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다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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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기록하지 않은 역사는 역사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한 인간의 삶이 위태로운 때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시기이다. 크게는 나라가 존폐의 갈림길에 있거나 없어지거나 전쟁이 벌어지면 그의 삶은 위태롭다. 범위를 좀 더 작은 공동체로 좁히면, 직장이 문을 닫고 학교가 사라지고 집안이 망해서 삶이 흔들린다.

그렇게 보면 지난 100여 년 우리의 근현대사를 관통해 온 한국인들이야말로 가장 격심한 역경의 세월을 살다가 가고, 살아오고 있는 것 같다. 1910년 경술국치 한일합병과 세계 제1차, 2차 대전 시기를 포함한 일제하 36년 그리고 해방 후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비극은 질곡(桎梏)의 세월 그 자체였다. 여기에 5·16 쿠데타로 등장한 박정희 군사정권과 이어진 1980년 신군부정권까지 27년간의 독재를 우리는 온몸으로 견디어왔다.
저자

장성효

서울에서한국전쟁이일어나기직전인1949년에태어났다.
경복고등학교를거쳐검정고시로1969년서울대문리과대학사회학과에들어갔다.
대학시절박정희군사정권의독재에저항해학생운동을하다제적당하고이후긴급조치9호위반으로옥고를치렀다.

1976년중앙일보에기자로들어가사회부,경제부를거쳐중앙경제정경부장,중앙일보국제부장,『월간중앙』부장,경제2부장등을역임했다.
그뒤논설위원,시민사회연구소장,편집국장대리를맡았으며2005년중앙일보영어신문본부장을끝으로퇴직했다.

이후동료들과함께여론조사회사디오피니언을세워운영했다.
통일을비롯한남북문제,저출산·노령화의인구변동,지방소멸같은사회동태적과제와그해결방안에관심이깊다.

목차

들어가며_4

제1부유년의회상(回想)
신당동에서태어나다_15
피란시절,부산과밀양_17
전후,다시돌아온서울_19
다리를절다_21
이승만우상화_23

제2부봄날은간다
전쟁직후의국민학교_25
전학과월반_28
곳곳에볼거리,구경거리_31
봇물터진교육열_34
5·16쿠데타와체력장시험_38
효자동중학교_41
5·16기념산업박람회_44
서울전찻길풍경_45
혼분식장려,쌀배급_48
만화가게,단체영화관람_50
6·3사태현장_55
힘들었던음악시간_57

제3부짧은고교생활
바뀐친구들,다양해진구성_59
경주로무전여행_60
다리수술,병상에서의1년_62
검정고시수석합격_64
꿈같은만남_66
막바지입시준비_67

제4부민주화학생운동
유배된교양과정부_69
3선개헌반대운동_71
후진국사회연구회_73
서울의빈민촌실태조사_75
전태일분신,노동운동_77
교련반대운동_79
선거참관운동_81
재일교포유학생간첩단사건_83
광주대단지사건_87
10·15위수령_90
서울대생내란예비음모사건_93
사회여론조사_95
동기생과졸업여행_98
대학로의추억_99
제적시절_103
복학,다시돌아온학교_104
민청학련사건_106
긴급조치9호위반,구속_110
막걸리반공법_115
지하신문‘타도’_117
구속자가족협의회_118


제5부사회에나오다
중앙일보입사_121
결혼-9년여의연애_122
서울올라와23차례이사_124
중앙매스컴언론자유운동_126
사건기자시절_129
동양방송(TBC)외신부_131
언관사관(言官史官)_133
YH농성사건_136

제6부잃어버린80년의봄
언론검열,통제된진실_141
기지개켠언론자유운동_143
동명목재파산_147
언론인대량학살_149
언론계숙정,언론통폐합_152
TBC고별방송_154

제7부방송에서신문으로
방송에서신문으로_156
아이들태어나다_157
나의집마련_159
명성그룹탈세사건_162
아웅산묘소폭파사건_164
휴가여행_166
국제그룹해체_168
쌀생산량,이중곡가제_171
리비아해외건설현장_173
보도지침의민낯_175
평화의댐사기극_177
언론에대한특혜_179

제8부정론(正論)을찾아서
중앙일보노조결성_182
분당,일산신도시건설_185
세계의명품,해외기업취재_188
해외연수,미시간대에서1년_190
1992년14대대선_193
김일성사망_195
중앙경제폐간-어떻게신문사가문닫는가_197
중앙일보조간전환_199
시사지WIN혁신_202
덩샤오핑사망특종_204
신문사에서다시만난학생운동동료들_206
IMF언론사구조조정_207
시민사회연구소_211
글을쓴다는일_213
중앙일보영어신문_216
기자사회의촌지문화_219
중앙일보퇴직_221

제9부퇴직이후
여론조사회사디오피니언_223
민주화운동유공자_225
한국언론의어두운현실_227
산이좋았다_232
노년의건강_235
너는무엇인가_238

제10부나의가족들
며느리를맞다_241
덕수장씨(德水張氏)_243
나의부친_245
어머니와의여행_248
나의어머니_250
노년의형제들_254
나의아내_255

제11부한국사회의무거운과제들
남북문제와통일_258
인구감소_260
지방소멸_263

각주(註)_267
백과사전_268
참고문헌_269
연보_270

출판사 서평

고희(古稀)를넘긴우리나이로미루어보면일본의조선침략시기에태어난우리의조부모세대가이런굴곡의시대를가장많이경험하며살아왔다고생각된다.부모세대도그에못지않은인생역정을거쳐왔다.이런조부모,부모세대에비하면한국전쟁무렵에태어난우리세대는조금은순탄한삶을살아왔다할수있을것이다.우리의후대들앞에는더평화롭고인간다운세상이열리기를기원한다.하지만우리사회에는이를확실히담보해주는것이여전히없어보인다.그러한세상을열어주지못한세대의한사람으로서,살아온그많은세월동안나자신이과연무엇을해왔는가부끄럽고모자랐음을자책할뿐이다.

삶을살아내는자들에게삶이란피할수없는것이다.살아가다보면무수한일을당면하게되고,이를부단히해결하며나아가는게인생이다.내가어떤인간이될것인가를결정하는것은나자신이다.모든시대의아픔을헤치며인간은자신의삶을살아간다.우리세대도,나도그렇게살아왔다.

공은우리손을떠난것같다.돌아볼수있는과거는길어지고내다볼수있는미래는점점짧아지고있다.이제는있는것,아는것을정리해야지더벌일일은아니다.

기록하지않은역사는역사가아니라는말이있다.우리가살면서겪어온그많은고난이‘무엇에의해어디서왜어떻게왔는가’를기록하지않으면고난은되풀이될것이다.고난을야기했던근원을잊어버리는것이야말로앞으로도닥쳐올고난에대처하고그것을극복할동력자체를잃어버리는것이겠기때문이다.

기록이야기를하자면지금의한국사람처럼등한한사람들도드물다는이야기를종종듣는다.기록을잘안하는데다자신의기록을남과공유하는일에도게으르다는것이다.한가지예로미국이나일본의기업이나연구소를한국인이방문하는경우,해마다오는사람은바뀌어도매번똑같은질문을던져서그곳담당자들로부터“왜한국인들은저러는지모르겠다”는말을듣는일이많다고한다.보고들은것을기록해서다음사람에게넘기는것자체에소홀한데다뒷사람도앞사람의기록을살피는일을잘하지못한다.기록에꼼꼼하고철저한것으로알려진일본인들과는딴판이다.

그렇다면한국인들이과거부터기록에이처럼등한했는가.아마도우리한국인이겪어온근세100년격동의세월에연유하는바가크지않나생각해본다.왕조시대에서일제침략,한국전쟁,기나긴군사독재정권그리고오늘날의경제성장을겪고만들어오면서우리는쉴사이없이바빴고,엄청난진폭의충격을관통해나와야했다.정상적기록문화가존재하기어려운상황이었는데다가있는기록도숨기거나없애야할정도로기록자체가위험,위해시되는일도적지않았을것이다.

오래전부터나는많은사람이자신의삶을기억하고살아온시대를생생하게증언해서남겨주었으면좋겠다는생각을해왔다.더구나지금은글쓰는게그렇게어려운시대도아니다.인터넷에쉽게올리고,쉽게보존해남길수있다.그렇게해서그많은미시사(微視史,microhistory)가모인다면보다온전한사회사와역사가정립될수있을것이다.또한글쓴이의후손들에게는자신의내력을알고정체성을뚜렷하게인식하는계기도될수있을것이다.

나자신의삶을기록하는이글을쓰면서가장유의한것은사실이가감되거나훼손돼서는안된다는점이었다.나로서는최선을다해서기억을더듬어가능한한정확하게기록하려고노력했다.문제는인간의기억자체가때때로기억주체를오도하고교란해서,기억이란게썩믿을것이못된다는사실이다.그런기억마저나이가들어갈수록더불완전한것이될것이기에인생의이지점에서일단의정리를시도한것이다.나의평생직업이기자여서그동안보고들은것과쌓아온자료들이그나마도움이되었다.글속에서필요하다고생각되는부분엔이해가쉽도록역사적배경에대한설명을곁들였다.나의사적개인사를넘는이러한배경설명에는다른기록들을많이의존하였으므로참고자료목록을달아둔다.

-본문〈들어가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