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시대의극단과광기
박근혜정부시절이던2016년말의겨울,나라의기본이무너진상황에서국민들은“이것이나라인가?”라는질문을던지며촛불을들었다.이제새로운역사가쓰일것이라는기대가가슴속에충만했다.제19대대통령으로취임한문재인에대한지지율이80퍼센트를넘었던현상은그기대가얼마나컸던지를말해준다.정권만쥐면권력에도취되는한국정치사의악순환에종지부가찍히기를간절히소망했다.그것이문재인정부의역사적소명이었다.그러나갈등은격화되었고,국민들은실망에서체념으로,다시절망으로끝없이추락했다.극단과분열의상처가깊어만가고있는역사의아이러니는국민들을비통하게만든다.
문재인정부와그지지자들은무엇이잘못되었는지에대해성찰할줄모른다.오직비판자들을악마로만들어버리는선악이분법을구사한다.더구나선악이분법이정치적의도와맞물릴때악마만들기의폭력은기승을부리게된다.자신들과다른생각을가졌다는이유로상대방은악마로규정되고돌팔매질을당한다.이단순한선과악의이분법사이에서인간의다양한생각은설자리가없게된다.본래정치는사회구성원들사이에서벌어지는갈등을조정하고사회적합의를모색하는역할을부여받았다.그런데국민들의기대와는정반대로,서로간에갈등이빚어지고반목하게되는것이현실이다.광신적인팬덤정치가낳고있는온갖비이성적인형태는누구의통제도받지않고시대의이성을욕보이고있다.오늘한국정치에서는사실에근거한이성적토론보다는감정과정념의언어들이지배하는상황이갈수록심해지고있다.
문재인정부는청와대의기강해이가연이어물의를빚어도,부동산정책이실패했어도,조국사태가일어났어도,추미애와윤석열이갈등을했어도,민주당광역단체장들의성추행사건이일어났어도,입법독주를했어도,결국문제의출발은그렇게단추를채웠던집권세력의책임이었건만,좀처럼잘못을인정하지않는다.언제나정치적의도를가진검찰의탓이요,검찰편에선기레기들의책임이며,정권의발목을잡으려는야당의탓이다.이들은자신들만도덕적으로옳고우월하다는선민의식에빠져있다.상대방의적폐에대해준엄했던정권이라면그이상으로엄격한잣대를들이대며자신들에게도준엄할수있어야한다.자기자신에게엄격한모습을보일때비로소국민의공감을얻을수있다.
문재인은국정운영에서진영의좁은울타리를벗어나지못한다.집권초적폐청산에대한국민적요구에힘입어지지율이고공행진을했던문재인정부는이를자신들에대한절대적지지로착각해모든것을우리끼리해나갈수있다는지나친자신감,즉오만한태도를보이기시작했다.인사문제도진영의울타리에갇혀자신들끼리국정을운영하려는모습으로비쳐졌다.추미애와윤석열의갈등으로나라가혼돈과분열의늪에빠져있는데,문재인은수수방관만하고있었다.아마도문재인정부의무능이가장집약적으로드러난것이부동산정책일것이다.오스트레일리아의정치학자존킨은“민주주의는겸손한자들의,겸손한자들을위한,겸손한자들에의한통치”라고말했다.하지만문재인정부는무능하면서겸손하지도않았다.어떤경우에도결코잘못을인정하지않는것은문재인정부의정치적DNA인것같다.
조국과추미애의늪에빠지다
윤석열검찰총장이2021년3월4일임기4개월여를남겨놓고전격사퇴했다.문재인정부의집권세력은‘검찰개혁’을주장해왔지만,그것은‘검찰장악’의다른이름이었다.더구나추미애는윤석열의징계를밀어붙이기까지1년내내무리한언행을하면서법치의책임자가법치를무너뜨린다는비판을초래했다.특히윤석열에대한징계는숱한편법과위법논란을불러일으켰다.그동안검찰개혁은국민적합의처럼되었던사안이다.비대한권력이되어부패한검사감싸기를거듭해온검찰권력을개혁하자는데반대할국민은거의없었다.
그런데윤석열몰아내기가전부였던검찰개혁은그런국민적합의에심각한균열을내고말았다.그것은순수한의미의검찰개혁을위해서가아니라살아있는권력에칼날을들이댄검찰총장에대한응징이었다.앞으로정권관련인사들의비리가있다면,누가감히살아있는권력에대한수사를할수있을까?대한민국의시계는거꾸로돌아가고있다.더구나검찰의중립성과독립성이훼손당하는광경을지켜보면서그것이검찰개혁이라고믿는국민은그리많지않았다.
추미애가윤석열몰아내기에몰두해도집권세력내에서이를말리거나비판하는사람은거의없었다.기본적으로는자신이임명한법무부장관이그난리를쳐서민심이등을돌리고있는데도,거기에제동을걸지못한문재인의무능과무책임의결과다.민주당도무능하고무책임하기는마찬가지였다.상식과이성을갖고있고민심을무섭게여기는정당이라면법무부장관의난폭한언행과법규를무시하는조치에대해제동을걸었어야했다.민심의편에서서조국과추미애를비판했던금태섭이나조응천같은정치인들은징계를받았거나지지자들에게서돌팔매질을당했다.결국검찰개혁의핵심이었던검찰의정치적중립은쓰레기통에던져진채검찰은다시정권의하수인이되고말것이다.
2019년여름,‘조국사태’라는말이정치권과언론에등장했다.역대장관임명시에도숱한논란은있었지만,이렇게사태라는말까지붙은것은초유의일이었다.조국을둘러싼뉴스들은대한민국의블랙홀이되었고,온나라가그의임명에대한찬반논란으로달아올랐다.조국이법무부장관에임명된이후에도여론은호전되지않았고,검찰수사에서속속드러난문제들은조국이라는개인을넘어문재인정부의뇌관이되어버렸다.조국은그동안다른사람들의잘못이나불공정한행위에대해서는많은비판을해왔지만,자기자신은같은잣대로들여다보지못해객관성을상실했다.자신이아니면이나라에검찰개혁과사법개혁을할사람이없다고생각했다면,그것은겸손하지못한착각이다.
정경심은1심에서징역4년을선고받고법정구속되었다.재판부는입시비리관련혐의에대해서는모두유죄판결을내렸다.검찰이기소했던15개혐의가운데11개혐의에대해유죄판단이내려졌으니,조국·정경심부부의결백주장은여지없이무너져버렸다.재판부는조국·정경심부부가했던많은거짓말을촘촘히가려냈다.그러자조국을지지하는사람들의성토가이어졌다.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는‘정경심1심재판부의탄핵을요구합니다’라는제목의청원이올라왔다.자신들의생각과다른판결을내렸다고해서실명을거론하며판사의탄핵을요구하는광경이벌어진것이다.
이들은11개혐의가유죄인이유와4개혐의가무죄인이유에대해그내용을반박하거나항의하기보다‘정치적판결’이니‘검찰편들기’니하는음해성공격만을했다.이들에게오직조국을지켜야한다는,결코지면안되는싸움이라는자신들의신념만이중요했다.이들에게는어떤사실도받아들이지않는막무가내의신념이구축된것같다.조국·정경심부부재판을둘러싸고벌어진일들은정치의문제를넘어선집단적정신세계의문제가되고말았다.광신주의에맞서이성과합리의빛을보여주었던계몽주의철학자볼테르는“모든광신자는똑같은붕대로눈을가리고있다”고말했다.
내로남불의정치는어떻게만들어지는가?
내가하면로맨스,남이하면불륜이라고강변하는내로남불의정치는정치적입신양명을위해서는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는생존법이다.또한진실을덮고자기자신을부정하면서라도승리를거머쥐려는비겁한행태다.내로남불의정치는도덕적우월의식에서나오며,겸손을모르는오만의정치와맞닿아있다.문제는이러한내로남불이여야불문하고저질러지고있으며,여야정치인들이서로를내로남불이라고비난하는진흙탕싸움이벌어지고있는현실이다.여야가올바른정치를위해싸우는것이아니라‘누가더나쁜가?’를가지고싸우는꼴이다.그래서합리적보수와건전한진보가없는것인가?
어느정권하에서든,인사청문회만큼내로남불의정치를유감없이보여주는것도없다.여당은지난정권하에서는그렇게목소리를높여비판했던사안들에대해감싸주기에급급하고,야당은지난정권시절바로자신들이행했던일들을단죄하는정의로운심판자로변신한다.우리편의잘못에대해서는어떻게든방패가되어주려는정파적충성을하기위해정치적소신을손바닥뒤집듯하는일도다변사다.여와야가,보수와진보가서로욕하면서닮아버렸다는비판이지나치지않다.내로남불에익숙한정치인일수록자신의변신에당당한모습을보인다.그래서정치인들이란숙명적으로낯뜨거운존재들인지모른다.
내로남불의바탕에는‘우리는그런사람이아니다’라는선민의식이자리하고있다.나자신이든혹은같은진영내의누군가의문제가드러나도,그잘못은쉽게이해되고정당화된다.국회인사청문회때마다반복되었던내로남불은문재인정부의인재풀도다를바없다는회의론을증폭시켰다.청와대대변인이었던김의겸은‘영끌’해서부동산을매입해내로남불의전형을보여주었다.지난정권에서방송장악을그렇게도비판했던문재인정부의집권세력은‘착한방송장악’의수혜자가되었다.물론지난날자신들이했던행동은눈감은채,문재인정부가방송장악을하고있다고비난했던보수야당도낯뜨겁기는마찬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는‘넓은의미의정치학’을인간의좋은삶을목표로하는모든실천적인행위를망라하는윤리학을포괄하는것이라고했다.즉,윤리학과정치학을포괄하는정치학을‘넓은의미의정치학’이라고할수있다.정치가윤리와도덕으로만가능할수없겠지만,그것을포기한정치가공공의선에기여할수는없다.내로남불의정치는그같은윤리를포기한정치다.그런데정치의출발은윤리여야하고그때비로소인간의좋은삶을위한정치가가능하다.
민주주의는어떻게무너지는가?
민주주의는내가틀릴수도있다는생각을가진사람들에의해발전한다.민주주의는다양성에서출발해다양성을합리적으로조정하여합의를이끌어내는제도다.‘나는옳고너는틀렸다’는확신에사로잡힌사람들은민주주의를무너뜨린다.그러니자기와다른의견을배척하는사람들은민주주의를하려는생각이없는것이다.다른생각과공존할수있다는정신이사라진것은민주주의의후퇴를의미한다.이는상대를적으로간주하는정치문화에기댄집권세력의정파이기주의적태도에서기인한다.집단적광기앞에서인간들의합리와이성이패배하는사회는희망을가질수없는세상이다.스페인의화가프란시스코고야는“이성이잠들면괴물이깨어난다”라고말했다.이러고도우리가민주주의를할수있을까?우리는민주주의를할자격이있을까?
자신이생각하는진리에대한지나친믿음때문에다른사람들을배척하는자는결국민주주의를죽게한다.나와다른의견,그러한의견들을가진사람들과공존하며살아갈마음이있는사람들만이민주주의를할수있다.한국사회에는진보적인사람들도있고,보수적인사람들도있으며,어느한쪽에고정되지않은중도적인생각을가진사람들도있다.자기자신을진보나보수라고말하지만,막상그안에서도결이서로다르다.또사람들은저마다의이념과가치에따라,직업과계층과계급에따라,혹은사회정치적지위에따라자신의입장을갖는다.민주주의를하는사회에서그것은지극히자연스러운일이다.굳이그런차이들을하나의것으로통일시키려는일은가능하지도않고바람직하지도않다.
서로다른생각과의견에대해적대적인태도를취하며적군대하듯이하는데는역사의그늘도작용했을것이다.8·15해방이후분단의역사속에서우리는좌우의이념대결로점철된역사를살아왔다.이념이다르다는이유로전쟁을했고,서로를죽였고,그로인한증오의정념은한국현대사를지배해왔다.더욱이오랜독재권력의시대를거치면서독재와민주의이분법에세상을흑과백의논리로보는데익숙해졌다.그중간은허락되지않았다.그런역사를살아온우리에게는서로다른이념과생각에대한증오가정치적DNA가되어머릿속에박혀버린것인지도모른다.
극단과광기가난무하는시대에똘레랑스와공존의길을말하는것은쉽지않다.자칫극단과극단의사이에서양쪽의돌팔매질을당할수도있다.하지만그부당한현실에침묵하는사람이많을수록민주주의는뒤로갈것이며,발언하는사람이많아질수록민주주의는다시앞으로갈수있다.자신들이신봉하는진리를지키겠다고다른사람들에게돌팔매질을하는사람들에게,‘그것은민주주의를파괴하는일’이라고당당하게말하는사람이많아져야민주주의는다시제모습을찾을수있다.반(反)지성주의를선동하는진영의수호자들에게맞서합리와이성의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