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학문을하는네가지병폐로의필고아(意必固我)를들었다.의(意)는자기마음대로상상하는것,필(必)은절대적으로긍정하는것,고(固)는아집에얽매이는것,아(我)는스스로옳다고여기는것이다.사상의독창성은이러한의필고아에서나오는것일가능성이많지만,또이런것에서나온다는생각조차독단이될가능성이있으므로,항상관련된것을참조하는것이이런폐단을줄일수있는방법이다.또한이러한학문을대성하기위해서는관통이필요하다고하였다.지식이많거나기억력이좋다고해서큰성과를낳는것은아니다.이러한지식이나생각을하나의체계로엮는일의관지(一以貫之)를할수있느냐가중요하다.즉이런기본적인관점이나방법이없으면서학문을하는것은땅에떨어진닭털과같은것이라고하였다.
그런면에서반야심경이라는저작이불교를하나의체계로엮는역할을하므로우리는따로고민할필요없이반야심경의내용을충실히이해하면불교를일의관지(一以貫之)할수있게된다.이러한체계를따르는한,앞의병폐인의필고아(意必固我)로나아가는것을현격히줄일수있다.또단순히자기의지식을피력하는데도항상제자리로돌아올수만있으면,독자로하여금그체계를유지하는역할을한다.
반야심경은동양인들에게친숙한것이사실인데,그이유는한자로짧게되어있으므로(한자로260자)도전의식을북돋아준다.그리고모든것을부정하는내용이우리의상식과어긋나기때문에심오한의미가있을것이라는유혹을준다.그러나내용을정확하게알고있는사람이드물고,실제로진정한의미를파악한사람도보기힘들다.앞서의금강경은기존의번역들이문제였기때문에번역만제대로하면그뜻이상당히자명해지지만,반야심경번역은큰차이가없다.그내용을어느정도까지확장하여이해하느냐의문제가남는것이다.
필자는젊어서부터불교에많은관심을가지고여러가지책을보면서도,반야심경구절을외우고,그에관련된책들을아무리보아도무엇을의미하는지알수없고신비감만가지게된경험을가지고있다.고려와조선시대선사(禪師)들의설명을읽어도한자어의애매모호함으로인하여정작그뜻은더미궁에빠지게하였고그것은현재도마찬가지이다.지금와서보면,반야심경이나오게된역사적맥락뿐아니라,산스크리트어를한자로번역하여한글로토를달면서배운다는것이그얼마나뜻을왜곡하게되는지알게되었고,그런과정을모른채하나의사상체계를접한다는것은연목구어(緣木求魚)에불과하였던것이다.
이책을읽다보면반야심경의구절들이불교의핵심사상들로구성되어있고,붓다의불교가부파불교를지나대승불교로진행하면서자신들의정당성을피력하기위해서만들어진필연적인결과물임도밝혀질것이다.우리는그런과정을지켜보면서핵심을취하는즐거움을만끽할수있을것이다.
불교관련책을많이읽더라도그체계를이해하기어려운것이사실이다.한국에서전개되는불교는어떤체계를파악하기가힘들다.대한불교조계종의승가대학교과과정을보면,1학년에서초기불교의이해와초기불전,2학년에서반야-중관사상,3학년에서유식-여래장사상과정토사상,4학년에서화엄사상을가르친다.
불교를가장잘나타낼수있는것은어떤것일까?학년별구성으로보면4학년이되어서야배우는화엄사상이가장고급이고최고의법을간직한것으로보인다.그런데붓다가말로표현하기힘들다는깨달음이들어있는아함경이나니까야를1학년2학기에강의두개로처리한다.니까야(Nikaya)는그방대한양으로보아독파하는데몇년이걸릴것으로보이고,내용의깊음을고려할때불교의대강을파악한후에야배울내용으로보인다.
이런현실적인점을무시하고오로지불교의기본이나마맛보려면주제별로정리한잡아함경이나상윳따니까야를읽어야한다.그러나그양(量)도만만치않아서작심삼일에그칠가능성이많다.그런면에서반야심경은불교의기본을정리하여핵심사상을농축시킨것이므로,그것을하나씩녹여서섭취한다면그섭취된지식은불교의전반적인사고방식이라서어디에가서도통할것이라보인다.
그리고중요한점이있다.반야심경은붓다의교설을하나씩부정하는내용이므로,기본적인학습을마치고아라한의경지가되어야그내용을이해할수있다는견해가대다수이다.그런데반대로,반야심경은대반야바라밀다경을압축하여알기쉽게정리한것이므로초심자를위한것이라는견해도있다.대표적인학자가콘체인데,그는반야심경의내용중10분의9정도가대반야바라밀다경에서뽑아온것이며,이반야심경은원래초심자를위하여재편집된것이라고주장한다.
사실반야심경의전체내용은불교를완전히체득한사람만이이해할수있는것이라고보이지만,그러한내용을언급하기위한주장들을살펴보는과정에서,불교의핵심내용이체계적으로열거되어있고,그래서불교전체를이해하는데도움을준다.중구난방인불교의교설들을하나의완결된체계로공부할수있는좋은기회를제공해주는것이반야심경이라고본다면,이한권의경전으로불교의핵심을꿰뚫을수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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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중에서발췌
[책속으로이어서]
한역본은한국,중국,일본,베트남등지에서의식에자주음송되고있다.최근유력한논문을내고있는반야심경의권위자자야라바(Jayarava)의옥스퍼드대학내모임에서도모임시작전반야심경을음송하고있다.반야심경은붓다가깨달음후에열반에들기까지가르친초기불교내용과는그주안점이다르다.즉붓다는깨달음후에네가지진리인사성제(四聖諦)의고집멸도(苦集滅道),연기(緣起)원리,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로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을인식하는과정에서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의오온(五蘊)이자아라는인식을구성하게된다는무아(無我)이론등을가르쳤다.그러나그뒤부파불교에이르러그러한가르침을인간의이성적논리학으로변형시켰고,용수가결국이러한가르침이공(空)이라고주장하면서반야경의단초를제공하였다.
앞으로반야심경의내용을살피면서보겠지만,반야심경에이르러서그주내용은붓다가처음육성으로가르친것에대하여색성향미촉법도없고,안이비설신의도없다,안계(眼界)에서의식계(意識界)도없으며,무명(無明)에서노사(老死)도없다고하여12연기의이론을부정하며,고집멸도도없다는점에이르러서는붓다의모든핵심주장을부정하는결과를보여준다.기본경전을보면서붓다의육성가르침을느껴보면,북방의아함경과남방의니까야등에있는바와같이우리는조촐하고소박한가르침속에붓다의진정성을엿볼수있다.그런데이런가르침에만족하지못하였던지,부파불교가분기함에따라붓다의가르침의원리를통일해보려는노력으로인하여붓다의원래의가르침과는다른논리들이발전해갔다.
또한도덕적인추구이외의다른길(즉구원이나기복신앙등)을모색하기위해불교에입문한사람들도대부분불교의이론을자신들의수준에맞게끌어내려이해하였다.불교의스승들은,이상을지키려는소수의신심이깊은사람들과그러한이상을버리고,양적인면을택한사람들을위해거대한수레라고불리는대승불교를탄생시킨다.
초기불교,즉붓다의육성으로가르친불교외에그뒤학자들이붓다의말씀속에서붓다말씀의원리를추출하려한것이부파불교이며,일반인의수준에맞게만든흐름이대승불교요,또우리가익히아는각종불교의제분파들이다.여기서모든불교의학파들에대해서언급할필요는없으며,가장중요하다고보이는것들을열거하겠다.이학파들은붓다가불교를현실에적응하여현실의괴로움을벗어나는방법을가르치면서형이상학적논의를허용하지않은점을벗어나서형이상학적논의를한학파들이다.
이를불교사적으로가장중요한세학파만추출하면다음과같다.
ㆍ정신적이든물질적이든실재는존재하지않으며,모든것이공(空)하다고주장하는중관학파(中觀學派,M?dhyamika),
ㆍ정신적인것만이실재성을가지며,물질적인것은실재성이없다고주장하는유가행파(瑜伽行派,Yog?c?r?).이를오로지생각만있다고하여유식학파(唯識學派)라고도한다.
ㆍ정신적인것과물질적인것모두가실재한다고주장하는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Sarv?stiv?d?)
이세학파는현재에도영향을미치고있으며,대승불교의발전과함께중관학파만살아남은것으로보이지만,유식과설일체유부는아직도블교경전의해석에무시할수없는영향력을보여주고있다.그뒤이런학파들의이론을기반으로붓다의말씀을해석하여천태사상,화엄사상,여래장사상,선불교가각시대마다중요한흐름으로자리잡았다.
이런맥락에서우리가흔히접하는반야심경은위에서중관학파의사상이만들어낸경전이라할수있다.즉모든것이공(空)이라는입장을간결하게서술한것이다.그러한입장이맞는지틀리는지를분별할필요는없으며,중관학파의입장에서유식학파와설일체유부를비판하는내용이들어가있다는정도만알아도반야심경의오의(奧義)를상당히깨치는것이다.간단히예를들어설일체유부의입장에서는과거와현재,미래가실재하며,혹은최소한찰나의순간이라도실재한다는주장을하는데,이부분에대하여금강경에서는과거심불가득,미래심불가득,현재심불가득이라는구절을넣어서설일체유부를비판하며,반야심경의구마라집버전에서도‘시공법,비과거,비미래,비현재’라는구절을넣어설일체유부를강력히비판하고있다.
그래서단순히반야심경의구절만줄줄외우고,그구절의뜻을안다고하여도,그것이붓다가살아계실때하신말씀의어디에해당하며어느정도중요한것인지여부와,후학들이붓다의진의를추정하여논리적으로덧붙인것인지를판별하지는못하기때문에우리는반야심경의글만가지고,붓다정신의핵심에다다르기는힘들다.지금와서생각하면,과연모든것이공(空)인지조차불분명하다.그러므로반야심경의특정한구절을그맥락속에서해석하고이해하는것이중요하다.
-<이하생략>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