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닝 : 꽃게잡이 선원에서 돼지농장 똥꾼까지, 잊힐게 뻔한 사소한 삶들의 기록 - 한승태 노동에세이 1

퀴닝 : 꽃게잡이 선원에서 돼지농장 똥꾼까지, 잊힐게 뻔한 사소한 삶들의 기록 - 한승태 노동에세이 1

$18.76
Description
치열하지만 가난한,
세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사람들의 이야기
한승태 작가의 데뷔작 ‘인간의 조건’이 《퀴닝》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전국을 떠돌며 온갖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무명의 작가는 2013년 1월 ‘인간의 조건’을 펴내며 주목을 받았다. 이전 르포 문학에서 볼 수 없었던 독보적인 문장에 아무나 할 수 없는 현장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한승태라는 장르’가 탄생했음을 알렸다. 11년이 지난 지금 새로 출간한 이 책은 제목을 작가가 의도한 ‘퀴닝’으로 고쳐 달았고 초판의 오류를 바로잡고 문장을 대폭 다듬었다.
‘퀴닝Queening’은 체스 게임에서 ‘졸(폰)’이 상대 진영 끝에 도달하면 잡힌 말 가운데 어떤 말로도 변신할 수 있는데, 이때 대부분 ‘여왕(퀸)’을 선택하는 것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일종의 계층 상승인 셈이다. 이 책은 ‘퀴닝’을 꿈꾸지만 늘 ‘졸’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진도의 꽃게잡이 배, 서울의 편의점과 주유소, 아산의 돼지농장, 춘천의 비닐하우스, 당진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20대의 한 시절을 보낸 작가 한승태가 일하면서 기록한 메모를 토대로 펴낸 책이다.
한때 ‘워킹푸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저널리스트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쓴 《노동의 배신》이 주목을 받을 무렵이었다. 말하자면, 작가 한승태는 한국의 바버라 에런라이크다.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미국의 한승태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밀린 사람들이 자본의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퀴닝》이 지독히도 세밀하게 보여주는 까닭이다. 작가는 세상 곳곳에서 ‘졸’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사는지, 여름엔 얼마나 덥고 겨울엔 얼마나 추운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음식을 먹고 얼마를 버는지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를 놀랍도록 정밀하게 묘사한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블랙 유머’가 가세한다. 기어이 ‘웃픈’ 이야기 속에서 세상의 냉혹함과 인간의 지독함이 뒤엉켜 일으키는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할 수 있다.
작가는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부조리함 또한 감추지 않는다. 타인의 부조리함을 방관하면서 동시에 비난하지만, 자신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임을 눈치챈다. 과연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누구라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법한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꽃게잡이 배 선원이나 양돈장 똥꾼처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우리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쩌면 그 조건은 그들을 궁금해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들의 안부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답장이다.
저자

한승태

저자:한승태
창원에서태어났고서울에서자랐다.대학을졸업하고꽃게잡이배,주유소,양돈장등에서일하며글을쓰기시작했다.좋아하는선배작가의표현을빌려보자면,서울의주인들이그럴듯한일자리를맡겨주지않았기때문에스스로를사소하고보잘것없는일들의기록자로임명했다.지은책으로는《퀴닝》(인간의조건개정판),《고기로태어나서》,《어떤동사의멸종》이있다.제59회한국출판문화상(교양부문)을수상했다.

목차


개정판서문_관악산입구주차장에서
초판서문_우리도퀴닝할수있을까?

1이틀발이_진도,꽃게잡이
2빈민의호텔_서울,편의점과주유소
3과자의집의기록_아산,돼지농장
4면죄부_춘천,비닐하우스
5T.G.I.F._당진,자동차부품공장

에필로그_퀴닝Queening

출판사 서평


치열하지만가난한,
세상에서가장과소평가된사람들의이야기

한승태작가의데뷔작‘인간의조건’이《퀴닝》으로새롭게출간됐다.전국을떠돌며온갖일을하며생계를꾸려가던무명의작가는2013년1월‘인간의조건’을펴내며주목을받았다.이전르포문학에서볼수없었던독보적인문장에아무나할수없는현장경험이고스란히녹아든‘한승태라는장르’가탄생했음을알렸다.11년이지난지금새로출간한이책은제목을작가가의도한‘퀴닝’으로고쳐달았고초판의오류를바로잡고문장을대폭다듬었다.
‘퀴닝Queening’은체스게임에서‘졸(폰)’이상대진영끝에도달하면잡힌말가운데어떤말로도변신할수있는데,이때대부분‘여왕(퀸)’을선택하는것을두고일컫는말이다.일종의계층상승인셈이다.이책은‘퀴닝’을꿈꾸지만늘‘졸’로살아가는사람들을보여준다.진도의꽃게잡이배,서울의편의점과주유소,아산의돼지농장,춘천의비닐하우스,당진의자동차부품공장에서20대의한시절을보낸작가한승태가일하면서기록한메모를토대로펴낸책이다.
한때‘워킹푸어’라는말이유행처럼번졌다.저널리스트바버라에런라이크가쓴《노동의배신》이주목을받을무렵이었다.말하자면,작가한승태는한국의바버라에런라이크다.(바버라에런라이크는미국의한승태다.)자본이지배하는세상에서밀린사람들이자본의푸대접을받으면서도치열하게살아가는모습을《퀴닝》이지독히도세밀하게보여주는까닭이다.작가는세상곳곳에서‘졸’로살아가는사람들이어떤곳에서사는지,여름엔얼마나덥고겨울엔얼마나추운지,어떻게살아왔으며어떻게살고싶은지,어떤음식을먹고얼마를버는지등쉽게접할수없는이야기를놀랍도록정밀하게묘사한다.여기에작가특유의‘블랙유머’가가세한다.기어이‘웃픈’이야기속에서세상의냉혹함과인간의지독함이뒤엉켜일으키는묘한감정의소용돌이를경험할수있다.
작가는이야기하는과정에서드러나는자신의부조리함또한감추지않는다.타인의부조리함을방관하면서동시에비난하지만,자신또한그들과별반다르지않은인간임을눈치챈다.과연인간을인간이게하는것은무엇일까.인간의조건은무엇일까.작가는<서문>에서이렇게말한다.“누구라도대수롭게여기지않을법한사람들이어떻게먹고살고있는지를보여주고싶었다.꽃게잡이배선원이나양돈장똥꾼처럼아무도궁금해하지않는다는의미에서우리와는상관없는사람들의모습을.”어쩌면그조건은그들을궁금해하는데에있지않을까.이책은그들의안부가궁금한사람들에게보내는답장이다.

꽃게잡이선원에서돼지농장똥꾼까지
1부‘이틀발이’는진도꽃게잡이배에서일한극한의시간을그렸다.동료들의얼굴은모두짙은캐러멜빛이었다.화물선에서원양어선까지안타본배가없는갑판장,강북나이트클럽출신한주형,트럭행상으로빚지고노가다판을전전하다가온큰형님,돈벌어PC방차리는게꿈인윤철이형,말수가적은게유일한미덕인선주.직업소개소에갔다가얼떨결에통발배를선택한작가는이들과파도에흔들리는작업장에서우여곡절의서사시를완성한다.배설의순간마저배난간에서위태롭게해결해야하는환경에서작가는매순간흔들리고절망한다.

2부‘빈민의호텔’에서작가는서울의월12만원짜리고시원에거주하며편의점과주유소에서일한다.편의점과주유소역시‘바다’였다.직원들은‘감정의바다’에서일하는선원이다.손님의무례함은파도와같다.이곳들의파도역시좀처럼멈추는순간이없다.작가는“누구나이곳에감정의똥덩어리를잔뜩싸질러놓고”간다고말한다.주변에서흔히볼수있고매일접하는곳이지만작가의‘극적인탈출기’를보노라면도심의꽃게잡이배와다를바없다.

3부‘과자의집의기록’은아산의돼지농장이무대다.헨젤을잡아먹으려고살을찌우던늙은마녀처럼,사람들은돼지를살찌운다.그러나그곳은과자의집과같은아늑한공간이아니라똥과오물로가득찬좁은우리다.새끼들이태어나면,그중허약해보이는새끼는내동댕이쳐져죽임을당하는곳이다.양돈장은주유소와는다른방식으로정신을뒤튼다.숨이붙어있는새끼돼지를‘버릴’때,죽어가는돼지의머리를쇠파이프로내리칠때당신이평정심을유지할수있다면그것은당신이이전과는전혀다른사람이됐다는뜻이다.

4부‘면죄부’는춘천의비닐하우스에서지낸이야기다.일은어렵지않았지만,4월임에도강원도의밤은아직너무나춥다.오이들과함께비닐하우스에서잠들지만,온풍기바람을쐬는건오이뿐이다.추위보다더욱작가를괴롭히는건암흑과같은적막이다.아이러니한점은주인부부가지금까지만난고용주중가장좋은사람들이었는데도생활환경은가장열악했다.작가는이곳에서일하면서최저임금제가누구를위한규칙인지이해했다.그것이노동자를위한제도라는생각이야말로지독한환상이다.최저임금제란,정부가고용주에게발급해주는연말정산용면죄부일뿐이다.

5부‘T.G.I.F.’는이책의마지막일터인당진의자동차부품공장에서의기록이다.여기서는노동을매개로얽힌온갖아이러니한군상이그려진다.함께일하는중국인동료들을업신여기는한국인노동자들,업무특성상남녀로양분된부서간에서로상대편의급여가더높다며벌어지는갈등,혜택은커녕업무강도만세져서정규직되기를거부하는파견직노동자들,동료를아끼던이는해고의위기에몰리고,광기어린누군가는승진하는상황.이모두를지켜본작가는이노동자들이실험용쥐의등에키운인공장기와같다고느낀다.한국경제라는환자를위해마음껏쓰고버려지는인공장기.생명이지만,생명취급을받지못하는것이당연한.

우리도퀴닝할수있을까
에필로그<퀴닝>에서작가는다시꽃게잡이이야기를들려준다.책의결말이자작가의말이기도한이글에서,작가한승태는1부에서거론한바닷가마을로되돌아가야만했다.작가의말마따나,아무리힘들었어도기억은지나고나면좋게희석되기마련이다.그러나아무리기억이왜곡되어도현실이바뀌지는않는다.달라진것없는그곳에서작가는결국도망친다.그럼에도불구하고역시달라진것은없다.논픽션과픽션이뒤섞인에필로그에서작가가보여준건결국암울한결말이다.우리는과연퀴닝할수있을까.이런세상에서퀴닝은무슨의미가있을까.
“체스의졸은한번에한칸씩전진하는것밖에못하는가장약한말이지만,그런졸이라도상대편진영끝에도달하게되면여왕으로변신할수있다.하지만인간이남의돈을벌어먹고살아야하는이세상에선,졸이아무리노력한다해도평생졸로머무르는게아닐까,생각하면나는조금두려워진다.”(에필로그<퀴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