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최선의 롱런 (문보영 산문집)

준최선의 롱런 (문보영 산문집)

$13.00
Description
제36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작가 문보영의
대충과 최선 사이에서 어슬렁거리며 간 보는 일상
이 책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느라 녹아웃된 사람들에게 ‘존버’로 일군 소확행 대신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일상을 사는 법을 알려준다. 대충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이에서 묵묵하게 롱런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멀리 봤을 때, 최선보다 ‘준최선’이 더 가성비가 좋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준최선이 몸에 배면 어떤 일을 해도 디폴트값으로 준최선하게 되기 때문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그런 하루들. 오늘 하루 별 일 없이 잘 넘겼다 싶으면 나름대로 선방한 존버들의 인생. 어쩌면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생각이, 우리의 불행을 시작을 알리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럴 땐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삶은 ‘무의미의 축제’라 생각하고 최선과 준최선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좋다.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아닌 오직 ‘오늘의 나’를 위해 숨 고르고 ‘롱런할 준비’를 하는 사람이 더 끈질기고 오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문보영

시인.2016년《중앙일보》로등단했다.2017년시집《책기둥》으로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고상금으로친구와피자를사먹었다.일상을사는법을연습하기위해유튜브채널〈어느시인의브이로그〉를시작했으며,시와소설,일기를편지봉투에넣어독자들에게배송하는것으로생계를꾸리고있다.시집으로《책기둥》《배틀그라운드》,산문집으로《사람을미워하는가장다정한방식》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AM11:10준최선의하루
소중한기억이삶을끈질기게만들때
얼떨결에하늘에다녀오다1
얼떨결에하늘에다녀오다2
준최선의롱런
둔함존버vs예민존버
별거없어서계속보게되는타인의일상
크게크게작게작게
너무작고사소한사랑

PM2:39벽의날개
나에관한항의
사람들이우물을들여다보고시를쓴다
결정적인혼자
우체국상주작가
픽션일기)은행일기1
픽션일기)은행일기2
대표사진
벽의날개

PM8:47춤과거울
네가날알았으면좋겠어
우리가원하는불행은절대안줘
춤과거울
픽션일기)피로회복과타로보기1탄
픽션일기)피로회복과타로보기2탄
픽션일기)피로회복과타로보기3탄
이거먹어주세요.저거먹어주세요
네가가진게나밖에없다면,너는가난뱅이일것이다

AM4:15타존감
이름스스로짓는이름
아프다는말은빼먹는데다가겁쟁이에요
타존감
최고의휴식
말씹러와거인
생계에관하여
거리에관하여
질문에관하여

시낭독회-역사와전쟁

출판사 서평

브이로그하는92년생시인문보영,
최선을다하는삶과대충사는삶사이에서
‘존버’의삶을쓰다

책쓰고,춤추고,일기딜리버리도하고,브이로그도하고,1인문예지도만들고전국북토크도다니고….
실제문보영시인의일상을이렇게요약하면정말뭔가많은일을벌인것만같다.시인은어느날친구에게서전화를받았다.
“지금뭐해?”
“아무것도안하지.”
별거안하고있었지만뭔가를열심히하고있었더라도그렇게말했을것이다.그제야“그렇게매일많은일을하고도안힘드냐?”라는질문에어떻게대답해야할지알것같았다.
“최선을다하지않는것같습니다.”
최선을다하는삶과대충사는삶사이에서박쥐처럼오락가락하며어물쩍살아가는존버의삶.준최선에서한계단만오르면최선이기때문에최선을다해야하는순간에조금만더힘을쓰면진짜최선을다할수있다.그리고한계단내려와서쉬고.최선이비켜난자리에는친구나여유,딴생각과재미,그리고소중한것들이들어올수있을것이다.그럴때문보영시인은마치놀면서바운스를유지하듯한발한발가볍게내디뎌보자고이야기한다.

“테이블위에는애프터눈티세트모형이전시되어있었다.커피를다마시자직원이다가와이제따뜻한아메리카노를주겠다고했다.커피를마셨는데또커피를준다니.“역시하늘은좋아.”인력거가말했다.“맞아.맞아.중국식당같네.고급중식집에가면현란한요리가나오고,식사를끝내면주방장이방으로들어와서는“식사는뭘로하시겠어요?”하고묻잖아.끝났다고생각했는데새로운시작을주는곳이하늘인가봐.””(본문29-30쪽)

“너무힘들땐멀리보지말고땅만보고달려,
그러면어느순간끝나는지점에와있어”
내일일은‘내일의내가’해줄테니,‘오늘의나’에게만집중해보자

하루를살아내기도버거운순간이있다.너무힘들고숨이막히는데끝이보이지않은순간들.정말힘이들때는너무멀리내다보면오히려아무것도할수없게된다.그럴땐아무생각없이일단간다.오늘하루만,딱지금이순간만,당장눈앞에닥친일만하나씩하다보면꼬인실타래가풀리듯어느새지나가고끝이나있다.그래서이책은우리가아침에일어나잠들기전까지의하루일과를총4부로나누어담았다.너무먼미래를계획하지도,일주일뒤를고민하지도,내일일을걱정하지도말고그냥오늘하루를잘살아내자는마음에서.
이책에서시인은간헐적으로행복하다.때론무너진일상을회복하기위해걸음마하듯일상을연습한다.가령‘가장강렬하고끈질길정도로짧았던한순간에관한일기’를백팩에넣어등과맞닿게해매일상기시키기도하고,가내수공업자가되어가족들과거실에도란도란앉아독자들에게보낼편지에스티커를잔뜩붙이기도하고,‘제발그것만은…!’하고소중하게여기는것을꼭집어가져가는신(神)을원망하기도하고,‘반려돈(돼지인형)’말씹러와제주도에워크샵을가서말씹러를잃어버렸다되찾아울컥해하기도한다.
언젠가시인은친구와아파트단지를산책하다가2층베란다에서걷고있는사람을보았다.“저사람앞으로나아가지못하고있는데?”라고말하는친구에게이렇게말했다.“적어도저사람은뭔가를하고있잖아.이세상이커다란러닝머신일지라도,누군가우리를보며‘저인간들제자리에서뛰고있네’라고비웃을지라도,나는어디론가가고있기때문에주저앉지않을수있었어.어딘가에당도하지않더라도그냥간다는느낌이좋아서,그런순간들이시간을건너게해주니까.”
여기에저자의삶의태도가온전히담겨있다.애써당장무엇을해내지않더라도,제자리걸음하는것같아도“앞으로가고있다는느낌”을간직하고조금씩꾸준히걷는게일상을살아가는데중요하다는것을.

“상처도너무가까이서보면그게뭔지모르게되어버려.사랑도너무가까이서보면그게뭔지모르게되어버려.가끔은내가나의불행을내동댕이칠필요도있어.닥치는대로살고잊어버리자.나는일기장에적었다.그리고의사가남긴마지막말도.“어느순간“어!사라졌네?”할겁니다.아무것도아닌게되는거죠.””(본문166-167쪽)


때론찌질하고,때론용기있는
어느시인의“일상고투기”
하루를잘살아내기위한사소한연습

이책은어느시인의‘존버’하는일상이자“인생고투기”이기도하다.저자는수필로,소설로,시로서때로는따뜻하고,때로는짓궂고,때로는냉소적이고,때로는‘찌질이’나‘아싸’가되어좌절하는일상을보여준다.행복하고좋았던순간뿐아니라뒤틀리고왜곡된순간의기분이나행동또한진솔하게고백한다.인정하고싶지않은내면깊숙한곳의‘어둡고못된나’를적확하게꼬집어끌어올린다.그의내면고백을따라가다보면누구나지닌,스스로의심하고싶지않고들키고싶지않은꼬이고뒤틀린자아를돌아보게된다.
이책에서시인은그런자기자신에게직접항의하기도하고“따뜻하지만냉소를남기는사람인것같다”는누군가의말에“그런거같아요.정말그렇군요”하고미소지으며대답하기도한다.그에게손내미는어떤새로운인연에‘인생시즌2’를기약하기도하고힘든일을툭툭털고다시일어서는모습을보여주며독자로하여금공감하고함께눈물짓게한다.
섬세하고순수한사람이일상을잘살아내기위한행위,‘세상은-’하고외치는공허하고거대한말보다작고사소한것들을돌아보며사랑하는연습들.‘혼자서아무생각안하고멍때리기’‘좋은것보기’‘일기쓰기’‘친구와타로보러가기’‘금방사라져버리는소중한기억을관리하기위해끊임없이상기시켜주기’등이책을다읽고나면어느작고여린시인의마음에거인이살고있다는것을깨닫게된다.

“한바탕드라마가지나가고지금은다음시즌사이의휴식기같다.감독은시즌2의배우를캐스팅하고있는지도모른다.그배우들에대한예감은친구들에대한예감인지도모르겠다.“그래서뽕따유가뭐야?”나는노이즈캔슬링에게문자를보내려다가말았다.이해할수없는것을남겨두는한세상에대한흥미를유지할수있을것같아서였다.누가날찾아올거야.타인에대한막연한느낌.나는아직만나본적도없는그사람을기억하려애쓴다.마치미래를이미겪어본사람처럼.그런기분좋은예감에사로잡힌다.”(본문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