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사의 멸종 :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 한승태 노동에세이 3

어떤 동사의 멸종 :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 한승태 노동에세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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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승태

저자:한승태
창원에서태어났고서울에서자랐다.대학을졸업하고꽃게잡이배,주유소,양돈장등에서일하며글을쓰기시작했다.좋아하는선배작가의표현을빌려보자면,서울의주인들이그럴듯한일자리를맡겨주지않았기때문에스스로를사소하고보잘것없는일들의기록자로임명했다.지은책으로는《퀴닝》(인간의조건개정판),《고기로태어나서》,《어떤동사의멸종》이있다.제59회한국출판문화상(교양부문)을수상했다.

목차


시작하며:소개하다

1부전화받다
2부운반하다
3부요리하다
4부청소하다

마무리하며:쓰다

출판사 서평


인간사회라는야생에서
멸종되어가는몇몇직업―동사의이야기

첫책《퀴닝》(‘인간의조건’개정판)으로세간의주목을받고,두번째책《고기로태어나서》로제59회한국출판문화상(교양부문)을수상한작가한승태가‘사라지는직업들의풍경’을기록한신작《어떤동사의멸종》을펴냈다.여러보고서에서지목한‘기술의발달로머지않아대체될(사라질)직업’가운데그확률이높은네직업의어쩌면마지막일모습을담고자했다.
작가가보고듣고맡고맛보고느끼며기록한네직업은‘콜센터상담,택배상하차,뷔페식당주방,빌딩청소’다.책제목과연관지어‘동사’로표현한다면각각‘전화하다,운반하다,요리하다,청소하다’이다.작가는이들직업을두루겪으며그풍경의안과밖을,그가운데에서움직이는사람들을세세하게담아냈다.이들‘직업-동사’를미화하지도않는다.다만작가는그어둡고무거운풍경을익살스럽고유쾌하면서도쓴맛을다시게만드는작가특유의문체로들려줄뿐이다.어둡다고안보이게하거나무겁다고짓눌리게하지도않는다.이들‘직업-동사’의마지막일지도모를모습을그는풍자와해학이담긴실없는농담과비유를섞어드러내며우리의가슴께를찌릿하게만든다.
우리모두는그풍경속의당사자이거나관찰자다.어느쪽이건우리는동시대를살아가는이웃이다.한치앞을모른다는측면에서어쩌면우리모두가당사자다.하여,거스를수없는시대변화의길목에서우리가지을수밖에없는표정이있을지모른다.아마도그표정을이책을읽을때거울에비친자신의모습에서발견할수있으리라.
‘이세돌은과연알파고에게졌을까,이겼을까?’이질문이아직은유효하다고믿는다.‘터미네이터’의시대,‘메트릭스’의시대가도래하더라도그질문의답이무엇일지,그게어떤결말을의미할지는아무도확신할수없다.다만,‘읽는다’라는동사마저위태로운지금,그질문에쉽사리답하지못하는독자들에게이책을권한다.

사라진다는직업들의‘고통욕망색깔냄새맛’을기록하다
기술발전으로,특히AI기술발달로지금세계는어느때보다빠르게변화한다.당연히모든발전에는대가가따른다.산업혁명덕분에인류의생산력은높아졌지만,한편에서는방직기계에일자리를빼앗긴사람들이거리로내몰렸다.19세기초절박한현실에내몰린노동자들이일으킨기계파괴(러다이트)운동을우리는지금도기억한다.
작가한승태는자신의방식으로소위4차산업혁명시대를관통한다.그는국내외에서발간된보고서에서머지않아사라진다고지목한직업가운데넷을골라,그직업들의‘비망록’을남긴다.그는자신의직업조차머지않아AI에대체될것이라고판정받은‘작가’로서“대규모단종이예고된‘인간의노동’이라는카메라를통해오늘날한국사람들의모습을담”고자한다.
책에는각부머리말에각직업의대체확률을표기했다.작가가왜네직업(콜센터상담,택배상하차,뷔페식당주방,빌딩청소)을선택했는지알수있는지표이자,여러기관과대학이예측한각직업의미래를엿볼수있는수치이기도하다.본문에는그밖의다른직업을언급한부분에대체확률을표기해읽는재미를더했다.
어떤직업이대체되거나인간의특정노동이사라진다고하는데,동시대를살아가는글쓰기노동자로서그풍경을기록하는건너무나당연한처사이다.그의말대로“직업이사라진다는것은생계수단이사라지는것”만을의미하지는않는다.이는그직업,곧“노동을통해성장하고완성되어가던특정한종류의인간역시사라지는것”이기때문이다.하여,이책은‘사라지는직업들의비망록’이자그직업에속한인간종(種)에게작가가표하는‘경의’이기도하다.

전화받다,운반하다,요리하다,청소하다―그리고소개하다,쓰다
전화받다―콜센터상담원
작가는네직업의풍경속으로독자들을이끈다.가장먼저우리를‘반기는’직업은콜센터상담원이다.유수의기관이발표한보고서에따르면이직업의대체확률이무려0.97~0.99에이른다(1에가까울수록대체될가능성이높다).이직업이얼마나끔찍한지는작가가책서두에밝혔다.이책의표지그림에등장하는,뭐든지물고삼킬듯생김새가무시무시한‘아귀’라는생물에콜센터를비유했을정도다.소위감정노동의‘끝판왕’자리에있는직업답게,콜센터상담사는고객들의말도안되는언어폭력과직장내비인간적처우에내몰린다.아무권한이없어고객의컴플레인을그저받아내야하는이들노동자들은어느고객의말마따나(고객들의)“감정처리”를목적으로생긴것인지도모른다.그래서인지“이런일자리는그냥사라지는게더낫겠다”고작가는여겼다.하지만책을완성할즈음한은행이인공지능상담원을도입하면서상담사200여명을해고하기로했다.그리고사람들은자신의직업을돌려달라고영하의길거리에서소리쳤다.곧사라질직업과사라지는편이나을직업사이에서그들의노동은곧움직임을멈출동사가되어갔다.

운반하다―택배물류센터상하차
옷장깊이처박힌낡은옷을입은작가는우리를두번째동사로안내한다.소위‘까대기’로칭하는물류센터상하차일이다.이일은맞다,생각만큼힘들다.오죽하면작가가“시도했고버티기는했지만내가할수있는일은아니다”라고했을까.아무튼이직업의대체확률은0.99다.오래전부터이따금접하는물류자동화같은기사를떠올려보면대체확률이높은게이상하지않다.‘취업’의문턱이낮은,작가의표현에따르면“포용력이높은일자리”에서그는중국에서옷장사하다가망한남자,전직노가다출신,온몸에문신을한20대관리자등과함께일했다.생명을축내서돈을번다고해야할그곳에서작가는‘최고의미스터리’를경험한다.절망의광경이아닌어쩌면희망의풍경이다.“까대기하는사람중에우울해하는사람이없었다.”그일은노동자에게자신의삶이앞으로나아가고있다는감각을확실하게전해준다.막상눈앞에닥친거대한물류의산을넘어야하기때문에그곳노동자들은오롯이지금현재에집중할수있다.그렇게밤새까대기에체력을모두소진한뒤물류센터를나섰을때햇빛은그야말로온몸을비춘다.세상이다르게보인다.“노오오오란해가떠있는걸딱보고있는데….그걸뭐라고할까,아…뭐라고하면좋을까….나살수있겠다….”이직업-동사의멸종은무엇의종말을뜻할까.

요리하다―뷔페식당주방
여러보고서에서대체확률이0.96에서무려1까지언급된직업이다.작가는세번째장소인뷔페식당주방으로손을이끈다.경력자를유난히원하는직업특성탓에주방경력이전무한작가는간신히일자리를구한다.하지만요리라고는전혀모르는작가는여러우여곡절을겪으며간신히자신의몫을해낸다.정량화된레시피대로조리에가까운요리를하는뷔페식당이라지만,세상에어디쉬운일이있을까.문제는분화된파트간,그리고주방과홀직원간의기싸움이다.여기에관리자도한몫한다.“주방은정서장애를유발하는공간이다.만족과분노의곡선이주식시세마냥널뛰기하는데이런증상은직급이올라갈수록뚜렷해진다.”하지만이런곳에서버티는사람이있다.그이유야사람마다각자다르겠지만,인원이부족한주방의빈틈을메우다가스테인리스볼에고추장에밥을비벼간신히끼니를때우는사람이있다.그에게‘요리하다’라는동사는어떤의미일까.

청소하다―빌딩청소
청소는대체확률이그냥1이다.퍼센티지로말하자면100퍼센트라는뜻이다.여러보고서의전망에따르면청소하는일은확실하게대체된다.사실이들보고서를작성한기관과대학등전문가들의예측이100퍼센트확실하다고할수없기에,작가의표현을빌리자면“그들이여의도투자전문가이건케임브리지대학의사회학자인건본질은‘장돌뱅이약장수’다”.아무튼머지않은미래에확실하게사라질(대체될)직업인청소의세계에작가는우리를인도한다.작가는한고층빌딩청소를맡은업체에소속되어일한다.재미있게도젊지도늙지도않은작가는그곳에서는‘어린’축에속한다.실제로주변을둘러보면어느건물이든청소노동자들은대개60대이상이다.의도치않게작가는‘동료’들보다힘이세고재빠르다.하지만인간은“자신의손으로세운건축물만큼비바람을견디어내지못한다”.그나마청소는“성취의감각”을부단히일깨운다.청소를마치고나면뿌듯함이온몸에솟구친다.지극히단순하지만그래서“조금의모호함”도없을뿐더러아무도청소의가치에의문을제기하지않는다.다만본문에등장하는어느분의말씀처럼“젊은게초능력”일뿐이다.기술발달덕분에세상엔이미청소하는기계가셀수없이많다.하지만남아있는그들의자리마저꿰차고들어올기계가도입된다면세상은좀더깨끗해질까?노동이일깨우던감각을잃는대신.

소개하다,쓰다―직업소개소,작가
작가가선택한직업외에도<시작하며>에‘소개하다’라는동사를‘소개’한다.바로‘직업소개소’이야기다.어느덧주변에서많이사라진직업소개소는한때전국에걸쳐수많은일자리와노동자를연결해준곳이다.한승태작가역시직업소개소를통해수많은일자리를소개받았다.그최근의쓸쓸한풍경을책머리에놓았다.
<마무리하며>에는‘쓰다’라는동사가의미하는‘작가’이야기를‘기록’했다.이책은르포르타주이지만,<마무리하며>는한승태작가의전작들과마찬가지로논픽션에작가적상상이결합된글이다.일종의르포적성격의소설이다.작가의개인사와문학적상상력을엿볼수있는재미있는부분이다.전작의‘에필로그’부분들과함께읽으면더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