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 (정유리 에세이)

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 (정유리 에세이)

$14.00
Description
“오랜 시간 이 병을 숨기고 변명하고 거짓말하느라 너무 지쳤다”

기분도 몸무게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갔던 숱한 날들에 대한 고백
먹방과 먹스타그램, 각종 배달 앱과 맛집 대기 명단까지, 어딜 봐도 음식이 주인공이고 먹는 것이 낙인 시대다. 그런 세상에서 마음대로 먹지조차 못하고, 심지어 식욕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음식을 열망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며, 먹어도 안 먹어도 끈질기게 쫓아오는 불안과 공허감에 시달린다.
이 책의 저자는 무려 13년 동안 섭식장애를 앓아 왔다. 먹토, 폭토를 반복하며 36킬로그램과 63킬로그램을 오가다 폭식·제거형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섭식장애에 관한 한 ‘환자 입장 전문가’를 자처하는 그는 이 지긋지긋한 싸움에서 자신을 구해 내기 위해, 그리고 오해 없이 섭식장애에 관해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어떤 이에게는 공감이 되고 위로도 되겠지만, 때로는 절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면 지켜봐 주길 바란다”라는 말이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브런치북 9회 대상 수상작에 선정된 그의 글은 우리가 어설프게 안다고 생각했던 못 먹는 마음의 세계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펼쳐 보인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섭식장애가 있는 사람이건 섭식장애인을 곁에 둔 사람이건 혹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건, 적나라한 섭식장애의 세계를 알게 될 것이다. 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에 대해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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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유리

20대의어느순간시작된섭식장애,정확히는폭식·제거형거식증을13년째앓고있으며,그외에도물귀신같은여러정신질환과동행하는삶을살고있다.36킬로그램과63킬로그램을오가며울고웃는날들을무한히겪고도여전히먹는일이두렵다.가장먹고싶지만못먹는건치킨과프라푸치노.그래도요즘은과자를먹고도토하지않는날들이늘어간다.숨은동지들에게,언젠가섭식장애에도끝이올수있다는걸말해주고싶다.2018년부터2020년까지브런치에《날것그대로의섭식장애》를연재했다.

목차

프롤로그:먹방과먹토사이

1부섭식장애13년차입니다
날씬해서예쁘다고요?
액체류를즐겨먹는사람
망가지고잃어버린것들
왜하필이런병에걸려서

2부어쩌다여기까지왔느냐고요
불행의이유는제각각이라지만
무력감을이기는거식의기쁨
지금먹지않으면안돼
내것같지않은내몸
희망만큼절망했던날들
내가진짜로원하는건
너무잘살고싶어서죽고싶었다

3부잘먹고잘살기위해
치료를시작하며
나를구할사람은나뿐이니까
관해와완치
외롭지않은맛
정말솔직히말하자면,술
상담과약물치료를고려하는이들에게
흉터로슬픔을잴수는없겠지만
수치심에지지않기
독립과고백은신중하게
궁극의치료조건
+안심하고먹으라고제발

4부인생은나선형
롤러코스터는아직끝나지않았다
비상시대처요령
안다는것
아프면아프다고말할줄아는사람

에필로그:엔딩없는엔딩
추천의글

출판사 서평

‘그쉬운밥먹는일’을못하는사람들에게는저마다자신만의이유와고통이있다.
더늦기전에,우리는이이야기를좀할필요가있다.
_김겨울,작가·유튜브〈겨울서점〉운영자

아무것도먹지않은어느날,저자는위산이배를난도질하는고통에몸부림치다가얼떨결에생라면을흡입하고는화장실에도가지않고자취방한가운데서토하고만다.이때무슨생각이들었는지아는가?더러워진방을걱정하거나위와식도의건강을염려하지않았다.단지음료없이생라면을먹으면토하기가몹시어려우므로,다음에또그런종류의딱딱하고마른음식을먹게된다면꼭물이랑같이먹어서더쉽게토해야겠다는다짐을했다.
이런비정상적인사고와행동들은삶에치명적인해를입혔다.위염과식도염이생기고,머리카락과근육이빠져가고,생리가멈췄다.앙상한몸은어디에앉거나눕는것조차뼈가눌려불편하게만들었고,36킬로그램일때는덮고자는이불조차무거웠다.이런신체적고통외에사회적기능역시심각하게손상되었다.직장에서나,친구나지인을만날때나,애인과데이트를할때에도주로하는것이먹는일인데그걸못하니인간관계를맺을수가없다.직장동료들은단한번도그가밥먹는걸본적이없었다.결국정신병자로몰리고,직장에다닐자격을논하게되었다.
한마디로사람이사는것같지않았다.고통스럽고불행했다.가까스로살을빼고유지하는와중에들려오는‘날씬해서예뻐보인다’는말이그를가장슬프게했다.그말때문에먹는것에대한강박과집착을그만둘수가없었던것이다.

외모집착,가족트라우마,불안,우울,강박…
갖은어둠의재료들로끓여낸섭식장애의세계

어쩌다다른병도아니고밥을못먹는병에걸리게되었을까?여느정신질환이그렇듯섭식장애의원인도어느한가지로단순하게설명되지않는다.생물학적요인,신경증에취약한성향,외모에대한가치기준,사랑에대한갈구,존재감을느끼기위한잘못된선택,자기파괴행위같은여러가지가맞물려있다.
저자의대학생때인생목표는43킬로그램의몸무게와올A+성적이었다.열여섯살때부터혼자살며자기힘으로생계를책임져온그는고생하며산여자라고무시당하기싫어서,공부도일도잘하고예쁘기까지한,무엇하나모자란것없는완벽한사람으로보이고싶어서아득바득살았다.파릇하고상큼한대학생이고싶었지만늘지쳐있었고외로웠다.외로워서사람을만나지만만날수록더외로워지는얄팍하고공허한관계들속에서,사람들이더자주자신을찾고더깊이좋아해주길바랐고,이런갈망이비뚤어진방향으로나아가외모에집착하게만들었다.어려서‘갈비’라고불리던그가10대후반에처음살이찐건가난해서생긴식탐때문이었다.누군가의관심과애정을,근본적으로는도움을바랐지만살찐겉모습은그와정반대의것을주는것처럼느껴졌다.
그는또한무력감에잠식당한사람이었다.어릴때겪은학대의기억은자기힘으로어쩌지못하는위협과고통에맞닥뜨릴때,부당하고억울한일을겪을때마다늘먼저포기하고당하기만한채스스로를돌보지못하게만들었다.이렇게무력감이팽배한사람에게두가지기쁨이있었으니,바로공부와거식행위였다.공부는투자한시간과노력만큼결실로돌아왔다.손해보거나당하거나억울할일이없었다.먹는것역시그랬다.먹지않으면그효과가바로나타났고,주변의부러움과관심까지받을수있었다.무엇하나내맘대로되지않을때,음식을통제하는것은가장쉽고빠르게성취감을느낄수있는일이었다.그렇게거식증에중독되었다.
난독증을겪을정도로스트레스를받으며졸업논문을쓰고,100대1의경쟁률을뚫고취업에성공한그는마침내꿈을이루었다고기뻐하면서도,한편으로는자신이무리하고있으며뭔가잘못됐다는느낌이들었다.그렇다고멈출용기는없었다.차라리몸이라도망가져쓰러졌으면좋겠다고생각하며더먹지않았다.하루종일물만마셨다.환자가되고싶었고,되어야만했다.퇴사하고투병생활을하면서도자신에게온전히미안하다는생각을하지못했다.스스로에게가장학대받았던자신을마주할용기가없었기때문이다.
누구보다열심히살았던20대시절,사실그는늘죽음을생각했다.죽음을희망하면서음식을먹는다는것이그에게는너무나도큰모순으로느껴졌다.하지만이제는안다.그때의자신은너무잘살고싶어서죽고싶었다는것을.조금실수해도,지금넘어진상태여도,살이쪄도,내삶이실패가아니라는걸알기까지그는너무먼길을돌아왔다.

음식에대한두려움과갈망사이,자기몸에대한통제와파괴사이에서,
나와싸우며결국나를사랑하게되기까지의이야기

이책의후반부는저자가섭식장애에서벗어나기로마음먹고입원치료부터약물,상담,식단일기,명상등온갖방법을섭렵하며분투한과정을담고있다.거식증이완치되기까지환자들은여러차례일시적으로증상이나아지는부분관해를겪는다.하지만한번몸에익은거식행위는삶이위태로워질때마다강력한유혹으로다시나타난다.나아진것같다가도바닥으로곤두박질치기일쑤다.그괴롭고도익숙한굴레를벗어나기까지스스로의동기못지않게주변사람들의지지가큰힘이되었다고한다.절망과희망사이어지러운나선을돌고돌아기어이앞으로나아가는이이야기의끝에서그가발견한것은있는그대로의자신에대한사랑,그리고자신을포기하지않아준사람들에대한사랑이다.
각종정신질환을가졌다는사실이과거어느때보다많은이해와위로를얻고있음에도,섭식장애환자들의대다수는여전히깊이숨어지낸다.마음이불안하고우울하고때로는죽고싶다는데에는공감을얻어도,먹는게무서워서굶거나토한다는말에이해를구하기는쉽지않다.저자역시섭식장애를고백한뒤많은주변사람들이그를떠나는것을보았다.그럼에도자신의이야기를글로쓰겠다고결심한것은이병에도끝이올수있다는걸말해주고싶어서다.그의고백이용기가필요한또다른이들의마음에가닿기를,혼자아파했을사람들에게혼자가아니라는위로를전할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