의작동방식을바꿔야한다.
정치는수의게임이다.다수파가되기위해서는어쩔수없이양보하고타협해야한다.자신이원하는것을얻기위해상대가원하는것을받아들이는것이타협이다.주고받는게임,서로양보해서절충하는게임이바로정치다.그래서정치의심장은전략이라고한다.타협에대한두려움혹은익숙하지않은변화에대한두려움을이겨내야유능한진보나성공하는진보가될수있다.그래서유럽의복지국가가만들어졌고,이복지국가는혁명에의한사회주의국가보다나은것임을역사적으로증명했다.예를들어스웨덴의진보정치인들은이념적순결성이나정책적완결성보다는정치적유연성과통합적리더십으로복지국가를건설했다.아무리좋은정책도정치를통해현실화되는것이중요하다.좋은정치없이좋은정책없다.따라서진보는진보적가치와정책이대세를이루는새로운정치질서를구축할수있어야한다.
유능한정치인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무엇이유능한정치를가능하게하는가?선거때마다수없이반복해서사람을대거바꾸는물갈이공천을하고,스펙이좋거나심성이착하거나잘알려진사람들을발탁해도정치의질은전혀나아지지않았다.좋은정치인은지능지수나스펙,인격,인지도등과상관없이누구를대표할것인지와어떻게책임질것인지를분명하게알고실천하는정치인이다.이런정치인은유권자의이해와요구,선호와열정에충실하다.이것이정치가유권자나사회경제적약자들의삶에반응하도록하는유일한해답이라고할수있다.착한심성을가진사람이나선한의지로충만한사람이좋은정치인으로성공할수있는것은아니다.선의와신념을말하는정치인일수록정치문법에약해성과를만들어내지못하거나,심성이착할수록타협에주저하기쉽다.정치인은성과로평가해야한다.정치에서는선의보다는결과,마음보다실력이핵심이다.
유능한진보가존재함으로써받는경쟁의압박이없는데선한보수가알아서사회경제적약자들에게유리한‘좋은사회’를만들어내지는않는다.따라서어떻게정치적다수를만들어낼것인지가중요한데,이것이바로진보의실력에해당하는문제다.이는신념정치가아니라책임정치의문제이기도하다.또선거정치는일상정치와긴밀하게연동되어야한다.일상정치에서이루어지는평가가선거정치에서이루어지는투표로나타나야그나마좋은인물을선택할수있기때문이다.
선거에서뽑힌사람이착하든착하지않든그의정치활동이유권자의삶을살피는것이되도록강제하는것이중요하다.이것역시일상정치에서정치인이유권자를의식하고두려워하게해야가능하다.자신이대표하고자하는자신의지지층에게필요한갈등을의제화해내는것이일차적과제라면,사회경제적약자들을대표하는진보세력은사회경제적어젠다를부각하려고노력해야한다.사회경제적약자들이계층적이해관계를잣대로정치를바라보고선거에참여하는것이그들에게가장유리하기때문이다.
지역구민의삶을살피고챙기는것이유능한정치라면,정치인은지역의풀뿌리조직에서부터성장하는것이좋다.미국대통령을지낸버락오바마만하더라도본격적으로정치에뛰어들기전미국내풀뿌리사회운동이가장활발한시카고의흑인공동체에서민주당풀뿌리조직의조직가로서활동을했다.지역에서검증받고성장한정치인이라면당연히유권자를쳐다보고,그들의삶을챙기는정치를펼치기마련이다.지역을잘모르는채스펙이나인지도때문에정치인이된다면,그가유권자를보고정치할까닭은없다.좋은정치와좋은정치인이나오는유일한길은유권자를두려워하는정치가이루어지도록정치시스템을개편하는것이다.
정치를바꿔야한다
보통사람들이잘사는나라와못사는나라의차이는그나라정치가만들어냈다.좋은정치가있어야보통사람들의좋은삶이가능해지기때문이다.그렇다면정치를어떻게해서든바꿔야한다.정치는약자의무기다.재산이나학력등그어떤조건을무시하고무조건한사람에게1표씩만준다.누구나동등하게가진표를많이얻은후보에게권력이주어진다.한사회에서강자·부자·승자는소수고,약자·빈자·패자가다수다.그러니이들이뜻을모으면누군가를당선시킬수있고,그러면그를통해내삶을바꾸는공적결정을내리게할수있다.자신이사회경제적약자라면,먹고살기힘들수록정치를외면해서는안된다.
다수대표제에의한인물중심의정치보다비례대표제에의한정당중심의정치에서더나은사회가가능했다는것은경험적으로확인된다.그래서선거제도가중요하다.비례대표의석이상당한수준으로늘어나면정치의질이바뀐다.우선전략투표가줄어들고진심투표가늘어난다.진심투표의비중이높아지면한정당이과반의석을갖거나,두정당이대부분의의석을차지하는양당제보다는제3당이하정당들이의미있는의석을갖는다당제로바뀌게된다.다당제의장점은사회경제적약자들의이해가정치적으로대표된다는점이다.비례대표제-다당제국가에서는복지처럼사회경제적약자들을상대적으로더잘대변하는정부가들어설가능성이높다.
시장의논리인‘1원1표’에비해정치의논리인‘1인1표’는부자에게불리하고서민에게유리하다.부자는소수고서민은다수이기때문이다.따라서정치를통해서민의이해가많이반영될수록시장의강자인기업과부자들로서는손해를보기쉽다.‘1인1표’의민주주의를통해‘1원1표’의자본주의를교정해야한다.이는‘반시장의정치’라고부를수있다.크게보면반정치의정치가득세하는나라는보통사람들의삶이어렵다.반면반시장의정치가득세하는나라는보통사람들의삶이편하다.민주주의아래에서펼쳐지는민주정치를통해서만보통사람들이자신의실질적이해와요구를구현해낼수있다는이야기다.결국민주정치는약자가활용할수있는가장유효한자구·자위수단이다.
한국에서는무엇보다정치불신이크고,반정치정서가여전히강하다.정치를통해삶이달라지는것을체험하지못했기때문이다.정치를바꾸려면안토니오그람시가말한것처럼지성의비관주의와의지의낙관주의를동시에가져야한다.지성적인판단에따르면세상은바뀌지않는다.현실의강고한저항력을차가운지성이헤아리기때문이다.의지는계산에따르지않고무작정버티는것이다.옳은것이기에,가야할길이라고생각하기에가는것이다.세상을바꾸는용기는바로이런의지에서비롯된다.부자아빠를만났다고해서좋은삶을,가난한아빠를만났다고해서나쁜삶을살도록방치하지않는것이좋은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