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도시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

실직 도시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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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것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근대 유산이 숨쉬는 힙한 관광지로 유명한 군산에 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모습을 담은 르포르타주.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5월 한국지엠 군산 공장 운영 중단 이후, 저자는 '몰락한 도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군산으로 향했다. 6주 동안 30여 명의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공장이 떠난 뒤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의 삶이 잔인할 정도로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매달 지급되던 180만 원 실업 급여 지급이 마감되는 순간, 재취업을 희망했으나 결국 치킨집을 차릴 수밖에 없었던 현실, 실직한 남편 대신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아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받치던 원룸촌과 상가에 남은 떠돌이 개들, 역사와 문화의 도시에서 기업과 함께 사람들도 빠져나가는 과정 등은 단순히 서쪽 끝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2019년 7월 《한겨레21》 커버 기사 〈공장이 떠난 도시 군산〉을 바탕으로 이후의 변화와 저자의 소회까지 담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

방준호

1986년태어났다.2013년부터《한겨레》기자로일했다.2019년부터《한겨레21》에속해있다.주로현장을돌아다니며르포비슷한기사를썼다.사람만나는일을힘들어하지만,사람이야기듣는일은좋아한다.힘들게좋아하는일을한다.

목차

프롤로그:군산가는길

1.토박이:유별나고애틋한사람들
2.운명들:정규직과비정규직
3.찬란:세계도시를꿈꾸다
4.균열:불안한여유
5.그날:공장이떠나던날
6.이별:남은사람떠난사람
7.풍경들:치킨집과원룸촌
8.정체성:어디서무엇을할까
9.1년:전환과머뭇거림
10.쉬어가는이야기:익숙한도시에서
11.다시:그저평소같은하루

에필로그:혼란으로엮인

출판사 서평

군산토박이김성우(가명)는최근6개월짜리계약직에사인했다.전기차기업‘명신’이새일터다.사실명신에입사하기직전정규직조건의사료공장면접까지마친참이었다.하지만명신이20년넘게그가몸담았던옛한국지엠군산공장자리에들어온다는말을듣고마음을굳혔다.실직후어떻게든원래자리로‘돌아간다’는생각뿐이었던그에게‘6개월’이니‘계약직’이니하는건중요하지않았다.(282쪽)
스물여섯에당시대우자동차공장에취직했다.대우에다니면1등신랑감이던시절이었고,시쳇말로공기업같은대접을받았다.(70쪽)그랬던한국지엠(대우자동차)군산공장이운영을중단했다.경제구조가변했기때문이었고,자본의논리를따른결정이었다.김성우는고민끝에희망퇴직서를냈다.그리고10개월뒤청소업체를시작했다.녹록지않았다.사업을접고이번에는페인트공장과마스크공장을거쳤다.‘깨끗한공장에서만일해본’그에게작고열악한공장은성에차지않았다.(281쪽)
김성우의삶은한때화려했으나지금은몰락한제조업도시군산을닮았다.젊어서부터고향에터를잡았고,안정된중산층가정을이뤘다.(129쪽)쉬지않고열심히달려왔는데,어느날일자리가사라졌다.퇴직금을받고새로운일을찾아봤으나마뜩잖았다.쫓기듯구한새직장은어디내놓기가부끄러웠다.(222쪽)세상에처음내쳐지며존엄없는일의비루함(234쪽)에대해서도생각해봤다.그나마저자가군산에서만난사람들중유일하게다시제조업현장으로돌아간사람이라는점(287쪽)이김성우의삶과도시에서찾을수있는희망이라면희망이다.
이책은군산이라는도시가제조업도시로편입되고몰락하는과정을여러명의김성우를통해바라본다.그중심에선‘현대중공업’과‘한국지엠(대우자동차)’은기업과공장의흥망성쇠가도시와사람들에게어떤영향을미치는지보여준다.정규직과비정규직,원청과하청,수도권본사와지역생산기지등,군산의질서가확립되고무너지는과정을생생하게그려냄으로써제4차산업혁명이후어쩌면우리의모습이될지도모를소도시의현재를날것그대로우리눈앞에가져다놓는다.

제조업도시군산의흥망성쇠
1960년대부터1980년대까지이어진개발바람에서비켜나있던군산은,(61쪽)‘균형성장’과‘서해안시대’의바람을타고제조업도시로성장했다.(66쪽)당시재계2위였던대우가군산국가산업단지에자동차공장을지었다.그룹해체와대우자동차최종부도라는위기가있었지만한국지엠이라는새주인을찾았다.곧이어군산제2국가산업단지에는현대중공업군산조선소가자리잡았다.조선소를따라선박블록,기자재업체들도군산으로몰려들었다.(69~71쪽)양적인발전은30여년간계속되었다.자동차노동자들은공장에대한믿음으로생활기반을도시에단단히뿌리박았다.(186쪽)사람들은조선소의대형크레인을보며세계도시를꿈꿨다.(110쪽)유난히토박이가많은도시군산은그곳사람들에게일터이자,삶터이자,놀이터였다.(47쪽)
2008년세계금융위기가닥쳤을때도군산의위기감은크지않았다.IMF도견딘그들이었다.오히려고유가덕에군산공장에서생산되는소형차가잘팔려나갔다.(127쪽)하지만치솟던유가가2013년하락세로접어들자군산의연비낮은차는더이상세계시장에서인기품목이아니었다.생산량이줄기시작했고,급기야지엠본사는쉐보레브랜드를유럽에서철수하기로결정했다.유럽으로팔려나가는쉐보레차는군산공장의생존과절대적으로연관되어있었다.(132쪽)하지만‘늘그랬듯괜찮아질것’이라생각했다.잔업에특근까지,오로지회사와일이전부였던사람들이었기에생산량감소는애써무시하고우아하고평온한일상을즐겼다.(136~137쪽)재미삼아동네에서찍는영화에엑스트라로출연해보고,운동을하거나친구들과시간을보냈다.특히가족과함께있을땐‘아이런게사는거지’싶었다.(135쪽)
2018년2월13일,설을사흘앞둔화요일.한국지엠군산공장은3개월보름여뒤공장을패쇄하겠다고공식발표했다.(151쪽)이미2008년미국을시작으로,2015년러시아와인도네시아,2017년엔호주에서공장이문을닫았다.지엠본사의눈에군산공장은누군가의좋은일터나지역사회의대들보같은게아니었다.주주이익에충실하지못한,그저이윤을초과하는비용일뿐이었다.사실군산이야말로이러한효율성과엄혹한구조덕에호황을누려성장한도시였다.(137~139쪽)한국지엠종업원2044명과164개협력업체직원1028명이하루아침에직업을잃었다.1년전조선소가동중단으로이미4859개의일자리가사라진상황이었다.(185쪽)

공장이떠난뒤얽히고설킨운명들
고현창(가명)은살아남았다.희망퇴직대신회사에남아전환배치되기를기다렸다.그가향한곳은군산에서210킬로미터떨어진창원공장이었다.아이들대학들어갈때까지6,7년만버티기로했다.(183쪽)하지만불안은새로운도시에서도계속됐다.언젠가부터창원공장에서도주말특근이사라졌다.곧2교대근무가1교대로바뀔분위기다.공장은비정규직부터차례로직원을내보낼것이고,근무시간은줄어들것이다.공장이떠나기전군산의모습이정확히그랬다.(188쪽)
정순철(가명)은희망퇴직을선택했다.제조업기반이무너진도시에서이전수준이아닌그에버금가는일을찾는것도쉽지않았다.(197쪽)차선으로치킨집을차렸다.가게에드는이런저런비용과집세로퇴직금을거의다썼다.(198쪽)돈보다가족과여유라생각해왔지만,가족을위해여유를포기했다.여유를포기하니가족과멀어지는것같았다.(199쪽)장사6개월차에몸에이상이왔다.손님을몰아내고문을닫을수없어새벽1시까지버티다응급실에가서쓰러졌다.다음날장사를준비하기위해다시출근해서양파를썰었다.(201쪽)
공장이떠난이후정규직노동자들은비정규직노동자의민첩함을부러워했다.‘세상에나와보니정규직들이완전히뒤처져있었다.’공장안에서도정규직이등한시하는힘든일을비정규직들이더많이했으니까능력면에서도낫고생존능력자체가강했다.(230쪽)실직자가새일을찾는다는것은‘눈을낮추는과정’이다.(228쪽)정규직들은망설였다.요양보호사,청소업체경영,당구장주인등새로운삶앞에서창피함,부끄러움,과거의기준,자존감과최소한의존엄같은것을먼저떠올렸다.(219~228쪽)
정규직이머뭇거리는동안비정규직은부두노동자,아파트관리사무소직원,시내버스운전노동자등으로재취업했다.(230쪽)한국지엠의비정규직,특히30~40대젊은노동자들은정부와고용기관에모범적인케이스로불린다.독려나관리없이도알아서들새일자리를구했다.비정규직으로살아왔기에임금과처우에까다롭지않고,희망퇴직금을받지못해다급했으며,무엇보다옮겨지는것에익숙했기때문이라는분석이다.(229쪽)20여년전IMF외환위기가낳은노동자로볼수있는이들은새로운경제위기앞에서도잘적응한것만같다.(230쪽)
다만해고과정은도저히받아들일수없었다.예의없는,비합리적인,납득할수없는해고는잘린기억을끊임없이되새기게했다.한국지엠이아닌협력업체대표말한마디로내쳐진기억,나란히옆에서일했던정규직에게주어졌던희망퇴직금이나퇴직이후삶에대한배려를전부받지못했다는충격이컸다.(232쪽)회사가뒤늦게마련한위로금1000만원을포기하고비정규직들끼리십시일반돈을모아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시작했다.(233쪽)

공장이떠난도시군산은위기를겪고있다
공장이떠난지1년이지난시점,군산에본격적으로전환의목소리가나오기시작했다.‘지역이대기업생산기지만으로성장하는모델은10년짜리다.’산업의사이클에따라핵심기능이없는지역생산기지는먼저잘려나간다.기업은호황일때돌아와비정규직으로자리를채운다.(241쪽)따라서대기업의생산기지에머무는방식은안된다.노동자격차나기업간격차를벌리는산업도안된다.지역에서경영과노동에관한의사를결정할수있어야한다.작아도지역에뿌리박은기업여러곳이자생력을가지고있어야한다.(247쪽)
경제위기를말할때,우리는흔히IMF사태나세계금융위기를떠올린다.트라우마로남은그시절을두고우리는지금까지도수많은이야기와분석을쏟아낸다.10여년이지난현재,제4차산업혁명으로의움직임은제조업을기반으로성장해온한국경제에다시한번커다란변화를예고한다.국지적으로나타나는이새로운위기는지난번의그것과는또다른양상을보여준다.군산은물론거제,울산동구,통영,고성,창원진해구,목포,영암,해남까지자동차와조선을경제의중추로삼았던도시들은모두고용위기에빠져있다.
한순간일자리를잃게된사람들,정규직과비정규직으로나뉜운명들,불안과절망이삶을잠식하는순간들,놓지못한영광의기억들,억지희망을비웃는허망한풍경들이쇳소리와불꽃대신제조업도시를채우고있다.같은잘못을반복하지않겠다는군산의반성과노력이그들만의바람에그치지않고보편적인것이된다면,그것은군산을넘어한국사회전체의실험이될것이고,더나아가큰변화를맞는세계산업과노동,도시정책일반의실험이될지도모를일이다.(247쪽)
‘공장이떠난도시군산은위기를겪고있다.’이한문장을풀어내기위해저자방준호기자는6주동안군산에머물며그곳의평범한사람들의이야기를듣고기록했다.2019년7월둘째주《한겨레21》커버기사로소개되었다.그후2년반이지났다.그곳사람들의일상은어떻게바뀌어있는지궁금해다시찾았다.이책에는그뒷얘기를담았다.지방에대한서울사람의무심함과기자의타산적태도를반성하는마음도담았다.저자는‘누군가의혼란이나의혼란이된다는것은불행이되우리를한데엮을공통감각’이라말한다.따라서저기군산의황망함을여기우리가들여다볼여지가있다.이것은그들만의이야기가아니다.바로지금우리모두의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