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의 재능 : 내향인에 대하여

낯가림의 재능 : 내향인에 대하여

$15.00
Description
내향인에 대한 조심스러운 고찰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래도 낯을 가리고, 밖에서 사회생활을 잘하다가도 집에 오면 비로소 한숨을 돌리는 사람, 갑자기 울리는 전화보다는 언제나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선호하는 이들. 내향인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밖이 아닌 안으로 파고드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가끔은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고 놀림받지만, 어쩔 수 없다. 생각은 하는 게 아니라 나는 거라서.
이 책은 외향인이 돋보이는 세상에서 내향인으로 살아가는 고충을 조심스럽게 펼쳐놓고 내향인 동지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렇게 혼자 떨어져 있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힘을 불어넣는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장점이, 기쁨이 그리고 각자의 고유한 무기가 있다는 희망을 말한다. 내향인으로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돌파구를 동시에 선물한다.
저자

김상민

낮에는마케팅을하고,밤에는글을쓴다.종종십수년전사소한실수가생각나잠들지못한다.혹시나하는마음에다시MBTI검사를해보지만10년째같은결과만받아보는중이다.《아무튼,달리기》를썼다.
인스타그램@500daysinsummer

목차



프롤로그편견과오만

01잘알지도못하면서
텍스트러버,콜헤이러
생각은하는게아니라나는것
내가있어야할곳
영업비밀
저는방향이반대라서요
중인배

02사실나도나를잘알지못해
내향인이주인공인만화는없었다
이게맞아
이게맞아?
내향인이고마케터입니다
내향인이고팀장입니다
가족같은회사

03혼자가아니라는마음
구심력의사람들
외롭진않고요,공허합니다
과묵하나묵과하지않습니다
MBTI라는희망
망치러오셨나요,구하러오셨나요?
다들안녕하신가요?

에필로그어디에든있는존재

출판사 서평


외향성을강조하는세상에서살아가는모든내향인들에게

어린시절학교의일상에서부터힘겨운사람들이있다.출석부를부르는선생님의목소리에“네!”하고큰소리로대답하는게어려운사람,손을들고정답을말하려니부끄러움과창피함이파도처럼몰려오는사람,어쩌다칠판앞에라도나서게되면그만머릿속이새하얘지는사람.그러나학교에서는또렷하게발표잘하고선생님과친구들에게싹싹하게구는친구들을늘‘모범생’으로인정해주었다.어려서부터내향성을갖고살기란이렇게녹록지않다.
만화영화는또어떤가.주인공중에내향인은눈을씻고찾아봐도없었다.주인공이라면응당모험심과호기심으로무장하고무슨일에든앞장서서사고를쳐야이야기가굴러갔을테니까.그러니내향인들이늘혼자라고생각할수밖에없는것도어쩌면외향성이더대접받는세상때문은아닐까?

낯을가려도일은잘할수있다

내향인이낯을가리느라집안에만있다고여기면곤란하다.외향인과내향인의비율을굳이따져보자면5:5에가까울것이다.세상의절반은내향인이라는뜻인데모두가낯만가리고있다면세상은어떻게돌아가는거지?내향인은세상을살아가며사회성을키우고자신의성향을극복하는방법을배운다.그래서마케터도되고팀장도된다.밖에서는한명의사회인으로훌륭히제역할을해내고,집에돌아오면그제야본연의모습으로돌아온다.그걸매일반복하는것뿐이다.그러면서도외롭기는싫어서SNS에들어간다.
작가는“외향인이몸을움직여사람들과만나세계를확장해간다면,내향인은마음을움직이는문장과신념을따라세계를더예리하게조각한다”고말한다.쓸데없는고민,10년후의고민,사소하다못해비웃음을살만한고민임을알면서도들어서는생각을멈출수없어서자신을혹사시키며,오늘도내향인들은낯을가리고동시에웃는다.자신만의섬세한방식으로주변을챙기고맞닥뜨리는어려움을해결해나가면서.
이책은내향인이자마케터이자팀장이고밤에는어김없이글을쓰는작가김상민이동료내향인들에게보내는수신호다.

책속에서

전화벨이울리는순간내향인의평화로운정적은산산조각난다.유유자적하는평화로운그린벨트에전화라는불도저가들이닥친다.가끔은폭력적으로느껴지는굉음에맞서겨우휴대폰을잡아든다.모르는번호는몰라서,아는번호는이사람이왜전화를했나싶어불안이치민다.머릿속으로안받아도되는이유들을궁리한다.하지만도망친곳에낙원따윈없다는말처럼과감히맞서기로한다.굳건한마음과달리찝찝한손길로통화버튼을터치한다.눈앞에닥칠통제불능의상황을상상하니벌써식은땀이난다.제발무탈히,무엇보다짧게끝나길바라며통화아이콘을꾹누른다.
-‘텍스트러버,콜헤이러’중에서

내향인에게생각은하는게아니라나는것이다.떠올리는게아니라날아드는것이다.들숨처럼생각이들어오면거기에의미를부여해날숨으로뱉어낸다.눈에들어오는모든현상과사건이마침표가찍히지않은문장처럼보인다.습관적으로하나하나에생각을덧입힌다.의미를부여하고해석의자막을단다.우리에게만보이는빈칸을채워넣는다.그제야세상을제대로보고있다는느낌이든다.
-‘생각은하는게아니라나는것’중에서

세상에는두종류의사람이있다.관계를맺으며충전하는사람,반대로그런얽힘속에서방전되는사람.나를포함한대부분의내향인은후자에속한다.그리고이런사람들에게집은충전케이블역할을한다.어떤하루를보냈건일단집에오면대부분의문제가해결된다.익숙한공기를마시며매트리스에몸을내던질때,붉게깜빡이던마음에비로소초록불이들어온다.푹신한침대에얼굴을파묻고생각해본다.교류에어려움을겪는내향인이니집과우리의연결방식은직류아닐까.
-‘내가있어야할곳’중에서

“상민씨도지하철역으로가죠?”
“아…저는버스타고가려고요.”
“버스정류장도이쪽이니까같이가면되겠다.”
“저는…거기버스정류장말고…건너편…(반대편을가리키며)아니,저쪽으로…가야됩니다.”
“그렇구나.그럼수고많았고내일봐요!”
“네,조심히들어가세요.”
전부거짓말이다.집에빨리가려면지하철을타야하고,버스를타더라도저쪽이아니라이쪽이맞다.하지만메소드연기는계속된다.처음가는길을아무렇지않게걷고또걷는다.여기가어딘지,지금뭘하고있는지도모른채아리송한발걸음이이어진다.다행히얼마지나지않아원래타야했던역에서한정거장전역을발견한다.역에들어서자곧열차가도착한다는방송이흘러나온다.평소같았으면후다닥달려가잡아탔겠지만지금은아니다.이번차는보내야한다.얼추계산해보니지금타면아까헤어진일행과다음역에서마주칠수있다.한참을기다려다음열차에올라탄다.그제서야비로소마음을놓는다.드디어마주한고독의시간과힘없이악수를나눈다.
-‘저는방향이반대라서요’중에서

민폐끼치고싶지않다는말을찬찬히들여다본다.사실그이면에는여러모습의자아가얽혀있다.남의시선을어마어마하게신경쓰는나,행여나그시선이내게쏠릴까두려워하는나,무탈히돌아가던세계를내작은안위를위해멈춰세우는게맞나의심하는나까지.그복잡한감정속으로팔을넣어휘휘젓자가장높이솟은단어하나가손에걸린다.익숙한감촉의그단어는바로‘회피’다.불편함속에서도침묵을지키는건껄끄러운상황과마주하고싶지않아서다.행여나얼굴붉히거나누군가에게아쉬운소리를해야하는상황이끔찍해서다.일어나지도않은일을떠올리고걱정하느라스스로손발을꽁꽁묶는소인배적태도다.
-‘중인배’중에서

내향인도좋은마케터가될수있냐고또묻는다면여전히나는잘모르겠다는대답만반복할것같다.하지만내향인이라좋은마케터가될수없다는결론에는팔을걷어붙이고반박하고싶다.외향인만할수있고,내향인이라할수없는건애초에존재하지않는다.다른사람들은미처생각지도못한노력이필요하거나시간이더걸릴수는있겠지만,불가능하다단언하는건전혀다른문제다.
-‘내향인이고마케터입니다’중에서

내향인은구심력의사람들이다.외향인이바깥세계에눈을떼지못하고호시탐탐나갈기회만엿볼때내향인은마음깊숙한곳을응시한채자기만의방에머문다.외향인에게생각과감정이응당표현하고드러내는것이라면내향인은곱씹거나삼키거나마음에새기는데익숙하다.저쪽이밖으로튀어나가려하면이쪽은안으로파고들기바쁘다.저쪽이표현하고분출할때이쪽은담아두고정리하고기록한다.외향인이몸을움직여사람들과만나세계를확장해간다면,내향인은마음을움직이는문장과신념을따라세계를더예리하게조각한다.
-‘구심력의사람들’중에서

이유행또한지나갈것이다.하지만오늘의유행이단순히웃고즐기다휘발됐던그간의트렌드와는조금다를거라생각한다.MBTI는우리주변의다양성을상기하게했다.사람을몇가지유형만으로정의하는건언뜻편협해보이지만오히려나는되묻고싶다.그동안우리가16개이상의관점으로세상을바라본적이있었던가?말로는모두가고유하다하지만정말그만큼의다양성으로바라봤던가?아니다에500원을건다.
-‘MBTI라는희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