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 : 선화공주의 사랑에서 윤심덕의 사랑까지
저자

권경률

역사칼럼니스트,작가.서강대학교에서역사를공부했다.인생의정답이아니라좋은질문을구하기위해역사를읽고생각하고쓴다.『월간중앙』에‘사랑으로재해석한한국사’에이어현재‘노래하는한국사’를연재하고있다.『모함의나라』,『시작은모두사랑이었다』,『조선을새롭게하라』,『조선을만든위험한말들』등을썼다.페이스북,유튜브,팟캐스트에‘역사채널권경률’을열어독자들과소통하고있다.

목차


머리말-4

제1장사랑은힘이세다

서동은왜공주를사랑했을까?:서동과선화공주
서자를왕으로만들려면?-15공주를얻은서동의연애담-18‘백제첩자’가서라벌에잠입한까닭-21미륵의이름으로보낸선화의‘효도선물’-25‘즉위담’이된‘연애담’-28

사랑의힘:김유신과문명왕후
사랑의도피극-31천관녀의진짜정체는무엇일까?-34진지왕혈육과가야의신흥진골-38춘추공의외교전-43가락국김씨,주류가되다-45외교관의미소속에대장군의칼을감추고-47

이방인의사랑법:처용과아내
불륜남은역병을퍼뜨리는귀신-50처용은어디서온누구인가?-53이집저집다니며연회를즐기다-56도깨비들을탄압하다-59아내의불륜은큰문제가아니다-61화끈한‘복수의노래’-64

사랑은동맹이다:왕건과아내들
삼한을통합할임금-67왕건과궁예의동상이몽-71잇달아부부의연을맺다-73충성스러운후원자들을장인으로삼다-76결혼동맹혹은인질납비-79삼한의사위,왕서방-82결혼동맹의후유증-84

노예가된아내를찾아서:정생과홍도
홍도의행방을수소문하다-88조명연합군과왜군의남원전투-91‘해적상인’에게노예로팔려가다-94오랑캐에게잡혀가느냐,목숨을끊느냐-97부부는인륜의시작이다-101

제2장사랑을배반하다

사랑의배신:소서노와주몽
동부여에서쫓겨오다-107토착세력과신흥세력의결혼동맹-110고조선의영광을되찾다-112천하의중심이자신성한나라-115나쁜남자의사랑-118역사에서어머니를지우다-122

정치의제물이된사랑:호동왕자와낙랑공주
대무신왕의소국병합이부른비극-125부여를무너뜨리고후한의침입을물리치다-128호동왕자의야심-131아내의목숨값과남편의자살-134치명적인선택을할수밖에없었던이유-138아버지를살리고,아버지의손에죽다-140

사랑,나라를뒤흔들다:연산군과장녹수
광기어린사랑-143“신하의도는임금을따르는게아니다”-145사림을공포로몰아넣다-149왕을능멸하는폐단을고치지않을수없다-151성균관에기생을모아놓고흥청망청놀다-154

궁녀의사랑을배신하다:숙종과장희빈
궁녀를품에안다-158궁녀는‘왕의여자’-161‘기사환국’으로‘기사회생’하다-164“미나리는사철,장다리는한철”-168인현왕후의복위와장희빈의죽음-171

잔인한사랑:혜경궁홍씨와사도세자
세자빈에간택되다-173영조의닦달과편벽-17666세에15세의계비를맞다-179내관을죽여그머리를나인들에게보이다-182정적들에게먹잇감이되다-184가슴을치며슬픔을삭이다-186

제3장사랑의슬픔

불귀신의짝사랑:선덕여왕과지귀
품어서는안될연심-191여왕,앞일을내다보다-193성스러운혈통의할머니임금-197“임금님귀는당나귀귀”-200불귀신을푸른바다밖으로내치다-204

사랑의보상:이성계와신덕왕후
어린신부를경처로맞이하다-207이성계를후원한권문세족상속녀-210이방원과함께역성혁명을돕다-214집안을일으켜나라를세우다-217원통함을씻어주다-220

전쟁같은사랑:이방원과원경왕후
나라를안정시키려고악역을자처하다-222명문재상가와신흥무인집안의혼사-224남편의대업을위해-226무기를빼돌리고정보를캐내다-230죽거나죽이거나-232정략결혼의슬픈종말-234

사랑을극형으로다스리다:어우동과남자들
기생에게빠져아내를버리다-238그녀의치마속에서는모두평등하다-241“어우동을극형에처함이옳다”-245폐비윤씨방지법-247어우동은정절의희생양이었다-251

인습에희생되다:윤심덕과김우진
“이유언서를부쳐주시오”-253조혼남이신여성을만났을때-256새롭고낯선스타에대한삐뚤어진관심-261스캔들에상처입고연극배우에도전하다-265광막한황야를달리는인생-268

주-271

출판사 서평

사랑,권력을얻다

고려를세운왕건은결혼을담보로호족들과연합했다.결혼은난세에협력과보답을약속하는보증수표와같았다.삼한을통합하고고려를건국하고새시대를열기까지왕건은6명의왕후와23명의아내를얻었다.제1비신혜왕후는유천궁의딸이자,왕건의적처(嫡妻)가되었다.정주유씨(柳氏)가문은군대를먹이고재울만큼재력이풍부해왕건의최대후원자가되었다.제2비장화왕후의집안은군사력,경제력,신분등내세울게없었지만,호족들의협력을이끌어내왕건이후백제와결전을치르게했다.제3비신명순성왕태후는유긍달의딸,제4비신정왕태후는패서호족인황보제공의딸이었다.제5비신성왕태후는사촌누이였고,제6비정덕왕후는또다른정주유씨(柳氏)가문의딸이었다.이렇듯왕건은결혼동맹과호족연합으로‘삼한의사위’왕서방이되었고,충성스러운후원자들을장인으로삼았다.

문명왕후는김유신의누이동생이자김춘추의아내이며문무왕의어머니다.문명왕후는김유신과김춘추가삼국통일에힘을모으게하고,그임무를완성할문무왕을낳았다.김유신은낭도들과함께명산대천을찾아다니며하늘에제사를지내고,삼국통일이라는시대정신을부각했다.하지만문명왕후는삼국통일을하기위해서는국력을일으킬인재들을모으고나라에충성할세력을키워야한다는것을알고있었다.신라최고의귀공자였던김춘추와결혼한명성왕후는얼마후법민(문무왕)을낳는데,이는삼국통일의포부가빚은사랑의결실이었다.김유신과김춘추는명재상과대장군으로서신라의국익을위해호흡을맞추었다.한손은외교술을펼치고,한손은칼을휘두르며일심동체가되었다.661년왕위에오른문무왕은패수(대동강)이남에서신라·백제·고구려·가야를아우르면서김유신과김춘추의오랜숙원인삼국통일을이룩했다.

사랑보다잔인한것은없다

호동왕자와낙랑공주는한국사에서가장비정하고서글픈사랑이야기의주인공이다.호동왕자는낙랑공주에게“그대가나라의무기고에들어가북을찢고나팔을부순다면내가예를갖춰맞이하리다.안그러면맞이하지않을것이오”라며북과나팔을못쓰게만들라고시켰다.북과나팔은적병이오면저절로울렸다.낙랑공주는날카로운칼을가지고몰래무기고에들어갔다.북의가죽과나팔의입을베어버리자호동왕자는아버지대무신왕에게권해낙랑국을급습했다.낙랑국의왕최리는원통한나머지낙랑공주를죽이고성에서나와항복했다.낙랑공주는왜호동왕자의요구를받아들이고자명고각을망가뜨려아버지의손에죽었을까?사랑이었을까?호동왕자도그해겨울자살했다.아버지의명에따라아내에게못할짓까지했건만돌아온것은어머니를농락했다는파렴치한낙인이었다.그는자신의비정한어리석음이부끄러워몸부림치다가스스로칼에엎어져목숨을끊었다.어쩌면호동왕자와낙락공주의사랑이정치의제물이된것은아니었을까?

사도세자는영조가맏아들효장세자(진종)를잃고나이마흔에다시얻은아들이다.영조는사도세자가성군의재목이되기를바랐다.그러나사도세자는학문에관심이없었다.그러자영조의엄한책망이이어졌다.사사건건트집을잡았고직성이풀릴때까지야단쳤다.사도세자의마음은알게모르게병들어갔다.혜경궁홍씨는영조의닦달과편벽이심하다고여겼다.혜경궁홍씨는남편이말도못하고가슴앓이하는모습이너무안쓰러웠다.결국영조는정성왕후의혼전(魂殿)에서세자를폐하고뒤주에가두었다.폐세자는한여름에숨막히는뒤주에서8일간버티다가28세의나이로생을마감했다.혜경궁홍씨는가슴을치며슬픔을삭여야했다.영조는총명하고효심이지극한세손(정조)을효장세자의양자로올리고‘역적죄인의자식’이라는낙인이찍히지않도록했다.남편의죽음을묵인하고,자식을품에서놓아준끝에혜경궁홍씨는이들부자가국왕반열에올라서는데일조했다.버림의미학이요,애틋한모정이다.

사랑만한슬픔이어디있으랴

원경왕후는지혜롭고담대했다.현명한조언과과감한행동으로이방원의입지를180도바꿔놓았다.정도전이왕자들이거느린시위패를폐지했는데,이는정적들의사병을빼앗기위해서였다.사실상무장해제를당한것이다.그긴박한순간에원경왕후는병장기를빼돌려숨겨놓았다.또한정도전이왕자들을척살하려는계획을입수해대책을의논하기도했다.결국이방원은왕자의난을일으켜입지를다지게되었다.또한이방간의난이일어났을때,이방원을설득해초반의열세를극복하고난을진압하게했다.그러나이방원은조선을안정시키려면왕권을강화해야한다고보았다.이방원은왕권에위협이되는세력을추호도용납하지않았다.피를가장많이본것은왕비의혈육,외척이었다.특히원경왕후의남동생4형제가매형에게목숨을잃었고,맏아들양녕대군도폐세자가되었다.결국원경왕후와민씨일족은이방원이왕좌를차지하는데지대한공을세웠으나잔인하게척결되었다.

“대단히미안하나이유언서를본적지에부쳐주시오.”1926년8월4일새벽4시,일본시모노세키항을출발해현해탄을건너부산으로향하는부관연락선도쿠주마루3호실선객이남겨놓은메모였다.배를멈추고안팎을수색했으나선객의종적을찾을수없었다.바다에몸을던진것같은데몇시에,어느지점에서그랬는지도알수없었다.남자는목포대부호김성규의맏아들이며극작가·연극평론가로알려진김우진이었고,여자는평양출신으로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사범과를나온조선최고의소프라노윤심덕이었다.김우진은유부남이었다.김우진과윤심덕의현해탄정사사건은곧세상에알려졌다.부관연락선에서조선사람이사랑때문에자살한것은처음이었다.그들은예술적동반자로서신뢰와정을쌓아나가고있었다.그러나세상사람들은노골적으로비아냥댔다.그러나윤심덕과김우진은사랑하는사이였지만그들을죽음으로이끈것은예술적동병상련이었다.윤심덕은유서를남기는심정으로<사의찬미>를불렀다.“광막한황야를달리는인생아/너는무엇을찾으려왔느냐/이래도한세상저래도한평생/돈도명예도사랑도다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