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위 허튼소리 - 천년의 시 173

무릎 위 허튼소리 - 천년의 시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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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동구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무릎 위 허튼소리』가 천년의시인선 173번으로 출간되었다. 장동구 시인은 2026년 『문학시대』로 등단했다.
일상은 너무 가까이 있어 오히려 잘 보이지 않고,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사유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장동구의 시는 바로 그런 평범하거나 하찮아 보이는 일상을 신성하게 바라보고, 그 속에 잠든 삶의 진실과 시적인 순간을 발견해낸다. 특히 농촌의 가을 풍경과 벗들과 함께하는 고구마 캐기 장면에서 일상은 고된 노동이 아닌 공동의 기쁨과 자연과 인간의 교감이 어우러진 숭고한 시간이 된다. 허튼소리조차도 삶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소중한 순간으로 바뀌며, 이런 순간이야말로 우리 일상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든다.
장동구 시인은 ‘우리’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개인과 함께하는 존재로 회복한다. 그는 고양이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주듯, 소유나 개입보다 각자의 자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그냥 놓아둠’의 공감, 개입하지 않는 ‘함께 있음’의 윤리를 제시한다. 이것은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이며, 삶의 또 다른 태도를 의미한다.
결국 이 시들은 어렵고 난해한 철학이나 새로운 인식의 체계가 아닌,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켜볼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이고 따뜻한 질문을 던진다. 그의 시는 고난과 반복 속에서도 일상의 시적 변화를 통해 삶의 진실과 공동체적 가치, 그리고 공존의 가능성을 섬세하게 탐색한다.
저자

장동구

저자 : 장동구
호는 우농(愚農)
여주 외사리 화서학파(華西學派) 가문에서 출생.
2026년 『문학시대』로 시인 등단.
연세대학교 경영정보학 전공(석사, 박사과정 수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대학에서 삼십육 년간 일했다.
여주 외사리에서 아내와 살고 있다.
jang_dong_gu@naver.com

목차

제1부 2012년까지

우리 집 고양이 12
하얀 눈 붉은 장미 14
삼형제바위 15
등교 16
부론 가는 길 17
비 내리는 광복절 18
자전거 출근 1 19
아내의 가을 21
충혼당 107호실 22
마징가 Z 23
상고대 25
합격자 발표 26
한 표 27

제2부 2013년 ~ 2019년

겨울비 30
삼백 킬로미터 32
기관평가인증 33
자전거 출근 2 35
이천아트홀 36
부역 37
노각나무 38
정글 39
책임 40
봄 바다 43
작은 산 44
풍년 45
아직 다하지 못한 말 46
연말 48
금요일 49
그냥 날이 좋아서 50
아들에게 51

제3부 2020년 ~ 2024년

먼 길 가는 그리운 님 54
질경이 56
발톱 57
경춘선 숲길 58
뭉툭하게 59
아버지의 배추밭 61
불멍 62
첫서리 63
헤어져야 할 때 64
청담 65
코엑스 66
브로콜리 67
청개구리에게 68
들깨꽃 69
부지깽이 70

제4부 2025년

울타리 72
처서(處暑) 73
시스템 종료 74
당남섬 77
가을 기다리며 78
저녁의 서(書) 79
좀 쉬고 80
아침 그림자 81
늦둥이 수박 83
머리 없는 새 84
담벼락 85
저녁상 86
소쩍새 87
낯선 방문자 88
우농의 마당 89
퇴근길 플랫폼 90
강천섬 91
현을 고르다 93
늦비 94
낡은 피아노의 오후 96
말티재에서 98
J.Drip 99
손가락 100

제5부 여주의 사계

1월, 파사성 102
2월, 외사리 봄 103
3월, 사과나무 104
4월, 목련 105
5월, 이포보 106
6월, 아들 107
7월, 여주 108
8월, 옥수수 꽃 109
9월, 미완성 문장 111
10월, 허튼소리 113
11월, 김장 115
12월, 겨울 117
친구 121
헌사 122

해설
여태천 일상은 어떻게 시적인 것이 되는가

출판사 서평

추천사

장동구의 시가 ‘일상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말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미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다. 시인의 시들은 현대 철학이나 고도의 지적 유희로서의 깊이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난해한 상징이나 새로운 인식론적 체계를 시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의 시들은 평이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그의 문장이 지닌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중략)

시인 앞에 다른 길은 없다. 저 “바람 부는/ 들판”으로 가야 한다. 멈추거나 되돌아갈 수 없다. 질문을 품은 채 다시 걷는다. 확신이 없어도, 답이 없어도, 시인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모두가 그렇다. 아마 시인의 섬세해지려는 노력은 일상의 최소한의 증거인 “발자국”을 남길 테지만, 만약 그 노력도 질문도 없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만 있을 뿐이다. 마지막 구절 “앞은/ 여전히 하얗다”(「12월, 겨울」)는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절망으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이 문장은 정확히 일상의 조건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일상은 늘 불확실하고 비어 있다. 지극한 자연의 시간이면서 시인이 맞이해야 할 앞으로의 시간이기도 한 일상. 시인의 언어는 날카롭게 그것을 파헤치지 않아도 언제나 중심을 벗어나지 않았다.
―여태천 시인

시인의 말

시간이 우당탕 퉁탕 흘러갈 때

봄날 고무 대야에
빗방울이 튀고

부엌에서
냄비 뚜껑이 들썩인다

여름 흙길엔
발자국이 남고

가을 장독대엔
빗물이 떨어진다

겨울 논바닥 얼음 아래
뿌리가 하품한다

우당탕 퉁탕
흐르는 소리
무릎 위에 쌓이고

흙 묻은 글자들이
허튼소리 되어
굴러다닌다

2026년 새봄
우농(愚農) 장동구

책 속에서

<노각나무>

십오 년 전
몇 그루를 심었는데
한 그루만 남았다

올여름
처음 꽃을 열었다
흰 꽃잎 사이
노란 수술이 빛난다

삼 미터까지 자라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던가

큰 꽃잎이
아직 고울 때
송이째 뚝 떨어진다

살아남은 것들은
그렇게 피고, 그렇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