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오토바이

아버지의 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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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5년 『도모유키』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역사소설 『능소화』와 『유이화』를 통해 안타까운 사랑과 절절한 가족애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 작가 조두진이 『아버지의 오토바이』에서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를 지나온 한 집안의 가족사를 통해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남편들과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제 좋은 일, 제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무책임한 강자가 되기보다는 책임을 아는 약자로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가족애를 돌아보게 해주며, 사소한 말과 행동만으로도 우리 삶이 얼마나 넉넉해질 수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 출판사 제공
저자

조두진

정유재란 당시 순천 인근 산성에 주둔한 일본군 하급 지휘관 도모유키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본 장편소설 『도모유키』로 2005년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단편소설 「게임」으로 2001년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받았다.
1998년 경북 안동의 무덤에서 남자의 시신과 함께 발굴된 ‘원이 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로 4백 년 전 조선 남녀의 안타까운 운명과 사랑을 재구성한 『능소화』, 임진왜란 말기 전쟁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의 비참한 삶을 통해 국가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사람의 역사를 담아낸 『유이화』, 소소한 일상의 사건을 통해 현대인들의 삶의 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단편들을 수록한 『마라토너의 흡연』을 펴냈다.

목차

프롤로그_______ 7
아들 엄종세_______ 11
장기풍을 만나다_______ 25
아버지의 가게_______ 53
용의자 엄종세_______ 91
김경한의 선택_______ 117
내 인생의 승부_______ 177
아버지 엄시헌_______ 197
형을 만나다_______ 235
에필로그_______ 263
저자 후기_______ 266

출판사 서평

▶ 그에게 아버지는 정의롭지 못한 사내였다.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알기 전에는…….
2005년 『도모유키』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역사소설 『능소화』와 『유이화』를 통해 안타까운 사랑과 절절한 가족애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 작가 조두진이 『아버지의 오토바이』에서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를 지나온 한 집안의 가족사를 통해 처자식을 먹이고 입히느라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바치며 살아온 남편들과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 역시 가족을 위해 일에만 파묻혀 살아가느라 어느새 이름뿐인 아버지가 되어버린 우리 시대의 전형적인 중년 가장 엄종세와 그의 아버지 엄시헌을 통해 아버지를 미화하기보다는 다만 아버지 된 자, 남편 된 자의 임무를 수행하느라 만 가지 슬픔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아버지들의 삶을 담백한 필치로 그려냈다.
성실과 정직만으로 잘 살아낼 수 있을 만큼 따뜻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세상에서 가족의 평안을 위해 정직한 노동뿐 아니라 야비한 웃음과 비굴한 행위도 자기 역할의 일부로 수용해야 하는 많은 아버지들은 그 자신이 무엇이 되고자 살지 않으며, 사내답게 인생의 승부를 걸지도 않는다. 처자식을 지키는 걸 전부로 알기에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모든 것을 걸 수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제 좋은 일, 제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무책임한 강자가 되기보다는 책임을 아는 약자로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가족애를 돌아보게 해주며, 사소한 말과 행동만으로도 우리 삶이 얼마나 넉넉해질 수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 줄거리
아버지 엄시헌이 한적한 국도에서 교통사고 뺑소니를 당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엄종세는 다 먹은 밥상을 치우는 기분으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경북 김천으로 향한다. 엄종세의 가족은 남강이 보이는 경상남도의 산골마을에서 살다가 뇌성마비에 정신지체, 자폐, 간질을 앓는 큰아들 엄종석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로 이사 왔다. 사내가 제일 참기 어려운 고통은 처자식들이 굶는 걸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엄시헌은 가족을 먹여 살리고 병든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철공소, 난전 좌판, 신발공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가 공사판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다 엄시헌은 집에 들르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고 언제부터인가 거의 집에 들르지 않게 된다.
엄종세는 어릴 때 어머니의 말을 받들어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으나, 어른이 된 후로는 일 년에 한두 번 아버지를 만났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박 형사는 아버지가 최근 두 달간 핸드폰으로 엄종세에게 일곱 번이나 전화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일하던 공사장 함바집에 들른 엄종세는 가게 안의 금고를 보다가 아버지가 가끔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일구삼공오삼팔, 맞지?” 하던 것이 떠올라 그 숫자를 눌러 금고를 연다. 그 안에는 엄종세가 보낸 편지들과 아버지의 일기, 거액이 들어 있는 예금통장과 약 4억 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증서 등이 있었다. 마침 엄종세가 금고를 여는 것을 뒤에서 본 박 형사는 법정상속인이기도 한 그를 의심한다. 엄종세는 직장에서 해고된 후 6개월째 퇴직금을 월급처럼 까먹으며 실직 사실을 집에 숨겨온 터라 박 형사는 처음부터 그를 주요 용의자로 보고 아버지가 사망하던 날 알리바이를 대라는 둥, 아버지와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그가 어떻게 금고 비밀번호를 알았는지 추궁하듯 물어본다.
한편 엄종세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제방공사장에서 아버지를 만나 지금까지 가까이 지내온 장기풍에게서 그간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듣게 되는데…….

▶ 처자식을 먹이고 입힐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일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엄시헌은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살았고, 아들 엄종세는 곁에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원망하며 성장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아버지가 사고로 죽은 후 아들은 아버지의 삶을 추적해나간다.
‘아버지 된 자의 손은 궂은일과 마른일을 가리지 않는다.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비의 손과 궂은일을 하는 손은 별개가 아니다. 너도 이제 아버지가 됐으니 네 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가리지 마라. 그리고 네 손이 하는 수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마라. 아버지 된 자, 남편 된 자가 처자식을 먹이고 입히는 일은 칭찬이나 상 받을 일이 아니다. 네 처자식이 네 평생의 상장임을 잊지 마라.’ 아들 엄종세가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아버지 엄시헌이가 보낸 축하 편지다. 편지는 소설 속 ‘아버지 엄시헌의 삶’을 축약한 것이자 이 소설을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아버지의 궂은일은 정직한 노동을 포함해, 비굴한 일, 비도덕적인 일까지 포함한다. 아버지 엄시헌은 처자식을 먹이고 입히기 위해 근면한 땀을 흘릴 뿐만 아니라 비굴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비도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니까 소설 속 아버지는 언제나 ‘자상하게 웃음 짓는 아버지’가 아니라 ‘악당’인 셈이다.
어느 시대이건 아버지는 가족의 중심에서 수많은 역할을 부여받고 그걸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간다. 그들에게는 가족의 인생이 곧 자신의 인생이기에 자존심을 기꺼이 버리고 정의도 쉽사리 포기한다. 그러나 일과 가족, 둘을 모두 만족스럽게 해내기란 녹록지 않기에 많은 아버지들이 가족을 위해 일을 택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부터 가족과는 멀어지게 된다. 그 둘은 결국 하나의 테두리 안에 있음에도 하나를 위해 나머지 하나를 택하는 순간 그 둘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엄종세의 아버지 역시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일에 몰두하지만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가족들에게서 소외되고, 다른 가족이 아버지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될 즈음에는 이미 가족들에게서 너무 멀어진 후다. 그래서 엄종세는, 적당히 벌더라도 가족과 함께 사는 게 더 소중하다며 그러지 못한 아버지의 삶을 부정하려 한다. 그러나 장기풍이 들려준 이야기와 아버지가 남긴 일기를 통해 엄종세는 아버지가 삶에 최선을 다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병든 아들을 치료하고 똑똑한 자식을 공부시키기 위해 남들의 손가락질을 감수하며 공사장에서 벽돌을 지고 함바집에서 술을 팔았고, 그래서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 부재하는 것처럼 보이나 늘 가족 곁에 있는 아버지
아들 엄종세는 자신의 어린 자식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다가 거기 자신의 모습이 드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 역시 아버지와 함께 사진 찍어본 적이 없는 이유를 깨닫는다.
‘국민학교 시절 소풍날 찍은 사진에도, 운동회 때 찍은 사진에도, 서울대공원에서 찍은 사진에도 아버지는 없었다. 엄종세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잊고 살았다.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사진을 찍을 만한 곳에 오지 않았다. 서울대공원에도 올 수 없었고, 국민학교 시절 소풍에도, 운동회에도 올 수 없었다. 그 시간에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벽돌을 지거나 함바집에서 요리를 하고 술을 팔았을 것이다.’ 소설은 부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버지, 가족들에게 무심해 보이는 아버지가 사실은 늘 가족 곁에 있었으며, 가족을 바라보며 살아왔다고 말한다. 다만 자식인 ‘우리’가 곁에 있는 아버지를 몰랐을 뿐이라는 얘기다.
드라마나 소설에서 아버지가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의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예가 종종 있다. 많은 경우, 가족의 화해는 ‘아버지의 용서 빌기와 자식의 양해’ 구도를 가진다. 그러나 『아버지의 오토바이』에서 아버지 엄시헌은 자식의 이해나 용서, 사회의 관용을 구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자신의 길을 걸었으며, 그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변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아버지와 자식은 화해한다. 아버지의 삶이 비록 남루하고 비도덕적이라 할지라도 그 삶을 긍정하는 것, 그것은 곧 한 아이가 어른이 되고, 한 남자가 아버지가 되는 과정인 셈이다.
작가는 ‘저자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엄시헌처럼 내 아버지 역시 도시로 이사 온 후 자식인 나의 운동회에 오실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 아들의 운동회에 갔습니다. 그리고 내 아들이 두 주먹 불끈 쥐고 바람에 흰 이마를 드러내며 달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기뻤습니다. 내가 내 아들의 운동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낸 내 아버지의 수고 덕분일 것입니다.’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를 지나온 한 집안의 가족사인 동시에 산업화 시대의 한국사이기도 하다.

▶ 세상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매일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는 사람들
소설 속 아버지들은 모두 피를 말리는 경쟁을 한다. 주인공 엄시헌을 비롯해, 아들 엄종세, 엄종세의 직장동료이자 후배인 김경한, 또 그들의 적이자 선배 세대인 곽 상무의 삶은 투쟁의 연속이다. 이들은 모두 때로는 비겁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연합전선을 형성해 상대와 싸운다.
주인공 엄시헌은 벽돌 쌓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젊은 기술자의 담배 심부름을 하고, 술을 사며 매달린다.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을 노름판으로 끌여들여 재산을 탕진하게 한다. 술장사를 편하게 하기 경찰들에게 극진한 대접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경찰들의 경조사까지 일일이 챙긴다.
아들 엄종세 역시 세상에서 살아남고, 잘나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선배 세대인 곽 상무를 공격한다. 나이든 세대가 만든 연공질서가 부당하다며 사내벤처를 만들어 자기만의 공을 세워나가려고 한다.
곽 상무로 대표되는 선배 세대 역시 물러서지 않는다. 그들은 치고 올라오는 후배 세대를 견제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갖가지 연합전선과 방해전선을 형성한다. 그리고 끝내 후배 세대를 짓밟는다.
같은 회사에서, 회사의 이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들 각자는 결국 경쟁 상대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겉으로는 악수와 사람 좋은 웃음을 나누지만 서로 견제하고 공격한다.
작가는 이 두 가지 얼굴이 모두 아버지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