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 시작시인선 486

미인 - 시작시인선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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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화성 시인의 시집 『미인』이 시작시인선 0486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1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는 『아버지를 닮았다』 『언제나 타인처럼』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사랑이 가끔 나를 애인이라고 부른다』 『내 슬픔을 어디에 두고 내렸을까』가 있다.

서화성 시인은 ‘미인’이 없는 곳에서 ‘미인’을 기다린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미인’이거나, 이미 이별한 ‘미인’을 그리워하고 추억하고 기대하며, 내내 기다린다. 추천사를 쓴 김언 시인은 이 기다림의 심정을 두고 ‘선험적인 슬픔’이라고 말한다. 시집 『미인』의 화자는 부재하는 존재에 대한 긴 기다림과 맞물린 슬픔을 이미 아는 자이다. “뼈마디가 시릴 정도로 보고 싶은 여자”를 기억하며, “그해 겨울처럼 눈을 비비”고 서 있는 시인은 이 무상한 풍경 속에서도 “슬픔을 말하는 뼈”를 내내 지켜본다. “어딘가에서 완전한 언어가 되어 돌아올” 슬픔을 기대하므로. 추천사를 쓴 유성호 평론가의 말처럼 “삶의 역설을 통해 실존적 긍정으로 나아가려는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시인의 슬픔은 찬란하게 빛난다.
저자

서화성

경남고성출생.
2001년『시와사상』으로등단.
시집으로『아버지를닮았다』『언제나타인처럼』『당신은지니라고부른다』『사랑이가끔나를애인이라고부른다』『내슬픔을어디에두고내렸을까』가있음.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봄밤13
무거운책14
나무백일홍16
조금은슬퍼지려는순간17
혼잣말이늘었다18
지워진다20
새로운사실22
통영23
둥둥24
오늘은25
슬픔의두께26
그녀가다녀간집28
정30
바다위에저녁32
평상에서34
아무일이없었던것처럼36

제2부

독백39
미인40
미인과그림42
고해苦海43
수요일44
했고,했다45
희망적이거나46
국수48
우리집마당에해바라기를걸어놓았다49
무덤속의여자50
밤의침묵52
때문에53
숲54
평등은아름답지않았다55
생각나는말56
밤손님58

제3부

봄,뜨거운63
숨고르기64
모라동공원66
기우杞憂67
네모68
덕자이모69
노포오일장70
한계절이지나고72
노래가쓸쓸해지는시간74
벚꽃눈76
뜻밖의이야기77
앵무새처럼78
오래된고백80
조울증82
도시인84
성당에다닌다는말에86

제4부

질투89
그림자들90
말의흔적92
섬94
간격96
미련98
누이의뼈100
어떤하루102
이유103
추억은달다104
소설쓰기106
필리버스터108
집착110
그해겨울112
중력의힘114

해설
방승호사이의언어,언어의사이115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돌아갈곳을잃어버렸다
종일비가내렸고
기다리는사람은오지않았다

2023년어느여름날
서화성

추천사

서화성은자신의몸에새겨진오랜시간의흔적을통해아름다웠던순간들을그려가는기억의시인이다.그의언어와화법안에는새로운미학적모험의의지가역설적으로충일하게번져간다.시간의불가역성이라는한계를수납하면서“뼈마디가시릴정도로보고싶은여자”를불러보고,이후지나온“추억은아물어”가는시간마저소환한그는,“슬픔을말하는뼈”와“뼈로만들어진말”을질료로하여끝없는질문을스스로부여해간다.그럼으로써자신의시가“어딘가에서완전한언어가되어돌아올”것임을예감케해준다.삶의역설을통해실존적긍정으로나아가려는아름다운(美)사람(人)의마음이그바탕을이루고있음은말할것도없으리라.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국문과교수)

뜬금없이성당에다닌다고하면,슬픔부터느끼는사람이있다.지옥같은마음다내려놓고서성당에나간다는것일까,이런헤아림으로속깊이슬퍼하는사람.“사람이그리워서라는말처럼그말에눈물”부터핑도는사람이서화성시의화자다.“아픈사람이아픈사람을알아”보듯이나직이말을이어가는곳에서화성의시가있다.슬픔이모종의상실에서비롯되는감정이라면,이번시집에서엿보이는슬픔은그러한슬픔마저희미해지는지경에서올라오는슬픔이라서남다르다.‘선험적인슬픔’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되는곳에서서화성시의슬픔은계속진화중이다.다만슬픔으로시작해서슬픔으로끝나는우리의삶을되비추는일에열심인시를묵묵히따라갈뿐이다.
―김언(시인)

책속에서

<미인>

미인을만나러간적이있었다
곤약처럼물렁물렁한얼굴은아니었지만

된장이삼삼하게풀린멀건국물처럼
미인은심심한농담을곧잘하기도했다

날씨가쌀쌀해지면벙어리장갑이나스웨터
쯤은뜨개질할줄안다고했다

자기는미인이아니라며
어느삼거리술집에걸려있을
그런미인이진짜미인이라고우겼다

한번보고자꾸만보고싶은사람은
모두미인이라고나는우겼다

돌아오는시골버스에서미인은
뚝뚝눈물을흘렸다

그냥이라며아무것도아니라며미인은
뚝뚝눈물을흘렸다

미인은눈물쟁이라며나는놀렸고
미인은그런나를보고놀렸다

찬밥을으깨서쓱쓱비벼먹은탓인지
버스타는내내배가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