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휘는‘무위이화無爲而化의시정신’을보여주고있다.‘무위이화’는아무것도하지않음으로써교화하는것이다.애써힘들이지않아도저절로변화하여잘이루어지는것이다.시창작에서무위이화는자연스러운발화로이루어진세계이다.억지스러운데가있어서는안된다.인위적이지않고물흐르듯독자들의가슴에스며들어야한다.김종휘의시들이그렇다.그가보내준원고를단숨에읽었다.그의시는막힘이없었다.물이위에서아래로흐르듯부드러웠고,자연스러웠고,거침이없었다.자신에대한이야기는물론이거니와이웃을노래할때에도기교를부리지않고담담한필치로서술하고있었다.‘힘’을빼고노래하니오히려표현미가돋보였고,독자를그의시세계로쉽게끌어들이는‘힘’을발휘하고있었다.일독을권한다.
-해설중에서
시인의말
어머니는태몽이야기를자주해주셨다
그래서나는나를기대하며살았다
할아버지와어머니처럼쾌활하게살고싶었지만
하나님은나를고독하게살게하셨고
시라는가슴넓은친구를보내주셨다
시는내마음속깊은곳의상처까지치유하고
더작은생명들도사랑하게하신다.
늘함께해주신하나님과나를이곳까지
이끌어주신선생님들께감사드린다.
책속에서
붉고가늘게뻗어나가던생각들사이로
중간,중간불안한이파리들이올라온다
공중에서어지럼증을느끼며떨어지는이파리들
꽃바람을타고멀리날아간다
이파리가떨어져나간자리마다붉은눈물맺히고
반쯤잘려나간위胃와마지막거즈를꺼내는손사이에
잠깐씁쓸한미소가지나간다
불길한생각으로병실을찾았으나친구가없어나오려는데
갓서른을넘긴네가다늙어버린얼굴로
내이름을부르며손짓하고있다
병원에서도손을놓은너를데리고기도받으러가던날
오늘은입맛이난다며너는설렁탕한그릇을다비웠는데
기도해주시던분은네게
세상과맺은연을모두끊으라고하셨지
너를생각하면어디선가웃음소리가날아든다
까르르까르르파솔라시도음계처럼
네웃음소리는늘한음씩올라갔지
나는너를그리워하고너는다시봄꽃으로돌아와
봄동산을웃음동산으로노랗게물들이고있지
---「회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