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 천년의 시 150

반란 - 천년의 시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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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하 시인의 시집 『반란』이 천년의시 0150번으로 출간되었다. 이하 시인은 2020년 웹진 『시인광장』 제10회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반란』은 이하 시인의 첫 시집이다.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자신만의 철학을 상당히 정제된 언어로 밀도 높게 풀어 내고 있다.
해설을 쓴 김윤배 시인은 ‘광기가 없기에 폭발하지 않았고 광기가 없기에 오래 쓰여질 수 있었고 그토록 오래 긴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말을 인용하며 이하 시인의 치열한 시적 긴장을 상찬하고 있다. 생애의 전부가 “불온한 결말의 대하소설”인 듯 시인은 부러 고통을 감내하기에, 심혈을 기울인 그의 문장들은 시대의 아픔과 조응한다.
‘시’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사유를 엮어 낸 그의 첫 시집은 이러한 치열함을 통해 현현히 빛나고 있다. 시인의 다음 시집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저자

이하

경북울진출생.
경희대학교졸업.
2020년웹진『시인광장』제10회신인상으로등단(「말의뼈」외4편).
2023년경기문화재단창작지원금수혜.
현재한국작가회의회원,용인문학회회원.
경희사이버대학원미디어문예창작전공.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추신追伸13
기억의무게14
순례중에보낸편지16
구부러진슬픔19
바람의말(馬)20
배웅21
Yogo의고흐22
늦여름기운다24
금낭화26
생활27
몽중인夢中人28
몰락은눈부시다30
윤삼월33

제2부

돌37
공휴일38
동흥씨氏약전略傳에부쳐40
파란波瀾42
무월舞月에서44
설화46
반란斑爛47
안행雁行50
밥52
실종53
압화54
장마55
택배56

제3부

미분의세계59
빈집60
입춘62
수국64
속수무책66
나비바늘꽃68
낙과를보다70
하늘매발톱72
별지목록別紙目錄74

제4부

울진79
오월82
수원연화장83
평형의힘84
메멘토모리86
대하소설88
꽃의기억91
간절기間節記92
무명의등을걸고94
골목96

제5부

개망초99
석중안익夕中雁翼100
봄을살고겨울로가고102
무섬104
봄,날다106
귀소歸巢108
이윽고바다에닿는다110
바람은꽃을기다리고112
불문부답不問不答114

해설
김윤배시인이서있는극점115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그리움은유정한
상처의말이다

우묵하고눅진한자리마다
녹지않은내허물뿐이다

노을의여홍餘紅처럼
요원한여정에들었다

시인의거처는
영혼에닿아있어야한다
그렇다믿는다

2023년늦가을
이하

추천사

시작과끝이다해지고무너져내린다.그러고나면심장은차가워지는것이다.그후폐허가되어힘이빠지는것이다.이것이이하의몰락의노래다.북에서남으로그리움이저물면풀섶이슬이놀라창을열고얼굴을서로에게디밀게되는것이다.능선도어둠을벗어나고잎들은붉게물드는계절이된다.바람도몸살을앓고물들지않는낙엽은보이지않는다.쏟아지는것은노을뿐이어서죽음이저토록아름다울수없는것이다.비워지는것이더할나위없이아름다운것이다.숲에는붉은빛태우는청춘만남은듯한데일출은환해진다.끝내뼈대만남은남루한몸이될것이지만빈가지로흔들려도좋은것이라고이하는노래한다.뿌리곁에다내려놓고잠들것이지만얼굴은썩어갈것이고지나온먼길을기다려야할것이다.대지에눈이덮이고푸른잎들을기다리는밤을수없이지새우며기다리는푸르른잎들은가슴벅차오를기쁨이겠지만굳게뿌리를내리고기다릴것이라고노래한다.그러나얼굴도없이썩어갈시적화자는굳게뿌리를내리고기다린다해도그기다림은소멸위에놓인다는것을알것이다.

이하의시세계는깊고무겁다.그의사유가그렇다는말이기도하다.시편마다철학적배경이흐르고삶은치열하다.이하가앞으로펼쳐갈웅혼한시세계가기대되는이유다.
―해설중에서

책속에서

<기억의무게>

빈집에는이름을얻지못한풀들지천이다
문을열자낯선바람이함께들어섰다
대숲에불던바람은낯선이웃처럼지나가고,허물을남겨두고떠난그녀의집.세월을쌓아온서랍을훔치듯열어본다
푸른봄날의한때였거나잎새성성한여름날에엮었을털실원피스의마른얼굴을만지며,어류처럼누웠던그녀의숨결과부피가벼워지던날을본다
비바람에다지워졌으리라여겼지만,올빠진날개를감춰둔서랍안엔오랜무게들이차곡히쌓여빈어둠을지키고있었다
아내의두눈은분홍꽃,강물속으로뛰어든다
봄햇살따스한손길을받은아내는고개를떨구고어깨는오래들썩였다
찬비내려꽃진뜰한켠에지난해보이지않던수선화
여린꽃을피우며홀로서있다
봄날풍경이어스름에지고달빛은분홍꽃잎이남겨진뜰위에서긴밤을홀로춤추고있다서랍을닫자여운의바람도멈추었다고요의기억을지킨빈집은무게를잃고귀를세운어둠의영역으로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