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 날다 - 시작시인선 493

흑두루미 날다 - 시작시인선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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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류인채 시인의 시집 『흑두루미 날다』가 시작시인선 0493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14년 제5회 『문학청춘』 신인상을 받았고, 2017년 제9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대상에 당선되었다. 시집으로는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 『소리의 거처』 『거북이의 처세술』 『계절의 끝에 선 피에타』가 있으며, 시문학 연구서로는 『정지용과 백석의 시적 언술-한국 현대시 창작 지침서』가 있다.

류인채 시인은 『흑두루미 날다』에서 “묘사와 진술, 열거와 인유”라는 화살을 가지고 아주 먼 곳까지 두루 겨냥한다. 해설을 쓴 공광규 시인의 말처럼 “친식물성 시인”답게 “식물을 형상하는 감각”을 아름답게 펼쳐내는 동시에 “동물과 고향, 성장기에 경험한 농경사회와 도시 생활”의 면면까지도 세심히 살핀다.
그가 쏜 화살이 ‘시’의 자기 고백적 성격을 넘어서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건네는 까닭은 발가벗겨진 삶의 상처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때문은 아닐까.
“저무는 하늘 끝까지 날아갈 듯”한 흑두루미의 날갯짓처럼, 우리는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도 고요히 어디론가 날아갈 것이다.
저자

류인채

저자:류인채

충남청양출생.

인천대학교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음.

2014년「돌의날개」등5편의시로제5회『문학청춘』신인상,2017년시「돋보기」로제9회《국민일보》신춘문예대상당선.

시집『나는가시연꽃이그립다』(1998),『소리의거처』(2014),『거북이의처세술』(2016),『계절의끝에선피에타』(2019),시문학연구서『정지용과백석의시적언술―한국현대시창작지침서』(2023)출간.

2013년인천예총예술공로상,2014년인천문학상수상.

경인교육대학교,성결대학교외래교수,『학산문학』『인천문단』편집위원.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지하계단플라스틱바구니에던져진동전한닢은13
환절기를건너는법14
저달때문이다15
안구건조증16
등산18
수수꽃다리20
대봉……감21
얼레지꽃22
노랑턱멧새24
암만26
맥문동28
흰나비29
장평멜론30
목련마스크32
박규흔전傳33

제2부

참나리꽃37
흑두루미날다38
방임放任40
간들바람42
인천대공원에서43
된서리내린아침44
자동살균예약46
시詩에게48
성금요일아침50
월동51
잠시도눈감을수없다52
조팝나무53
자귀나무54
이팝나무56
보행육교57
곁58

제3부

쇠뜨기61
직박구리62
저어새섬63
파도의뒤꿈치를밟고서서64
천장호출렁다리를건너며66
분갈이68
백신효과70
꽃잎을머리에인사람들71
펜스를뛰어넘는72
아픈손가락74
황제펭귄76
바지락칼국수를먹는중이다78
이통령댁면사랑80
개미81
감자알이웃82
절름발이춤84

제4부

집한채89
대물림90
자목련92
가오리연94
가장차가운처방95
착한머슴96
뒷짐98
구절초99
고드름100
능소화101
화면속102
북한산능선을오르다가103
묵서명墨書銘104
옛집105

해설
공광규동식물과고향제재의시편들106

출판사 서평

추천사

류인채시인은친식물성시인이다.식물을형상하는감각이아름답다.흰꽃이무더기로피는이팝나무를순간의구름에서끊어왔다는상상,또풍만하고눈부신새틴소재로비유하여웨딩드레스를만들었다는상상이아름답고풍요롭다.화사한얼레지꽃이바람둥이어린년으로비유되고,길거리한복판에있는꽃의이파리가얼룩덜룩멍자국같이보이는것을집단구타당한것으로의외적상상을한다.묘사와진술,열거와인유가빛난다.시집에는풀과꽃과나무등식물뿐만아니라동물들도상당수언급된다.
표제시「흑두루미날다」는묘사와진술이절정을이루는역작이다.서쪽하늘로기우는해가마침표를붉게찍는다는시각적심상이인상적이다.갈대밭에서수천마리의흑두루미떼가“오후다섯시를끌고하늘로날아오른다”는표현이장엄하다.“발목이간지러운갈대들이잎을뾰족이세우고휘청거린다”는진술이섬세하다.오래다물었던입이한꺼번에터지듯울음소리가공중에서울려퍼지는합창은웅장하다.새울음소리를묘사한의성어가청각적울림을준다.흑두루미떼들의군무는하늘을덮고,노을을배경으로점묘화를그린다.갈대들이방죽에서서오도가도못한다는묘사와진술도일품이다.하늘끝까지날아갈듯한새떼를따라가고싶어서인지화자의겨드랑이가간지럽다는상상력도기발하다.
문인에게고향은마르지않는샘물과같다.최근류시인은성장기에경험한농경사회와도시생활,그리고다시시골에내려가부딪히게된격세지감의낯선제재를통해새로운시세계를구축하는중이다.많은독자가류인채시인의시를만나삶이풍성해지기를바란다.
―공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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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말

안개낀산책길을걷는다
발밑에눌린풀잎
손사래치는나뭇잎이보인다
뒷전의내가보이고
우짖는새들
고향의목소리가들린다

누가가마솥에시래기를삶는지
구수한내물씬코끝을간질인다
어릴적내머리를쓰다듬던적송이
뒷산에서연신손짓한다

머위감국까치수염
여우팥꼬투리속에
詩가살아있다

2023년12월
느락골문정헌에서류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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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속의시한편

흑두루미날다

순천만은철새도래지인데새들이보이지않는다
갈대들만가볍게몸비비며서있다
고요한둘레길을걷다가흥얼흥얼노래를부르는데
서쪽하늘로기우는해가마침표를붉게찍는다
순간,푸르륵푸르륵
여기저기서새들한꺼번에깃치는소리들린다
누가무슨신호를보냈는지
갈대밭에서숨고르던수천마리의흑두루미떼가
오후다섯시를끌고하늘로날아오른다
발목이간지러운갈대들이잎을뾰족이세우고휘청거린다
저새들,어느행성에서날아온누구일까
오래봉했던입이한꺼번에열린듯

뚜루루루뚜루루루뚜루루루뚜루루루……

공중의합창이웅장하다
새까맣게하늘을덮은군무가시작된다
제색에취한노을이서천에점묘화를그린다
새들은해지는쪽으로날다가돌아서길게원형을만들다가화르르
건너편논바닥에앉았다가다시날아오른다

머리위에서회오리가인다
이곳의저녁은새떼에포위되었다
갈대들은방죽에서서오도가도못하고있다
새들은제가걸어온길을지우고서서히하루를지운다
길이없어진길위에서나는넋놓고그들을바라본다
저새들지금저붉은눈동자로무얼주시하고있는지
긴다리를뻗어이저녁을떠메고어디론가날아갈태세다

뚜루루루뚜루루루뚜루루루뚜루루루……

높이더멀리날아가까마득한점이되는새들
목을길게빼고커다란날개를휘저어
저무는하늘끝까지날아갈듯하다

문득,겨드랑이가간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