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마약이자설탕이다
영국사상가토머스홉스는“권력을쉬지않고영원히추구하는것이인간의일반적인경향이며,이런권력욕구는오직죽어서만멈춘다”고말했다.인간의권력에대한의지는상상을초월한다.오죽했으면죽어야그욕망이멈춘다고했겠는가.그런데문제는신념이다.어떤신념에중독되면우리의사고방식은왜곡되어다른이들을깎아내리고괴롭힘으로써도취감을느끼게된다.다시말해신념은진실을차단하는방어벽기능을하면서다른생각을가진사람들을박해하는도구로기능한다.‘나의신념이옳다’거나‘나는예외다’는생각이권력을절대화하는것이다.
권력은사람의사고를말살한다.자신의권력을지키기위해,다시말해상대편을증오하는것에눈이멀면,정상적인판단을내리기어려워진다.이들에게타협은없다.독단적교리에사로잡힌사람들처럼대화를거부하면서욕설과모욕중심의언어를구사한다.그래야열성지지자들이열광하기때문이다.이들은가능성을추구하는정치를이상을추구하는종교처럼대하기때문에타협을거부하는강경파로활약하기마련이다.한국에서는독단적교리가‘지도자숭배’와맞물려나타나는경우가많은데,‘정치팬덤’은그런독단적교리의온상이다.미국의급진적빈민운동가인솔알린스키는“독단적교리는인간의자유에대한적이다”라고말했다.솔알린스키는“있는그대로의세상과우리가원하는세상사이엔큰차이가있다”며사회개혁운동이‘있는그대로의세상’과조응할것을요구했다.
미국제42대대통령빌클린턴은“워싱턴의최고마약은권력이다.권력은감각을둔하게하고판단을흐리게한다”고말했다.또한아일랜드신경심리학자이언로버트슨은“권력은다량을반복해서복용하면중독을피할수없는강력한마약과같”다고말했는데,그로인해20세기에만도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히틀러,무가베,폴포트등수많은독재자가권력에중독되었다.또권력은‘설탕’이다.일본경제학자유아사다케오는“권력은설탕이다”고말했다.권력을상실하면,‘저혈당쇼크’상태와비슷하게된다.그래서많은사람이설탕을향해몰려든다.그들은‘순수’를내세우지만,그들에게권력은열정을실현하기위한‘도구’일뿐이다.윤리와염치가실종되는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자신을정의로간주하기때문에모든것을자기위주로생각하고판단하기쉽다.모든혁명과개혁의타락은바로그런착각에서연유한다.
민주주의는겸손을먹고산다
아무리옳은말이라도,말하는이의독선과오만은말을죽인다.겸손으로무장할때에다른사람들을설득할수있다.그러면성실과용기와책임감도같이생겨난다.“겸손이밥먹여주느냐”는반론이나올법도하지만,겸손은권력의속성에대한해독제로서,권력의유혹을거부하는것이상으로실천하기가매우어려운것이다.겸손해지면해야할일과할수있는일이많아지며,그것을발견하고실천하는과정에서‘구조탓’과‘경제탓’을넘어선다.
겸손을잃은오만한권력에선의는그야말로독약이될수있다.사회정의를구현하기위한일을할때엔겸손하지않아도되는건물론오히려큰소리로호통을쳐가면서해야한다고생각하는건‘자기무덤파기’임을잊지말아야한다.사회적으로중요한일을맡은사람들이아무리옳은일을한다해도자신의‘인정욕구’나‘도덕적우월감’을자제하는겸손을보일때에비로소자신의소신을실천할가능성이높아진다.늘다른사람의허물은현미경으로관찰하려들면서자신의허물은망원경으로도보지않으려는독선과오만이문제라는것이다.
미국역사가바버라터크먼은“권력이독선을낳고,국민에게명령하는힘을가지면안하무인이되고,권력을행사하는폭과깊이가늘어남에따라권력에따르는책임은점점엷어진다는사실을자각하지못하고있다”고말했다.독선과독주로일관하면포용과타협을적대시할가능성이높다.또이른바‘내로남불’의화신으로변해자신과생각을달리하는사람들에대해비판과비난,아니악다구니를써대는모습을보인다.자기희생과순수성의함정을경계하면서권력감정을권력욕못지않게자기통제의대상으로삼아야할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
문재인정권은‘선한권력’인가?
문재인정권은스스로‘선한권력’임을내세운다.아예DNA가다르다고주장한다.문재인정권의지지자들은그‘선한DNA’를앞세워정권권력을옹호하며,그과정에서비판자들에게온갖모멸적인딱지를붙여대는‘도덕적폭력’을행사한다.이른바‘좌표찍고,벌떼공격’으로대변되는일부지지자들의전투적행태는문재인정권을돕는게아니라오히려망치고있다는점에서문제가매우심각하다.그들은온갖아름다운대의(大義)를내세우면서자신의옳음과선함을강변한다.정권권력에도전하는게아니라정권권력을가진사람들이‘도덕적우월감’까지누리면서그것을무기삼아정권비판에호통을치거나욕설을해대고있다.
한국인들은지도자를필요이상으로추종하는동시에지도자가가진이상의것을기대하고요구하는유별난‘지도자추종주의’문화를갖고있다.그래서한국은‘정당민주주의’국가라기보다는‘지도자민주주의’국가다.오랜세월동안정당은포장마차나천막과다를바없다는것을체험한학습효과도적잖이작용했겠지만,그보다는한국인특유의‘인물중심주의’문화가더큰원인이다.더구나지지자들에게문재인은거의‘성인’반열에오른인물로추앙된다.지도자추종은지도자경배로이어진다.그래서지도자를필요이상으로극찬하거나정반대로필요이상으로매도하는양극단의성향을드러내보인다.
문재인정권의기본적인국정운영과정치프레임은‘적대적공생’이다.강경한독선과오만을저지름으로써반대편의강경한극우보수세력을키워주고,이런구도하에서다수대중이문재인정권의‘독선과오만’행태를곰팡이가필정도로낡아빠진극우보수행태에비해사소한것으로보이게끔만들어다수지지를얻어내는동시에장기집권을꾀할수있다는셈법이다.그러나보수의수준이진보의수준을결정하고,진보의수준이보수의수준을결정한다.이간단하고도자명한사실을잊고정권탄생을지지한유권자들,특히그중에서도열성지지자들을대상으로한국정운영을하는정권들이있다.물론문재인정권역시그런정권들중의하나다.정치에서극단적인불균형을보임으로써정치적양극화로흐르면희망이없다.갈등을빚는양측모두정열적인강경파들이득세해증오의대결을벌이는판에서그어떤해법이모색될수있겠는가.
미국의급진적빈민운동가인솔알린스키는“조직가에게타협은핵심적이고아름다운단어다”고말했다.문재인정권은타협할수있고타협해야마땅한방법론마저원칙으로여겨타협을거부한외골수길을걸어온것은아닐까?반면자신들에게적용하는원칙에는한없이신축적이고너그러운여유를보여온게아닐까?즉,경쟁또는적대세력에는원칙의최대주의,자기또는동맹세력에는원칙의최소주의를실천해온건아니겠느냐는것이다.이를가리켜‘선택적타협’이라고해야할까?
독일의사회학자막스베버는“인간의행위와관련해보면선한것이선한것을낳고,악한것이악한것을낳는다는것은사실이아니다.차라리그반대인경우가더많다”고말했다.‘선의의위험성’은진보주의자들이가장경계해야할것이건만,그들은‘선의만능주의’에사로잡혀있어보수의경고를오히려‘선의만능주의’를더밀어붙여야할이유로생각한다.문재인이‘선의만능주의’에가장근접한인물이며,문재인정권의가장큰문제가‘선의만능주의’다.우리가현실적으로바라는것은‘선한권력’이지만,권력주체가스스로‘선한권력’임을내세우는것은매우위험하다.이른바‘내로남불’과‘남탓’의상례화를낳을수있기때문이다.
권력을쥔사람들이악한게아니다.인간인이상권력을쓰는사람자체가완벽할수없다는점이중요하다.그럼에도‘선한권력’을믿는사람들은자신들이‘선한권력’이기때문에더큰일을하기위해‘자기보호’가필요하며,따라서권력을어느정도오·남용하는것은불가피하다고생각한다.바로그런생각때문에타락하고몰락한‘선한권력’이인류역사에는무수히많았다.결국“권력을쥐면사람의뇌가바뀐다”는말은진실에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