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도끼 (정병근 시집)

눈과 도끼 (정병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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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진을 찍는다. 찍는 것은 지나가는 풍경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찍는 순간, 무한 중첩으로 명멸하며 향진하던 빛다발이 돌연 하나의 색과 모습을 띠고 내 앞에 도착한다. 확률의 구름 속을 어른거리던 우연이 필연의 인과를 입고 선명해진다. 나는 너를 찍었다. “차 한잔 할까요? 나라는 타인에게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나의 단일한 기억 속에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내가 모르는 먼 곳에서 예쁘고 무사한 하루를 상심하는 사람아, 부디 내 눈에 들지 마라. 내 눈이 닿는 곳마다 폐허가 도사리고 있다. 내가 카메라로 너를 찍는 것은 도끼로 너를 찍는 것과 같은가 다른가. 나는 찍고 또 찍는다. 그 많은 꽃 중에 하필 너를 찍는다. 나는 눈이라는 미지의 도끼를 가졌다. 137억 살의 눈이 아름다운 너의 모서리를 스친다.
저자

정병근

경북경주에서태어나고자랐다.동국대학교국문과를졸업했다.1988년『불교문학』으로등단하고,2001년
『현대시학』에「옻나무」외9편을발표하면서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오래전에죽은적이있다』『번개를치다』『태양의족보』를출간했다.제1회지리산문학상을받았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돌

돌 13
쓱 14
향하여 15
측백나무그별 17
모른다 19
텔레비전이돌아가셨다 20
거울의냄새 22
고등어는나의것 23
칸나 25
안점眼點 26
무화과2 28
나를만났다 29
밥상 31
보내지않은말 33
서울이라는발굽 35
보인다 36
까마귀 38
우화羽化 39

제2부바퀴

열쇠 43
웅웅거리는소리 44
그의책상 46
바퀴 48
생활주의자 49
아내가운다 51
램프의사내 53
계곡이라는계곡 55
다정한죽음 56
모르는힘 58
간다 60
더덕 62
벤치의자세 63
선인善人 65
웃음2 66
무서운사람 68

제3부토크쇼

말 71
북쪽보다더북쪽이고남쪽보다더남쪽인 72
인도에안가기 74
토크쇼 76
순결한몽유夢遊 78
숯과검정 80
보험은말씀처럼 81
당신 82
안오는밤 83
당신을보는법 85
눈에띈슬픔 87
나와나타샤와전화기 88
명랑 90
파안破顔 92
당신에게서온문자文字 94
오늘의시 96
매미의문장 97
귀하 98
정처없는이눈길 99

제4부흑점

겨울밤 103
빨간눈 104
왼손으로쓴시 105
사월의꽃들 107
흑점 108
암흑 110
말이많다 112
벚나무집마당 114
물밑 115
엄마는간다 117
뿔들의사회 119
아버지의소꿉 121
산도散道 123
구월의구전口傳 124
물별365호 126
형님을데리고 128
발앞에 129
강아지풀위에쌓이는눈 130

해설
김진수눈을바라보는별 131

출판사 서평

정병근시인의시집『눈과도끼』가시작시인선0322번으로출간되었다.시인은1988년『불교문학』으로등단하였고2001년『현대시학』에「옻나무」외9편을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시집으로『오래전에죽은적이있다』『번개를치다』『태양의족보』가있으며,문단으로부터뛰어난문학적성취를인정받아제1회지리산문학상을수상하였다.
시집『눈과도끼』에서시인은명멸하며향진하는빛다발속에서돌연하나의색과모습을띠고우연과필연의인과에관여하는‘눈’을‘도끼’에비유한다.눈이라는‘미지의도끼’로폐허가도사리고있는삶의순간들을찍는행위는곧시인이시적순간을포착하는행위에다름아니다.찍는행위는다의적의미망을형성하여그자체로시적사유의장이되며,존재의근원을탐색하는여정이된다.시인의도끼날은타인을찍고가족을찍고유년의기억을찍는다.먼길을돌아자신을찍기에이르면서삶과죽음,불변과이변,고귀함과비천함,다정과무정,풍요와빈곤등‘모순’이혼재된삶의진실을빛나는시적언어로승화시킨다.그중심에는‘고향’‘옛집’‘어머니’의이미지가강렬하게수놓아져있으며,이미지들은외따로존재하지않고한데어우러지면서시인의현존을환원해들이는기제로작용한다.정병근시에서‘옛집’‘어머니’‘고향’에대한이미지는해설을쓴김진수문학평론가의말처럼“시인의시적자아가배태된자궁”을상징한다.시인은이러한이미지들을자신만의기억술을통해복원함으로써대상의부재안에서존재를현현顯現시키며,존재에대한기억을통해부재를환기시킨다.그리하여궁극적으로시적자아의기억에의해재구성된‘기억의시학’을완성하게되는것이다.
이번시집에서특히주목해야할점은일상의삶과존재에대한세밀한통찰,그안에서얻은지혜의내용이삶의무의미와나의무지에대한성찰로이어진다는것이다.삶의허망을노래하면서도허망의배후에존재하는희망을감지하는‘눈과도끼’는삶과존재의무정과무심을웅변하는것에그치지않는다.이번시집에나타나는허망과그에따른불안의감정은고요함과격렬함이뜨겁고도차갑게포옹하는자리에이르러예상치못한희망의징조를탄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