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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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계적인 사상가 아툴 가완디,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존엄과 의학의 한계를 고백하다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인구 구조의 직사각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50세 인구와 5세 인구가 비슷하며, 30년 후에는 80세 이상 인구와 5세 이하 인구가 맞먹을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65세 이상 인구가 2030년에는 24.3%, 2060년에는 40.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툴 가완디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이러한 사회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동안 현대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정작 길어진 노년의 삶과 노환 및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고 인간답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이를 성취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아툴가완디

1965년미국뉴욕시브루클린출생으로,인도인미국이민자의사부부의사이에서태어났다.스탠퍼드대학교를졸업하고옥스퍼드대학교에서윤리학과철학을공부했으며,하버드의대에서의학박사학위를받고,공중보건에관심이많아하버드보건대학에서공중보건학석사학위도받았다.현재보스턴에있는브리검여성병원의일반외과의,하버드의대와하버드보건대학교의조교수로있으며,<뉴요커>와<뉴잉글랜드의학저널...

목차

추천사
서문

1장독립적인삶
혼자설수없는순간이찾아온다

2장무너짐
모든것은허물어지게마련이다

3장의존
삶에대한주도권을잃어버리다

4장도움
치료만이전부가아니다

5장더나은삶
누구나마지막까지가치있는삶을살고싶어한다

6장내려놓기
인간다운마무리를위한준비

7장어려운대화
두렵지만꼭나눠야하는이야기들

8장용기
끝이있다는것을받아들여야할순간

에필로그
1부SNS왕국의탄생

출판사 서평

10만부판매기념리커버에디션
<뉴욕타임스>,아마존1위베스트셀러
김하나,정재승강력추천

“그래서날포기하겠다는거냐?
할수있는건다해봐야지.”

라자로프는마뜩잖다는듯말했다.“그래서날포기하겠다는거냐?할수있는건다해봐야지.”라자로프에게서서명을받은후병실밖으로나오자그의아들이따라나오며나를잡았다.어머니가중환자실인공호흡기에매달린채임종했을때아버지자신은저렇게죽지않겠다고말했다는것이다.그러나이제는‘할수있는일은다하겠다’고저렇게고집을피운다는얘기였다.
당시나는라자로프의선택이잘못됐다고믿었고지금도그생각에는변함이없다.수술에따르는위험때문이아니라수술을받아도그가원하는삶을되찾을확률이없었기때문이다.배변능력,활력등병이악화되기전에누렸던생활을다시찾을수있는수술이아니었다.길고도끔찍한죽음을경험할위험을무릅쓰고그가추구한것은환상에지나지않았다.그리고결국그는그런죽음을맞이했다.
중환자실에들어간그는호흡부전이생겼고,전신감염에걸렸으며,움직이지못해서피떡이고였고,이를치료하기위해투여한혈액희석제때문에출혈을일으켰다.우리는날마다뒤처지고있었다.결국우리는그가죽어가고있다는것을인정할수밖에없었다.수술후14일째되는날,그의아들은의료진에게이모든것을그만멈춰달라고말했다._본문13~14쪽

생명있는것들은언젠가죽는다.인간도예외가아니다.이는전혀놀랍거나새로운사실이아니다.그러나우리는때로잊는다.결국죽을수밖에없다는진실을.이는부분적으로의학과공중보건의발전으로평균수명이대폭늘어났다는사실과연관돼있다.오늘날우리는가능한한오래살기를꿈꾸며,현대의학은바로그‘생명연장의꿈’을실현하는데거의모든역량을집중시키고있다.고도의기술을요하는외과수술,화학요법,방사능치료등으로대변되는의학적처치들도죽음을미루고생명을연장하려는노력과같은선상에있다.하지만그모든노력에도불구하고피할수없는진실이있다.종국에는죽음이이기게되어있다는것이다.
이책의저자아툴가완디의문제의식은바로그지점에서시작된다.‘BeingMortal’이라는원제에서도알수있듯이,우리가언젠가는반드시죽을수밖에없는존재라면대체무엇을위해끔찍하고고통스러운의학적싸움을벌여야하는지묻고있는것이다.게다가그싸움에서우리는얻는것보다잃는것이많다.육체가파괴되고,정신이혼미해지고,마지막에는가족과작별의인사한마디제대로하지못한채차가운병실에서죽어간다.그모든것을희생한대가로우리가얻을수있는것은고작몇개월에서1~2년정도의생명연장에불과하다.무엇보다중요한것은그렇게해서얻은약간의시간동안우리가‘남은삶’을위해할수있는것이아무것도없다는점이다.혹독한치료와그에따른고통속에서허우적거릴뿐이다.그렇다면오늘날우리가노쇠해지거나치명적인질병에걸려죽어갈때취할수있는다른선택지는없는걸까?저자는그렇지않다고말한다.죽음자체는결코아름다운것이아니지만,인간답게죽어갈방법이있다는것이다.

“여긴집이아니지않니,
어서집에데려가줘.”

윌슨이열아홉살되던해,어머니제시가심한뇌졸중을겪었다.당시제시의나이는쉰다섯살밖에되지않았다.뇌졸중으로그녀는몸한쪽이완전히마비돼서걷거나서지못했으며,팔도들수가없었다.또한얼굴한쪽이축처졌고,말투도어눌해졌다.지능과인지능력에는아무영향을받지않았지만돈을벌러나가는것은고사하고혼자서는씻을수도,요리를할수도,화장실에갈수도,빨래를할수도없었다.그녀는도움이필요했다.그러나대학에다니던윌슨은전혀수입이없었고,좁은아파트를룸메이트와함께쓰고있는상황이었으니어머니를돌볼길이없었다.형제자매가있었지만사정은비슷했다.어머니를맡길곳은요양원밖에없었다.윌슨은자기대학근처에있는곳을골랐다.안전하고친절한곳이었다.그러나어머니는딸을볼때마다끊임없이요구했다.“집에데려가줘.”_본문142쪽

더이상혼자설수없는순간이반드시찾아온다.육체와정신이점점쇠락해가면서더는독립적인삶을살수없는상태에이르게되는것이다.현대의학과보건체계는이문제를두가지방향으로해결하려해왔다.하나는‘요양원nursinghome’이라는보호시설을만들어노인들을안전하게수용하는데초점을맞추는것이고,다른하나는노년에직면하는각종질병들을공격적으로치료하는데집중하는것이다.겉으로만보면이방식에큰문제가없어보인다.특히자녀들입장에서보면노년에이른부모를안전하게보호해줄곳이있다는것,그리고어떤질병이라도의학이최선을다해해결해주리라는전망은꽤안심이되는일이기때문이다.하지만요양원이나공격적치료에는공통된문제점이있다.바로‘삶의질’에대한고려가포함되어있지않다는것이다.
‘요양원’의경우스스로를돌볼수없을만큼쇠약해진상태에서취할수있는최상의선택인것처럼보일수도있다.하지만이획일화된시설에는‘한사람’으로서가질수있는자기결정권과자율성을빼앗는다는치명적인약점이존재한다.규칙과안전에만집중하는탓에개개인의삶에대한고려는뒷전으로밀려나기일쑤다.이때문에시설에수용된노인들상당수가무력감과우울감에빠진다.(본문113~124쪽)저자는이에대한가장유력한대안으로다시‘가족과가정’을떠올릴수도있겠지만,오늘날이는현실적으로불가능하다는점을지적한다.그렇다고해서아무런대안이없는것은아니다.저자는노인들이필요로하는도움을제공하면서도삶의질을희생시키지않는방식으로그들을돌볼수있는실험이계속되고있다고설명한다.
예를들어케런브라운윌슨이처음으로도입한‘어시스티드리빙assistedliving’은간단히말해기존요양원과같은도움을제공하면서도‘독립적인삶’을보장해주는개념의시설이다.잠글수있는문과자기만의가구가있고,실내온도나조명을자기마음대로조절할수있으며,자고싶을때자고원치않는일은하지않아도될권리가보장된다.무척간단해보이지만,이작은변화만으로도노인들이느끼는삶의질은완전히달라진다.기존요양원을변화시키는실험도있다.요양원내에동식물을들이기도하고,인근학교와연대해아이들의생명력을접목시키기도한다.빌토머스가체이스메모리얼요양원에서한실험이대표적인예다.그는개,고양이,새,식물,아이들을요양원내에들이는실험을했고,그결과는놀라웠다.(본문141~149쪽)

체이스요양원주민들은비교집단주민들에비해복용하는처방약이절반정도밖에되지않는다는것이밝혀졌다.할돌과같이불안증세에먹는향정신성제재의처방이특히줄어들었다.약구입에들어간비용은비교집단에비해38%밖에되지않았다.사망률도15%감소했다._본문193쪽

빌토머스의실험이요양원주민의건강과안전을해칠위험이있다는우려가많았지만정반대되는결과가나타난것이다.하지만저자는수치상으로놀라운결과가나타났다는게중요한것이아니라고말한다.마지막단계에이른노인들이삶의질을포기하지않아도된다는점이더중요하다는것이다.저자가‘죽음’이라는주제를다루면서,노년의삶의질에대한문제를집중적으로파헤치는데는이유가있다.죽음을유예시키는데만매달릴것이아니라‘남은삶’을어떻게살것인가에초점을맞춰야한다고주장하고있기때문이다.인간다운마무리란바로그지점에서시작된다는것이다.그런의미에서‘어떻게죽을것인가’는남은삶을‘어떻게살것인가’와직결된다고할수있다.그렇다면현대의학의공격적치료는더욱큰문제를가져다준다.

“아뇨,그애한테아무것도하지마세요.
이모든걸그만멈춰주세요!”

“의료진이새라에게카테터를삽입하고이것저것하려고했어요.”그녀의어머니돈이내게말했다.“그래서얘기했죠.‘아뇨,그애한테아무것도하지마세요.’침대에소변을봐도상관없다는생각이들었어요.의료진은또혈압과혈당측정등이런저런검사들을하려고했죠.하지만이제검사결과같은것에는더이상관심이가지않았어요.수간호사에게가서이제모든걸그만멈추라고말했죠.”
이전3개월동안우리가새라에게한것들―수많은스캔,검사,방사능치료,화학요법치료등―은아무효과가없었고,오히려그녀의상태를악화시키기만했다.그어떤것도하지않았다면새라는더오래살았을지도모른다.적어도그녀는맨마지막순간에나마평화를찾았다._본문289쪽

인공호흡기,영양공급관,심폐소생술,중환자실….오늘날생의마지막을보내는사람들이흔히겪게되는모습이다.그리고이게다가아니다.중환자실에들어가기전까지는더끔찍한과정을감내해야한다.화학요법과방사능치료로몸은망가질대로망가지고,정신은피폐해져간다.극심한통증,구역질,섬망등으로더이상정상적인삶을살수없게된다.저자는이렇듯죽기까지의과정을의학적경험으로만드는실험이시작된것은불과10여년밖에되지않는다고말한다.그리고이실험은실패로끝나고있는듯하다고일갈한다.실패라고단언하는까닭은우리가이‘싸움’을통해얻는것이거의아무것도없기때문이다.극히짧은시간을더얻기위해잔인한싸움을계속할뿐이다.현대의학은사실상‘해결할수없는문제’를붙잡고싸워왔다.그것은바로인간의신체가결국은허물어질수밖에없다는사실이다.
그자신의사이기도한저자는먼저의료계의변화를촉구한다.이소모적인의학적싸움을중단하려면우선안내자역할을해야할의료계의의식변화가필요하다는것이다.이를위해가장중요한두가지선결과제가있다.하나는‘노인병학geriatrics’에대한관심이다.관절염,당뇨병,심장질환등개별적인문제를해결하는데만집중할것이아니라노년의삶을전체적으로조망하고관리할필요가있다는것이다.(본문62~65쪽)둘째,환자들과의의사결정방식에변화가필요하다.의사가일방적으로해결책을제시하거나이런저런정보를나열하기보다‘해석적’인태도를취할필요가있다.환자들이원하는것이무엇인지경청하고이를해석해그들이원하는바를이루기위해할수있는조처가무엇인지안내해주는역할을해야한다는것이다.삶의마지막단계를환자스스로결정할수있게해주는것이다.(본문306~309쪽)
해석적태도가중요한까닭은마지막에이른환자들이원하는게단순히생명을연장하는데만있지는않기때문이다.환자들이치료에매달리는건자신이뭘원하는지,그리고어떻게해야할지잘모르기때문인경우가많다.실제로환자들과대화를나눠보면,고통을줄이고,삶의품위를유지하고,다끝내지못한자잘한일들을처리하고,가족을비롯한주변관계를돈독히하는데더많은관심을갖고있다는것을알수있다.만약생명을연장하고자한다면바로그일상의가치들을실현하고싶기때문일뿐이다.남은시간동안이세상에서자기만의삶의이야기를완성하고싶은것이다.더큰가치를실현할수없는상태에이를위험이있다면,어떤환자도맹목적인생명연장을원하지않는다.

“아툴,나는두렵다.
하지만그렇게사느니차라리죽는게낫겠구나.”

사지마비가진행되면서머지않아아버지가가장소중하게여기는것들을앗아가려하고있었다.사지마비가오면24시간간호,산소흡입기,영양공급관이필요해질것이다.아버지는그걸원하지않는것같다고내가말했다.“절대안되지.그냥죽는게낫다.”아버지의대답이었다.그날나는내평생가장어려운질문들을아버지에게던졌다.커다란두려움을안고하나하나물었던기억이난다.무엇을두려워했는지는모르겠다.아버지나어머니의분노,혹은우울,아니면그런질문을함으로써뭔가그분들의기대를저버리는것아닐까하는두려움이었는지도모른다.하지만이야기를나눈후,우리는안도감이들었고뭔가명확해졌다는걸느꼈다._본문324쪽

의료계의의식변화외에우리자신에게요구되는것은무엇일까?바로생명을연장하는데집착하기보다자신에게정말중요한것이무엇인지돌아보는방식으로의사고전환이다.이를위해가장필요한일은죽음과마지막삶에대한‘대화’를나누는것이다.사랑하는사람의생명과관계된이야기이기때문에직면하기어려운감정을불러일으키지만,이‘어려운대화’가가져다주는혜택은적지않다.저자는악성종양에걸린아버지와의대화를통해아버지가‘사람들과의사소통을할수없는상태’에이르게된다면차라리죽음을택하겠다는의지를확인하고,(본문322~324쪽)완화치료전문가수전블록의아버지는‘초콜릿아이스크림을먹으며미식축구중계를볼수있는정도’라면견딜만할것같다고말한다.(본문280~281쪽)결과적으로이대화는중대한수술에서임종에이르기까지결정적인역할을한다.환자를위해최선의선택을할수있는나침반이되어준것이다.
삶의마지막단계에어떤선택을하고싶은지미리이야기를나누는것이얼마나중요한지는미국위스콘신주라크로스지역사례를통해서도알수있다.이지역에서는1991년부터의료진과환자들로하여금삶의마지막시기에원하는것들이무엇인지대화를나누도록장려하는캠페인을벌였다.그결과이지역주민들이생의마지막6주동안병원에서보내는시간과종말기의료비용은전국평균의절반밖에되지않았고,기대수명은전국평균에비해1년이나길었다.(본문273~275쪽)
가족간의직접적인대화가쉽지않다면이를이끌어줄호스피스상담자의도움을받을수도있다.많은사람들이‘호스피스’하면떠올리는것은생을포기하고순전히죽음만을기다리는것으로여기지만실은그렇지않다.저자는호스피스전문간호사와의대화를통해,호스피스가단지자연스럽게모든것을맡기는것이아니라현재삶의우선순위를어디에둘것인지를선택해나가는과정이라고말한다.환자가지금이순간의삶을최대한누릴수있도록하는데목적이있다는것이다.가능한한오래의식을유지하며고통을최소화하고존엄하게마지막시간을보낼수있게해주는것이다.(본문248쪽)이것이최근수십년동안발전해온이른바‘완화치료’분야다.
결국죽음이란아이러니하게도삶의한과정이다.삶의이야기를마무리하는일인것이다.죽음자체에는사실별다른의미가없다.언젠가죽어야한다는것은사물의자연스러운질서일뿐이다.그럼에도인간에게죽음이특별하고중대한일일수밖에없는까닭은그안에우리개개인의삶의이야기가녹아있기때문이다.

오후6시10분쯤결국마지막순간이왔다
아버지는더이상숨을쉬지않았다

마지막으로의식이돌아왔을때,아버지는손주들이보고싶다고말했다.하지만아이들은거기에없었고,나는대신아이패드에있는사진을보여드렸다.아버지는눈을크게뜨고활짝미소지었다.그러고는모든사진을하나하나눈에담았다.
아버지는다시무의식으로빠져들었다.호흡이한번에20~30초씩멈추는일이반복됐다.이제끝인가하면호흡이다시시작되곤했다.그렇게몇시간이흘렀다.아버지곁을지키며어머니와여동생은이야기를나누고있었고,나는책을보고있었다.
오후6시10분쯤결국마지막순간이왔다.나는아버지의호흡이이전보다더오래멈춰있다는걸깨달았다.
“아버지가멈춘것같아요.”내가말했다.
우리는아버지에게다가갔다.어머니가아버지의손을잡았다.우리는아무말없이귀를기울였다.
아버지는더이상숨을쉬지않았다._본문393쪽

아툴가완디의『어떻게죽을것인가』가담고있는메시지는단순하고명료하다.무의미하고고통스러운연명치료에매달리기보다삶의마지막순간을어떻게살아갈것인지돌아보라는것이다.하지만이메시지가더욱강렬하고가슴깊게다가오는것은그가우리와같은선상에서‘삶의이야기’를풀어내고있기때문이다.그는의사이자학자로서일반대중들에게가르침과교훈을주려고하지않는다.그가세계유력지에서꼽은‘세계적인사상가’라는사실도중요한것은아니다.
저자가만난수많은사람들은우리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혹은우리가족과비슷한이들이다.젊은시절공장직공이었던사람,간호사였던사람,가게를운영했던사람,한두명의자녀를키우며최선을다해인생을살아왔고,이러저런소소한일상의기쁨에만족해온평범한사람들이다.그런그들이삶의마지막단계에서원하는것역시너무나소박한것들이다.가족및친구들과좀더이야기를나누고싶어하고,주말에있을친구의결혼식에서들러리를서고싶어하고,(본문359쪽)사랑하는제자에게한번이라도더피아노레슨을하고싶어한다.(본문378쪽)그리고이평범한사람들의이야기속에는저자의아버지에대한일화도담겨있다.저자자신뿐아니라아버지와어머니도의사였지만,그들에게도생의마지막순간과죽음은피할수없는일이었던것이다.하지만그들에게는죽음을외면하지않고한계를인정할수있는용기가있었다.
저자는나이들어병드는과정에서적어도두가지용기가필요하다고말한다.하나는삶에끝이있다는현실을받아들일수있는용기다.이는무얼두려워하고무얼희망할수있는지에대한진실을찾으려는용기다.다른하나는우리가찾아낸진실을토대로행동을취할수있는용기다.이때우리는자신의두려움과희망중어느것이더중요한지를판단해야한다.끝까지질병과승산없는싸움을벌이며치료에매달리는것은죽음에대한두려움때문일것이다.하지만죽음은두려운것이아니라생명있는존재가필연적으로맞이하게될운명이라는것을인정하게될때,우리는무엇을희망할수있을지알게된다.그것은바로삶에대한희망이다.죽음이결국삶의이야기인까닭이여기에있다.


추천사

죽음은삶의가장중요한이벤트다.죽음이있기에삶은비로소성립하며가치를지닌다.그런데오늘날죽음은누구나삶속에서목격하는자연스러운단계가아니라전문가들만이다룰수있는금기와미지의영역이되어있다.죽음에대해이야기를나누는것은거북한일이며,막상죽음의당사자는생애의마지막날들을어떻게보낼것인지스스로결정하기가매우어렵다.내아버지는임종의순간까지본인의죽음이가까웠음을알지못했다.아버지는수개월간응급실과중환자실,요양병원을거친뒤코로나19로직계가족의면회조차어려울때돌아가셨다.상점을나설때잘모르는사람과도나누는인사를,아버지는인생의마지막순간에가장가까운사람들과나누지못했다.이책을다시읽으며나는아버지의마지막날들이어쩌면다를수도있었을까생각해본다.『어떻게죽을것인가』는죽음에대해사색하는철학서가아니다.아툴가완디는안전과생존을최우선에놓는현대의학이죽음을맞이하는사람의삶을어떻게소외시키는지차분한어조로조목조목진단한다.의료시스템과노년의현실에대한구체적인보고서에가까운이책은그러나그어떤책보다도죽음과삶의가치,존엄에대해깊이사유하게한다.죽음이라는묵직한주제를진지하게다루지만예상외로온얼굴에미소가번질만큼따뜻한이야기들도곳곳에스며있다.내가가장좋아하는것은개,고양이,식물,잉꼬백마리(!)를요양원에들여놓은의사빌토머스의이야기다.우리는죽음을삶에서분리하지않고더현명하게껴안을수있다.그모색의시작으로이책은더없이훌륭하다.그야말로누구에게나‘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이다.
―김하나(작가,『말하기를말하기』『여자둘이살고있습니다』저자)

인생이축구라면,전반전엔모든선수들이온통'어떻게살것인가?'에답하겠다고전력질주하지만,후반전엔'어떻게죽을것인가?'에답하기위해발버둥친다.골을더넣겠다며애쓰는선수도,더이상실점하지않겠다고버티는선수도,승부와상관없이멋진플레이로마무리하겠다는선수도,결국마지막종료휘슬을들어야하니까.나역시‘어떻게존엄을잃지않으면서생을아름답게마무리할수있을까?’가가장고민하는인생의화두중하나다.
이어려운질문에답을찾고자하는모든생명체에게이책은가장영감어린책이다.고백하자면,나는아툴가완디의열렬한팬이다.20년전,그가쓴『나는고발한다,현대의학을』을읽고그에게완전히매료되었다.현대의학의성과와한계를냉정하게평가하면서,의학이‘생명연장의꿈’을실현하는데에그치지않고죽음을인간적으로맞이할수있도록모색해온그는질병을치료하는기술자가아니라,환자를돌봐주는의사였다.담담하게써내려간의학서를읽으며눈시울이뜨거워진건처음이었다.
현대의학의최전선에서생사를넘나드는환자들을날마다대해온그는『어떻게죽을것인가』에선존엄한죽음의방식에관한화두를우리에게던진다.현대의학의역할은환자의목숨을지속하고연명하는것이아니라,환자가원하는방식대로삶을마무리하고죽음을맞이할수있도록도와주는조력자여야하지않느냐고냉정하지만묵직한어조로묻는다.
이책이각별히울림이큰것은아툴가완디가아버지의죽음을병원에서목도하면서때론의사로서,때론보호자로서매우객관적이면서한없이주관적으로죽음을성찰하고있어서다.병원의긴박함과긴장감을수려한문장으로담아내면서도,사려깊은성찰끝에얻은깊은통찰을매페이지에담아낸다.그는현대의학의가장냉정한비판자이자동시에환자들의가장따뜻한동반자이다.이책은우리삶의책장안에가장오랫동안꽂혀있어야할책이다.
―정재승(뇌과학자,『과학콘서트』『열두발자국』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