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탐하다 : 도시에 담긴 사람ㆍ시간ㆍ일상ㆍ자연의 풍경

공간을 탐하다 : 도시에 담긴 사람ㆍ시간ㆍ일상ㆍ자연의 풍경

$17.00
Description
“도시에는 역사와 삶의 흔적이 만든
복합적인 풍경이 담겨 있다.”
임형남ㆍ노은주의 『공간을 탐하다』는 두 건축가를 매혹시키는 장소와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더불어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의 일상에 담긴 시간들을 더듬어가며 엮었다. 또 이 책은 건축을 보며, 그 건축에 관한 매혹에 대해, 그 공간이 주는 감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모은 것이다. 다시 말해 ‘공간을 위한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임형남ㆍ노은주 건축가는 건축은 가장 오래 남는 물질문명이며 문화이고 시대를 반영하는 척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거리를 거닐다 만나는 작은 가게, 누군가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담긴 작은 정원,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오래된 시장 등 흔하디 흔한 익숙하고 일상적인 풍경도 그 안에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순간 마법처럼 그 공간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 공간은 의미가 더해지고 점점 더 넓어져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된다. 결국 개개인의 기억이 모여 역사가 되고 도시가 된다.

저자

임형남,노은주

건축은땅이꾸는꿈이고,사람들의삶에서길어올리는이야기다.임형남&노은주부부는땅과사람의목소리에귀기울이고,둘사이를중재해건축으로빚어내는것이건축가의역할이라생각한다.이들은홍익대학교건축학과동문으로,1999년부터함께가온건축을운영하고있다.

‘가온’이란순우리말로가운데·중심이라는뜻과‘집의평온함(家穩)’이라는의미를함께갖고있다.가장편안하고,인간답고,자연과어우러진집을궁리하기위해이들은틈만나면옛집을찾아가고,골목을거닐고,도시를산책한다.그여정에서집이지어지고,글과그림이모여책으로엮인다.

2011년‘금산주택’으로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2014년‘루치아의뜰’로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우리사랑상을,2020년‘제따와나선원’으로아시아건축사협의회건축상을수상했다.

저서로『공간을탐하다』,『건축탐구집』,『도시인문학』,『집을위한인문학』,『골목인문학』,『내가살고싶은작은집』,『생각을담은집한옥』,『그들은그집에서무슨꿈을꾸었을까』,『집,도시를만들고사람을이어주다』,『사람을살리는집』,『작은집큰생각』,『나무처럼자라는집』,『이야기로집을짓다』,『서울풍경화첩』등이있다.EBS<건축탐구-집>에출연해집의존재이유와중요성을전하고있고,최근‘이야기로집을짓다(이집)’라는유튜브채널을시작했다.
홍익대,중앙대등에서강의를했고,‘금산주택’으로2011년공간디자인대상,2012년한국건축가협회아천상을,‘제따와나선원’으로2020년아시아건축가협회건축상을수상했다.『건축탐구집』,『집을위한인문학』,『골목인문학』,『도시인문학』『서울풍경화첩』『이야기로집을짓다』『나무처럼자라는집』『작은집,큰생각』,『사람을살리는집』,『생각을담은집한옥』등15권의저서가있고,동아일보와한겨레신문에건축칼럼을집필중이다.또한EBS〈건축탐구-집〉에프리젠터로출연해집의존재이유와중요성을전하고있다.대표작으로〈금산주택(HouseinGeumsan)〉〈루치아의뜰(Lucia'searth)〉,〈까사가이아(CASAGAIA〉,〈제따와나선원(Buddhisttemple‘Jetavana’〉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6

제1장사람을담다:도시의공간

우리는어디서와서어디로가는가?:서울역
일상에서여행으로·17
풍경속으로빠져들다·21
근대의흥망성쇠를지켜보다·26

법앞에만인은평등하다:헌법재판소
민원,천재지변보다무서운재난·30
목소리큰자가이익을보는세상·34
상식과원칙이지켜지는사회·39

사람이모이고사람을담다:광화문광장
하고픈말을품고광장으로나가다·44
자율성만으로채워지는사람들의마당·48
무엇이광장을만드는가?·52

싸우고절충하고타협하다:국회의사당
필리버스터로진실을알리다·57
민의를대변하고권위를세우다·61
민주주의는시끄럽고비효율적인것이다·66

자본주의의첨병에서다:캠퍼스
지성의열매를구하는들판·71
낭만이사라진캠퍼스·75
연대감과자부심의공간·80

제2장시간을담다:기억의공간

전쟁의기억을간직하다:철원노동당사
덕후와서태지·87
모든것은모든것에맞닿아있다·91
갈라진세계와끊어진기억을잇는시간의터널·95

역사의비극을기억하다:덕수궁정관헌
참혹한역사의기억·100
몰락해가는조선의자존심을지키다·104
정동에남겨진시간들·107

탐욕위에희망을세우다: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우리의미래는어디인가?·113
나는네가상상도못할것을보았다·117
반복하지말아야할역사·121

과거와현재의시간을만나다:산카탈도공동묘지
기억의일곱가지죄악·125
기억과시간속에서길을잃다·129
기억은재구성된다·133

원초적인공간과만나다:발스온천
아직도오지않는‘고도’를기다리며·138
좌절하고포기할것이아니라반항하라·142
실존적인나와만나는어떤순간·147

제3장일상을담다:놀이의공간

지식의교류와교감이이루어지다:서점
여름은독서의계절·155
책방을추억하다·159
동네서점이돌아왔다·163

그곳에사람이살고있었다:골목
공장에서들려오는자본주의의찬가·168
낡은것,더러운것,낙후된것·172
인간에대한존경과시간에대한경외·176

자유와저항을노래하다:클럽
홍대앞지하실,공연장이되다·182
젊음과저항의상징·186
들판으로나간록의창조자와소비자들·190

예술과문화가넘치다:홍대앞과낙원상가
우리를사로잡는것들·195
매혹의장소들·199
동네의몰락과낙원의매혹·203

사람에대한배려:서울로7017
도시의성장과정·209
산업화시대이후에남겨진도시의유산들·212
도시의속도,사람의속도·217

제4장자연을담다:휴식의공간

오아시스를만나다:아미티스가든
세상에서가장어려운일은과로를피하는것·225
위로와휴식이필요한시대·229
정원에서휴식하며뒤를돌아보다·233

자연이땅을치유하다:선유도공원
살려야할대상이무엇인지알수없는재생·238
부수고새로짓자·242
오랜시간쌓여온도시의정체성·246

자연을존경하다:무린암과줘정원
자연이자연스럽게스며들다·251
이웃이없는집·256
이야기를풍경으로만들다·261

자연을품다:데시마미술관
자연으로들어가는건축·265
자연에대한예찬·269
땅속에서만난건축·273

자연을향해창을열다:고안
차를사랑한추사와초의선사·278
절대자유의경지로드는일·282
유리로만들어진‘빛의암자’·287

참고문헌·291

출판사 서평

도시,사람을담다

서울역은일제강점기에일본인에의해만들어졌고,이후에도서울의관문역할을오랫동안하면서많은사람의흥망성쇠를묵묵히지켜보았다.사람들은기차를통해거리를극복했고시간을극복했다.그리고새로운시대를열었다.기차는인류를근대로옮겨준교통수단이었다.그많은기차역중에서도가장상징적인존재는서울역이다.많은해후와이별이이루어지며,기회를얻기위해분주히서울로올라오는많은사람이꼭거쳐야하는곳이었다.하지만이제기차역은사람들을실어나를뿐만아니라자본주의도실어나른다.서울역,용산역,영등포역등많은민자역사에는백화점,극장,푸드몰등사람들이모여서즐길거리를제공한다.서울역도2004년새로운민자역사가신축되면서구(舊)역사는폐쇄되었다가,2011년원형복원공사를마친후사적번호284에서따온‘문화역서울284’라는이름의복합문화공간으로활용되고있다.과거와미래가공존하던찬란하고서글펐던한시대의기억이,다시문화라는이름의플랫폼이되어우리를머물게한다.
광장은정치적인장소이며아주오랜역사를가지고있다.서구의민주주의는광장에서싹을틔웠으며자라났다.사람들이모여서의견을나누고편을나누고결정을하는시끄럽고복잡한과정이민주주의의전통이되었다.하지만서구에서들어온원래의개념,즉광장이라는넓고시끄럽고민주적인공간이우리에게맞는곳으로거듭나기까지는많은시간이필요했다.아무리우리에게공간을만들어주고그앞에서마음껏놀아보라고해도,마음이가지않으면그공간은죽은공간이다.그냥허울만좋은광장일수밖에없다.광장은울타리안으로모여드는공간이아니라경계없이밖으로한없이뻗어가는공간이기때문이다.미선이와효순이를추모할때,노무현대통령이탄핵될때,광우병파동때,세월호참사때,박근혜-최순실게이트때에사람들은누가부르지도않았는데도집에서걸어나와죽어있는광화문광장에영혼을불어넣었다.그래서사람이모이고사람을담는하나의거대한물결이굽이치는그런광장을열었다.

도시,시간을담다

덕수궁정관헌은전통양식의목조건축이아닌,어딘가양식풍이지만그렇다고전적으로양식으로보이지는않는묘한느낌을주는건물이다.고종은국호를대한제국으로바꾸고스스로황제로칭했지만,그호기와는달리정관헌은쓸쓸함이느껴지던당시의분위기가담겨있다.고종은황제에즉위하기전명성황후가일본인들에게무참히살해되는‘을미사변’과자신이러시아공사관으로몸을피하는‘아관파천’을겪었기때문이다.정관헌은고종이커피를마시기위해만들어놓은정자라고흔히들알고있는건물이며,이곳에서다과나연회를열었고,한때는태조·고종·순종의영정과어진을모신적도있었다.덕수궁한귀퉁이에이국적이며쓸쓸한모습으로오도카니자리잡고있는정관헌에서고종은외세에둘러싸여나라를걱정하고,그보다도먼저자신의안전을걱정하고있었을것이다.정관헌은자기자신을지키지못한약한나라에대한회한과잊을수없는역사적상처가느껴지는공간이다.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에있는원폭돔은1945년8월6일원자폭탄이투하되었을때파괴되고남은원폭피해의유적이다.이것은인류가영원히기억하고되풀이하지말아야할어떤상징이다.1915년에지어진원래의건물은얀레첼(JanLetzel)이설계했고,산업장려등을목적으로한전시장이자사무실이었다.원폭당시투하지점에서580미터거리의이건물에있던사람들은모두사망했고건물도부서졌지만외벽과골조의일부가남았다.건물안의시계는원자폭탄이떨어진8시15분을가리키며멈춰서있다.아무도원하지않는전쟁이일어나사람이사람의목숨을거두고어렵게이룬문명의흔적이한순간에파괴되기도한다.인간의욕심은통제가불가능해지고더욱탐욕스러워졌다.모든것이과학이나기술의진보로통제가능해졌다고하지만,인류를지키기위해발전시키고만들어지는하늘의천둥이나거대한파도보다더욱위력이강한무기들은사람들을겨누는흉기가되고있다.

도시,일상을담다

책을읽고지식을습득하는행위는일차원적이다.그러나서점에책을사러가는행위,그안에서지식의그물에빠지는행위,지식을선택하는행위등많은차원의지식의교류와교감이서점이라는공간에서이루어진다.다시말해서점에가는행위는단순히구매라는의미를뛰어넘는또다른문화행위인것이다.대형서점은책을사고사람을만나는공간이아닌다양한재미를주는곳으로변하고있다.그런데대형서점이인터넷서점에밀리고,그인터넷서점이헌책까지사고팔면서오프라인서점은영영사라질것만같았다.그런데신기하게도세상은돌고돈다고서점이각광을받고있다.‘독립서점’으로불리는작은서점들은대형서점에비하면규모는비교할엄두도낼수없지만,대형서점에서찾을수없는책들을만날수있는곳이다.잘팔리는책이아니라보고싶은책을파는곳,책을만지고냄새맡을수있는곳,골목을걷다만날수있는가까운동네서점이점점늘어나는것은고마운일이다.
서울을지로입정동골목에는사람들이불안하게살고있다.그곳은재개발지구로지정된후,개선이나이주가원천적으로봉쇄된도심속의섬처럼유리된곳이기도하다.우리나라가경제적으로활발히성장하면서을지로통도매우빠른속도로상업화가진행되기시작했다.결국집들은하나씩빠져나가고,그자리를기계로쇠를깎아부품을생산하는공장들이메우기시작했다.그공장에서들려오는요란한굉음은우리의성장과발전을축원하는찬가로들리던시절이었다.이제는사람들이빠져나간자리를기계가채웠던,‘산업화의역군’들이나가야하는시점이되었다.그러나입정동골목안으로들어가면조선옥이나을지면옥등유명한식당들이있고,응접실다방·순정다방·화성다방등이있고,서울의여느번화가만큼혹은신도시의상가건물처럼많은간판이붙어있다.하루종일일을하고음악을듣고밥을먹고커피를마시는일상이있는곳이어둠이내린폐허속으로들어간줄알았는데,그곳은사람들이사는곳이었고사람들의체온이느껴지는일종의생태계와도같았다.

도시,자연을담다

선유도공원은서울시가진행한도시재생사업중가장돋보이는사례다.이곳은선유정수장시설을활용한생태공원으로한강의역사와동식물을한눈에볼수있는시설들이들어서있다.선유도는‘신선이노니는섬’이라는이름에걸맞게멋진풍광을갖고있었다.원래는섬이아니고한강의남쪽에붙어있는땅이었고,그끄트머리에아름다운봉우리가솟아있어선유봉으로불리던곳이었다.선유도공원은기존정수장의껍질을그대로살린것이전부다.그안에담긴시간을살리고,오랜시간고난을겪은땅을자연이다독이며서서히치유시켜주는곳이다.정수장내부의물길들을그대로살려산책로로조성해고대의유적지를걷는듯한착각에빠지게한다.그래서장소에대한이해와문화적인안목을기반으로할때진정한공간과시간의재생을일구어낼수있다는것을보여준다.그런방식의재생을통해아주오랜시간쌓여온도시의역사와정체성이단절되지않고이어지는것이다.우리는재생이라는이름아래다른형태의개발혹은파괴가이루어지지않도록끊임없이경계해야한다.
일본이나중국의정원은그경계가칼로자른것처럼선명하고명확하다.경계뿐만아니라각공간의프로그램도아주정확하다.그에비해한국의정원은그경계를손으로선을뭉개놓은것처럼아주흐릿하다.심지어그곳이정원인지그냥풀들이자라서만들어진풀밭인지구분이잘되지않을때도있다.자연의일부가인간의영역으로자연스럽게스며든것같기도하고,무엇보다도공간이정지해있는것이아니라살아있는것같은역동성이느껴진다.창덕궁후원은구릉과계곡과폭포등자연지형을살린조화로운정원으로,있는듯없는듯자연위에절묘하게얹혀있는한국의정원을이야기할때첫손에꼽히는공간이다.그만큼땅의흐름과기운의흐름대로공간들간의상호존중과땅들끼리의교감을바탕으로지어놓았고,그배치가절묘하다.더구나너무자연스러워만든이의의도를알수없게만든다.
일본교토무린암은‘이웃이없는집’이라는뜻이다.삼각형모양의땅의영역에담을두르고그안에못을파고나무를심어놓아심산유곡까지는아니더라고속세에서완전히벗어난곳이라는생각이든다.이정원은‘지센카이유(池泉回遊)식정원’이라고한다.지센카이유식이란물을가둔못이하나있고,그못을중심으로다리를놓고주변에산책로를만들고숲을만들며,멀찌감치작은초막이나커다란개구부를가진집이있어서정원을바라보게만들어진방식을의미한다.다다미가깔린방에들어가면사람들은다다미선에맞추어무릎을꿇고앉아서정원과눈을맞추게된다.중국의4대정원으로불리는줘정원은크기가크고동적인구성을이끈다.줘정원에는기암괴석과오묘한모양의산이가득하다.가히명원(名園)이라고해도어느누구도이의를제기하지않는다.아름다운건물과정원전체를압도하며건물과나무와사람을비추는물이있다.또한물처럼굽이치며정원을휘돌며감싸는회랑이끊어지지않고이어진다.사람이한곳에머물지않고회랑을통해계속움직이게만들며,중간중간경치의의미나그런경치를대하는자세를친절하게설명하는글귀가나타난다.또주인이들려주고자하는많은이야기를풍경으로만들고,그것을문자와시적운율을통해전해주는음악적인흥겨움이숨어있는정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