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런치 (정태춘 시집)

슬픈 런치 (정태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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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태춘의 두 번째 시집 『슬픈 런치』가 시작시인선 0286번으로 출간되었다. 가수겸 작곡자이자 시인인 정태춘은 1978년 자작곡집 앨범 『시인의 마을』로 가요계에 데뷔한 후 서정성 짙은 시적 언어를 통해 시대의 분노와 저항을 담은 서사를 노래해 왔다.
정태춘의 신작시집 『슬픈 런치』는 자기 성찰에서 자기 확인으로 이어지는 개인의 실존적 고투와 세계 개진의 절실함을 담은 미학적 결실로서, 그의 음악 인생 40주년을 맞아 펴낸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정태춘의 시는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발원한 농도 짙은 서사를 통해 핍진성을 획득하는 한편, 타자와 연대하려는 강한 의지와 열망이 내포되어 있어 불모의 삶을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에게 따듯한 위안이 된다.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시집 『슬픈 런치』에 대하여 “정태춘의 언어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직접적 경험의 세계”이며, “근대의 이면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평했다.
정태춘 시의 기저에는 불모의 삶에 대한 슬픔과 과거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부조리한 시대상을 반추하게 만들어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요컨대 우리는 그의 시를 통하여 구체적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삶의 양상을 사실적이며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되어 무너져 내린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과정에 자연스레 동참하게 된다.
이번 시집에서는 특히 불모의 시대에 대한 시인의 연민과 슬픔이 구체적 사물과 시적 상상력이 결합된 역동적 이미지로 나타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고립된 이들에게 정서적 위무를 선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시집 『노독일처』에서 두 번째 시집 『슬픈 런치』로 넘어오면서 관념과 사물에 고유의 질감을 부여하는 시인의 안목이 보다 명징해졌음은 물론, 그것을 언어의 구체적 물질성으로 바꾸어내는 조형 능력이 보다 완숙해졌음을 우리는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의 눈에 슬픔으로 가득 찬 세상은 여전하지만, 그 슬픔마저도 끌어안고 나아가려는 존재의 몸부림은 비참하고도 아름다운 몸짓과 선율로써 우리에게 다가온다. 부조리한 세상에 퍼져나가는 그의 뜨거운 시적 파장은 깊이 잠들어 있는 우리의 무딘 감각과 죄의식을 일깨우며 새로운 차원의 사유로 이끈다. 이 시대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진정성 있는 언어적 공명을 통해 발현하는 것은 정태춘만이 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목소리가 아닐까.
저자

정태춘

가수.
1954년평택도두리출생.
1978년자작곡집앨범<시인의마을>로가요계에데뷔했다.
서정성짙은시적언어와시대의분노와저항을담은
서사를노래해왔다.
아내박은옥과함께2012년11집『바다로가는시내버스』를발표했다.
시집으로는『노독일처』와『슬픈런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똥15
독특한캐릭터의나16
봄바람18
벼랑20
현대문명21
촛불집회22
세상구경23
흔들린다27
봄28
그대,아직꿈꾸는가?29
목련꽃땅에지고30
개기름32
접시안테나33
낮잠36
심각한꿈37

저격38
슬픈런치40
이풍진세상을42
횡재45
새장앞에서46
그놈의담배48
담배,거짓말그리고연극50
푸랑카드51
생각의재미52
한밤에차마시기54
나의간판55
제3세계56
구,목계나루59
당신은?63
헤어진다는것64

떠나는영혼에게66
로프트가는길68
토쿄,맹더위70
사진75
참말로,그대등뒤에서고싶다76
깜짝놀랜다77
보름달78
오늘도달이80
먼데서보내는편지82
모처럼세상에나와단식농성84
금강산가는길86
금강산87
방송출연91
디스커버리92
휴일,올림픽공원94

가을비96
너그리워97
신발이야기98
영화,『터미널』99
가을일기100
칼을갈면서슬퍼지기도한다102
일쑤아저씨김씨105
구월말일밤106
곽아무개,이아무개,도아무개,정아무개,그리고108
밀양111
마산에서뉴욕으로114
어머니2127
악수2130
당신132

해설
유성호/저기멀리은밀히준비되고있는것134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자서

아마,
단지호기심과자선지심에만의한것이었다면
여기까지오지는못했을것이다않았을것이다
이기적인탐욕과본성적악의가문명을여기
가파른언덕까지굴려왔다

추악하고추악하다
한정된재화와권력을거머쥐기위해전쟁중이다중이었다
때론각지역별분점을용인하되,연합하고
연합이안되면강제통합하고,그러기위해습격을하고
복속하고(지금도기지가더필요하다.무기는얼마든지생산할수있다.병사나장교,군속도마찬가지다.)
무자비와기회주의중하나만을선택할수밖에없다이제
인간은

와중에도
끊임없이생산한다소비한다
단지그것만을위해개미처럼평생을움직이고생각한다,일부는그것들로부터도소외된다
소외되는삶은비참하다

지배하는모든악이정당화되고미화된다
모든선의의저항도사라졌다
유럽인들,아메리카나아프리카나아시아에
아무런연민도,가책도,죄의식도없다
착취는계속되고있다
인간의대지,인간의공동체에대해서말이다

지구는모두파괴되고있고
파괴한자들이생산하는건
쓰레기들일뿐이다
쓰레기
문명의쓰레기통테레비,신문,잡지,인터넷
모든미디어뚜껑을넘쳐흐르는계몽과선동의악취가득하구나

이제남은것은파멸뿐이다
이미그시점이초읽기에들어가있다
그리고는이파멸의열차가
속도를더욱높이고있다

여기까지는,꼭내가해야하는이야기는아니다
그간나도어디선가적잖이궁시렁댔던소리이지만
대개낙오자들(좌파?)일반의소리였다거기에
나의분노가조금가미되었었다

하나만더…
국가들도통제력을상실했다
국제기업들로부터어떻게세수를좀확대할수있을지…
최근의한정부간국제회의의주의제다(코리아에서열렸다)
하지만그세금도결코인간들을위해쓰이지는않는다
자본이그조차통제한다

……

열차는달리고
나는거기서내렸다
쉬어가는정거장도없이쾌속질주하는궤도열차
거기서뛰어내리다보니
좀다쳤다
피가흐른다

그리고,아직도
그가속도가내몸에남아
그궤도를따라계속구르고있다
구르고있다

이제
만신창이가되어내가
멈추어설땅은과연어디일까?
나의대지는어디일까?
녹색의대지
오래전에저들이휩쓸고지나간,또는
전인미답의…

뭐,
이러며

써내려간글들이었다

21세기초
내서울에서의한철의일기
그몇개월간의…

곧장출판하려다몇차례
포기하고
내컴퓨터외장하드깊숙이처박아두었다가
가끔씩꺼내서읽어보며
혹시,어떤정신병적인증세는아닐까
내문제
모두나의문제는아닐까,도여러번생각하다가

그리고,
다시출판하기로결심한다
손을본다

부디
체제옹호자들과
만나지않기만을바랄뿐이다
저들을또다시불쾌하게만들일이야없지않은가

이제난,
저열차에서이미내린자들과내릴자들을만나러가야한다

여기까지는,
지난해에정리한「자서」이다

굳이
이책으로다시말할것같으면
지난2003년4년,한1년여간시랍시고짧은글들을썼고
그중,앞부분이『노독일처』라는이름으로이미출간된바있고
그후속작업으로서그뒤의나머지글들을정리한것이다
노래는이미그전부터전혀쓰지않고있었다
그게다다

「자서」이제,마저마무리하자면
세상에영원한보수도진보도없다
진보가10년이면정치적으로우경화하고문화적으로통속화한다
그럼,
보수가10년이면?
고전이된다

변혁은각성의시대가불러들이지않고최악의상황이영접한다
모든시대가다최악일순없다
그런시대는적어도한세기씩은기다려야한다
우린그런시대를만났었다
다행인가,불행인가?

이제
이땅의보수는간난의위기를돌파하여진보를쓸어버리고새로운면역력으로재무장했는데,그야말로근대이데올로기위에신자본의새질서를구축했는데,밖으론
세계권위의위계도에서국가,민족도축출하고새로운통합의문명을건설중이신데
그런신질서건설현장주변에서괜히얼쩡거리는것은할짓이아니다바쁜사람들옆에서…이상주의자들이할짓이아니다

그래서,이책은부디저들도피해다니길바란다
걸리적거리지않게…또한,그들곁에서언제나
고난을자초하는시대에의헌신자들
이책이그들도피해다니길바란다
미안하니까

2019년2월어느날
마포에서
때지난자서를다시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