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 태어나서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 한승태 노동에세이)

고기로 태어나서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 한승태 노동에세이)

$18.00
Description
제 59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교양 부문 수상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시사인>, <환경책큰잔치> 2018 올해의 책 선정

당신과 고기 사이에, 한번쯤은 놓여야 할 이야기

“세상의 더 낮은 곳을 보는 사람”(김민식 MBC PD), 작가 한승태가 한국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자기 자신과 그곳에서 함께한 사람들 그리고 함께한 닭, 돼지, 개 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노동에세이이자 ‘맛있는’ 고기(닭, 돼지, 개)와 ‘힘쓰는’ 고기(사람)의 경계에 놓인 비망록이다.
전작 《인간의 조건》을 통해 꽃게잡이 배에서 편의점에 이르는 여러 일터에서 체험한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를 기록했던 저자는, 고기를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는지 4년 동안 일하면서 경험했다. 시작은 “내가 알고 있던 동물이 그곳에는 없었다”는 단순한 충격과 공포로 인한 호기심이었지만, 닭, 돼지, 개 농장을 거치면서 생명의 존엄과 윤리에 대한 문제부터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까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노동하는 인간의 삶을 담은 담담한 에세이이면서도, 자연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부터 한국 식용 고기 산업 생태계의 단면에 대한 사회적 관찰까지 다양한 화두들을 제기하고 작가 나름의 그에 대한 생각을 담아냈다.
식용 고기 문화 자체는 결코 야만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쉽게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고기들이 생산되는 과정은 생명에 대한 ‘비윤리적인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닐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육즙이 흐르는 고기를 당신이 집어 드는 와중에 한번쯤은 놓여야 할 ‘고기로 태어난’ 존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멸종 위기로부터 3억 광년 떨어진 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찾아 떠난 노동 여행
동물의 생명에 대해 생각할 때 흔히 밀렵꾼이나 마구잡이 포획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떠올리기 쉽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현대 사회에서 가장 생명을 위협받는 동물은 단연코 우리가 매일 쉽게 볼 수 있는 식용 동물들이다. 이 책은 멸종 위기로부터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전 세계인의 식용 동물 닭, 돼지와 한국인들의 식용 동물 개가 ‘고기’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통계가 아닌 클로즈업의 방식으로, 노동하고 체험하면서 관찰한 결과물이다. 노동 여행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4년의 시간 동안 한국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 단순하게 머리로 숫자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체를 확인하고 냄새를 맡아보려고 했다. 그곳에서 경험한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를 틈틈이 일기로 적어뒀고,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저자

한승태

창원에서태어났고서울에서자랐다.대학을졸업하고꽃게잡이배,주유소,양돈장등에서일하며글을쓰기시작했다.좋아하는선배작가의표현을빌려보자면,서울의주인들이그럴듯한일자리를맡겨주지않았기때문에스스로를사소하고보잘것없는일들의기록자로임명했다.요즘은저자소개란이두툼해질수있게좀열심히살걸하는후회를곱씹으며지내고있다.
지은책으로는전국을떠돌며농업,어업,축산업,제조업,서비스업계에서닥치는대로일하면서틈틈이기록한이야기들을바탕으로쓴(가족과친구들로부터저질유머로가득한치기어린책이라는평을듣고있는)《인간의조건》이있다.

목차

시작하기전에
-통계와클로즈업

닭고기의경우
-산란계농장(충청남도금산)
-부화장(대한민국어딘가)
-육계농장(전라북도정읍)

돼지고기의경우
-종돈장(경기도이천)
-자돈농장(충청남도강경)
-비육농장(강원도횡성)

개고기의경우
-첫번째개농장(경기도포천)
-두번째개농장(충청남도금산)

마무리하며
-붉은돌담앞에서

출판사 서평

고기[명사]
1.식용하는온갖동물의살.
2.사람의살을속되게이르는말.
-국립국어원표준국어대사전

맛있는고기들:시간과공간의감옥에갇힌,생명아닌상품
고기라는말에는두가지뜻이있다.‘맛있는’고기와‘힘쓰는’고기.“고기로태어나서”스스로의생명을온전히누리지못한서글픈운명에처한‘두고기이야기’를이책은두루다루고있다.
‘맛있는’고기들의생명은현대사회자본주의체제의이윤과속도와식감에철저히종속되어있다.농장에서가장자주쓰는말은‘도태’다.고기라는상품으로태어난닭,돼지,개는상품가치가떨어진다고판단되는즉시,즉사룟값대비판매가격이낮다고판단되면‘도태’된다.죽인다,잡는다가아닌‘도태’다.하자가생긴물건을처리하는것일뿐생명으로취급하지않는다.그렇기때문에비록식용동물일지라도생애주기만큼은보장받는다던지,조금더윤리적인방식으로사육된다던지하는것들은고려대상에서제외된다.저자가경험한거의모든농장의상황이비슷했다.
닭은비좁은케이지에한가득갇힌채고기가될부위들만기형적으로성장을당한다.수평아리들은모조리쓰레기통에코푼휴지를버리듯폐기된다.돼지농장에서는육질을위한거세가제대로된마취도없이진행되는가하면(법적으로도문제의소지가있는)전기충격기가종종쓰였다.모돈의경우1년에단지40분을걷고,그외의시간은먹고잠을자면서스톨이라는기구안에서“동사(動詞)가필요없는”삶을살고있었다.적게먹고빨리찌는규칙이농장전체를지배하고,이규칙을따르지못하는돼지는도태된다.아프다고치료하지않는다.자연스럽게낫거나,도태되거나,판매될때그부위를잘라내면될뿐이다.‘관리’와‘위생’이라는말을꺼낼수없을정도의환경에서개사육과도살이이루어지기도한다.동물농장의동물들은모두들서로를쪼아대고물어뜯는다.신체여러부위에이상현상이나타난다.자연상태의닭,돼지,개가절대그렇지않는다는것을감안하면인간이고기를얻기위해강제하는시간과공간의감옥으로인해나타나는현상이다.만물의영장이라는인간이과연이런식으로자연과관계를맺는게온당한일일까,생명을이런식으로낭비해도되는것일까저자는고민한다.
하지만이는조금더복잡한맥락을지닌다.돈이라면그무엇도할수있는농장주가바로그때문에‘돼지킥노노’를외치는것과그어떤농장주(또는기업사장들)보다도노동자인권을이해하던이가‘사람들너무고생하는것이안타까워’전기충격기를허용하는것을어떻게생각해야할까.개농장에대해비판하기는쉽지만,개농장이한국사회에서‘실패한’사람들이마지막재기를위해손대는사업인경우가상당히많다는현실은또어떻게생각해야하는가.상품성이있는일부동물들은더나은대우를받기도한다.그럼그렇지않은고기들에대해상품성을배제한채윤리적으로만접근하자고말하는것이현실적인가.맛있는고기의문제는보면볼수록단순하지않다.

힘쓰는고기들:저아래낮은곳에서노동하는사람들
“승태이빨잘생겼네.”부화장아저씨들이저자를보고이야기한다.누구하나살면서치아한번제대로관리받을여유가없었기에밥을먹을때마다얼굴을찡그렸다는걸저자는그제서야알았다.대학을졸업하고자신과비슷한다른이들처럼살았다면아마도그곳에서일을하지는않았을저자는‘저아래에있는사람들’과다양한일들을경험한다.부화장에서함께한가족처럼모여술을마시고,‘앙골와트’를남긴민족의예술혼에감탄하며,한국남성노동자와캄보디아여성노동자의결혼을축하하고,이집트청년들에게둘러싸여왜아직까지결혼을하지않았는지질문받고,조선족아저씨와함께기숙사생활을하며집에서도먹어보지못한맛있는요리들을맛보고,한달에하루또는이틀쉬며일하던중돌발적으로주어진‘저녁이있는삶’에감동하고,개농장주변농민들의“사는게다그런거지”라는말에자신이이론서한귀퉁이를붙잡고성실한사람들을평가하며교만하게구는건아닌지고민한다.
근로기준법도합법적으로적용되지않는노동환경(최근의개정논의에서도이업종은완전히배제됐다)에서노동을하며최선을다해자신의삶을살아가는오늘날이곳의‘저아래낮은곳에서노동하는사람들’을기록했다는점에서이책은특별한가치를지닌다.《인간의조건》부터이어져온작가의치열하지만가난한,세상에서가장과소평가된사람들에대한진솔한이야기인것이다.

종의돌담앞에서살펴본인간과동물의경계
이책은채식을주장하지않는다.야만적인고기는없다.인간과인간아닌동물이똑같은것도아니다.하지만,식용고기산업의단면을살펴보면서,저자는동물보다도“더나약한인간의모습”을본다.과연‘두고기’를저런식으로대하는것을인간다운행동이라고할수있을까.작은것하나부터더윤리적으로만들어나가기위한고민이필요하지않을까.식용고기에대한태도에있어서도스스로를의심하고변화해나가야하지않을까.우리가자연과생명에야기하는고통의총량을줄이기위한고민과시도가가능하지않을까.이를통해‘윤리적인고기’에대해생각해보아야할때가아닐까.
물론쉬운문제는아니다.‘윤리적인방식으로사육한고기’의값이비싸진다면,맛이없어진다면이는적절한해결책이라고할수있을까?당장,우리가받아들일수있을까?중요한것은이러한문제를고민하고해결책을찾아나가기때문에우리를인간이라고부를수있다는점이다.수십톤의음식쓰레기가불균형하게쏟아지는세상을더나은곳으로만들기위한고민이없다면,우리는종(種,species)을가르는돌담앞에서미심쩍은눈으로인간과동물의경계를계속바라보며‘이것이인간인가’질문할수밖에없다.극단적인권리를주장하는것은어쩌면극단적인불의를행사하는것이기때문이다.

[책속으로추가]
다시한번눈물이핑돌았다.돈도돈이었고분하고억울한것도그렇지만가장나를비참하게만든것은그의말투가한두시간전에멱살을붙들고호로새끼를외치던사람이라고는믿을수없을만큼정중했다는거다.조금이나마화를가라앉히고진정해서일까?그랬을지도모른다.하지만나는다른이유가있을거라고생각했다.그는일대에서소송으로유명한사람이었다.농장장은그가“문제생기면변호사시동부터걸고보는인간”이라고표현했는데이일도소송의가능성을염두에두었을것이다.그러니여차하면법정에서증거물로쓰일수있는휴대폰문자에조금전일어났던폭행의흔적을남기고싶지않았을것이다.이사람은이렇게철저하구나,나는생각했다.나나쌍남같은사람은절대이런사람을이길수없겠구나.이개새끼!이씨발놈!가만놔두면안되겠어.신고해야겠어.나는결심했다._233쪽

사장처럼온화한사람이전기충격기로돼지를찌르는모습이잘그려지진않았지만그렇다고이씨아저씨나강부장이조금이라도폭력적이거나거친사람인것은아니었다.그들에게전기충격기는돼지라는상품을다루는방식의하나일뿐이었다.여기에이곳돼지삶의아이러니가숨어있었다.강경의사장은(이런식으로야비하게밖에표현할도리가없는데)돈밖에모르는인간이었다.그에게는사람보다상품이더중요했다.그는우리가절대돼지를때리지못하게했다.상품에흠집이생기면안되니까.그가감시하는동안뿐이긴했지만어쨌거나농장의원칙은그랬다.하지만횡성의사장은사람을물건처럼대하지않았다.그가물건처럼다루는것은돼지뿐이었다.그는진심에서우리가너무힘들게일하는걸원치않았기때문에돼지를때리는것도전기충격기를쓰는것도막지않았다.전자는법적책임을피할수만있다면누구든지두들겨팰수있는사람이었지만돼지에게생채기하나생기지않게했다.후자는뺨을얻어맞으면자기가뭘잘못했나부터고민할사람이었지만돼지에게전기충격주는걸마다하지않았다.고대로마의귀족들은이성의노예들이보는자리에서옷을갈아입는걸대수롭지않게여겼다고한다.성적으로문란해서가아니라그들에게노예는인간이아니었기때문이다.나는횡성의양돈장에서보았던일들도같은논리로이해한다.그건그들이폭력적이어서가아니라동물은물건이라고믿기때문이라고말이다.어느과학자의말을바꿔서표현해보자면생명관에상관없이좋은사람은동물을아끼고악한사람은동물을학대한다.그런데좋은사람이동물을학대하는경우,그것은대부분동물은물건이라는믿음때문에가능한일이다. _263쪽

그런일들이괜찮은지물어보자상대는내가왜그런걸물어보는지즉시이해했다.“개키우는게다그런거지뭐.”그대답은아무런노력도들이지않고흘러나왔기때문에더욱더확신에차있는듯이들렸다.내자신이쓸데없는참견쟁이처럼느껴졌다.이곳의물을마시고이곳의쌀을먹는사람들이괜찮다고하지않는가?그런데내가뭐라고그게더럽고끔찍하다고난리란말인가?나는주어진조건안에서최선을다해생계를꾸려가는사람들을이론서한귀퉁이에서나찾을수있을법한기준을가지고폄하하고있는걸까?‘다그런거지’라는말속엔내비난보다훨씬더거대한존재에게호소하는울림이있었다.나는대꾸할말을찾을수가없었다._355쪽

갑이을의처지를상상하는것이힘든일이라면인간이동물의고통을상상하는것은불가능에가까운일일지도모르겠다.동물은특히나식용가축은인간앞에선영원불변의을일테니말이다.이곳은케이지하나에여러마리의개를넣고기르다보니서로싸우고상처를입는경우가많았다.하지만치료같은건없었다.어떤개는뒷다리에30cm정도길이로찢어진상처가있었다.벌건속살이그대로드러나있었지만방치됐다.또이곳엔눈에이상이생긴개가많았다.가장심했던개는한쪽눈알이부어서눈대신8번당구공을끼워넣은것처럼보였다.내가어쩌다저렇게된거냐고,뭐라도해야하지않냐고물으면그는한결같이시큰둥했다.“별거아냐.조금따끔하다말아.”유달리상상력이부족한남자가대답했다. _414쪽

칠면조를기르는미국의어느동물복지농장은일반적인사육기간보다수개월을더기르는데이고기역시질기다.그래서이들은자신들의고기를구매하는식당과개인소비자들을위한새로운요리법을개발했다.맛은어찌보면생산비나시설문제보다더큰어려움일수도있다.동물복지가미각과연결된다면요식업계의변화까지동반해야결실을맺을수있기때문이다.현재로선동물에게충분한시간을보장해주는것은요원한일처럼보인다.그렇다해도,지금부터조금씩이라도동물들이갇혀있는시간의감옥에대해고민해볼가치는있을듯싶다. _4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