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빈곤 : 형제복지원, 10년의 기록

고립된 빈곤 : 형제복지원, 10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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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대한민국의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을 기록하다
나치의 아우슈비츠 만행에 비견할 사건은 대한민국에도 있다. 국가와 정권의 비호 아래 ‘모범 사회복지구호시설’이라는 이름으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2년 동안 5만 명 넘는 사람이 감금당했고 그중 무려 657명이 사망한 대형 사건이다. 수용된 사람들은 일상적인 인권 유린과 폭력에 시달렸고 그중 최소 657명이 사망한 대한민국의 아우슈비츠, 바로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가난과 빈곤을 ‘일소’하겠다며 ‘포효’하던 군사 독재 정권은 빈곤 그 자체를 소멸시키지는 않았다. 그들의 포효는 그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복지’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눈앞에서 치워버리겠다는 뜻이었다. 그 정점에 바로 형제복지원이 있었다. 가장 가난한 이들은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갇혔다. 그리고 30여 년 뒤, 마침내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때로는 주목받았지만 보통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진실을 알리고 마침내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시간”을 위한 지난한 싸움은 여전히 분명하게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10여 년간 형제복지원의 진상을, 그리고 피해자와 생존자의 투쟁을 기록해온 저널리스트 박유리 작가가 그동안의 기록을 정리하여 펴낸 것이다. 인터뷰, 르포르타주, 소설, 소논문 등 다양한 형식을 배합하여 형제복지원 사건에 얽힌 이야기에 입체적으로 접근했다. 피해자, 수용소 설계자, 이러한 상황을 야기한 체제, 생존자의 투쟁, 정치권 반응과 형제복지원의 ‘형제들’(유사 사건)을 충분히 살핌으로써 사건에 대한 표피적인 정보 아래의 사람과 사회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인간성을 말살했던 국가의 범죄와 정권의 폭력 그리고 비정한 사회 현실을 돌아보고,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꾸준히 이어진 ‘빈곤 청소’와 고립의 현대사에서 기인한 것임을, ‘국민을 지배하는 권력’이라는 모순이 낳은 필연적인 사건임을 정리하였다.
몇몇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가 배상 판결이 세 차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 정부는 법적 책임을 거부하며 끊임없이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진상 규명을 위한 피해자의 외침을 듣고도 방관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피해자의 권리 구조와 명예 회복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저자는 말한다. “진실은 성실하게, 지루하게 흘러간다”라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진실이 제 갈 길을 가는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부터라고 말이다.
저자

박유리

저자:박유리

1983년부산에서태어났다.파괴되고외로운이들의침묵을듣는일이좋았다.흙바닥에서시가되어버린일기를쓰는시리아의난민소년,헤어지는날우산을내어준영등포집창촌의여인,매월5만원을상납해야주연배우의풍경이될수있었던이름없는드라마엑스트라,4차혁명시대에땅을잃고전국을헤매는화전민들에게서살아낸다는것의치열함과서글픔을보았다.가장비루한존재들의아름답고위대한시간을쓰는것이나의일이라고믿는다.국민일보에이어한겨레에이런글을썼다.

형제복지원을모티프로한첫장편소설《은희》(한겨레출판)를2020년출간했다.기자를그만두고현재는고려대학교미디어학박사과정에있다.문화체육관광부산하지역신문발전위원회전문위원으로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탐사저널리즘을강의한다.

목차


들어가는말

1장목소리
2장수용소설계자
3장생존자
4장진실찾기
5장지옥에서의연대
6장빈곤청소
7장형제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빈곤청소’라는국가범죄,그리고진실을향한여정

국가범죄는빈곤‘청소’를이유로자행되었다.빈곤을감금하고눈앞에서치워버리는감금과수용을통해,한국사회는해결해야할모순을끌어안기는커녕보이지않는척외면했다.그렇게‘고립된빈곤’의역사가지속됐다.저자는주제를전달할수있는가장효과적인형식을각장마다채택하였다.

1장은생존자들의뜨겁고참혹한체험을전달하기위해구술록형식을취했다.형제복지원이라는악독한세계를구축한‘설계자들’을고발하는2장과진실을알리기위한이들의투쟁과정을기록한4장,그리고형제복지원의또다른감금시설들을다룬7장에서는르포르타주형식을도입했다.형제복지원의잔혹한현실을피해자들의증언에기반을두고정리한3장은픽션형식을취해당시의상황에몰입할수있게했다.‘살아남은’이들의투쟁경험과소감을정리한5장은인터뷰형식을도입해피해자들의입을통해사건현장을생생하게보여준다.6장은소논문형식을통해빈곤을‘청소’해온국가범죄의현대사를차분하게‘기록’했다.

다양한형식을통해국가가국민에게가한‘테러’와폭력을기록하는동안,저자는그에맞선보통사람들과피해자들의끈질긴싸움역시역사속에서제자리를찾기를갈망한다.국가는빈곤을고립시켰지만,빈곤은닫힌그문을스스로열어젖히고세상을향해진실의손을끊임없이내밀고있기때문이다.

너무늦었고아직이른,두시간사이에서

“처음글을쓰기시작한때로부터10년이흘렀다.너무늦었고,아직이르다.형제복지원이집중조명되던때로부터늦어버렸고,형제복지원사건이온전히진상규명돼부랑인을대규모로감금하던현대사가역사의한페이지로기록되고성찰될어느시점에는아직닿지못했다.두개의시간사이에서,《고립된빈곤:형제복지원,10년의기록》을2024년출간한다.오지않은미래와지나간과거사이의어느때일것이다.”

두시간의대결에서무엇이승리할것인가.지금도피해생존자들은진상규명과국가의책임이라는국민으로서보장받아야할너무나당연한권리를위해혼신을다하고있다.지금여기에서우리는무엇을해야할것인가.저자는말한다.“진실은성실하게,지루하게흘러간다.식어버린사람들의관심과생존자들의여전한갈증사이에서,진실은그렇게걸어간다.들리지않는가.가만히귀를기울이면,진실이제갈길을가는침묵의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