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석(시인, 문학평론가)의 평론집 『몸주체와 상처받음의 윤리』가 시작비평선 0020번으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충남 공주 출생으로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 당선,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이론 연구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 연구서 『저항의 방식: 현대 캐나다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화 연구서 송해 평시 해설서 『아침 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경계에서의 글쓰기』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등을 출간하였다. 부석 평론상, 단국문학상, 시와경계 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몸주체와 상처받음의 윤리』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은유, 문학의 정치, 시적 내러티브, 무의식, 공간, 윤리, 몸, 문체, 침묵, 단순성, 주체와 형식, 읽기, 차이의 집단성, 문학의 화합과 전진, 문학 언어의 진화 등, 시와 문학에 대한 열다섯 개의 테제로 구성되어 있다.
제2부는 강은교, 김승희, 박상순, 김이듬, 김종삼, 송재학, 고형렬, 박제천, 장석남, 송찬호, 오세영, 이정록, 정진규 등 열세 명의 시인들에 대한 시인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3부에서는 박완호 시집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박헌호 시집 『내 가방 속의 동물원』, 장석주 시집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홍순영 시집 『오늘까지만 함께 걸어갈』 이홍섭 시집 『검은 돌을 삼키다』, 정숙자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등 일곱 권의 시집에 대한 저자의 해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2부와 맥을 같이하는 백인덕 시인론이 포함되어 있다.
『몸주체와 상처받음의 윤리』에서 저자는 ‘몸’의 불가결한 근본성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 철학자 메를로 퐁티의 “몸주체” 개념을 빌려, “정신과 영혼의 모든 자만自慢도 결국 ‘몸’ 안에서 가동된다”는 정직한 자기 고백적 비평을 보여 준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살아갈 길이 막막할 때, 나는 내 몸에 들어온 한 알의 신경안정제가 그간 내가 쌓아온 ‘정신의 힘’보다 훨씬 탁월함을 느끼고 좌절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이를 통해 문학이 ‘이성의 언어’가 아니라 ‘몸의 언어’이며,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욕망과 고통과 거짓과 위대한 결단”도 결국 “몸 안에서 일어난다”는 사유를 이끌어낸다. “몸의 떨림을 감각의 언어로 주워 담는 것”이 ‘시’라고 할 때, 이번 비평집은 곧 ‘몸의 탐구’이며, ‘상처받음의 윤리’라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윤리가 규범적 권력일 때, 문학은 윤리와 싸우”지만, “윤리가 성취가 아니라 무너짐, ‘상처 줌’이 아니라 ‘상처받음’을 지향할 때 그것은 문학과 친족 유사성을 갖는다” 라고 말한다. 즉 “무너짐 그리고 상처받음의 윤리”야말로 ‘시의 윤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할 지점이라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다. 말라르메는 “육체는 슬프다”라고 했지만, 우리는 이번 평론집을 통해 ‘슬프고 약한 육체’로 세상을 견디는 법을 알아가게 된다. 한편 저자는 처절한 자기 고백을 통해 삶의 근원적 물음에 답하면서, ‘몸의 언어’로 “영혼의 바닥을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축복을 받게 된다. 저자는 시인이자 평론가로서, 그저 ‘도달할 미래’를 향해 “아픈 몸을 질질 끌고 계속 나아갈” 뿐이다. 이때 ‘상처받음의 윤리’는 저자의 글쓰기가 당도한 ‘현재’가 아니라 ‘도달할 미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