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아동학대사망리포트
2017년여름,세살아이가개목줄에묶여순진채발견되었다.우리나라에서는한해37명의아이들이맞아죽거나방치된채죽어가고있다.1~2주에한번꼴로아동학대사망사건이발생하는셈이다.그러나‘어른’들은끔찍한사건앞에서쉽게비난할대상만을찾을뿐,‘우리’의문제로성찰하며대책을고민하지않는다.그리고언제나그랬듯이금세잊어버린다.
《한겨레신문》탐사기획팀다섯기자는2008~2014년우리나라에서학대로사망한아동의실태를꼼꼼하게조사했다.정부와기관의부실하고부정확한통계를교정하고,그간의아동학대사례개요,판결문,공소장,사건기록,언론보도등을분석했다.신체학대와방임으로인한사망외에,그간우리사회가아동학대로인지하지못했던신생아살해,동반자살이라는이름으로왜곡된‘살해후자살’도포함했다.그렇게확인한학대사망아동만263명이었다.
기자들은각종자료를모으고분석해우리나라아동학대의현주소를살피고,알려지지않았던아동학대사건의진실을좇고,가해자를인터뷰하고,피해아동과형제자매의죽음을겪은‘살아남은아이’들을만났다.또한최전선에서일하는사회복지사들과동행하며가해자부모의거부로문앞에서발길을돌려야하는현실에절망하기도했다.그와동시에아동학대문제해결을위해노력해온사회복지학교수,의사,심리상담가등전문가들과함께구체적인대안을마련해제시하고자힘썼다.
《아동학대에관한뒤늦은기록》은학대피해아동의죽음앞에서또다시뒤늦은후회를하지않기위해다섯기자그리고이들의취재를도운많은이들이함께기록한우리사회의아동학대사망리포트다.
우리나라의심각한아동학대실상
저자들은수집한자료와취재내용을바탕으로아동학대사망사건가해자와피해자를분석하고아동학대와관련한여러유의미한통계를도출했다.예컨대가해자가확인된아동학대사망사건107건가운데친모가저지른사건은39건(36.4%),친부는32건(29.9%),친부또는친모가공범인경우는9건(8.4%)이었다.수치가보여주듯아동학대가해자의대부분이친부모다.계모,계부에의한학대는우리의편견과는달리그수가훨씬적다.
학대사망아동중112명의죽음을심층분석해보니여섯살이되기도전에숨진아이들이76명이나되었고,그중43명은돌도안된아기였다.“소풍가고싶어요”“마이쮸먹고싶어요”라고말했다고부모에게맞아사망하는가하면,“아빠와같이있지않게해주세요”라고어른들에게알렸음에도학대받다결국사망한경우도있었다.가해자인어른대부분은아이탓을했다.학대의이유를살펴보니아이가자꾸울고,대소변을가리지못한다는등의생리적이유가가장많았고,훈육을명분으로한학대가그뒤를이었다.또한학대로사망한아이들가정의절반가까이가가정불화를겪었고,그이면에는실직이나경제적궁핍등의원인이자리잡고있었다.
부모의극심한방임하에9년동안방안에갇혀지내다열세살나이에생후5~6개월수준인7.5킬로그램의몸무게로숨진아이도있었다.이안타까운죽음에는빈곤과가정불화,양육자의우울증에더해방임에대한우리사회의낮은인식수준도일조했다.
사회가아이들을보호해야한다
《아동학대에관한뒤늦은기록》은감춰진죽음을복원해우리사회의책임을묻는다.《한겨레신문》보도를통해처음으로짚어내,이책에수록한‘장기미취학아동의학대사망’이대표적인예다.또한영유아건강검진,필수예방접종등의데이터를분석하여그와같은제도에서배제된아이들의학대가능성을제시한다.저자들은과거아동학대사망사건가해자의오늘을살피고자추적인터뷰를하고,학대피해를경험한아이의17년에걸친치료및회복과정을탐찰하기도했으며,아이들이보낸SOS신호를번번이외면한우리사회의무심함과신고의무자들의책임방기를고발한다.이를통해아동학대가사망으로이어지기까지의과정에서사회적개입과구조가가능했음을짚어낸다.
아울러미국과유럽등의사례에비추어우리의아동학대실태를보다객관적으로점검하고,아동복지를비롯한사회복지의증진,재발방지를위한가해자치료및교육,아동학대신고의무의강화,피해아동을보호할시설과인력을확보하기위한정부의아동학대관련예산확충등의해결책을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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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수없이잔혹하게살해당한아이들의사연을접하고,부실한통계만큼이나부실한대책과절망스런현실을마주하기란분명고통스러운일이다.하지만괴롭다고읽지않고관심갖지않는다면“검은문안의아이들”,아직죽지않은아이들을구할길이없다.어른의의무로서,우리는아이들의고통에귀기울여야한다.이책의출간을준비하는과정에서도아동학대사망사건이줄을이었다.장기결석아동과장기미취학아동이숨진채로발견되고,제부모에게맞아죽은아이들의시신이방치되고유기된채발견되었다.저자들은더늦기전에아동학대사망사건을복기하고,재발방지와대책마련에우리사회구성원모두가나서길촉구한다.그출발선에서《아동학대에관한뒤늦은기록》은별이된아이들263명이그리는좌표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