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 (에펠탑에서 콜로세움까지)

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 (에펠탑에서 콜로세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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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건축은 전쟁의 생존자이며, 증언자다.”

전쟁이 지나간 자리엔 건축이 있었다
- 수난 속에서 살아남은 28개 건축물로 벽과 기둥에 새겨진 전쟁사를 읽다
『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는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에 있는 28개 건축물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전쟁의 역사를 살펴본다. 로마시대부터 냉전시대에 이르기까지 고대와 현대의 전쟁사를 아우르면서, 관광 명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전쟁 대비용 성이나 요새까지 두루 소개하며 건축물에 얽힌 전쟁 이야기를 들려준다.
건축물만큼 인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대상도 드물다. 그럼에도 우리는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쉽게 찬양하지만 여기에 숨겨진 뒷이야기, 특히 인류의 역사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전쟁의 역사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에 직접적으로 쓰였든 그렇지 않았든, 지은 지 오래된 건축물엔 어느 한 구석에라도 전쟁의 흔적이 새겨지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세계사를 비롯해 전쟁사와 건축사를 각각 다룬 책은 적지 않지만, 전쟁과 건축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살펴보는 책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침묵하지만 ‘전쟁의 생존자’나 다름없는 건축은 마치 한 생명체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전쟁은 잊히는 반면, 건축물은 부서지고 깨어져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에게 지난한 전쟁의 역사를 증언하기 때문이다.
저자

이상미

2009년파리고등예술연구원IESA예술경영학과를,2012년파리고등연구실습원EPHE서양예술사와고고학석사과정을모두최우수생으로졸업하고,2014년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예술과언어박사과정을수료하는등프랑스에서예술전반의기본기를닦았다.2010년프랑스정부산하문화통신부에서프랑스문화재감정과문화재서비스전문가자격증을취득했다.
학업을마친뒤파리의현대미술갤러리와감정사연구소,유럽상위의미술경매회사등에서다년간쌓은현장실무경험을바탕으로급변하는미술시장에대처하는실질적인노하우를익혔다.
2016년이상미술연구소를설립해문화재와예술작품등다양한분야에서개인과집단의문화활동이나문화유산이경제적가치와특정한정치적입장등에따라획일화되는것을막는전문관리자의역할을수행하고있다.
현재는전시기획사인이상아트(주)의대표이사이자전시공간인이상아트스페이스를운영하면서국내작가들에게다양한전시기회를제공하며예술감독,전시기획자,칼럼니스트,작가,강연자등으로활발한대외활동을펼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건축은전쟁의생존자

1장:프랑스-낭만의나라에숨겨진전쟁이야기

에펠탑-히틀러도정복하지못한파리의상징
에투알개선문-전승기념비열풍의원조
루브르박물관-나폴레옹의야욕과집착의산물
앵발리드-황금돔으로빛나는프랑스군의기념물
베르사유궁전-화려함에가려진프랑스의역사적순간들
랑부예성-나폴레옹의치욕과드골의영광이공존하다
마지노선-슬픈역사가된유럽의만리장성

2장:독일-전쟁이우리에게남긴것들

베를린전승기념탑-베를린을굽어보는영원한랜드마크
카이저빌헬름기념교회-수도한복판에우뚝솟은지붕없는교회
노이에바헤추모기념관-단순한공간,단순치않은슬픔
브란덴부르크문-격동의현대사를말없이증언하다
하이델베르크성-전쟁으로얼룩진독일건축의걸작
드레스덴성모교회-부서진벽돌로되찾은귀중한유산

3장:영국-끊임없이전쟁터가되어온섬나라

런던탑-매년빨간양귀비꽃으로장식되다
웨스트민스터사원-삶과죽음이공존하는영국의성역
대영박물관-다른나라의유물이더많은박물관
윈저성-왕실의깃발이나부끼는둥근탑의성
칼라일성-잉글랜드와스코틀랜드의치열한격전지
도버성-34만명을구한세기의구출작전이시행되다
에든버러성-세계에서가장많이공격받은요새

4장:이탈리아-유구한역사만큼긴전쟁의역사

콜로세움-생명이여가의수단이된투기의장
콘스탄티누스개선문-로마제국의영광을간직하다
티투스개선문-로마인에게는기쁨,유대인에게는아픔
산마르코대성당-뺏고뺏기는전리품의화려한전시장
몬테카시노수도원-한수도원이거친오뚝이의역사

5장:러시아-동토에새겨진전쟁의흔적

크렘린궁전-800여년을함께한러시아의붉은심장
예르미타시박물관-수많은문화유산의아늑한은둔처
페트로파블롭스크요새-감옥으로악명높았던무용지물의공간

출판사 서평

누군가에게는기쁨이지만
누군가에게는아픔인
전쟁의여러얼굴

전쟁은국가나힘있는세력사이에벌어지는가장거대하고극단적인충돌이라고할수있다.그런만큼시대마다끊임없이벌어진전쟁은인류의역사를바꿔놓곤했으며,승자와패자의운명이극명히갈리거나때로뒤집히기도했다.그과정에서인간성의민낯과인간이겪는희로애락이건축물에자연스레투영되었다.
승전을기념하는전승기념탑과개선문,전쟁의참상과아픔을기억하자는뜻에서지은추모관등이대표적인예다.‘프랑스파리’하면떠오르는에투알개선문은나폴레옹이프랑스가전쟁에서승리한모든영광을기리기위해또다른개선문인로마의티투스개선문을본떠지었다.하지만이개선문조차제2차세계대전당시독일의나치가파리를점령했을때독일군이그아래로행진하는수모를당한바있다.에투알개선문의모델이된티투스개선문엔2,000년에달하는유대인디아스포라의역사가고스란히새겨져있다.이개선문은로마인에게는승전의기쁨이지만,유대인에게는세계를떠도는기나긴역사가시작된아프기이를데없는건축물이다.
그런가하면이책에서는전쟁사의어두운대목이라고할수있는유럽제국주의의그림자도엿본다.사실프랑스의루브르박물관은나폴레옹의야욕과집착의산물이었으며,영국의대영박물관은이집트나그리스등의약탈문화재로채워져자국보다다른나라의유물을더많이소장하고있다는사실은우리의마음을씁쓸하게한다.
우리는역사책을통해전쟁을단편적으로만접하기마련이다.하지만전쟁의소용돌이를겪은건축물에숨겨진역사를들여다보면,승전과패전이라는결과로판가름나는듯한전쟁사도그리단순치않음을알수있다.

지워지지않는상흔을남긴
제2차세계대전이라는결정적사건

건축물엔생명이없지만오랜세월에걸쳐증축과개축,전쟁을만나무너지기도하는과정을살펴보다보면건축물이마치한사람의인생을축소해놓은것같기도하고,길어야100년사는우리의삶이얼마나짧은지다시생각해보게되기도한다.특히전쟁이라는결정적인사건을지나온건축물은마치산전수전다겪은누군가의얼굴같아더욱의미심장하게다가온다.
이책에등장하는여러건축물중에서유독긴여운을남기는건축물은가장최근에일어난전쟁이자엄청난사상자를낳은제2차세계대전과관련된건축물이라고할수있다.안타깝게도이전쟁으로인해지어진지오래되고아름다운건축물이여럿부서지거나피해를입었다.
베를린의한복판에있는카이저빌헬름기념교회와노이에바헤가대표적인데,카이저빌헬름기념교회의경우제2차세계대전을일으킨전범국가인독일정부가전쟁의참상을기억하고,과거사를반성하는의미에서부서진종탑을보수하지않고그대로두었다.노이헤바헤엔전쟁터에서아들과손자를모두잃은독일의예술가케테콜비츠가만든조각〈피에타〉가있다.오늘날베를린시민들이‘빠진이’또는‘깨진이’라는애칭으로부르는기념교회의깨진지붕,천장에뚫린구멍으로내리쬐는한줄기빛에의지해전쟁으로아들을잃은슬픔을삼키는어머니의동상은전쟁이남긴뼈아픈상흔그자체다.
한편독일건축의걸작으로손꼽히는드레스덴성모교회는모두가복원할수없다고여길정도로처참하게파괴되었음에도,시민들이하나둘어렵사리수집한건물의잔해를모아옛모습을기적적으로되찾은경우다.이러한건축물은보이는그대로사람들에게전쟁의참혹함을일깨우기위해존재하는거대한증언자나다름없다.

에펠탑도,콜로세움도
모두한번쯤은참화를겪었다

전쟁과관련된건축을다룬만큼이책엔좀처럼조명되지않은각국의요새나성채등전쟁을대비하기위해세워진건축물이많이수록되었다.이중에는‘최후의보루’를뜻하는대명사로우리에게친숙한프랑스의마지노선과,연합군34만명을구한세기의구출작전인?케르크철수작전이펼쳐진도버성같은영국각지의성이포함되어있다.
하지만이책에서특히눈여겨봐야할부분은우리에게익히알려진건축물에얽힌전쟁의역사다.파리의랜드마크이자프랑스의상징인에펠탑을비롯해작가빅토르위고와마크트웨인이찬미할정도로아름답기로이름난독일의하이델베르크성등이이에해당하는데,이러한건축물이라고해서전쟁의참화를피해갈수는없었다.이경우엔유명하거나가치가높을수록건축물이심각하게훼손된다는사실을안타까워한이들덕분에가까스로전쟁을피했거나,파괴되었어도오랜기간에걸쳐여러사람의땀과노력으로복원되었다.
에펠탑이파괴되지않은것은파리를불바다로만들라는히틀러의명령을어긴디트리히폰콜티츠장군의용기였으며,예르미타시박물관을지킨것은전쟁통에굶어죽어가면서도박물관을사수한직원들의노력이었다.지금은언제그랬냐는듯관광객으로북적이지만이책을통해이건축물들이겪은수난의시간을알게되면,주로관광명소로만알려진이곳들을바라보는시선이조금은달라질것이다.
또검투사들의피튀기는싸움터로만알려진콜로세움에서모의해전을치렀다든지,런던의명물런던탑이왜매년빨간양귀비로장식되는지등일반적인역사책에서는만나기힘든,전쟁과관련된건축물의뒷이야기를알아가는재미도쏠쏠하다.모든역사가그렇듯이,전쟁사역시우연과필연이엮여만들어진거대한드라마와같다.

전쟁의상징들이
반전의기념비로우뚝서다

이책엔전쟁이라는극심한풍파를이겨낸건축물이여럿등장한다.성베네딕토가설립한이탈리아의유서깊은몬테카시노수도원은무려5번파괴되고5번재건된역사를가지고있기도하다.지금도탄흔과그을린흔적이역력한건축물을살펴보다보면마음이절로숙연해진다.벽과기둥이우리에게말을거는듯하기때문이다.
건축물은말이없지만이들이품은시간의무게와울림은말로다할수없다.한사람의인간은겪을수없는시간이건축물에녹아있어서일것이다.저자는인류가앞으로어떻게살아남아야하는지전쟁이라는극한상황을견뎌낸건축물을통해모색해볼수도있다며,전쟁에서생존한건축물을말하는이책이오늘날우리가부딪혀야할수많은난관을극복하는나침반이되어주길희망한다.
실제로과거에치열한전쟁터였던건축물중엔평화의메시지를전하거나다같이행복하게즐기는축제의장으로바뀐곳이많다.살육의현장이었던콜로세움은현재사형제도의폐지를외치는국제적인캠페인의상징물로자리잡았으며,스코틀랜드의에든버러성에서는전쟁의상흔을치유하는목적으로매년〈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이열린다.피비린내와포화가가시지않던전쟁의장이평화를알리는메신저역할을하고있다는사실은다행스러우면서도바람직한일이아닐수없다.과거전쟁의상징이었던건축물이반전(反戰)의기념비로우리곁에우뚝서게된것은역사의과오를바로잡으려는,조용하지만큰변화인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