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엉 씨의 두부 (김설희 시집)

흐엉 씨의 두부 (김설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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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설희 시인의 시집 『흐엉 씨의 두부』가 시작시인선 0551번으로 출간되었다. 김설희 시인은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했으며, 아라작품상, 경북여성문학상, 난재채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산이 건너오다』가 있다.
김설희 시인의 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상호관계 속에 놓여 있다는 근원적인 통찰을 기반으로 한다. 즉, 모든 현상이 원인과 결과의 법칙, 즉 인과율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심오한 인식을 시세계 전반에 투영한다. 이는 불교의 연기설과 맥을 같이하며, 세상의 모든 것이 긴밀한 인연의 법칙으로 얽혀 있다는 철학적 토대 위에 김 시인의 시가 구축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깊은 인과론적 사유는 김 시인의 시적 이미지 전개 방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의 시는 단순한 감각적 묘사를 넘어, 각 이미지가 필연적인 관계망 속에서 발생하고 소멸하는 내적 과정을 거침으로써 독자에게 더욱 선명하고 생생한 사실성을 전달한다. 시인이 구축하는 이미지들은 표면적으로 독립적인 듯 보이나, 실제로는 인과적 사슬로 촘촘히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의미의 태피스트리를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김 시인의 시는 독자들이 우연이라 여기기 쉬운 현상들 속에서 숨겨진 필연적 관계성을 발견하게끔 이끈다. 이러한 작업은 세계를 단편적으로 보는 시선을 넘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질서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인의 치열한 의식을 반영한다. 그의 시는 인과율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예술적 형식으로 승화시키며, 독자들에게 삶의 본질적 작동 원리를 섬세하면서도 명징하게 제시하는 독자적인 미학을 완성하고 있다.
저자

김설희

저자;김설희
2014년『리토피아』로등단.
아라작품상,경북여성문학상,난재채수문학상을수상했다.
2024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발표지원수혜.
시집『산이건너오다』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하얀불놀이12
가장작은방14
약도16
흐엉씨의두부18
바둑20
왜밝은쪽에선볼수없을까22
고(故)24
빵26
열정3악장28
암막커튼30
도마앞에서32
거기34
개미한마리등이따갑도록36
켤레38

제2부

파도가굽이쳐요40
모자로햇빛을가린남자가자전거를굴린다42
소금을바다로되돌려주기44
부러진연필심46
수술실앞에서48
이상한놀이터50
얼룩에대하여52
일월54
저독한냄새는누구의일인가56
벚꽃만개한북천의기다란둔덕이걸어간다58
고드름에대한한생각60
숲을열어물마시고픈나이많은아이는62
가시는바깥으로자란다64
밥끓는소리66

제3부

처음가는장소라면어디든지요68
도루묵70
고추밭에서72
사춘기시절74
이브닝76
관계78
어처구니없이어처구니를79
그늘을밟은날80
언저리가중심을만든다82
비와햇빛사이에무지개83
흰것들에대하여84
칼이야기86
혼돈88
꽃이지는날여자는90

제4부

교차로의볼록거울94
우물96
그런날98
흔들린다,민들레100
별안간102
담장104
톱니자국106
서랍을여니108
두부110
치킨집앞에서112
기름집이있는골목114
단추와단춧구멍116
스프링일까118
당신의젠가게임120

해설
박찬선상황인식과관계의시학

출판사 서평

추천사

김설희시인은시간의지층을탐사하고그속에깃든삶의기억을섬세한언어로옮긴다.가까운인물의생애로부터세상살이의희로애락에이르기까지폭넓게시로아우른다.그가운데무심한일상속에서삶의이치를깨닫는시적감각은탁월하고,쇠락하는시간속에잊히고사라지는존재에대한시인의애정은한결같다.이러한시적태도는,“오래된지도를읽”(「약도」)듯이생의근원을묻고생활의통점을짚어내는문장에서더욱빛난다.“나원래는부서질대로부서진가루”(「부러진연필심」)인자아를성찰하고,“비오다갰다다시비오다갰다하는”(「얼룩에대하여」)현실을위무하며,“밤바다파도속으로소금을되돌려주는일”(「소금을바다로되돌려주기」)의회생과긍정의세계에이르는것이다.나아가,쌓인‘흰눈’을‘하얀불놀이’로명명할때이시집은찬란하게읽힌다.삶을눈과불의격렬한싸움이라고말할수있으니.여기에시인은한마디덧붙인다.“생은무엇이받치고구르는힘으로나아간다”(「고故」)고.
―송찬호시인

시인의말

해저물기전에
해야할일은해야한다

하지못하고다음으로넘어간일들이많았다

비루한이유라면
게으름일수도있다
아직덜익었다는생각일수도있다

넘어가고넘어가서모인것들이
자꾸밖을본다
어쩔수없이밖으로내보낸다

책속에서

<흐엉씨의두부>

도마에서두부를자른다
칼끝을압력솥쪽으로놓고자른다
정수기쪽으로놓고자른다

어디로놓고자르든
물컹한두부도각을세운다

칼지나간자리
두개의선분이맞닿은곳

꼭짓점이두부의말랑말랑한각같은것이라면

우리식탁에앉을때힘주지말자
식탁이물컹물컹할지도모르니까

도마도싱크대도
프라이팬도반찬통도

두부처럼말랑말랑한각을가졌을지도모르니까
우리칼쥔손에힘을빼자

그러면우리집칼끝도물컹한모서리가되어서
우리집칼로는과일을썰수없게될까
두부밖에는자르지못하는걸까

집안의모서리들이모두물컹해지면
식구들모두물컹해져서
흐엉씨가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