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생 정동분 (아들이 쓰는 엄마의 구술생애사)

61년생 정동분 (아들이 쓰는 엄마의 구술생애사)

$18.00
Description
엄마의 기록되지 않은 삶에 바치는 아들의 헌사
1961년 3월 20일 새벽, 충청북도 청주의 까만 기와집에서 울음소리가 터졌다. 정동분(鄭東分). ‘나눌 분(分)’ 자를 이름에 새겨 받은 아이는, 마치 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를 따르듯 평생을 나누며 살았다. 밥을 나누고 잠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다. 자신을 온전히 나누었다.
《노가다 칸타빌레》의 작가 송주홍은 어머니 정동분의 곁에 앉아, 녹음기를 켜고 한 여자의 생애를 받아 적었다. 국민학교 5학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열네 살부터 일터로 나선 여자는 2.5톤 탑차에 이불을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지금도 새벽 5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자신이 청소해야 할 병원으로 향하는 예순넷의 여자, 61년생 정동분. 이 책은 역사가 기억하지 않은 이름, 그러나 한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한 사람,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자신의 어머니가 살아온 삶을 덤덤한 척 기록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화려하지 않고 투박하며 평범하기에, 그래서 곧 진실되고 아름답고 눈부신 한 여성에 대한 헌사이자, 한 세대의 역사이다.
저자

송주홍

하고싶은일만하기에도시간이속절없다는걸안다.하여,하고싶은일만하며살기위해최선을다한다.기자로밥벌이를시작해젊은날을보냈다.목수로또한세월보내며끼니를해결했다.그러다불혹이됐다.여전히하고싶은일을찾아떠돈다.상상해서지어내는글,감성자극하는말랑한글,미사여구로압도하는글,못쓴다.학자처럼도도하게가르치는글또한쓸줄모른다.몸으로보고듣고느낀것에관해서만겨우쓴다.
아들이자기록자로1년넘게엄마를인터뷰했다.오래곁에있었으나잘몰랐던엄마의삶을받아적었다.그삶앞에오래머물렀다.지은책으로《노가다칸타빌레》,《노가다가라사대》가있다.

목차

프롤로그_스물여섯살연상의여인을사랑하게되었다
가계도

이름_나눌분分
만남_우리만남은우연이아니야
문학소녀_학교밖소녀의생애
친구_고순화와김순화
일상_예순넷,여전히예쁘고싶다
아버지_참으로아버지다웠던삶
노동사_50년,그노동의역사
시집살이_애증
큰아들주성_눈물
개인택시_‘부랄’두짝밖에없던남편
내집마련분투기_열네번의이사와반보전진
가사노동사_당연한건아무것도없었다
엄마의엄마_춘자의전성시대

에필로그_끝끝내나는정동분의아들이었다
정동분의생애

출판사 서평

나눌분(分)이라는이름처럼살아온삶
동녘동(東),나눌분(分).아버지가지어준이름‘동분’은그녀가살아갈삶의방식을이미예언하고있었다.술과노름으로가계를탕진한아버지가왜하필딸에게그이름을붙여줬는지,동분은평생불만스러워했다.가난한집에서태어나가난하게살았는데나눌것이어디있을까.그러나아무것도가지지못한사람이가장많이나눴다.
열두살,언니가결혼으로집을떠나자동분은학교를그만뒀다.막내여동생현희를업어키우며,어머니를대신해살림을꾸렸다.결혼후엔시어머니의눈총을받으며영희와철수를맡았다.피를나누지않은조카들을동분은초등학교입학식까지데려다줬다.쌀을한되씩사야했던살림이지만남편친구가찾아와밥을축내도묵묵히퍼줬다.야채장사아르바이트7년의퇴직금으로달랑10만원을받은날에도그분노를자식에게옮기지않았다.이불세일매장이IMF에직격탄을맞아길바닥에나앉아서도친구김순화의이사를두팔걷고도왔다.이름탓이었을까?이름이동분의인생을그렇게이끌었을까,동분이이름을따라그렇게살았을까?

지워진여성의삶-노동의기록
정동분은열네살,짐보따리하나들고동아책방사장댁으로들어가던날부터예순네살인현재도새벽5시에일어나병원청소를나선다.그의삶은곧한국현대노동사의민낯이자,기록되지못한여성노동의역사다.그가거쳐간일터의풍경을나열만해도한시대가그려진다.
대구의직물공장,신탄진의통조림공장,제화공장.주야2교대열두시간노동에월급9000원.전날먹은찌개를데워주는‘개밥’같은점심.근로계약서없는7년의야채장사,퇴직금10만원.시장에서이불을펼치다함박눈을맞아물건을죄다버렸던겨울,대관령의매서운바람에등받이베개가차도로굴러가던날.이모든건수치나통계따위에잡히지않은노동이었다.
가사노동은더하다.열두살부터책임지게된살림,결혼후이어진시집살이-새벽부터마당을쓸고,아이들을씻기고,된장을담그고,메주콩을밟고,배추를절이는일은‘노동’의범주에들어가지않았다.그저아내,며느리,엄마가하는일일뿐이었다.이렇듯이름붙지않은노동은착취도희생도아니었다.
아들은엄마의노동사를묵묵히복원했다.동분의야무진손과성실함이이책을통해비로소‘쌔가빠지게일한몸뚱이’로‘노동’이라는이름을얻는다.1000원짜리아메리카노한잔을함께마시는30분이하루중가장행복하다는예순네살동분의고백은,그의50년노동의무게를어렴풋이짐작케한다.

사랑의이름은?
사랑이어떤모양으로존재할까.동분의삶에서사랑은호명되지않는다.사랑은밥을차리거나,빨래를쥐어짜거나,이사하는친구네집바닥을걸레로닦거나,새벽에홍시를따다입에넣어주는모습으로표현된다.남몰래쉼없이.
동분의어머니이자작가의외할머니김춘자는열살에고아가되어평생남을먹였다.어머니동분은열두살부터살림을시작해평생제몸을나누며살았다.이두여자의삶은거울에비친듯닮아있다.‘모성애’라는말만으로는해석되지않는헌신을작가는외할머니와어머니의삶을통해깊이바라보고이해한다.
동분과그의시어머니김동춘과의관계는더복잡하다.30년가까이구박하고면박했던시어머니가임종을앞두고건넨말이“고맙다야,너없었으면어떻게살았나싶다.”였다.동분은그한마디를오래도록기억한다.그토록가혹했던관계가그한마디로해소되지는않았겠지만,동분은장례식내내눈시울을붉혔다.이불완전한화해는동분의삶이,그리고우리의현실관계들이얼마나복잡한지를보여준다.
동분은예순번째생일날친구‘순화’를잃었다.그날이후로생일이오면습관처럼순화를떠올린다.그리고하늘을올려다보며중얼거린다.순화야,거기서는좀편하게지내고있냐고.나는조금더살다가가겠다고.동분의이독백이바로사랑이다.거창하지않고,문학적이지도않다.수식없고투박한이장면은,사랑은아름다운말이아니라그사람을잊지않는습관임을보여준다.

엄마를사랑하는계기
이책은61년생한여성에관한이야기다.작가는자신의엄마,‘정동분’을호명하면서수많은다른이름-딸,아내,며느리,엄마,노동자,친구를한꺼번에불러냈다.역사책에는없는그수많은이름이남긴발자국을쫓아기록하며역사의공백을채웠다.
우리는모두누군가의자식이다.그러나우리대부분은‘엄마’를한인간으로온전히알지못한다.취미가쇼핑이고,한때문학소녀였으며,잘생긴남자를좋아하고,친구를잃은슬픔에갓길에차를세워두고우는여자,61년생정동분을통해작가는이렇게당부한다.“당신이당신의엄마를비로소사랑하는계기였으면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