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식의발칙한상상은쿠바여행기록『쿠,바로간다』를거쳐계속되고있는것으로보인다.발칙한김혜식언어는도발적이고선언적이다.앞의책서문에“혁명도오래되면늙는다.그러나쿠바의혁명은언제나변화를꿈꾸는신념이다.아직도체게바라를우상처럼걸어놓고산다는건아직혁명이끝나지않았다는얘기다”라고쓰고묻는다.“나의혁명은무엇일까?”김혜식은스스로“사랑니하나를다시심어야겠어”라고답한다.‘사랑니’를심는것이라단언하며혁명은정치적이지않고일상행위라고도발한다.대립으로점철되는살생의싸움터,혁명의터전인밀림이나숲심지어도시근교공간의제한을벗어나일상으로돌아오는사람들에게애정을쏟는다.이는뽑아버려야하는사랑니를심는,사랑으로견디는행위를제안한것이라할수있다.일면모순이나역설로들리지만비로소김혜식은여행자에서시인으로돌아선다.
김혜식은그모순과역설을시간과공간의물리적한계를벗어나의식과영적존재로서교유하는시의형식에서찾아낸다.제한된현실에서존재하는대립과간극을벗어날수있는사랑을통해자유로울수있다고노래한다.김혜식은그사랑의객관적상관물로끝도없는사막을걷는낙타를지목한다.화자는낙타를타고시공이구분되지않는사막으로떠나는여행자가된다.그러다가낙타를타고떠난화자(여성)는어느순간낙타가되고,낙타를올라탄이는낯선이가아닌사랑의대상이며융화된사랑으로하나가된화자자신의모습으로드러나는차원의이동으로그려낸다.이런차원의이동은발칙한꿈을통해가능할것이다.이꿈은새시집『아바나블루스』에서도이어진다.
―해설중에서
시인의말
격리기간중,시안에서한참격리되었다
그러나격리되는일은때때로먼곳으로
떠나는여행이기도했다
시에등장하는많은사람들과함께읽다가
선잠을따라가여행길에서다시만났다
사랑도그러했을까
고백도없이시에기대서는일이부끄럽지않아졌다
호명했던나의사랑은모처럼내시로들어와
여행지로함께떠난다
슬며시사랑하던사람을시안에두고온다
보채던아버지손을,어미의손을놓고온다
책속에서
한번씩
마음이라도다녀가라고
공산성정상아래
주춧돌박고누각하나지어
임류각이라이름지어놓으리다
봄,기별한번넣어주시면서둘러
온산왕벚꽃진달래피워놓겠소
여의치않아가을이라면
무성한나무낙엽을입혔다가
서둘러쏟아놓을테니
사각사각밟으며오르면되겠소
연서한장내게오기까지
천오백년
사랑은야속한거라서
그자리엔눈만펑펑내리고
꽃피는봄날
당신이박은주춧돌
이름모를꽃으로덮일때
그사랑에입맞춤하고돌아오리다
여전히사랑은더디고
공산성은안개로멀어지는아침
아무도모르는십이각지十二閣址터
온종일춤이나추다오면되겠는지요
---「모대왕연서에답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