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할 여자들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과학기술사 뒤집어 보기

지구를 구할 여자들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과학기술사 뒤집어 보기

$18.00
Description
바퀴 달린 가방에서 전기차와 AI까지
편견과 차별은 어떻게 혁신을 가로막는가
여행 가방에 바퀴를 다는 데 왜 5000년이나 걸렸을까?
전기차가 이미 100년 전에 유행했다고?
AI는 왜 체스는 이기면서 청소는 못할까?
나사는 어쩌다 우주복을 여성용 속옷 재단사에게 맡기게 되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우리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관련되어 있다.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를 통해 주류 경제학이 지워 버린 여성의 자리에 주목했던 카트리네 마르살은 신간을 통해 기술 발전의 역사에서 인류의 발목을 붙잡아 온 편견과 차별을 파헤치며 남성 중심의 과학기술사를 통쾌하게 뒤집는다. 남자는 무거운 짐을 직접 드는 것이 당연하고, 여자는 짐을 들어 줄 남자 없이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바퀴 달린 가방의 발명을 방해했다는 이야기, 전기차가 여성용 차라는 인식 때문에 휘발유차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사라졌다는 사실은 지금 들으면 실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편견에서 자유로울까?

이 책은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닥칠 혹은 이미 닥쳐 온 미래를 예측하며 대담한 제안을 던진다.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기후 위기에 지구가 불타는 미래가 당연해지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해답을 찾으려면 여성과 기술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근본부터 다시 세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껏 배제된 존재들과 지워진 아이디어들, 그래서 새로운 것들, 거기에서부터 미래를 구할 혁신과 창의성이 나올 것이다.

저자

카트리네마르살

웁살라대학교를졸업하고스웨덴의유력일간지<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의편집주간을지내며국제금융·정치와페미니즘에대한기사를주로썼다.경제학과가부장제의관계를논한저서『유일한성(Detendakonet)』으로2012년스웨덴내유력문학상인아우구스트프리세트(Augustpriset)의논픽션부문후보로오르기도했다.다른저서로『강간과로맨스(Valdtaktoch...

목차

〈발명〉
1장가방에바퀴를다는데왜5000년이걸렸을까
노벨경제학상수상자도풀지못한수수께끼/아이디어는이미준비되어있었다/진정한남자는가방을굴리지않는다?
2장일론머스크보다100년앞선전기차의발명
안락한전기차는왜시끄러운휘발유차에밀렸나/숙녀를위한기술/다른미래를상상하는능력

〈기술〉
3장브래지어와거들이인류를달로데려간이야기
고무의융통성/닐암스트롱을살린우주복/창이뒤지개보다먼저나왔을거란착각/누가정한누구를위한규칙인가
4장그많던여성프로그래머는다어디로갔을까
피와살이있는컴퓨터들/재주는여자가부리고/실리콘밸리가영국에없는이유

〈여성성〉
5장고래사냥과페이스북의공통점
22억달러특허를포기한사연/극단적으로기울어진운동장/지워지고배제된아이디어
6장인플루언서는어떻게해커보다부유해졌나
쇼핑하는여성,타락하거나해방되거나/새롭고도익숙한친밀감의전략/분홍색제트기는더나은세상으로날지않는다

〈신체〉
7장인간을닮은기계,기계를닮은인간
신은기술로인간을빚지않았다/팬데믹이블랙스완이라고?/바이러스가폭로한긱이코노미의함정/한없이취약하고연결된존재들
8장체스는이겨도청소는못하는AI
테니스서브에담긴폴라니의역설/우리엄마가AI보다잘하는일/세상을체스판으로착각한과학자들/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몸

〈미래〉
9장엥겔스는왜메리의안부를묻는것을잊었나
기본소득줄테니로봇은놔둬/잭이메리의양말을꿰매게된사연/제2의기계시대,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감정,관계,돌봄이라는미래기술/AI가일자리를빼앗는미래가당연하지않으려면
10장미래를구하러온발명의어머니
날씨가나쁘면여자탓/지구는어머니가아니다/기후위기논쟁이놓치고있는것들/우리에겐마녀가필요해

해제:여성의눈으로기술과발명의역사를본다는것은_임소연?하미나

감사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진정한남자는가방을굴리지않는다?

인류의유서깊은발명품인바퀴를여행가방에다는데무려5000년이걸렸다고한다.오늘날우리가흔히‘캐리어’라고부르는바퀴달린가방이등장해전세계여행산업의판도를바꾼것은1970년대가지나서다.닐암스트롱이인류최초로달에발자국을찍고지구로귀환할때까지도손잡이로짐가방을들어옮기는것이당연했다는이야기.고작가방에바퀴다는게뭐그리대단한발명이라고그렇게오랜세월이걸렸을까?이수수께끼에매달린로버트쉴러나나심탈레브같은세계적인경제학자들조차놓친답은바로‘진정한남자는무거운짐을직접든다’‘여자는짐을들어줄남자없이혼자여행하지않는다’라는성별고정관념에있었다.과거서구남성들에게자신의완력을놔두고바퀴로가방을굴린다는건모욕에가까웠다.그런가방은여자들이나쓸만한것이지만,어차피여자혼자어딜그렇게가겠는가.
지금들으면유치하고어처구니없는이런생각이수천년동안이나기술혁신을지연시켰다는사실이믿기지않을지도모른다.그러나문제는바퀴달린가방만이아니었다.약100년전에휘발유차와나란히유행했던전기차는왜갑자기사라졌을까?나사(NASA)는어쩌다우주복제작을여성용속옷회사에맡기게되었을까?인간만큼집안일을잘하는로봇은왜아직없을까?이런질문들에대한답역시남성성과여성성이라는뿌리깊은편견과관련이있다.전작《잠깐애덤스미스씨,저녁은누가차려줬어요?》에서주류경제학이지워버린여성의자리에주목했던카트리네마르살은신작《지구를구할여자들》을통해이처럼인류의발목을붙잡아온오랜편견과차별을파헤치며남성중심의과학기술사를통쾌하게뒤집는다.

바퀴달린가방에서전기차와AI까지
편견과차별은어떻게혁신을가로막는가

과학기술여성연구그룹의공동설립자인임소연(《신비롭지않은여자들》저자)과하미나《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저자)가이책을읽고나눈대담에서하미나가말한것처럼,여성의눈으로과학기술을본다는것에는다양한층위가있다.이책은크게세가지층위에서접근한다.
첫째는앞서말한바퀴달린가방(1장)처럼성별고정관념이어떻게기술발전을방해하거나지연시키는가를역사를통해증명하는것이다.또하나의대표적인사례가전기자동차(2장)다.일론머스크가이산업에뛰어들기한참전인19세기말에서20세기초,전기차는이미유럽과미국대도시를달리고있었다.시동걸기힘들고시끄러운휘발유차가남성을위한스포츠라면,편리하고안전한전기차는여성에게인기가높았다.그런데이‘여성적’이미지가잘나가던전기차의발목을붙잡았다.안락함을원하는건여자들뿐이고,남자들은휘발유차의크랭크를돌리다턱뼈가나갈지언정(안타깝게도캐딜락의최고경영자헨리릴런드의친구에게실제로일어난일이었다)여성스러운전기차에는눈길도안준다는것이당시자동차산업의판단이었다.‘여성적’인가치는인간보편적가치로여겨지지않았으며,어떤기술이나상품이‘여성적’이라면그건‘열등하다’는의미이기도했다.그결과전기차는휘발유차와의경쟁에서밀려나사라졌고,우리는이친환경적이동수단의재발명을100년넘게기다려야했다.
이제와서옛날사람들의고리타분한생각을비웃기는쉽다.그러나과연오늘날우리는비슷한실수를안할까?알파고가이세돌을이기는오늘날에도우리가어린시절공상과학만화에서보았던,집안일을알아서척척해내는AI로봇은등장하지않았다(8장).그이유는또다시젠더와연관된다.그간AI연구자들은교육수준이높은남성과학자들이어려워하는문제를푸는능력을곧지능이라고여겼다.그결과‘여성적’이라고여겨지는여러능력들을간과했는데,그중하나가신체적지능이다.신체는인간이병들고노화하는취약한존재이며,타인에게의존한다는불편한사실을상기시킨다.가부장제는여기에‘여성적’이라는딱지를붙여무시하고외면했다.남성과학자들은AI가혜성과미사일궤도를계산할수있다면청소나설거지처럼몸쓰는하찮은일쯤은자동으로해낼수있을줄알았다.그러나현실은그렇지않았다.

기술과발명의역사에서로그아웃된여자들

만약더많은여성과학자들이AI개발에참여했다면상황은달라졌을지도모른다.그래서여성의관점에서과학기술을바라보는두번째층위는여성도남성과마찬가지로기술발전에참여해왔다는사실을보여주는것이다.스물한살에소아마비에걸려15년간목발에의지해살아온아이나비팔크는자신이경험한신체적한계에서벗어나고자직접보조보행기를만들었다(5장).그가발명한것은단순한신체보조기구가아니라자유라는삶의비전그자체였다.이책이많은뛰어난여성인물들중에서도특히비팔크를내세운것은,그의사례가‘여자도발명했어,남자들이한것우리도했어’라고말하는것을넘어,여성을포함한사회적약자와소수자들이기술과발명에참여할때어떤새로운가능성과잠재력이열릴수있는가를보여주기때문이다.“자신을위하지않는세상에사는사람은그세상을개선할방법을더쉽게상상할수있을지모른다.자기자신만이아니라모두를위해서.”
문제는비팔크에게돈이없다는사실이었다.더정확히말하면장애가있는여성의아이디어에귀를기울이고투자해줄사람이없었다.결국비팔크는싼값에자기아이디어를팔았다.집단의측면에서여성이남성보다돈과경제적기회가더적지않은국가는지구상에단한곳도없다.여성이소유한사업체의약80퍼센트가필요한신용대출을받지못하고있으며,미국에서는벤처캐피털의97퍼센트이상이남성창업자에게흘러들어간다.오늘날의금융시스템이여성을조직적으로배제하는이와같은방식은자연스럽게여러아이디어와발명중어떤것이실현되거나실현되지못할지를결정하는데막대한영향을미친다.비팔크의이야기는역사로라도남았지만,세상에나오지도못한채지워진아이디어들은얼마나많을까.그것은분명여성들만이아니라인류전체에손실이다.

인류최초의도구가창이아니라뒤지개였다면?

여성과과학기술의관계를다루는세번째층위는기술과발명이무엇인가하는정의자체를다시생각하는데있다.우리가인류의발달하면떠올리는이미지는유인원에서진화한수염이텁수룩한남성이날카로운나무막대기를창으로만들어주위에겨누는모습이다.정말그랬을까?우리는기술이자연을지배하고정복하는무기로부터시작된다는남성중심적이고폭력적인서사를너무쉽게믿었다.이서사는현대에와서,전쟁과군대로부터온갖과학기술이발전한다는스핀온/오프이론으로이어진다.
최초의인류가든막대는창이아니라,땅에서고구마같은식물을캐내는뒤지개였을수도있다.그랬다면그도구를든인간은남성이아니라여성이었을확률이높다.창이아닌뒤지개가먼저라면,인류의서사전체가달라진다.기술과발명이언제나지배하고장악하고착취하는것이어야한다는생각은확실성을잃는다.요리와바느질,돌봄을위한기술이핵무기나우주탐사선을만드는것만큼인류에게중요하지않다고말할수있을까?
인류의달탐사는우주복없이는불가능했다.그리고그우주복은나사가기대한군사기술전문가가아니라여성용속옷을만드는재단사들의손에서,단단한갑옷이아니라부드러운천으로만들어졌다(3장).하지만대부분의경우우리는이런기술을정식기술로취급하지않는다.여성에속한,여성적이라고여겨지는많은기술이사소하고당연한것으로취급되고,그로인해정당한경제적가치를인정받지못한다.

여성의손에묶인밧줄을끊을때
우리가무엇을해낼수있을지상상해보라

이책은이처럼여성과여성성을무시하고배제해온역사적사례들로부터출발해플랫폼노동(7장),인공지능(8장/9장),기후위기(10장)등현재와미래의이슈들로논의를확장해간다.‘미래’라는키워드아래놓인마지막두장은지금까지의우리삶을전면적으로바꿀것으로예상되는거대위기와그에대한해결책을다룬다.과연‘제2의기계시대’가도래하면로봇과AI에게일자리를빼앗긴수십억명인구가유발하라리가말한‘쓸모없는계층’으로전락하게될까?산업혁명초기,기계의힘이남성의근력을대체하자그기계를돌리기위해고용된것은여자들이었다.공교롭게도미래에로봇과AI가인간을따라잡기어려울것으로예상되는영역인감정지능,관계경제,돌봄노동역시우리가여성적이라고여겨온것들이다.그렇다면기술디스토피아에대한대안은‘여성’과‘과학기술’에대한기존의관념을바꾸는것에서부터시작해야한다.
우리는어떤기술이세상을어떻게변화시킬지예측하기에급급하다.그러나미래를예측하는가장좋은방법은미래를직접만들어내는것이라고했다.어떤기술을발전시킬지를결정하고거기에투자하는것은인간이다.지금까지남성에의한,남성을위한과학기술이열심히달려도착한곳이탄소사회이고불타는지구라면,이제는다른길을찾아야한다.무엇보다여성과남성,여성적인것과남성적인것을구분해서무엇을배제하고무엇을우위에놓을것인지따위에낭비할시간이없다.역사내내젠더관념은다양한방식으로인류의혁신을방해해왔다.이는“우리가한쪽손이묶인채세상을발명해왔다는뜻이다.그밧줄을끊었을때우리가무엇을해낼수있을지상상해보라.”임소연이말한것처럼“지금껏배제되었던것,그래서새로운것,거기에서부터혁신과창의성이나올”것이다.그것이우리가지금껏과학기술의영역바깥으로몰아냈던여성과여성적인것을다시불러들여야하는이유다.