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마고리아 (채지원 시집 | 양장본 Hardcover)

판타스마고리아 (채지원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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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실금 같은 강물이 흐르고
마흔다섯 해째의 발바닥에 실금 같은 강물이 흐른다 얼키설키 그어진 실금들 사이로 유년이 보여, 충무동 여수 앞바다 갈매기 등 너머로 빨랫줄에 널린 추억들이 너풀거리고 구름 속 잔별들이 죽은 막내의 등을 토닥여 언니, 큰언니, 아 바람은 분다 부연 먼지의 나날들, 덮쳐 오는 거리의 사내들이여 단풍잎들이 우수수 발바닥에 어리고 달빛조차 아프던 전봇대에 숨겨진 연모, 골목들은 수군거리고 아가야 강보에 싸인 봄날은 여전히 술렁이는지 당신은 개울에 핀 옛날을 떠올릴 수 있나요 보고픈 눈썹, 안개여 눈물 반짝이던 섹스, 망사에 감겨든 저문 밤들이여 피리 불던 담벼락 저녁은 내리고 구두 뒤축에 허물어진 슬픔이여 발바닥에 실금 같은 강물이 흐르고 어룽이고 내가 또다시 등꽃에 감기고 전신주에 날아든 철새들 무덤에 간 이들과의 이별 강물은 흐르고 나는 일렁이고 급류에 쓸리고 지류를 모르는 파닥임 세상은 달리고 나는 흐르고 강물은 마르고
저자

채지원

서울출생.
동국대학교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박사과정수료.
2008년계간『문학과의식』으로등단.
2016년청소년시집『대단한놈들이다』출간.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실금같은강물이흐르고 11
바람맞은날 12
우연한슬픔 13
사주보는남자 14
이키케해변에서온편지 15
지즐대는봄빛,봄빛 16
그날이후 17
첫사랑 18
꽃비 20
악수 21
서울,2014 22
갠지스강가에비는내리고 24
억새밭 26
외사랑 27
판타스마고리아 28
뱀파이어 30
보건실 31
개같은시의오후 32
우리시대의홈 33

제2부

추석 37
그리운대통령 38
시작詩作 40
전근을앞둔어느오후, 41
겨울,축제 42
김이구형 43
멧새가되어 44
♡ 46
평양의봄 47
일요일,번연한일요일 48
개입시 49
바바리맨을추억하며 50
닥터유 52
불안한잎들 53
청춘의세레나데 54
그대와해후 56
판옵티콘 58
낯선데이트 59

제3부

해풍 63
광장의봄 64
워크홀릭 65
어제는걸었네 66
남편 67
오래된관습 68
슬픈봄날 69
독산동네일샵 70
아이들 72
가족관계등록부 73
축제 74
해변의개짖는소리 75
7080의외출 76
삶 77
시험 78
현대인 79
걸그룹팬덤 80
은밀한시간들 81
독거는내인생 82

해설
이형권불온한일상을꿈꾸는악사 83

출판사 서평

채지원시인의시집『판타스마고리아』가시작시인선0329번으로출간되었다.시인은2008년계간『문학과의식』으로등단하여작품활동을시작하였으며,2016년청소년시집『대단한놈들이다』를출간하였다.
시집『판타스마고리아』에서시인은사랑의부재로인한결핍을불온한상상력으로채우는한편,부재하는대상에대한기다림의자세를견지하며고독과그리움등으로점철된생애를담담하게보여준다.여기서떠나간사랑에대한회상과미련,그리움,원망등의정서가다양하게표출되는데,이는이번시집의기조인사랑의부재로인한결핍을보다분명하게보여주는동시에시인의결핍감이다원적으로해석되어야만하는당위성을낳기도한다.시인은현실에서의일시적사랑을넘어정신적으로영속하는사랑을,‘불완전한인간의완전한사랑의불가능성’을인식하면서부재하는사랑을통해새로운사랑의필요성과가능성을인지한다.시인이불온을꿈꾸는또다른이유는부조리한세계에대한인식때문이다.시인에게있어세상은속악한현실원칙이지배하는고루하고답답한공간이다.가정에서겪은유년의체험부터오늘날직장에서경험하는일상에이르기까지,시인은직간접적인개인사를시의자리에가져다놓음으로써핍진성을획득하며시의서사를보다견고하게구축한다.나아가세상의부조리에대한비판적인식은사회적관습이나제도의차원까지그영역을넓히며내면의불온성을보다공고히한다.이는시인의세계인식이허무주의에가깝다는것을암시해주는동시에평화와희망의세계에대한징후를드러낸다.해설을쓴이형권문학평론가의말처럼,“불온한일상을꿈꾸는일은역설적으로온전한세계를지향하는태도”이다.“평온한일상은시인에게부정의대상”이지만,“불온한일상은시인에게긍정적인대상”이기때문이다.요컨대시인은“평온한일상을전복하여불온한일상속에서사랑과진실을찾아나서는기나긴여정”을택함으로써불온한상상력을극대화한다.그여정은비록고달프고낯설지만새로운가능성을모색하게끔한다는점에서고무적이다.
채지원시인의시는가난했지만소중했던유년시절,삶의격정과시를향한순연한집념,사랑의부재로인한결핍,가족에대한사랑,시대정신을증언하는목소리가한데어우러져높은미학적완성도를보여준다.해설을쓴유성호문학평론가의말처럼시인은“자신이살아온시간을충실하게되새기”고그시간에“절대치에가까운의미를부여하고,나아가그시간이남긴흔적과문양”이시인으로서자신의존재론임을증명한다.실존적자각과경험적삶의이해가결합하여빚어낸이번시집은과거와의결별,부재하는사랑에대한결핍을아름답고절절하게노래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