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 : 내 인생의 문장들

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 : 내 인생의 문장들

$19.00
Description
장석주 시인의 넓고 깊은 인생의 문장들
“나는 문장들을 오래 씹고 목구멍으로 삼킨다”
우리가 읽는 책은 문장들로 이루어진다. 그 문장들은 저마다 느낌과 사유로 꽉 찬 고갱이들이다. 좋은 문장은 표현의 독창성, 함축성, 의미의 함량, 문장 형식의 간결함, 심장 박동 같은 리듬감뿐만 아니라 세상의 새로운 발견과 발명, 혁신의 계기를 품어야 한다. 이 좋은 문장들을 책을 읽는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살과 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문장들에는 앎과 지혜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통찰하는 깊은 생각과 가치가 담겨 있다. 그래서 좋은 문장들은 죽비처럼 읽는 사람을 깨운다.
장석주 시인은 책을 읽을 때 불안에서 해방되면서 자신과 세계가 하나로 결합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책이 자신을 빨아들이는 그 찰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급기야 자신은 책에게 삼킴을 당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인은 책에게 살과 피와 시간을 바쳤다. 교실, 카페, 화장실, 기차 안, 비행기 안, 풀밭, 무덤가, 바닷가, 휴양지, 영안실, 도서관, 여관, 여행지 같은 세상의 모든 장소에서 새벽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다. 그 속에서 시인은 순수한 몰입과 기쁨을 느꼈다.
장석주 시인은 좋은 문장을 만나면 감탄하고 부러워하고 즐거워한다. 시인이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독창적인 문장,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오한 문장, 세상의 구태의연함을 무찌르는 문장, 자신을 전율하게 만든 문장, 심신을 고요로 물들이는 문장이다. 시인은 이 문장들에 반한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씨앗이 발아해서 땅거죽을 밀고 나오는 새싹 같이 우연히 망각의 덮개를 뚫고 나오는 문장들을 사랑한다. 문장들은 피의 분출이고 체험이며, 누군가의 기억과 마음에 일던 파동을 전한다.
장석주 시인의 『어둠 속 촛불이면 좋으련만』은 66편의 문장을 소개한다. 이 책은 시인의 망각에서 꺼낸 문장들, 권태와 느른함에 빠져 있던 심장에 화살처럼 박힌 문장들, 두개골을 빠갤 듯 울림이 컸던 문장들을 모았다. 이 문장들은 생의 경이와 기쁨을 맛보게 해준 문장들이다. 이 문장들이 내면 형질을 바꾸고, 비루함의 바닥에서 시인을 끄집어냈다. 그러면서 누군가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문장이나 탄성을 지를 만큼 아름다운 문장들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세상의 문장들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말한다. 장석주 시인은 오늘도 문장들을 오래 씹고 목구멍으로 삼킨다.
저자

장석주

저자:장석주

전업작가.1979년신춘문예당선으로등단한다.편집자,대학강사,방송진행자등을거쳐1993년이후전업작가로집필과강연활동을한다.현재는아내와반려묘두마리와함께파주에서산다.산책과고전음악,동네카페에서시간보내는걸좋아한다.『일상의인문학』,『철학자의사물들』,『글쓰기는스타일이다』,『나를살리는글쓰기』,『동물원과유토피아』,『이상과모던뽀이들』,『은유의힘』,『마흔의서재』,『에밀시오랑을읽는오후』등저서100여종을펴냈다.

목차

책머리에5

가장단순한것을배우라12
당신은눈물젖은빵을먹어보았는가16
이토록미친,슬픈,가엾은사랑22
사랑하는사람만이기다린다26
편도나무여,내게신에대해이야기해다오34
짐승은침묵과도약으로채워져있다42
은유는시의숨결이다48
매일새로운것을발견할수있는산책52
우리는자기안에국경을갖고산다56
일요일에는게으름을피우며느리게살자60

네가누구냐를아느냐보다누가너를아느냐가더중요하다64
나는전적으로신체일뿐이다68
바다는처음의자유다74
나는왜당신의하얀팔을사랑했던가80
고양이가우리에게온다는것은84
진짜위험한것은산다는것88
아버지가마시는술의반은눈물이다94
바다는영원히출렁인다100
얼굴은간신히도피한사람이다106
사랑의목적은사랑하는것이다110

내가산골로가는것은116
사랑은여름내내잡초처럼웃자란다122
예술에대한탐색의열정128
시간은장소마다다르게흐른다132
밥벌이를직업으로삼지마라138
맥주첫모금을목구멍으로넘길때142
피아노를치는것은우주를아는것148
우리가키스를한다는것은152
기후위기는만인의위기다156
우연이라는날개를달고붕붕거리는인생아!162

혁명을하려거든웃고즐기며하라166
댄디는꺼져가는별처럼사라졌다170
우리모두는탐욕스런사냥꾼174
사랑만이우리를구원한다178
전쟁은인류가흩뿌린피를먹고자란다182
우리는어디에서왔으며누구이고어디로가는가186
피로는존재의과다함에서나타난다192
사유의유격전을위한몽타주적글쓰기198
우리는출퇴근하는인류다204
당신의이야기를들려다오210

돌은왜책상위에서흐느끼는가216
우리는강가에서뭔가를찾고있다222
고향은우리에게빵과포도주를준다226
독서는탐식이자무용한기쁨의도취다232
꽃밭에앉아서꽃잎을보네238
내영혼은검은페이지가전부다244
비명지르게하라,불타오르게하라250
지금어디선가누군가울고있다면256
아침에도를들으면저녁에죽어도좋다260
날마다새롭게태어나는사람266

그많던문학소녀는어디에도남아있지않다272
실패란성공의유예일뿐이다278
사물은자아의윤곽을바꾼다284
다방의오후2시,혹은카페에서보낸시간들288
세계는분해와분해에저항하는세계로나뉘어있다294
사람은두번죽는다298
움직이는것은바람도깃발도아니다302
자연은숨은조화속에있다306
인간은슬퍼하고기침하는존재310
예술가란아름다움에갇힌종신수316

휴식은행복의중심이다322
여성에게자기만의방을허하라328
나는나를파괴할권리가있다332
군중은강력한전염성을갖는다336
인류역사는폭력의역사다340
책은부적이자죽음을상기시키는상징물이다344

출판사 서평

나를빚은문장들

베르톨트브레히트는“가장단순한것을배워라!자기의시대가도래한사람들에게는결코너무늦은것이란없다!”고말한다.모름에서앎으로나아가는것,생각과실천에거침이없는경지로나아가는것,그것이배움이다.그래서배움의길에나선자는자기가모르는것을물어야하며,배움에는늦음도없고끝도없다.배움의궁극은인격의완성이다.배움앞에서망설이지말고여러일에앞서배움을시작하라고,지금보다더나은사람이되고싶다면배움에힘쓰라고주문한다.

다비드르브르통은“본질적으로예민하고관능적인걷기는감각적습관의변화이고,길을걸으면서의미와가치의지표들을끝없이깨닫고쇄신한다는확신이다”고말한다.걷기는삶을돌아보고의미를곱씹게한다는점에서철학행위다.걷기는시간과공간을새로운환희로바꾸어놓는가장느리고고즈넉한방식이다.산책자들은거리의역사와기억을채집하고,신기한것,놀라움,황홀한사건들,삶의기쁨과의미들을얻는다.그래서장석주시인은“나는산책자”라고말한다.걷기는세계를온몸으로맞는관능으로초대하는것이고,눈의활동만을부추기지않고온몸으로세계를끌어안도록이끈다.

공자는“아침에도를들으면저녁에죽어도좋다”고말한다.이문장은유교에서지혜와삶의지침을구하는이들에게는여전히지금여기삶속에서작동하는오래된지혜이고규범이다.공자의가르침은우리의삶과의식,도덕관념속에스미어동화된채우리마음의DNA로작동한다.단순하게말하자면도는사람이따라야할궁극의길이다.교양의원동력은‘읽는다’는행위에서산출된다.읽는것은배움의기초적인행위다.인간은‘읽는’행위를통해의미의존재로나아가고,자신을세계에매인자가아니라주체적인사유의존재로자신을발명한다.이것은앎의추구와실천,즉인문학과예술에대한기초소양을배우고그것을바탕으로제삶을빚는행위라고할수있다.

세상의문장들에바치는오마주

미시마유키오는“진짜위험한것은산다는것,바로그거야.……이렇게위험한일은어디에도없어.존재자체에는불안한것이없는데산다는것이그것을만들어내는거지”라고말한다.인간은불안을먹이삼아실존을이어가는존재다.애초에인간실존은불안과고독을내포한다.우리가태어나서살다가죽는다는것은불멸의진리다.우리가지상에와서제생을마치고죽어가는것들을사랑하는가슴을주고,아름다움과추를가려서보는눈과심미적이성을준이생에진심으로감사해야한다.당신은최선을다해살았는가?당신이웃을때누군가는흐느끼고있음을알고있었는가?

지그문트바우만은“이제우리모두는사냥꾼이다.또는사냥꾼이되리라는말을들으며,사냥꾼처럼행동하도록요구받거나강요당한다”고말한다.우리는자유주의적지구화의결과로파시즘,광신주의,인종주의,테러리즘따위로소동을빚는세계를마주한채죽이거나죽거나하는두개의선택지중하나를고르도록강요당한다.한겨울노숙자들은거리에서동사하고,제나라를떠난난민들은바다를떠돌다가배가뒤집혀익사하고,이주노동자들은저임금노동에시달리다가산업재해로장애를얻거나아무도기억하지못하는죽음에이른다.이런피도눈물도없는끔찍하고비정한사회가지옥이아니고무어란말인가?

스티븐핑커는“명예,영광,이데올로기에덜고무되고부르주아적삶의쾌락에더유혹되는세상에서는사람들이덜살해된다”고말한다.인류의역사와폭력의역사는하나로겹쳐진다.우리는지난세기에제1차세계대전과제2차세계대전에서유례없이끔찍한폭력을겪었다.두차례의세계대전을겪으면서수천만명의무구한생명을잃었다.인간의폭력성은타고난것인가,아니면사회적환경의영향탓인가?과연인류의문명화과정은폭력성의순화와평화에대한감수성을키우는데기여했을까?인간은기이하고모순되며괴물스럽고,동시에천진한품성과천재적인두뇌를가진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