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독대 길 가장자리에 무지개가 펴다 (천혜영 시집)

내 장독대 길 가장자리에 무지개가 펴다 (천혜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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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천혜영, 슬픔을 승화시키는 폭넓은 시적 세계
천혜영은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그의 상상력은 달콤하다. 그리고 다채롭다. 그의 심성처럼 맑고 투명하다. 그의 시는 맨몸으로 달려나와 새소리 바람소리 벗하며 소리 없이 피는 산목련처럼 깨끗하다. 이 외로운 영혼의 빈 잔에 채워진 시를 음미하다 보면 그의 따뜻한 마음이 피부 깊숙이 전해져 오고,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으려는 애틋한 몸짓이 가득 담겨 찰랑거리는 게 보인다.
- 도종환 (시인)

내 스무 살 즈음에 태어난 글들이 이제야 부끄러움을 벗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나에게 과분한 그들의 사랑덕분일 것이다.
“행복한가요 그대”
여행 끝에 만난 김제동의 톡투유는 나를 어리석은 바보에서 진정한 바보로 가는 문을 열어주었다.
말없이 품어주던 눈빛과 기꺼이 내어주던 무릎에 긴장한 마음이 와르르 쏟아 내렸다.
그의 덕분인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증명들로 고생했던 시간들이 오히려 힘이 된 이 여름날이 뜨겁지만 덥지 않은 이유이다.
나는 마땅히 당당해야함에도 습관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럼에도 두 손 들어 응원해준 손길에 감사하고 싶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새롭게 깨끗하다.
- 천혜영
저자

천혜영

1980년평택출생
1999년대한한겨레문학신인상수상
2002년현대시문학신인상수상
2003년시집내장독대길가장자리에무지개가펴다.출간
2010년연극“생쥐와인간”영심易
2015숭실사이버대학교방송문예창작과졸업
現서울청운초등학교근무
시집집필중

목차

책머리ㆍ5
독자가쓴시평/서창원(시인)ㆍ93


-새콤할수밖에없었던나날

고백ㆍ13
아기꽃샘추위ㆍ14
어린동백꽃ㆍ15
바램ㆍ16
마법은달다ㆍ17
향(香)빛ㆍ18
라면철판볶음ㆍ19
위험한소풍ㆍ20
미술관ㆍ21
탄생ㆍ22
보이지않은젊은이ㆍ23
지붕ㆍ24
바닥목욕전쟁전ㆍ25
구상ㆍ27
산(山)목련ㆍ28
폭죽ㆍ29
시골마당ㆍ30

여름
-호기심많던빈집터는놀이터

늦여름ㆍ33
주(酒)술수첩ㆍ34
소나무ㆍ35
빈집ㆍ36
빨래하는가족ㆍ37
목이매인아.버.지.ㆍ38
풍속화ㆍ39
고목(古木)ㆍ40
약속ㆍ41
여름ㆍ42
난(蘭)ㆍ43
바깥ㆍ44
정원(庭園)ㆍ45

가을
-늦여름에나팔꽃을꺾던이른저녁

합장ㆍ49
여행(旅行)ㆍ50
앵무새가집으로가는길ㆍ51
작게낮게느리게ㆍ53
어떤도형의여행ㆍ54
저녁ㆍ55
잃어버린것ㆍ56
강의오후ㆍ57
그림자ㆍ58
잊어버려도남을것은남는다ㆍ59
霧(안개)ㆍ60
방구차ㆍ61
사진ㆍ62
자작나무뿌리에게ㆍ63

겨울
-그림그리는시인의밤

어느인도(人道)에서ㆍ67
작은믿음ㆍ68
반란ㆍ69
핫도그ㆍ70
대화ㆍ71
전화ㆍ72
쪽잠ㆍ73
정지상태ㆍ74
나체모델-여자ㆍ76
서다ㆍ77
서른즈음에…ㆍ78
발음교정ㆍ79
비를맞는오후의의문들ㆍ81
소녀의소나기ㆍ82
내절룩뱅이걸음ㆍ83
프로이드요리법ㆍ84
마네킹ㆍ85
부활ㆍ86
첫짝궁ㆍ87
위로ㆍ88
저녁에피는꽃ㆍ89
구구(口口)경기장ㆍ91
사방뛰기ㆍ92

출판사 서평

슬픔을승화시키는폭넓은시적세계
서창원(시인)
나팔꽃(지은이의인터넷대명)은언어구사능력이다른사람들에비하여매우부자유스럽다.그럼에도그녀는도전적으로언어를시도한다.처음에는잘알수없지만그녀가표현코자한말들은감전되어오듯이이해된다.그녀의시세계는바로그녀의복음과소망을담은가훈과같은것이다.
그녀가쓴시들은그녀에서믿음같은것이다.시는마음을담아내는언어적기호로된회화이다.나팔꽃은시를쓰지만자신의시를언어로서재현하는데는한계를가진다.그녀는그것을늘아픔이며어두움이라보고있다.사람들은말로서의사를소통한다.그리고말을하기위해서생각한다.
그생각을절제된언어로다른사람에게전한다.이것이대화이다.만약에그러한기능이잘안된다면얼마나불행한것인가.그녀의간결한시는그녀의도전적태도와일상의습관에서빚어낸다.그녀의시적표현은거두절미하여알맹이만들어내는담백한맛을준다.
시어의선택은그녀의한적슬픔의마디와같이얽혀있다.그러나그녀는시를단축시키는재능을가지고있다.또한시어에은닉되어있는애잔을출렁이게하는교감신경이있는것처럼그녀의시는마치건드리면터지는지뢰와같은폭발력을가지고있다.

나는작년어느망년회의모임에서나팔꽃을처음보았다.그리고내옆에서시낭송하는광경을보고있었다.그녀는열심히자작시를쓰고있었다.아마시를낭송하려나보다생각했다.그녀는자기도시낭송을하고싶다고하였다.그런데그녀가읽고있는시는제대로읽히는것이아니라음정만전달되는것이다.나는놀랬다.그럼에도그녀는한자씩힘주어서자작시를또박또박낭송했다.그러나전달해오는언어적정확성은거의상실한오류의탁음이었다.나는그녀가언어장애자인것을그때처음알았다.나팔꽃의그러한행동은좌중을숙연하게하였다.그녀의시낭송은나를슬프게고문했다.나팔꽃은서툴지만마음속에뭉쳐진언어를풀어내려고무던히도애를썼다.그러나잘풀리지않았다.말을모방하는입놀림이었을뿐이었다.그런데어찌된일인지그녀가시를읽고난후그언어적시늉이반사되어한줄씩완전한시적감동으로다가왔다.

새로운네모난탁자에/유리컵들이서서키재기를하다가/파리똥풀로담근술이채워지자/도톰한입술과입맞춤하고/뜨거운목구멍으로미끄럼을탄다/붉어진얼굴에백지를갖다대고/검은잉크로또다른나를그린다//거울속에나는놀랬다/강하게피었다가/너의담배연기에나팔꽃처럼/희미하게시들어지는/눈내리는날에나를보았다/나는놀랬다/―<작은믿음>전문

이시는나팔꽃이자작하여즉석에서낭송한작품이다.작품에서풍기는시의세계는전라도어느시골에서가져온파리똥풀로담근술을축배로드는순간술잔에뜬자신의얼굴에서발견한현상의내면세계를표현해낸것이다.알코올에희석되는자신의그림자를술잔에서발견한다.술잔에뜬그녀의얼굴,곧자신의나팔꽃임을발견한다.나팔꽃은아침의희망이다.늘밖을열망하여피어난다.담위에서밖을내다보며그소망이이루어지기를바란다.이렇게자신을시적인영감의세계로진입시킨다.그리고알코올에끌려들어간자신은다른내면의모순같은것으로변해있음을발견한다.그녀는알코올에녹아들어간다.취하면서그리고또다른자신을발견한다.나는그녀가불완전한언어로낭송한위의시를잊을수없다.그리고이시는그녀의등단시가되기도한것이다.그녀는이처럼시의세계는자신과의부단한싸움에서출발하고있다.그녀의시중에서「발음교정」이라는시를보면자신은언제나2살짜리아이처럼순진무구함의언어적세계에머문자신을회화적으로그려내고있다.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파하/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똑박똑박/천천히/웃지말고/입모양은재대로/20년동안머리에꾹못박아놓고서/갖은구박을다받아도/항상잊어버린채2살짜리아이처럼웃고/……―<발음교정>일부

나팔꽃의시세계는동화적세계를명료하게보여준다.아직때가묻지않은시의원액을마시는것처럼맛깔스럽다.그러나그녀의시는성숙된자기탐구를위해무던히도애를쓰고있다.그녀는우주공간에항성을띄우듯이시의세계를열려고노력하고있다.「바깥풍경」이란시를보면

어서바깥풍경을보자/유령같은바람만불고/비가서서잠자고있고/은행잎은매달려내어깨에앉기를외치고있고/샛강이넘쳐돌위에누워있고/앵두도붉게터져가고있고/나는종일종일무엇을했나/밥상머리에앉아눈만돌리고있고/우리엄마는홍고추배만가르고있네/

<비가서서잠자고있다>라든가<샛강이넘쳐돌위에누워있고>라는표현은가히그녀의시적성숙을보인메시지이다.그만큼그녀의시적모태는무생물을생명체로바꾸는시적영감과능력을가지고있다.

「천애(天愛)」에서보면하늘에대한동경과사랑을느낀다.

달도별도웃는/저물방울속에/큰아이가산다고/내게말했지./꿈을위해달아오르듯/물방울사이로튀어올라오라고,/그리고저언덕모퉁이에앉은/신이난내새는간다고춤만추고,/나는달맞이꽃을달고,서성거리지./나는울고,/새는웃는날은늘/오늘이었지.

그리고곧하늘은절망이며이르지못하는곳으로본다.하늘에이르기위해서는날개를가지기를소망한다.나와맛서있는나와새와의사이에서새는날개가있어도울고,나는날개가없어서오르지못하니운다.오늘의현실은이르지못하는것의부자유다.현실은이처럼양면의날을가진다.그녀는하늘을그리워하고사랑한다.나는오늘에있을뿐이라고현실을받아드린다.자신안에모든것이있음을발견한다.

그녀의또다른시「서른즈음에…」에서보면절망의무덤같은전율을느끼게한다.
/그는진솔한삶속에서죽었다./내가자리잡고누울즈음에/그는어디에도없었다./지금편식되어가는삶을제치고,/지독한죽음을택했으니/얼마나씁쓸했단말인가/나는알고있었다./

이와같이서른이라는나이는인생의반이다.노년기를뺀서른은인생의반이다.그래서우리는60을정년으로하는사회적제도로나이를재는것이다.이서른나이는인생의왕성한정점에서꺾기는전환점이다.이미이고비를넘긴나이는편식되어가는삶이라고그녀는결론을내린다.그리고아름답던시절을보낸꿈같은시간들이묻혀버린무덤으로그녀는생각한다.서른이란무덤은인생에있어서처절한죽음이라했다.왜그랬을까.이는그녀의영혼에매장한서른의육신을쓸쓸하게속삭이고있는지도모른다.또다른시「바램」에서보면생명의경외감을감지한다.수평선에내리는비의우수적슬픔속에서도인간은즉인생의전반을통해서오는비같은슬픔과고통은곧순수의손인어머니가있어서극복이가능하다.

담배연기와배신이서려있는/저토지의수평선에/내리는빗방울은/순수함에멍든어머니의단손길/새야,깃털로내태아가/안정감을느낀다는데,/네한목숨/사랑이있는한/무엇이두려우냐.

그리고그슬픔에서탈출할수있다.사랑이라는깃털같은감지의속성에인간은슬픔을노래한다.오로지사랑이있음에어떤두려움과아픔도치유할수있고걷어낼수있다는것이다.자신으로부터의일탈이다.사랑은자신에묻혀있는배아의목숨과같다.그녀는사랑으로모든두려움을걷어낸다.사랑은두려움을치유하는약인것이다.

「나의장례식」에서는영혼을마음대로주무른다.신기에가까운운명을마음대로통제하는것이다.인간에있어서죽음이란무엇인가.일반적으로그녀는죽음과같은것도잠시쉬는안식이라규정한다.그녀는심장이멈추어도살아있다는것을은연중에암시한다.오동나무로집을짓고진흙구덩이를파서그것을온돌이라하여그거주지인땅속을회랑의일부로생각하며거기서휴식을취한다하였다.맑은날에우는새를향해서손을뻗어흔든다하였다.일반적으로온돌은한국적인삶의주거양식이다.흙과친밀성을가지는우리민족은흙에돌아가는것을매우영광스럽게생각한다.그리고사자에대한숭배사상은극단적으로발달하였다.우리의묘지문화는그런사자에대한친효사상이기초가되어만들어낸민속문화라할수있다.그녀는토속적문화에안주하고싶은지도모른다.먼훗날에새가우는산등성이햇볕이잘드는그곳을잠시휴식을취하는곳으로택할는지도모른다.일탈의자기자신을들여다보고있다.

하얀시트를펼쳤다./그위에가만히누워감았다./그러나./이미내심장은멈춰굳어가고있었다./나뭇잎사귀에주먹밥세개싸매고,/엽전셋냥을손에힘주어쥐고,/오동나무의배를갈라집을짓고,/산만하게집에들어가길을떠났다.//비포장길을십리를가고,/천리를간다./이렇게맑은날에/우는새들에게손을뻗어흔들어보았다./그리고,온돌이가득깔린/흙덩어리파서덮고,/잠시휴식을취한다./

「미술관」이라는시에서는사뭇노을로이세상을마음대로그리기도하며지우기도한다.

/산과강사이있습니다./그거울속에서너는/노을로세상을지워가고,/다시시계를그리며,/과거를지렁이처럼꿈틀꿈틀/회상했습니다./

강은늘노을에물들어간다.마치추상화한폭같은자연의연속,무상은변화속에반복을통해서다시태어난다.재생하기위해서만물은본질적으로소멸한다.환생과같은것이다.만물은그렇게변화하면서도영원을향해간다.어느미술관에서감상하는동양화한폭이다.자연이연출하는미적본질은그것이비극도희극도아닌쉼없이움직이고있는시간적소모에불과하다.시간은우리에게회상을가능케한다.시간은존재의이유이다.시간은생명의척도이다.살아있음은시간의감지가가능할때이루어진다.

/나는낡은틀을파도로무너트려/매화꽃과물로비지고,/화음으로말렸습니다/아슬/아슬하게/얼굴을맞대고,/거울속세상을보니/새콤한딸기를먹는듯한느낌/순수했습니다./

그녀는과감하게낡은틀에서깨어나고싶어한다.일상의일이나생활에서어떤깨우침의다른피안을향해서가고자한다.거울처럼들여다보는강물속에서그녀는일상의것을순수로환원시킨다.그림을그려내듯이그래서강에녹아든노을에그녀는마음의붓으로그림을그리고싶었다.영혼을그려내는그판타지의작품을연상한다.

「저녁」이라는시에서는한폭의판화를본다.잘어울리는농촌의한단면을묘사해낸듯이그녀의손에묻은노을은산나물을버무리는양념이며,수박을먹으며한없이씨를뱉어내는단점의퇴락은삶의어떤미련같은것을잘표현해주고있다.그녀는생활의깊은속까지들어가서시심을울어내고있다.과연시맛을버무려내는그녀의마음은손끝으로나물을버무리듯이시를마음의고운양념으로버무려내는것이다.

/무지개저녁노을내손에묻혔다./언덕넘어서경운기에오른부모님이보일듯한다./산나물로밥을짓고,노을은창중턱에걸어놓았다./농사일의근심으로고구마,옥수수와씹어삼켰다./나도수박씨에단점을담아한없이뱉었다./저녁노을은내손안에서조금씩지워져간다./모기향피우고,마루에누워보지만,/모기,나방들의나들이로설잠잔다./이렇게또,하루를스치며,별을헤아린다./

한편「구상」이란시에서표현하고있는‘/나는연어를성경에구어/돌들에게던져주었다./’

성경에연어를군다는것은매우깊은믿음을의미한다.믿음을연어에비유해서성경말씀으로믿음을구워낸다.그것을돌처럼닫혀있는사람들의맹한무지에그연어구이인믿음을먹이고싶은것이다.그렇게그녀는바라고있다.이세상을깊고넓은말씀의원어로믿음을열고싶은것이다.얼마나멋진표현인가가히시적극치를보인다.

「산(山)목련」에서는그녀가목련이되고싶은소망을담고있다.속세의뒤뜰에서새소리바람소리를들으며안주하고싶은것이다.현실로부터의평화로운세계를동경한다.시에서는얼마든지희망을바랄수있다.그리고그녀는무엇인가평화를갈망한다.뿌리를내리는산속의산목련처럼그대가까이다가가고싶은것이다.사랑의뿌리를내릴그소원의깊은산과같은것이무엇일까그녀는그안주가필요하다.

/동토에뿌리내려겨울을지내고,/봄을기다려잎사귀옷도걸치지않고,/맨몸으로달려나와봄의임을맞이하는/난목련꽃이고싶다./우아한색깔과자태를봄의작은편지로/속세의뒤뜰과거리에서임무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