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자라는 집 (임형남 노은주의 집 땅 사람 이야기)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임형남 노은주의 집 땅 사람 이야기)

$20.22
Description
나무처럼 자라고,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
“부부 건축가 임형남 ㆍ 노은주의 땅과 사람이 함께 꿈꾸는 집 이야기”
집을 짓는다는 것은 기초를 깔고 기둥을 세우고 벽을 붙이고 지붕을 덮는 물리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생활을 깔고 가족의 이야기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는 일이다. 그 이야기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은 사람이 짓지만 시간이 완성한다고 한다. 집은 엄마 혹은 고향 같은 단어처럼 온도를 가지고 있다. 건축은 어딘가 차갑고 무뚝뚝한 구석이 있지만, 집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따뜻해진다. 특히 ‘우리 집’이라는 말처럼 좋은 말이 또 있을까?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다. 지금도 집은 자라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듯이 집은 자랄 것이다. 그리고 그 집은 나무처럼 열매를 맺고 자랄 것이다.
건축에는 시간이 담긴다. 어떤 찰나일 수도 있고, 어느 길고 긴 시간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의 생각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건축은 타임캡슐이다. 좋은 시간이든 나쁜 시간이든 건축에는 그런 시간들이 담긴다. 그래서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고,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이 남기는 기록의 저장소다. 인간에게 집이란 매우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 단순히 비와 바람을 피하는 물리적인 껍질만이 아닌, 자아의 실현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진다. 그래서 건축이란 땅과 같은 리듬을 가져야 하고, 주인과 같은 리듬을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성장하는 것이다. 건축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땅의 이야기를 듣고 그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임형남ㆍ노은주의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부부 건축가가 생각하는 땅과 사람이 함께 꿈꾸는 집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는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집을 설계해온 임형남ㆍ노은주의 집에 대한 성찰과 건축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들에게 집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나무처럼 자라고 괴로우면 신음을 내고 즐거우면 모두에게 복이 되는 그런 생물체다. 또 집은 시간이 갈수록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바로 집이라는 공간이고 집이라는 단어이고 집이라는 온도다. 행복은 바로 집에 있다. 체온이 남아 있는 이불 속에, 햇살이 내려앉은 낡은 소파에, 보글거리는 찌개 냄비 속에 있다. 집은 얼었던 마음을 풀어주고 딱딱하게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괜찮아’ 하면서 위로해줄 것만 같은 한없이 넓고 넉넉한 품을 가진 곳이다. 집은 생각으로 지어야 한다. 집이란 생각의 집적체이며, 집의 이름을 짓는 것은 그 생각을 정리해서 집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집의 이름을 짓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의 자세를 정하는 것이고, 가족의 미래를 꿈꾸는 일이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임형남ㆍ노은주가 20년 전에 출간한 첫 책으로, 2022년에 새롭게 개정ㆍ증보한 ‘출간 20주년 기념판’이다. 이들은 첫 번째 집을 설계하고 완성한 이후 그 이야기를 담은 첫 책인 이 책을 냈다. 이들은 이 책을 10년마다 개정판을 낸다면 몇 번이나 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나무처럼 자라는 책’이라고 했다. 이들은 집을 한 채 짓고 나면 책을 한 권 쓰고도 남을 만큼 이야기가 모이기 때문에, 그 안에 사는 한 가족이 모두 한 권의 책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의 이야기를 남기기 때문에 100권 정도의 책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1장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은 최근 10년 동안 집을 지으면서 썼던 글들이다. 집에는 시간이 담기고 이 시간이 모여서 이야기가 된다는 ‘오래된 시간이 만드는 건축’(제2장)과 집짓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땅, 돌, 나무, 빛 등에 대한 이야기인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제3장)과 충주 산척면 상산마을의 김 선생 댁을 지었던 이야기인 ‘나무처럼 자라는 집’(제4장)은 초판의 원고를 다듬고 일러스트를 추가로 그려 넣었다. 표지도 앞표지는 20년 전의 표지를, 뒤표지는 20년 후 즉 2022년의 표지를 담았다. 어쩌면 2002년과 2022년이 공존하는 느낌의 표지다. 그만큼 이 책에는 20년이라는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임형남

임형남ㆍ노은주

건축은땅이꾸는꿈이고,사람들의삶에서길어올리는이야기다.임형남ㆍ노은주부부는땅과사람의목소리에귀기울이고,둘사이를중재해건축으로빚어내는것이건축가의역할이라생각한다.이들은홍익대학교건축학과동문으로,1999년부터함께가온건축을운영하고있다.‘가온’이란순우리말로가운데·중심이라는뜻과‘집의평온함(家穩)’이라는의미를함께갖고있다.가장편안하고,인간답고,자연과어우러진집을궁리하기위해이들은틈만나면옛집을찾아가고,골목을거닐고,도시를산책한다.그여정에서집이지어지고,글과그림이모여책으로엮인다.
2011년‘금산주택’으로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2014년‘루치아의뜰’로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우리사랑상을,2020년‘제따와나선원’으로아시아건축사협의회건축상을수상했다.저서로『공간을탐하다』,『건축탐구집』,『도시인문학』,『집을위한인문학』,『골목인문학』,『내가살고싶은작은집』,『생각을담은집한옥』,『그들은그집에서무슨꿈을꾸었을까』,『집,도시를만들고사람을이어주다』,『사람을살리는집』,『작은집큰생각』,『나무처럼자라는집』,『이야기로집을짓다』,『서울풍경화첩』등이있다.EBS〈건축탐구-집〉에출연해집의존재이유와중요성을전하고있고,최근‘이야기로집을짓다(이집)’라는유튜브채널을시작했다.

목차

추천의글:시간이갈수록ㆍ6
책머리에:여전히집을짓고있습니다ㆍ10

프롤로그:지금,여기서ㆍ20

제1장집은땅과사람이함께꾸는꿈
가족풍경ㆍ27|모두가같이꾸는꿈ㆍ33|집의온기,건축의온기ㆍ37|내마음의꽃밭ㆍ41|살강ㆍ45|경계가없는ㆍ50|금산주택ㆍ54|땅에대한예의ㆍ61|까사가이아ㆍ65|보이지않는집,기록의건축ㆍ73|수납되는삶에서벗어나기ㆍ77|물은제갈길을간다ㆍ81|집의이름ㆍ85|서백당처럼살고싶다ㆍ89|초심을지키는일ㆍ93|즐거운마음ㆍ97|처음도과정도결과도즐거운중도의집ㆍ101|건축의즐거움ㆍ109

제2장오래된시간이만드는건축
집을생각한다ㆍ121|모든것에는시간이담긴다ㆍ129|궁전의장엄ㆍ132|일탈의공간ㆍ138|시간을담은벽,통의동옛집ㆍ143|명당ㆍ148|느티나무그늘ㆍ152|그림ㆍ155|좋은집은주인을닮는다ㆍ161|이야기라는공간ㆍ171|마고할머니와지리산호랑이ㆍ176|비너스모텔ㆍ185|청래골푸른이끼집ㆍ188

제3장보이지않지만존재하는것들
사과ㆍ201|지리산바윗돌ㆍ204|빛ㆍ209|숭림사ㆍ214|손때가묻은오래된것들ㆍ221|속도ㆍ224|밀레니엄ㆍ230|산천재ㆍ234|허위의식ㆍ241|병산서원ㆍ244|소외ㆍ248|송광사ㆍ253|들꽃처럼피어나는집ㆍ259

제4장나무처럼자라는집
첫만남ㆍ267|상산마을ㆍ275|설계의단서들ㆍ281|땅의내력ㆍ288|집을그리기시작하다ㆍ297|첫번째보고ㆍ303|나무가살린집ㆍ312|투명한집ㆍ319|마당과풍경ㆍ326|두개의속도ㆍ330|봄을기다리는동안ㆍ334|집을짓기시작하다ㆍ339|여름동안ㆍ347|집이자라기시작하다ㆍ353

에필로그:집으로가는길ㆍ360

참고문헌ㆍ366

출판사 서평

‘금산주택’과‘제따와나선원’과‘까사가이아’

금산주택은충남금산외곽,진악산이마주보이는언덕에있다.이집은거주면적43제곱미터(약13평),마루26제곱미터(약8평)의소박한집으로마루에앉으면산이걸어들어오고,발아래경쾌하게흘러가는도로를내려다보는시원한조망을가졌다.한옥같은느낌이면좋겠다는집주인에게진악산을바라보는동서로긴집을권했다.집의여러가지조건이600여년전의철학자이황의집‘도산서당’을떠올리게했기때문이다.이집은교육자인집주인과책들과학생들과동료선생님들을위한집이다.그리고서양식목구조를적용하되한국건축의공간을담은집이다.
임형남ㆍ노은주는“왜우리는우리의몸에맞지않는집을원하는것일까요?”라고묻는다.현대인들은집에집착하고집의크기에집착한다.그리고집도커져야사회적성공을이룬것이라고믿는다.그러나화려한집에담기는것은빈곤한마음이다.몸에맞지않는옷처럼집도사람을기형으로만든다.어느날물밀듯이밀려오는존재에대한회의처럼,집에대한근원적인질문에봉착하게된다.집은달에서도보일정도로큰신전과같은거대한집이아니라생각이담긴집이어야한다.금산주택은과거와현재와미래가담기면서자연과조화롭게마주보고있다.금산주택은한국공간디자인대상(2011년)과한국건축가협회상특별상(2012년)을수상했다.
제따와나선원은강원도춘천에있는‘처음도과정도결과도즐거운중도의집’이다.당시선원장스님에게서불교에대한많은이야기를들었다.설계의가이드라인중사성제는고집멸도(苦集滅道),즉괴로움과괴로움의원인과소멸에대한고찰이다.집착을통한괴로움에서벗어나기위한수행공간이므로사성제가기본적인개념이되어야한다는것이었다.그중가장인상깊었던이야기가‘중도’라는개념이었다.‘처음부터끝까지즐겁다.’그래서과거의방식과불교적인교리를바탕에깔되현대적인생활습관에적합하게설계했다.그리고불교의기본정신을되살렸다.대부분의사찰처럼한옥으로짓지않고콘크리트구조로뼈대를만들고벽돌로옷을입혔다.그렇게1년동안의설계기간을거쳐공사를시작했고,뼈대를올리고벽돌을외부에쌓고바닥에깔아서무려30만장의벽돌로공간을완성했다.처음도과정도결과도즐거운중도의정신이,집의안과밖에스며든공간이완성되었다.제따와나선원은아시아건축사협의회건축상(2020년)을수상했다.
까사가이아는바다색이아름다운김녕바닷가에제주도의풍광을담은집이다.건축주는제주도토박이부부로,제주도바닷가의전망좋은곳에서흔히볼수있는요란한형태와색채를집어넣은집은결코짓지않겠다고했다.단지바다가훤히보이는욕실을만들어달라고요구했다.그래서바다를가리지않으며바닷바람에견딜만한집을,오랫동안그곳에있었던제주도의돌처럼단단하게세우는일이중요하다고생각했다.이왕이면그자리에옛날부터있었던오랜집처럼보이면더좋겠다고생각했다.그렇게까사가이아는무수한비바람을견디며살아온제주도의강인한여성성을상징하고,어머니의안온한품처럼따뜻하고,바다와오름사이를넘나들며오가는햇빛과바람과바다라는제주도의자연으로채워졌다.까사가이아는2021년1월EBS〈건축탐구집:그집으로의특별한초대〉에소개되기도했다.

좋은집은주인을닮는다

집은사람이짓지만시간이완성한다.집이란짧은시간동안단번에지을수없는이야기라는의미이기도하고,집자체가스스로완성을유보한채시간을두고천천히완성되어간다는이야기이기도하다.하지만사람에게집을짓는것을허락한땅과돌과나무들도집에대해서일정부분의몫을가지고있다.그래서집은사람이계획하고쌓고세워서짓기시작하면어느정도의모양과공간은갖추게되겠지만,최종완성은집을둘러싸고있는모든것과의원만한합의와조화가이루어질때다.시간은그렇게사람이만들어놓은건물에서풀기를빼주기도하고,생경한색깔을누그러뜨려주기도하고,성질을눌러주기도한다.
어떤집은땅이너무세서집을앉히느라고생을하고,어떤집은그집에살사람이너무강해서고생을하기도하고,어떤집은땅이나주인이아무런요구가없어서곤란할때도있다.드물긴하지만원래있던집을고치려할때,집의주장이너무강해서고생하는경우도있다.그렇게집을짓는다는것은흥미로운일이기도하고가슴부풀게하는일이기도하지만,매우골치아픈일이다.사실건축이라는것은구체적인생활을담다보면구차해지기도하지만,표현하기힘든사람들의생각이나잡히지않는시간의흔적들이담길때는고상하고우아해지기도한다.
경남마산의인곡리라는마을에신선생댁을짓고있을때다.건축주는기껏해야거실과안방이잘연결되었으면하고,주차공간과자식들이명절때라든가집에모일때있을장소만만들면된다는,간단하기그지없는요구조건만내밀었다.그래서아주단순하게모든창이남쪽으로향해서집안이고르게환해질수있도록방들을길게늘어놓고,땅의모양과흐름대로해가움직이는방향을생각해서집을앉혔다.말하자면신선생의세상사는모습처럼그냥흐르는대로집을앉혔다.그것이설계의전부였다.그래서이집은그냥널찍한뗏목을타고얼굴에모자를덮고입에갈대물고팔베개하고누워서물결이순탄한강을타고하류까지안전하게도착한기분이들었다고말한다.그러면서집은주인의품성대로지어지는모양이라고말한다.
지리산청래골에푸른이끼집을짓고있을때다.그곳의공기는원시의숲과같이적막하고투명했다.그곳에진주에사는여덟사람이뜻을모아주말에와서쉴집을짓겠다고했다.그런데청래골땅은만만하지않았다.지리산을바라보되너무으스대지않으며,지리산에기대되너무비굴하지않은그런자세를취한다는것은건축으로만해결되는문제는아니었다.자칫하면건축주도,땅도모두만족하지못하는어정쩡한결과가나오지나않을까해서불안해했다.집이있으나산을가리지도않고땅을짓누르지도않는,말하자면투명하고가벼운집을지을수있을지고민했다.우리는땅에얹혀살고있으면서도땅의아픔에대해무관심했고,우리를둘러싸고있는나무나돌이나풀에게무관심했다.우리보다도훨씬전부터그땅은있었을것이고우리는그땅에얹혀살고있다.

들꽃처럼피어나는집

집에도격이있다.집에도안에서부터은은히번져나오는향기가있다.산천재는격이있고향기가있는집이다.집이크지도깊지도않다.그저빠르게지나가는국도변강가에앉아있는낮고도단순한집이다.그러나위엄이있다.산천재뒷마당은지리산천왕봉이잘보이는몇곳중의하나다.산천재는지리산천왕봉을쳐다보며고즈넉이앉아있다.특히산천재가지리산을바라보는시선이참좋다.아무런자기주장도없어보이는낮은집이지만,집을드러내지않고산의흐름에몸을맡긴그모습이근엄하다.그리고절대낮아보이지않는다.자신을드러내지않고주위와어울리는품위가있다.
자연스럽고편안하고의도가없어보이는집과의도없이자연스레형성된마을이있다.그러나유기적으로소통되고아무런문제없이잘돌아가는동네다.사는것에대한욕망,아름다운것에대한욕망,그런것들이비집고들어갈틈없이자연스러움만으로구성된집들이있다.길섶에서피어나는들꽃처럼,도시의매연속에서보도블록의좁은틈을비집고피고자라는민들레처럼,집들이따뜻한양지에서볕을받으며웃고있다.집주인의기호가보이고재료의자연스러운표현이보이고,무엇보다도사는사람들과편안한조화가있어보인다.국도를따라가다가만나게되는집들처럼,서울이아파트와다세대주택에뒤덮이기전에골목골목에서만나던건강한집들을우리는그리워한다.
충북충주시산척면상산마을의김선생댁을짓고있을때다.제천에있는중학교에서화학을가르치는김선생,서울에있는중학교에서국어를가르치는안주인신선생,칠순이훨씬지난노모,초등학교에다니는아들과딸,이렇게다섯식구였다.노모와김선생은제천에서살고아이들과신선생은안양에서살았다.이들은집을지으면다시식구들이모여살거라고했다.그러면서김선생은동네에자연스럽게정착할것과앞으로닥칠여러가지갈등을해결하기위해다섯가지요구사항을제시했다.첫번째는동네에서튀지않는소박한집이었으면좋겠다.두번째는도서관을만들어주었으면좋겠다.세번째는농사를지을것이니,창고가필요하다.네번째는가족간의프라이버시가보장될수있었으면좋겠다.다섯번째는손님이많이올것이므로,손님과가족이어느정도분리되기를원했다.
김선생의집은뼈대를철골로세우고,샌드위치패널로벽체를세우고,그위에드라이비트로마감을했다.내부는석고보드를치고그위에도배를했다.말하자면김선생의현실적인여건에맞춘재료들이며,어느곳에서나시공이가능한‘이시대의재료’들이다.김선생은내부의계단이나외부의마루는학교에서버리려던아카시아나무를사용하고자했고,사랑채도주변에있는공장에서흙벽돌을사다가지어보겠다고했다.그리고가족과친척과친구를모으고,동네사람들과축대를쌓고공을들여수공예작업을하기로했다.그것은집을지으려고확보한자금이빠듯했기때문이다.공사하는과정에서생략되고변경된것이몇개있었지만별다른문제없이진행되었다.그렇게여름이끝나갈즈음공사는마무리되었다.이제는주인이집을키워나갈차례다.집은그렇게주인의숨을불어넣어주는것이고,또그만큼자랄것이다.

좋은집이란무엇인가?

임형남ㆍ노은주는좋은집이란마음을편안하게하는집이라고말한다.또살고있는사람들의이야기와그들의추억이담겨있어야한다고말한다.집이얹혀있는땅에도어떤내력을담고있어야한다.즉,추억이스며들어있는오래된집이좋다.또한좋은집은투명하고유기적이며들꽃처럼피어나는집이다.투명한집이란안이훤히보이는집이아니라안팎의경계가조화롭고공간과공간이단절되지않고연결되는,그사이로빛이넘나드는집이다.어쩌면집은자기의실현이며,집의완성은가족이모두제자리에앉아있는풍경이다.그러면서온기를품고인간을받아들여주고안아주는집이좋은집이다.
유기적인집이라는것은우리나라의옛집처럼공간이닫히거나완결된것이라기보다는생명체처럼자라나는,그럴여지가있는집이라는의미다.들꽃처럼피어나는집이란어떤유명한건축가가지은집이아니라동네에서자연스럽게사람들의삶에어우러지며생겨난집,그런집들이모인동네의모습이들꽃처럼강한생명력을갖는다는의미다.그밖에좋은집은구성원들간에적정한거리를유지하는집을의미하기도한다.가족간,이웃간일정한거리는사람사이의예의혹은친밀함의정도를나타내기도한다.옛집은마당을통해거리를유지하고시선을분산시켰다.그래서임형남ㆍ노은주가만드는집들은시간이지나고손때가묻으면‘옛집’이될테고,생물처럼자라기억들을불러세우는집이될것이라고말한다.좋은집은몇년만살다가팔고나오는집이아니라오랫동안살집,투명한집,자연스럽고조화로운집,그리하여길가의들꽃처럼생명력있게피어나고나무처럼자라는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