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말
빈집은
왜빈채로
거기있을까?
추천사
전은주의시적경험은옹색한한반도를넘어그가나고자란고향북간도를품고있다.그는그곳에서만난순수원형을향해끝없이회귀하려는열망을가지고시를써간다.그러나한편으로는
“겨울바람타고,/의상義湘처럼/혼자”그곳을떠나‘빈집’으로의여행을수행하고있기도하다.“고향집문어귀에앉아/아버지를기다리던/저문골목길”을떠나“어느마을에가도/혼자잠들지못하는/빈집”으로옮겨온것이다.하지만그의마음한편에는여전히“파도위에서흔들리는/저빈배같은”아버지의뒷마당처럼늙어버린고향이선연하게남아있다.이러한이향離鄕의삶은“북간도벌판너머/손톱으로가슴할퀴던/그그리움”을자산으로하는회향懷鄕의과정을지나,어떤정신적고처高處를지향하는‘또다른고향’으로의성숙한귀향歸鄕단계를지나가고있다.하지만어찌그애틋하고아름다운시편들속에고향마을샛강처럼고요하게흐르는그리움마저사라졌겠는가?그그리움의힘이야말로,눈부신햇살속에서실루엣을드러내는모과나무처럼,
‘시인전은주’의항구적인존재론적기원이자궁극이되어줄것이아니겠는가?첫시집에담긴쓸쓸한아름다움과그것을떠받치고있는서정적기품에한없는응원을보낸다.
책속에서
산불―빈집59
천지사방이불타오를때
나무는어떤기도를할까?
밑둥치부터불타오를때
그리운것혹그리워할까?
잔나무,잡풀들은
기도할틈도없이
이환난의불에휩싸이는데
이세상불구덩이에서
나는지금
어떤시를써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