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일과합일의조선의정원
이책에서는동서양의정원의시초,명칭등과함께정원의의미도함께소개하고있다.즉우리나라최초의정원은언제부터였을까?정원庭園,정원庭院,원림,별서,별업등옛정원에관한여러명칭들은어떻게정리해야할까?학계에서는아직도여러의견이분분하다.그러한문제들은연구자와함께앞으로도계속고민해야할문제일것이다.다만연구된바에의하면동서양을막론하고정원은인간과자연,시대와문화의관계가시각적으로드러난곳이었다.자연과의관계를회복하여상처를치유하고,단지현실의도피가아닌자신을수양하여다시세상으로나아가고,우리삶의진정한목소리를들을수있는은신처이자미처예기치못한풍부한세계로정원은창조되었다.특히조선의정원은눈에띄지않고,화려하지않고,세속을거부하고,자연으로돌아가는의지가담긴은자隱者의정원이었다.양산보의<소쇄원>원림이그랬고,정영방의영양<서석지가>그랬다.물론격동의시대에왕과왕실사람들,세도가들이찾았던비밀의정원들도있었다.흥선대원군의<석파정>이그랬고,심상응의서울<성락원>이그랬다.
그러나대부분은송시열의대전<남간정사>나김계행의안동<만휴정>처럼학자들의심신수양과후진양성,자연과의합일이주목적이었다.당시전국의내로라하는시인묵객들의최고의풍류공간이었던강릉선교장은그런만큼규모도크고화려했지만,그곳에도은일한삶을사는공간은따로있었다.
한국정원관람법
“아는만큼보인다”라는유명한말처럼,정원을어떻게볼것인가는동서양을막론하고중요했던모양이다.프랑스의루이14세는정원을산책하는코스등을다룬<정원을관람하는방법>이라는글을썼고,중국원림에서는원림에설치된‘유랑’등의교묘한장치를통해넌지시‘암시’하고경치가있는곳으로‘인도’한다.일본식정원은‘순로順路’라는것을설정하여감상경로를둔다.저자는,한국정원은중국처럼의도된장면이나일본처럼관상순로를별도로두지않기에,정해진길이아니라여기저기옮겨다니며다양한위치와시점으로보아야한국정원을제대로이해할수있다고말한다.즉일본정원은정적으로관조하고,중국정원은동적으로관람하고,한국정원은관조와관람의정중동을함께한다는것이다.옛선비들은조용히시를읊조리며천천히정원을걸었다.그것을‘미음완보微吟緩步’라했다.느릿하게걸으며나직이읊조리는것에서정원관람은시작된다.
누군가물었다.우리옛정원보는법을…….다만,이렇게답했다.오감을열어젖힐것,풍경바깥을살필것,그속을거닐것,나직이읊조릴것,가만히응시할것,깊이침잠할것…….-프롤로그(4쪽)
세계무대에서연일쾌거를이루고있는영화와음악,음식못지않게우리건축물,특히한국의옛정원역시새로운한류가될수있는가능성이많다.다만그전에우리가먼저우리정원에대해잘알고그가치의우수성을인정하는게먼저이다.이책《한국정원기행》은시의적절하게우리에게찾아온선물같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