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밤에 갇힌 채 (한성희 시집)

모든 밤에 갇힌 채 (한성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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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성희 시인의 시집 『모든 밤에 갇힌 채』가 시작시인선 0548번으로 출간되었다. 2009년 『시평』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푸른숲우체국장』 『나는 당신 몸에 숨는다』가 있다.
한성희 시인의 시는 타자 속에서 형성되는 자아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치열한 노력을 핵심 주제로 삼는다. 그러나 그의 자아 탐색은 본질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타협이나 합일을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자를 자아 정체성을 이해하는 도정으로만 서정화하며, 기존의 시도와는 한 걸음 비껴선 독특한 지점을 구축한다.
시인에게 존재하는 것은 오직 부유하거나 떠도는 자아뿐이며, 이는 ‘산책자’로 형상화된다. 이 산책자는 무엇을 알아보기 위함이 아니라 “나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기 위한” 존재이다. 즉, 자아의 확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전략을 취한다. 자아를 ‘나’라고 정의하는 순간 더 이상의 탐색이 불필요해지는 역설을 인식하기에, 시인은 강하거나 견고한 자아의 위치를 거부하고 “나는 수용성이다”라고 과감하게 선언한다.
한성희 시인은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의 갈등을 좁히거나 승화시키려는 전통적 시도와도 거리를 둔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아 자체를 부정하기도 하는 그의 시는 포스트모던적 이해가 가능하나, 그는 자아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시인은 자아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보다 자아 그 자체를 즐기는 유희적 태도를 취하며, 이는 그를 자아에 대한 영원한 산책자로 만드는 근본적인 매개가 된다. 그의 시는 자아를 규정하지 않는, 정형화할 수 없는 에너지를 추동 삼아 뚜렷한 종착점 없이 계속 전진할 것이다.
저자

한성희

저자:한성희
서울출생.
2009년『시평』등단.
시집으로『푸른숲우체국장』『나는당신몸에숨는다』,논저『임강빈시연구』.
poethsh@naver.com

목차

시인의말

제1부당신은당신대로

흰뼈로어둠을12
뼈에엎드려운다14
당신은당신대로16
우리는꽃이생각나게19
우리는맨발이되고22
지금은그림자가보이지않아서24
지속적인관계26
검은검은숲29
흰빛숲을떠나며32
너는너와멀어진채34
서로를사이에두고36
기억38
한사람의구름40
미열42
나는하양너는노랑44

제2부어디에도닿지못한

겨울물고기48
그눈빛에서눈빛으로50
여백52
꽃잎54
슬픔의호흡법56
아직은무엇이라부르고싶지않은58
어디에도닿지못한60
체득62
첫눈에대한기억64
시계제로66
시간의좌표68
예행연습70
상처를따라걷다72
걸음에대한단상74
얼굴없는계절76

제3부한사람의꽃

안부78
중력81
한사람의꽃82
아버지84
나무의체위86
몽상가의발굴88
불면90
산책자92
해방94
알바96
원근법98
플랫폼100
등장인물102
수목장104
무장해제106
창108

제4부사건의지평선

환절기112
나는수용성이다115
꽃을물고떠나는새여118
불안공화국120
브리슈치카122
오이넝쿨124
사과의시간126
흑백사진128
징후들130
첫눈을보았다132
봄날의바이러스135
사건의지평선136
모든밤에갇힌채138

해설
송기한자아에게돌아오지않는산책자

출판사 서평

추천사

프로이트이후자아내부에는이상적인부분과현실적인부분이놓여있고,그둘사이에서끊임없이갈등하는것으로알려져있다.그래서수많은시인이나철학자는양자사이에놓인,결코넘을수없는강을넘어서거나혹은좁히고자하는지난한노력을펼쳐왔다.그런데한성희시인은그러한사유구조와는한걸음비켜서있다.시인은이둘사이의거리를좁히거나새로운지대로의승화를모색하지않는다.경우에따라서는자아자체에대해부정하기도한다.이런면을두고그의시를포스트모던적인경계에서이해할수도있을것이다.하지만이런구분또한시인이구사하는작품세계의본령과는거리가있는것인지도모르겠다.시인은자아밖으로나가서다시금여기로되돌아오려는노력을하지않는까닭이다.그는자아란무엇인지가궁금한것이아니라자아그자체에대해즐기는유희적포오즈를취하고있을뿐이다.그러한자세가시인으로하여금자아에대한영원한산책자로만드는근본매개가아닐까한다.
그의시들은계속전진할것이다.뚜렷한종착점이없이그저나아갈것이다.이를추동하는것은자아를규정하지못하는,아니결코정형화할수없는에네르기일것이다.그는자아에대한끊임없는항해자이며,산책자이다.
―송기한(문학평론가)

시인의말

당신은

뼈가드러나도록

밤을걷고있다

수입리월서재月書齋에서

책속에서

<모든밤에갇힌채>

당신은물을껴안고물안에서비스듬히누워있다

머리카락이누군가에게흘러가고눈앞에서서서히눈동자가풀리고

불면과밤비가불빛처럼생생해지고

거울은점점자신을믿을수없는눈으로보고있다

아열대의습기처럼신음이옮겨가고파묻히고

퉁퉁부은얼굴로물안개같은흔적을집요하게찾고있다

당신은물방울에갇힌채거품을감지하고있다주름진얼굴에서

눈안에서눈밖으로당신은흩어지면서그얼굴을견딘다

당신은뼈가드러나도록밤을걷고있다

바람이불고칠이벗겨진창문처럼당신은밤이무성해진다

무언가를벗어나려고낮은달빛이좋아서

얼굴아닌것들이물안에서물밖으로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