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입술을 내밀고 - 천년의 시 154

붉은 입술을 내밀고 - 천년의 시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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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경임 시인의 시집 『붉은 입술을 내밀고』가 천년의시 0154번으로 출간되었다. 수필집으로는 『독기를 빼며』가 있으며, 2021년 《세명일보》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붉은 입술을 내밀고』의 시적 화자는 여전히 자기 자신으로, 여성으로, 비밀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기를 욕망하는 주체성을 지니고 있다. 이미 한풀 꺾여 버린 가능성은 쇠잔해져 가는 육체를 상기시키지만, 갈망과 현실의 괴리는 파도처럼 시의 리듬을 형성하며 상승과 하강 사이를 반복해 간다.
추천사를 쓴 이재무 시인은 이 시집을 두고 “시인이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대상과 세계에 일정한 미적 거리를 지켰기 때문”에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들을 유화의 방식으로 진술해 가며” “지난 연대의 깨끗한 가난에 대한 기억들”이 “문명의 이기에 속화된 일상에 반성과 성찰의 한 계기를 부여”하고 있음을 상찬하고 있다.
저자

박경임

저자:박경임
시인,수필가.
『서울문학』(2021),『한국문학인』(2022),『현대시를빛낸300인』(2023),《경기매일신문》,《한국문학신문》등에시평게재.
수필집으로『독기를빼며』가있음.
수필동인지『목요일오후』『산문로7번가』『목성들의글자리』등에단문다수발표.
《세명일보》우수상수상(2021).
한국문인협회구연문화위원,한국문인협회회원.『서울문학』『한국산문』이사.

목차

시인의말

제1부블럭쌓기

라이더13
TheRider14
앙상블16
Ensemble18
피아노와병사20
APianoandASoldier21
가을엔22
InAutumn24
내친구26
Myfriend27
부초28
AFloatingWeed30
블럭쌓기32
Block-stacking33
초록피34
GreenBlood35
포장마차36
CartBar37

제2부흑석동이야기

흑석동141
흑석동242
흑석동343
흑석동444
흑석동545
흑석동646
흑석동748
흑석동850
흑석동951
흑석동1052
흑석동1153

제3부낮달

다시이바다에같이설수있을까57
꽃바구니58
낮달59
녹슨첫사랑60
이제는61
바람에게62
전철역카페64
눈내리는날에65
페르소나66
밤기차68
섬70
열지못하는문71
술취한거리72
초겨울의거리74
퇴근길76
잠78

제4부진홍빛노을

봄에도낙엽이진다81
쇼쇼쇼82
동지팥죽83
매미84
무인점포85
데칼코마니86
일회용시간88
도시의밤90
바람이고싶다91
봄날92
불면의도시93
오만을깨다94
이정표96
종로3가역98
진홍빛노을100
파산102

제5부억새풀

남부순환도로105
법당106
산사의아침107
어둠의깊이108
함박눈109
엄마110
유리섬박물관111
여고동창회112
조병화문학관114
뱃멀미115
봄그리고가을116
뿌리의한숨117
소리없는대화118
억새풀119
어떤의식120
작은상자122
젖은날개124
겨울산에서126

해설
이오장이상세계를지향하는또다른자아찾기127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처음은항상설렘과기대로다가온다.
첫사랑,첫아이,첫직장을가졌을때처럼두려움과설렘이교차하는시간이다
가슴에품은이야기담아첫시집을엮으며다시설렘에젖는다.
삶의편린들이풀어낸내시들은사는동안나를치유하는약이되어주었다.
흑석동은나의시심의고향이다.
가난한시절,아버지의좌절과엄마의강한생활력에서인생을배웠다.
그시절버스정류장에는입석버스와좌석버스줄이달랐다.
비오는날이면한번쯤좌석버스줄에
서보고싶은마음을외면하며수많은선택의순간을경험하게되었다.
〈애니로리〉를불러주던대학생오빠.
석양이아름다운한강인도교위를달리던전차.
석탄난로위에도시락을데우며정겹던어린날의친구들.
아팠지만아련히남은기억들이한권의시가되었다.
꿈을버리지않고간직한덕분에시인이라는날개를달았다.
그리고내이름자새겨진책을가지게되어행복하다.
아직끝내지못한많은이야기가다시시가되기를바라며.

2024년2월에

책속에서

<블럭쌓기>

하늘가까이닿고싶어
123층타워에올랐다.
하늘에서내려다보니
발아래는
블럭으로만든장난감세상이다

손을뻗어
아파트한동쯤내게로옮겨도될듯하다
자동차는정체된거리에서
충혈된눈을깜빡인다.
먹이를찾는개미처럼사람들은
도시의지하로사라지기도한다.

높이오르니세상은작아져서
그작게꼬물거리는것들에미소가지어진다.
내가갖고싶은블럭을찾아저곳에서
울고웃던시간이허허롭다.
어린아이의행동을읽어내는어른처럼
높은곳에서내려다본세상은
참쉬워보였다

추천사

시인의이번시집속에서내가특별히주목한시편들은유년의서사를담은것들이었다.60,70년대의어둡고쓸쓸한생활의세목(흑석동연작시편들)을세필화로그려내고있는작품들은소재들이주는인상과달리결코칙칙하거나어둡지가않다.그것은시인이감정에함몰되지않고,대상과세계에대해일정한미적거리를지켰기때문이다.또한,지극히한국적인소재들을유화의방식으로진술하고있는시인의작법이가져다준효과일것이다.
나는이것을시인이거둔소득이요,성과로상찬하고싶다.일찍이T.S.엘리엇은현대시의특징을‘감정으로부터도피’라한적이있는데,자칫센티멘털리즘으로빠질수있는것을피할수있었던것은지난날에대한심리적거리두기에성공했기때문으로여겨진다.
시인의지난연대의깨끗한가난에대한기억들은흑백영화같은애틋한정서와달콤한향수를불러일으키는데그것들은문명의이기에속화된일상에반성과성찰의한계기를부여한다.기타를치며〈애니로리〉를부르던하숙생오빠와‘명수대극장’간판장이아저씨같은인물들을소환하는시편들을통해독자들은잃어버린낭만의시간을거슬러오르는기쁨을만날수있을것이다.
―이재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