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눈물 (이동환 장편소설)

아담의 눈물 (이동환 장편소설)

$13.38
Description
이동환 장편소설 『아담의 눈물』. 아내가 떠났다. 텅 빈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음습한 공기가 잔인하리만치 울대뼈를 짓눌렀다. 온기야 기대하지 않았지만 정떨어질 만큼 뚝뚝하고 구리터분한 냄새가 사정없이 코끝을 강타했다. 현관 등을 켜면 보를 씌운 에어컨이 거실 끝에 길장승인 양 떡 하니, 선뜩한 낯빛으로 위세를 드러냈다.

아내가 있을 때는 상상도 못 할 꼴이었다. 냄새에 민감한 아내는 조리할 때마다 한겨울이라도 사방팔방 문 열어놓고 환기를 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거실은 물론 방마다 편백 기름으로 직접 만든 향초를 켜놓았다. 평상시에도, 말려서 가루로 낸 편백 열매와 이파리를 망사 주머니에 넣어 여기저기 보물찾기처럼 박아두었다.

집안에 들어서면 으늑한 냄새가 코끝으로 늘 감돌았다. 온 집안에 일상처럼 부드럽게 번지던 기분 좋은 향내는 아내가 떠난 뒤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내 집이 아니었다. 내 명의지만 이 집 주인은 아내였다. 아내 숨소리와 손길에만 익숙한 집. 제 주인 앞에서만 꼬리 치며 애교 떠는 애완동물도 이 정도는 아닐 터. 그렇지 않고서야 나 또한 이 집 식구가 분명한데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내몰 리 없다. 아내가 사라지자 내 존재가치도 사라져버렸다. 이 집은 주인 잃고 넋 놓은 충견이었다.

식음을 전폐하는 개도 있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한사코 내 출입을 불편해했고 눈 마주치기를 거부했다. 이제 집안 어디에도 아내 웃음소리는커녕 그림자조차 남지 않았다. 첫눈에 홀려 가슴놀이가 두방망이질 치던 순간부터 함께한 삼십 년 세월 또한 고스러졌다. 명치끝을 훔파며 아무리 도리질 쳐봤댔자 아내 떠난 집구석은 얼음장일 뿐이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무에 그리 서운했는지, 아내는 살내마저 남기지 않았다. 술에 취해 아무 데나 고꾸라지면 악몽이 숨통을 조였다. 잠자리에 드는 일이 두려워졌다. 술기운을 빌리지 못한 날은 거의 뜬눈으로 뒤척이다 해를 맞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뼈마디마다 고삭을 판이었다.

희붐한 어둑새벽이 창가를 기웃거릴 때면 무섬증 같은 적막감이 엄습했다. 눈뜰 때마다 이젠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날이 갈수록 믿어지지 않는다.
오늘이 12월 1일. 벌써 사십구 일째다(본문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

이동환

저자이동환은서울에서태어나국어강사를거쳐
현재입시논술강사로서학원을운영하고있다.

학창시절부터문학에뜻을두었으나
먹고사는일에휘둘려먼길을돌수밖에없었다.
운명처럼써야했던초고를깁고더해
드디어첫소설『아담의눈물』을세상에내놓게되었다.

목차

들어가기전에_005
들어가면서_006

여는시:잠풀_010

프롤로그_012

1부:처연한날들의시작_015

2부:하늘에서온편지_053

에필로그_255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추가]

아내는나이들수록소녀같은구석이있었다.베란다창밖경치에흠뻑빠져블라인드를걷을때마다탄성을질렀다.아내의그런모습을볼때마다‘볼게뭐있다고만날저리좋을까?’하며픽웃었다.아내는그럴수밖에없었다.집에대해한이많았기때문이다.신혼전셋집을내가친구빚보증으로날려먹고반지하나옥탑방월세로만8년여,싸구려전세로13년가까운세월을전전했으니어찌한이없을까.

아내는눈뜰때가끔볼을꼬집었다.집장만이꿈이냐생시냐했겠지.집장만이후,원래도부지런한아내는더바지런을떨었다.내가일어나기도전에온집안이반짝거리도록문질러대고베란다꽃밭가꾸느라정신없었다.그래도내가안일어나면둔치나가걷자고성화를부렸다.나를들깨우다지치면혼자나가한시간씩걷기운동하고들어왔다.들어올때보면얼굴이화사했다.만개한꽃잎처럼활짝웃는모습은그냥아이였다.

“당신도참!그놈의술만아니면아침마다그렇게정신못차리진않을텐데.둔치나가운동하면얼마나좋아요?새벽부터부부끼리운동하는사람들얼마나많은지알아요?부러워죽겠어!”
[이하생략]
-[본문]중에서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