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 공간

퇴적 공간

$15.09
Description
노인들은 어디에, 어떻게, 왜 머무는가!
노년이라는 세대의 진짜 모습을 담아낸 『퇴적 공간』. ‘퇴적 공간’은 도시의 인위성에 밀려나고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들이 강의 상류로부터 떠밀려 내려 하류에 쌓인 모래섬처럼 몰려드는 모습을 지칭하여 저자가 만든 단어로, 서울의 탑골공원, 종로 3가, 낙원동 뒷골목 등이 바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퇴적 공간’이다.

교수라는 직함을 반납하는 동시에 사회적 기준의 ‘노인’이 된 저자는 인천의 자유공원, 허리우드 극장 등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곳을 누비며 노인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아울러, 노인들이 지닌 소외의 실상과 고독의 감정을 차분한 필치로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조심스레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가 노인 문제를 간과할 경우 늙음과 죽음, 나아가 인간이 자연의 산물이라는 본원적인 사유를 받아들이는 감각 자체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울러, 언젠가 노인이 되는 나, 혹은 이미 노인인 나의 모습은 물론 내가 머물 사회와 공간을 응시할 기회를 선사한다.
노인 집단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의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현재와 미래 모습을 담은 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모두가 한때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소위 ‘어르신’이라는 그럴 듯한 호칭의 껍질 안에 갇힌 노인들. 우리 모두 이와 같은 노인이 되었거나 되어가는 중이라고 일갈하는 저자의 염려는 결코 모른 척 해서는 안 될 강한 울림을 전달한다.

저자

오근재

저자:오근재
사람과공간,예술이지닌가치에평생을천착해온학자이자교육자.홍익대학교미술대학공예학부도안과,같은대학산업미술대학원을졸업했다.홍익공업전문대학도안과교수,홍익대학교조형대학교수로후학을양성하는데힘쓰는한편,홍익대학교조형대학장과영상대학원원장,한국그래픽디자이너협회회장,한국디자인학회회장,한국디자인진흥원이사,서울디자인센터대표이사로활동했다.2010년한국디자인학회최우수논문상을수상했고,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초대디자이너다.현재(사)한국디자인학회와시각정보디자인협회상임자문위원을맡고있으며연세대학교특별초빙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인문학으로기독교이미지읽기(홍성사)』,『인간심리와그래픽디자인』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인간의시각,조형의발견』,『디자인디멘션』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노년이라는세대의진짜모습을담아내다
이미노인이거나노인이되어갈우리모두의필독서


우리사회의가장심각한문제라할수있는‘노인문제’를인문·철학·예술·역사등다채로운관점으로접근해독특한견해로풀어낸책.이책의제목인‘퇴적공간’은도시의인위성에밀리고속도에적응하지못한인간들이강하구의삼각주에쌓여가는모래섬처럼몰려드는모습을지칭하여저자가만든조어다.다시말해가정이라는집단에서의1차적추방과사회적변화에따른2차적추방이교차하면서형성된공간을일컫는다.서울의탑골공원,종로3가역,인천의자유공원등이바로우리주변의‘퇴적공간’이다.이공간에모여있는노인들은지나간세월을퇴적층처럼간직하고있는시대의산물이기도하다.대학교수직에서물러난저자가퇴적공간을누비면서노년이지닌고독의무게와소외의실상을차분한필치로그려내고있는『퇴적공간』은늙음을통해젊음을,군집에숨은개별적고독을,존경이라는이름으로행해지는차별을이야기한다.또한늙은나,늙어갈나의모습은물론내가머물사회·물리적장소를응시할기회를만들어준다.따라서이책은한국사회의구성원으로살아가는모든이들의현재와미래모습을담은보고서라할수있다.

현대사회에서‘노화’란단순히생물학적인의미로유기체기능의퇴행과감퇴만을말하지않는다.건강한신체와지적능력을지닌사람이라해도노동시장에서퇴출되면사회적인쓸모를인정받기어렵고,무엇보다도자본주의시장에서의상품가치를잃어버리게된다.이렇게본다면노화는한개인이노동시장으로부터밀려나는거리에비례한다고말하는편이옳다.-본문중에서

노인이되어노인을마주하다

얼마전뉴욕퀸즈에위치한패스트푸드점이좌석을장시간점유하는한인노인들의매장이용시간을제한하는방침을내려국내여론의주목을받았다.마찬가지로노인들이주로머무는서울종로일대의패스트푸드점이나카페에는최근적은비용으로오랜시간을머무르며담소를나누거나끼니를해결하는노인들이늘어났다는언론보도가심심찮게들려온다.이는노인이머물수있는공간에대한관심과사회적약자에대한인식을단적으로보여주는사례다.
UN이규정하는고령화사회(65세이상인구가전체인구의7퍼센트를넘는사회)에진입한지오래인한국에서노인문제는더이상감추기어려운사회문제중하나다.이처럼점점늘어나는평균수명이과연우리에게축복인가재앙인가에대한문제의식에서저자의고민은시작됐다.
대학교수로20년간근무한오근재교수는교수라는직함에서물러나면서사회적기준의‘노인’이되었다.저자는탑골공원과종묘시민공원,인천자유공원,종로3가,낙원동뒷골목등노인들이운집한공간을누비며노인들의삶을깊이들여다본다.이러한‘퇴적공간’에서만난노인들에게저자는동질감과연민을동시에느끼며,가족과어울리지못하고경제적으로도넉넉지않은노인들이주를이루는이공간이노인들또는제3자에게어떻게다가가는지파악하고자애쓴다.이렇듯고단하면서도절박한작업의결과로탄생한『퇴적공간』은노인들이지닌소외와고독의감정을가감없이묘사하면서그원인을파악하고조심스럽게해법을제시한다.저자는우리가이문제를모른척할경우늙음과죽음,나아가인간이자연의산물이라는본원적인사유를받아들이는감각자체를상실하게될것이라경고한다.삶이지닌기본적인가치에대한저자의염려는결코묵과해서는안될강한울림으로다가온다.

재직하고있던대학에서퇴임을한후나는한동안탑골공원과종묘시민공원일대를탐사했다.‘탐사’라고하는까닭은나의발걸음이내안에고인어떤질문을해석하고자하는여정이었기때문이다.교수라는직함을반납하는동시에나는‘노인’이되었다.자본주의사회에서공인된직업으로일정수준의소득을벌어들이지않는이상,나이든자는개인의선택이아닌사회적인잣대로‘노인’으로분류된다는사실을알았다.이는엄청나게충격적인깨달음이었다.갑자기고독이밀려왔다.대한민국에서살아가는노인이라는존재에대해진지한질문이뒤따랐다.그리고어느날나는집을나섰다.―본문중에서

분리된존재,분리된공간으로서의퇴적공간

노인문제에대한기존의접근이사회고발차원에서만이루어졌다면이책은현상을넘어좀더본질적인고찰을시도한다.철학과사회학,역사와미술작품을넘나드는인문학적인해석은노인문제가정책적으로해결할시사적이슈이전에체온을지닌인간이라면누구나공감할고독과연민의문제임을독자에게환기시킨다.
‘1부노인,그들은누구인가?’에서는영화와그림,통계청자료,인문학자의이론을통해소외된존재,분리당한존재로서노인의실체를파악하고,‘2부그들만의영역을탐색하다’에서는종묘시민공원,무료급식소,허리우드클래식,노인복지센터등노인들이머무는공간을직접찾아나서노인들의생존양상을취재한다.현장취재중심이었던2부과는달리‘3부고독과소외의진짜얼굴’에서는프란시스베이컨의「자화상」,안견의「몽유도원도」등미술작품을사색함으로써노인이머무는시공간을색다른방식으로해석한다.‘4부생존을증명하기위한전투’에서는어버이연대의집회,박카스아줌마의하루를생생히기록해노인이처한인정투쟁의현장을전달한다.마지막으로‘5부죽기위해산다’에서는죽음의의미와마지막까지삶의존엄성을놓치지않는인간의의지에대해생각해본다.

“지금우리사회는정의가사라진지오래되었어요.대통령이나국무위원들을믿을수있습니까?국회청문회보셨죠?다운계약서작성,위장전입,논문표절,세금포탈,병역면제등은국무위원들의5대필수스펙이라고하지않습니까?국회위원들은믿으세요?지자체장들은요?그렇다고검찰이나사법부는살아있다고보십니까?심지어종교지도자들도마찬가지예요.지금믿을사람이아무도없는거죠.우리같은늙은이들은이제이사회에아무런기대도없어요.사회지도자들이정직합니까,또신뢰할만합니까?시간이흐르면나아질거라는어떤기대도없으니우리세대사람들이악만남은건어찌보면당연한일이죠.마음붙일어떤기관도,단체도,개인도없어요.기대하지도않지만그렇다고우리한테물질적인온당한예우를해주는것도아니잖습니까?”-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