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설산에 물고기들의 무덤이 있다 (정연희 시집)

그 설산에 물고기들의 무덤이 있다 (정연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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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연희 시인의 시집 『그 설산에 물고기들의 무덤이 있다』가 시작시인선 0545번으로 출간되었다. 2007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 『호랑거미 역사책』, 『불의 정원』, 『내 발등에 쏟아지는 숲』이 있다. 2022년 14회 천년의시작 문학상 수상. 2023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았다.
이번 시집은 등단 이후 꾸준히 심화된 그의 탁월한 시세계를 집약한다. 시인은 주체와 대상, 내면과 풍경을 등가적으로 결합하여 ‘해석된 풍경’을 제시하는 독특한 미학을 선보인다. 이번 시집은 미학적 완결성과 밀도 높은 긴장감으로 시인 고유의 고요하고 깊은 사유가 깃든 예술적 거처가 되고 있다.
정연희 시의 핵심적인 특징은 삶의 비애를 형상화하면서도 비관주의나 냉소주의에 빠지지 않는 절묘한 균형 감각에 있다. 시인은 사물이 간직한 시간의 깊이를 통해 슬픔을 노래하지만, 그 무게에 좌절하지 않고 삶의 불가피한 진정성을 옹호한다. 그는 일상의 사물에서 삶의 본질을 통찰하며, 사물의 구체를 삶의 속성으로 치환하고 존재 심층에 대한 사랑으로 궁극적 원형에 가닿으려는 미학적 노력을 기울인다.
이 시집을 통해 정연희 시인의 의지는 현실의 제약을 넘어선 ‘존재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신성한 곳으로 나아가려는 시도와 함께, 사랑의 기억을 통해 자신에게 귀환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밟는다. 그의 목소리는 내밀함과 단호함을 오가며 펼쳐지며, 단아하고 맑고 깊은 서정시의 장인으로서 더욱 우뚝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자

정연희

저자:정연희
2007년『현대시학』신인상으로등단.
저서로『호랑거미역사책』,『불의정원』,『내발등에쏟아지는숲』이있다.
2022년14회천년의시작문학상수상.
2023년서울문화재단창작기금수혜.

목차

시인의말

제1부그설산에물고기들의무덤이있다

푸른옷소매13
스핑크스의수수께끼14
천개의손16
그설산에물고기들의무덤이있다18
경계20
두대의첼로를위한소나타22
라스트모히칸24
이끼제국26
붉은달28
무단사용자30
은수자의손32
곡비哭婢34
하늘의비밀을훔쳐보다36

제2부꽃들의언어도녹음이될까요
기대기39
blackknot40
사바나의점박이하이에나42
강림자작나무약국44
꽃들의언어도녹음이될까요46
탈출48
홍매화심리치료실50
보풀들52
신들의새53
이주노동자54
현을위한아다지오56
둥지학교58
물거품60
나무가된새62

제3부화첩을엿보다
착각65
몽유夢遊66
화첩을엿보다68
은하철도99970
타임캡슐72
완덕의계단75
인연의뿌리76
란이78
모니터80
봉인된문82
살구라는이름은84
강아지풀85
뜻밖의일86
포비든엘리88
놀이기구허리케인90

제4부안개바다위의방랑자
하울의움직이는성93
안개바다위의방랑자94
비밀창고195
비밀창고297
비밀창고398
비밀창고499
비밀창고5101
비밀창고6103
비밀창고7104
비밀창고8106

해설
유성호사랑의기억으로찾아가는시인으로서의존재론

출판사 서평

추천사

궁극적으로정연희의시는사물들이거느린시간의깊이로시선을옮겨가면서삶의비애를형상화하지만그슬픔의무게로하여금비관주의나냉소주의로흐르지않고삶의불가피한진정성에대한옹호로나아가게끔하는기막힌균형을취하고있다.그러한흐름속에서그는우리시대서정시의장인(匠人)으로돌올하게나아갈것이다.일상에서무심히지나칠법한사물의존재형식을통해삶의본질을통찰하고표현함으로써사물의형식과삶의본질을유추적으로결합하는작법을지향해온그는사물의구체를삶의속성으로치환하고존재의심층에대한사랑을통해궁극적원형에훤칠하게가닿게될것이다.
현실에서는불가능한존재전환을통해전혀다른신성한곳으로옮겨가고자하는‘시인정연희’의의지는그렇게새로운시공간으로권역을넓혔다가다시스스로에게귀환하는과정을필연적으로밟아갈것이다.이때시인의목소리는때로내밀하고잔잔하며때로가차없고단호하게펼쳐지리라.이제우리는,정연희시인이사랑의기억으로찾아가는시인으로서의존재론을담은시집그설산에물고기들의무덤이있다의성취를딛고넘으면서,그특유의사랑을더욱심화하고확장하여,더많은독자의마음속에오래도록머무르기를,마음깊이소망해본다.
―유성호(문학평론가)

시인의말

그설산에신전의기둥같은참나무한그루서있습니다.
푸른지느러미바짝세운잎들이물고기울음을울었습니다.
움츠린그가나무에기대어섰습니다.
바람이우듬지를돌아그의얇은등에잠깐머물렀던가요.
큰날개펼친새가그의어깨를스쳤던가요.
그는참나무와같은음역대를넘나들었습니다.

어떤이는그가고생대폐어로산다고말했습니다.
구름위를나는비익조가되었다고일러주었습니다.
매이지않는그의혼불이바람으로인다고소곤거렸습니다.
나는그가참나무왕국으로걸어가왕국의일부가되었다고생각합니다.

무심한사물들,
무심히지나칠수없어내눈이오래오래머물곤했습니다.
웅얼거림을명징한언어로전달하고싶었으나
내시는이해불가의문장이되곤했습니다.

나와그사이소통이미흡했을까요.
너머의그와미끄러지는나.
내게시는그러했습니다.

강림주천강의다정한안개와호위무사같은가문비나무
노을빛꽃다발을축복처럼건네던매지리의키큰가을마로니에나무
죽림바다의검은자위같은작은구멍게들.
그들의안부를묻습니다.
내미완의언어들,그들에기대어엮습니다.
저와緣이닿은사람과생명들,사물들고맙습니다.

2025년9월
정연희

책속에서

<그설산에물고기들의무덤이있다>

눈내리는설산에서보았다
물고기처럼파닥거리는여름잎의기억과뒤척이는숲의파랑波浪
파도와파도엮어물길을내던푸른지느러미
일각고래,청상아리,대서양청새치들이들어앉은봉분하얗다

산티아고가6미터청새치를뱃전에묶어조류에맡겼다
기쁨도잠시
늙은어부가아가미에겨눈작살이검붉은길을냈다
붉은비단리본끈처럼휘어지는피의길
세모지느러미의갈라노Galano를유혹했다
작두날처럼번뜩이는송곳니그의심장이베인듯움찔거렸다

뱃가죽에꽂은잇자국에서자색거품이일고
날뛰는파도에허옇게빛나는뼈돛대처럼수직으로일어섰다

물기둥에휩쓸려만의안쪽에갇혀
버둥거리는물고기들,긴해안선이안고있다
기억의저편에서소리없이싸락눈이쌓이고
나무도대서양청새치도길게누운채꿈안에갇혔다
살붙이처럼이마맞댄영장류와나무와물고기들,
한덩어리화석처럼껴안고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