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맥에 뜨는 일곱 개의 달 (김용미 에세이)

포토맥에 뜨는 일곱 개의 달 (김용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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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용미 수필가의 첫 산문집 『포토맥에 뜨는 일곱 개의 달』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충남 부여 출생으로 1986년에 도미했다. 1992년 『뉴욕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2009년 경희해외문학상, 2010년 윤동주해외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용미 작가의 수필은 한국 문학사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며 그 지평을 확장하고 깊이를 더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40여 년간 미국에 거주하며 한국어로 글을 쓰는 그의 행위 자체는 이민이라는 물리적, 문화적 경계를 넘어선 문학적 실천이다. 작가의 오랜 해외 생활은 단순한 '신변잡기'적 소재를 넘어선 이민 문학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타지에서 모국을 조망함으로써 고국에 대한 더욱 깊은 향수와 객관적인 성찰을 동시에 가능케 한다. 이는 이민자로서 겪는 '탈조국'의 경험이 지닌 특유의 서정성을 문학적 감동으로 승화시키며, 몽골, 과테말라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민자들의 삶과 그들의 모국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으로 이어져 보편적인 사랑의 정신을 구현한다.
김용미 수필의 가장 큰 미학적 성취는 '시간의 미학'을 통해 디아스포라적 상실감과 기억을 탁월하게 형상화한다는 점이다. 고국과의 물리적 단절에서 오는 '공간적 상처'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라는 '시간적 상처'는 디아스포라 작가에게 내재된 만성적 고통으로 발현될 수 있다. 작가는 이를 문학적 재생력을 통해 극복하며, 과거를 현재처럼 생생하게 재현하는 치열한 기억력을 선보인다. 「그해 겨울, 첫 번째 이야기」와 같이 과거의 한 장면을 오감으로 재현하는 서사는 독자에게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디아스포라적 상처의 문학적 치유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이는 흑백처럼 희미해진 개인의 추억을 다시금 선명한 색채로 복원하며 보편적인 힐링의 가치를 제공한다.
또한, 김용미 수필은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정체성 보존의 핵심 매개체인 모국어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실천 의지를 보여준다. 현대 한국 문학에서 언어의 오염과 남용이 만연한 세태 속에서, 그의 작품은 '작두샘', '솔잎 모갱이' 등 사라져가는 순우리말과 옛 표현들을 섬세하게 복원함으로써 언어의 청정성을 회복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언어를 되살리는 것을 넘어, 디아스포라의 환경에서 모국어 사용의 의미와 가치를 끊임없이 되묻고 다음 세대에 전승하고자 하는 작가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언어는 곧 문화이자 정체성의 근간이므로, 「똥강아지가 보낸 편지」에서와 같이 모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디아스포라 작가로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그의 사명 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저자

김용미

저자:김용미
“꽃”이라이름하고“달”이라불러보고“밥”이라소리내보는것,우리말에깃든절묘한기운이타국에서의긴시간을견디게했다.개밥바라기처럼외로운시간도,가슴속이물기하나없이버석거릴때도,혼돈과좌초로함몰되던시간도모국어가나를다독였다.도리질치며딴청부리는내어린것들에게도그모국어의젖줄을물려주기위해애쓰며살아왔다.마침내꽃과달과밥이그들과진정한소통을시작했을즈음,우리집지붕위에는여러개의달이뜨기시작했다.
이국의바람막이나뭇가지위로이사온달,허드슨강에빠지며따라오던달,할렘의밤거리를지키던달,자작나무숲에숨어있던달,포토맥강변세탁소를비추던달,추운겨울굴뚝위에앉아있던달,공원묘지가난한이들의무덤에노란담요를덮어주고달려오는달까지,우리집지붕위에는일곱개의달이뜬다.
1959년충남부여출생.1982년대학졸업.1986년도미.1992년뉴욕문학으로등단.2009년경희해외문학상수상.2010년윤동주해외문학상수상.

목차


책을펴내며ㆍ4

제1부가을꽃이목이긴이유
구부러진길ㆍ16|가을꽃이목이긴이유ㆍ21
에스테이트세일ㆍ26|쉼표ㆍ33
빨래ㆍ38|빈봉투ㆍ44
울프문ㆍ49|저녁다섯시ㆍ54

제2부어두워진다음에보이는것들
따스했던것들ㆍ62|어두워진다음에보이는것들ㆍ67
진달래연서ㆍ72|채송화연가ㆍ77
하룻밤자고나면ㆍ82|개밥바라기별ㆍ87
괜찮아괜찮아톡톡ㆍ93|그산에내리던눈ㆍ100

제3부소원을말해봐
똥강아지가보낸편지ㆍ108|소원을말해봐ㆍ115
마지막드라이브ㆍ120|아침밥을지으며ㆍ126
집ㆍ132|지우산ㆍ137
하지감자ㆍ142|냇물이바다에서다시만나듯ㆍ149

제4부석양은다시지는데
접시꽃이피었다지면ㆍ156|풍금소리ㆍ162
석양은다시지는데ㆍ167|박태기나무ㆍ173
감나무ㆍ178|할아버지의노래ㆍ184
작은대문ㆍ190|보따리ㆍ195

제5부저달이그달일까
저달이그달일까ㆍ202|여름산,그너머ㆍ208
가을운동회ㆍ214|팔월열나흗날밤ㆍ220
십일월ㆍ225|십이월소묘ㆍ230
그해겨울,첫번째이야기ㆍ235
그해겨울,두번째이야기ㆍ241
그해겨울,세번째이야기ㆍ247

제6부봄볕은가루분처럼내리고
밥,첫번째이야기ㆍ254
밥,두번째이야기ㆍ259
장마ㆍ264|봄볕은가루분처럼내리고ㆍ269
목단꽃솜이불ㆍ274|커피를마시며ㆍ280
반달접시ㆍ285|오래된편지ㆍ290
아직끝나지않은이별ㆍ296

해설김우종ㆍ302

출판사 서평

추천사

김용미작가의산문은한국의중서부지방에위치한마을처럼정겹고아늑하다.이처럼훈기가도는글을요근래나는참으로오랜만에접한다.온갖인스턴트,퓨전음식범벅의언어가넘쳐나는시대에그의글은천연의재료로만든음식의맛을고스란히드러낸,담백하면서신선한언어의향기를발하고있다.
먼이국에서모국에대한그리움을언어예술로승화시킨그녀의글들은처서백로거쳐추분에들어선산국처럼은은하고청초하다.애써꾸미지않으나품격이배인글속에는인간과세계에대한깊은이해와성찰이들어있다.사물에대한꼼꼼한관찰과응시다음에오는섬세한정서적숨결이손에잡힐듯생생하다.또한우주안에편재하는작고여린것들에대한알뜰한관심과사랑이차원높게서술된점도마땅히상찬하여야하리라.특히온정이서린두꺼운추억의가족서사는읽는내내마음을는개비처럼적시기에충분하였다.
김용미작가의산문은말의온전한의미그대로매우탁발하고출중하다.적정한표현속에깊이를갖춘,보기드문명문이다.그의문장이종소리가되어세상속으로동심원을그리며번지어가길기대해본다.
―시인이재무

책속에서

내가아는모국어의맛은차지다.햅쌀에자박자박된물을잡아솔가리한줌을던져넣어잦혀낸쌀밥같다.내모국어의자궁은호박꽃같은등불아래그쌀밥을호호불어먹던동네였다.“눈다친다눈다쳐감아라눈감아라”뜨거운물한바가지를버리면서땅속벌레에게도말걸던사람들,두둑에심은콩넝쿨에게도,여물구새의구순한돼지에게도다정하던사람들이살던동네였다.나는할머니의무명치마에묻어밤마실가는걸좋아했다.할머니들한테선쉰밥냄새가났다.비젖은짚북데기냄새같은것도났다.그할머니들사이에서곶감하나나굳은떡조각하나를쥐고까무룩잠이들면그잠속으로도자분자분,할머니들의이야기소리는계속되었다.할머니의등에선잠을묻고돌아오는길에도우렁우렁,할머니의혼잣소리는계속되었다.할머니의등으로쏟아지던하얀달빛,논둑을무너트릴듯이울어대던개구리울음소리,멀찌감치서도눈치채고일어서던누렁이의기척,그아늑했던모든것이내모국어의자궁속에있다.그리고나는지금도가끔달이덜차서나온아이처럼그자궁속을그리워하며살아가고있다.
햇귀가미처떠오르기도전,잠든동네를빠져나와자작나무숲을돌아내삶의터전인세탁소로간다.대부분의가게는어두운창문을내린채아직남은새벽잠에빠져있다.아침을파는베이커리의창문만이환하다.베이커리를빠져나온빵굽는냄새와커피냄새가안개처럼새벽공기속을떠돈다.튤,리셋,마리아,카르맨,가르시아,후안,파티마그네들도나도이민자로서의삶은고달프기만하다.줄줄이다려놓은옷에서풀풀김이난다.몽골,과테말라,엘살바도르,페루,멕시코,온두라스생김새는비슷한데낳아준모국은각기다르다.저마다의귀에는이어폰이끼어있다.무슨노래일까,무한반복되는경쾌한리듬도있고,라쿠카라차!굶주림의삶을노래한바퀴벌레의노래도있다.리오그란데강을몰래넘으며끊임없이도망다녀야했던이민의설움을기억하는노래도흘러나온다.노래가된저들의모국어,저마다의삶이뜨겁듯이저마다의모국어도뜨거운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